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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 ◆GULJi96aoSzS 2013/10/15(火) 21:48:58.85 ID:v9ONI2kro
× × × ×
이날, 유이가하마 유이는 결석했다.
짐작 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나와 유키노가 사귀고 있기 때문이겠지.
일각이라도 빠르게 결착을 짓고 싶었지만 그건 내 일방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유이가하마도 계속해서 결석할 수는 없다.
유이가하마가 내일이라도 학교에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단 결착이 하루 늦어진 만큼 유키노에 대한 추적도 그만큼 필요해진다.
아무리 유키노와 사귀고 있다곤 해도, 내 안에서 유키노와 유이가하마에 대한 취급이 다른 걸 생각하면 자기혐오에 빠질 것 같다.
쉬는 시간, 기분전환 삼아 복도를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복도로 나가자, 팔짱을 끼고 노려보는 녀석이 있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인왕처럼 우뚝 버티고 있다.
네가 *음형이냐고. (역주 : 입을 다문 인왕상을 뜻함)
미우라 유미코였다.
879: ◆GULJi96aoSzS 2013/10/15(火) 21:52:48.55 ID:v9ONI2kro
「잠깐 히키오, 할 얘기가 있는데」
불쾌하다는 오러를 전개하며 물어뜯듯이 입을 열었다.
「뭔데?」
시비조 말투에 좀 짜증이 나서 퉁명스럽게 대답해줬다.
「겨울방학 중에 유이가 계속 기운이 없던데, 너 유이한테 무슨 짓 했어?」
원인이 전적으로 나한테 있다는 전제로 말하다니 이상하군, 이 녀석.
사실 그렇지만.
「짐작 가는 데라면 있어.」
딱히 뭔가를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원인이라는 사실은 일단 틀림없으니 우선 이렇게 답했다.
「유이 친구로서 이유에 따라선 나 너 용서할 생각 없으니까」
일단 내 말을 듣고 판단할 작정인 듯하다.
이 녀석과 좀 더 점잖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녀석이겠지만.
「짐작이라……. 겨울방학 들어서부터 유키노시타와 사귀고 있어. 아마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해.」
「뭐어? 유키노시타 유키노랑 사귀고 있다고?」
깜짝 놀라며 나에게 되물어온다.
그럴 것이, 이런 내가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사귄다고 한들 누가 믿어줄까?
사귀고 있는 장본인조차 불가사의한데.
나, 유키노한테 두 번이나 친구 신청했다 거절당했으니 말이지.
880: ◆GULJi96aoSzS 2013/10/15(火) 21:53:53.33 ID:v9ONI2kro
「그래, 유키노와 사귀고 있어. 유이가하마한테 못 들었어?」
「유이한테 이야기한거야?」
미우라는 혼란스러워 했다.
나와 유키노가 사귀고 있단 사실에 놀란 것만은 아니겠지.
필시 유이가하마가 나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지금쯤 눈치 챘을 것이다.
그 둘 다에 놀라고 있는 거겠지.
「그래, 얘기했어. 토츠카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못 믿겠으면 물어봐도 돼.」
토츠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지 않으면 믿지 않을 테지.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일단 알았어.」
이렇게 하고, 교실로 사라져 갔다.
나는 식수대에서 얼굴을 씻고는 교실로 돌아갔다.
881: ◆GULJi96aoSzS 2013/10/15(火) 21:55:26.03 ID:v9ONI2kro
× × × ×
「나아, 잠깐 그쪽 지나가야 되는데」
미우라의 이런 위압적인 말을 듣는 게 오늘만 몇 번째일까.
쉬는 시간마다 교실 입구에서 안쪽을 살펴보는 여자 그룹이 있었다.
분명 유키노와 같은 J반의 여자겠지.
수학여행 첫날밤 유키노의 언행이나 두 번째 날에 료안지에서 유키노와 같은 반 여자들과 만났을 때의 반응 등을 대조해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겨울방학 중에 유키노와 그렇게나 데이트를 했으니 말이지.
누군가의 눈에 띄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보러 온 거겠지.
유키노에게 직접 묻는다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짓은 수학여행 분위기 같은데 휩쓸리지 않으면 불가능할 터이다.
그러니 이렇게 구경하러 온 거겠지.
마침 점심시간이라 이제부터 부실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유키노가 나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줘서, 그걸 먹으러 가는 것이다.
미우라가 마침 선도역을 맡아준 이 타이밍을 놓칠 수는 없다.
일어서서 문을 향하니 앞을 가로막는 녀석이 있었다.
「히키가야, 할 얘기가 있어. 잠깐 옥상으로 와주지 않을래.」
하야마 하야토는 이렇게만 말하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일이 생겨 늦는다」고 유키노에게 메일을 보내며 따라갔다.
882: ◆GULJi96aoSzS 2013/10/15(火) 21:56:43.39 ID:v9ONI2kro
「저기, 히키가야……. 유이와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아까 유미코와 뭔가 이야기하고 있던데. 유미코한테서 유이가 기운 없다고는 들었는데, 아까 무슨 이야기했는지 알려주질 않더라. 유이의 친구로서 걱정이 되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을래」
「딱히 무슨 일이 있던 게 아니야. 유키노와 사귀기 시작한 것뿐이다……」
하야마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유……, 네가 유키노시타와 사귀고 있는 거구나……」
하야마는 분명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려다 정정했지만 그게 유키노와 유이가하마 중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딱히 그런 걸 알았다고 해도, 유이가하마와 결말이 나는 것도 아니다.
한 귀로 흘리기로 했다.
「응, 그래. 그것뿐이다.」
눈앞에 투명한 청공과 푸르고 평온한 바다가 펼쳐졌다.
상공에 한기라도 찾아온 것일까.
비행기 구름이 한 줄기, 저쪽 하늘로 뻗어갔다.
「그런가, 그렇게 된 건가……」
하야마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발길을 되돌리며 덧붙여 말했다.
「이상한 걸 물어서 미안하군. 유키노시타와 행복해져라……」
하야마가 보이지 않게 되길 기다린 뒤, 나도 부실로 향했다.
883: ◆GULJi96aoSzS 2013/10/15(火) 21:58:04.90 ID:v9ONI2kro
「여어, 유키노」
「안녕, 하치만」
부실에 도착하자 유키노는 도시락에 손도 안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도시락 먼저 먹고 있어도 됐는데」
「내가 불러놓고 먼저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잖니」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지만 내가 늦게 온 걸 책망하는 거겠지.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유이가하마 말이야, 오늘 안 나왔어.」
「그래……」
갑자기 침통한 얼굴로 변한 유키노는 도시락통을 가만히 응시했다.
「내일 모든 일에 결착을 지을 작정이니까 안심해」
이렇게 말하며 유키노 옆의 의자를 빼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