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로드롤러와도 같은 롤링.
이제와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관점이 꼭 작가의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 침을 가까스로 삼키며, 해리가 만류했다, “그만해 헤르미온느, 이제 충분해, 그만해도 된다고.”
눈을 꼭 감고, 이마에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손이 떨릴정도로 지팡이를 강하게 쥔 헤르미온느가 젖먹던 힘마저 다해 집중을 해봤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그녀의 앞에 놓여있는 설탕약은 형태는 커녕 색깔조차 바뀌지 않았다.
“그만 둬 헤르미온느! 될리가 없어, 아무래도 실존하지 않는 물건은 불가능한 것 같아!”
그 말에 천천히, 헤르미온느의 손아귀가 풀어져갔다.
“무언가 분명히 느꼈어,” 그녀가 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순간 변신하는 것만 같았어, 정말이라구.”
목구멍이 막힌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해리가 심심한 위로의 말을 던졌다. “너무 집중해서 그래. 착각일 뿐이야.”
“그럴지도,” 그녀가 대꾸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이었다.
천천히 샤프를 손에 쥔 해리는, 사방에 절취선이 그어져있는 종이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잡고 ‘알츠하이머 치료약’ 항목에 선을 쭉 그어 가로질렀다.
변신한 알약을 누군가에게 먹일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변신, 적어도 그들이 현재 가능한 변신술은, 딱히 대상에게 마법을 걸지 않는다 ─ 즉, 평범한 빗자루를 하늘을 나는 빗자루로 변신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헤르미온느가 알약을 변신시키는 것에 성공하였다면 그것은 마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요컨데 통상의 방법으로 소모되는 알약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 전개로 흘러갔을 경우 그들은 알약을 변신시켜 머글의 과학 연구소에 몰래 보내고, 변신술의 효력이 다하기 전에 그들이 거꾸로 분석하고 설계해 기술을 추출할 수만 있다면 게임은 끝나는 일이다…양측 어느 쪽의 세계도 그 행위에 마법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또하나의 과학적 발견이라고 보면 되는 셈….
무엇보다 통상의 마법사라면 꿈도 꾸지 못할 발상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머글보다 원자의 배열을 덜 중요시 여기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며, 마법이 부여되지 않은 평범한 물질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족속들이니. 마법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그들의 흥미를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 해리는 ─ 심지어 헤르미온느에게마저 비밀로 부쳐두고 ─ 변신술을 이용해 나노기술을 구현화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물론 해리는 정상적인 이성의 소유자였기에, 분자 단위에다가 자가 복제하는 조립자가 아니라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분자 조립자를 시도한 것은 당연하다.) 만약 변신술이 제대로 먹혔으면 단박에 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인건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피곤하다는 듯이 의자에 등을 푹 기대고,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답지 않게, 피곤으로 절어있었다. 적어도 해리가 근처에 있을때는 마치 자신에게 한계 따위는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하게 행동하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아직 하나 남았어,” 해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하지만 이번건 그리 스케일이 크지 않아, 게다가 실제로 될 가능성이 농후해. 오늘의 실험을 되도록이면 희망적으로 끝내고 싶었기에, 최후까지 아껴뒀던 발상이야. 레이저 총같은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기도 하고. 알츠하이머의 치료제와는 다르게, 연구실에서 이미 개발에도 성공했어. 그리고 네가 변신시켜 사본을 뜨려고 했던 실전된 책들과는 다르게, 포괄적인 물질이야. 네게 보여주기 위해서 분자 구조도 이렇게 그려뒀어. 그저 이 튜브들을 모두 병렬적으로 정리하고, 끝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다음에, 지금껏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그 어느 것보다 더 길게 만들기만 하면 돼. 참 쉽지?” 해리가 그래프 용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등을 꼿꼿하게 편 헤르미온느가 종이를 받고, 몇번 훑어보더니, 인상을 썼다. “이것들 전부가 탄소 원자란 말야? 그리고 해리, 이 물질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우는지 모르면 변신술은 성립되지 않아.”
해리는 짜증이 솟구친 나머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법의 이러한 부분에서는 아직도 익숙치가 않았다. 구조가 어떻고, 그게 무엇인지 알면 이름 따위 상관없지 않은가. “버키튜브라고 해, 다른 말로는 탄소 나노튜브라고도 하지. 풀러렌의 일종인데, 올해에 들어서야 최초로 발견된 물건이야. 강철보다 약 100배정도 질기고, 무게는 고작 1/6밖에 안하는 경이로운 물건이지.”
헤르미온느가 그래프 용지에서 눈을 떼며 경악으로 얼굴을 물들였다. “그런게 실존한단 말야?”
“어,” 해리가 말했다, “단지 머글 방식으로 만들려면 복잡할 뿐이지. 허나 만약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지구정지궤도, 가속의 개념으로 정리하자면 태양계의 반절 혹은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는 것도 꿈은 아냐. 태양열 발전식 위성을 부케마냥 내다버릴 수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헤르미온느는 좀처럼 인상을 펼 생각을 안했다. “안전한거야?”
“안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해리가 말했다. “버키튜브는 그저 그래파이트 시트가 원형의 튜브에 둘러싸인 것 뿐이야,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그래파이트는 연필의 흑연─”
“그게 뭔진 나도 알아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을 끊었다. 무의식적으로 곱슬거리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썹을 찌푸린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그래프 용지에 가있었다.
로브의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해리는, 양쪽 끝에 회색의 플라스틱 고리를 엮은 흰색의 실을 꺼냈다. 변신술을 가할 떄 한 개의 물건으로 취급하기 위해, 양쪽의 고리에다가 초강력접착제를 덕지덕지 바른 상태였다. 해리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시아노아크릴레이트(순간 접착제)는 공유결합을 이루고, 무량대수의 원자로 이루어져있는 이 세계에서 공유결합 이상으로 ‘고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되면,” 해리가 말했다, “한번 이 실의 끝에 다이아몬드 고리가 달린, 병렬적인 버키튜브로 변신을 시켜보도록 해봐.”
“알았어….”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해리, 분명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있는 기분이 들어.”
해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좀 피곤할 뿐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플라스틱 고리에 지팡이를 겨눈 헤르미온느가, 이내 조용히 집중했다.
그리고 반짝이는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 알이, 기다란 검은색 줄에 연결된 채 등장했다.
“…변화했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마치 환호성을 내지르려고 억지로 시도해보았으나 도중에 귀찮아져버린 것 같은, 신음성 비슷한 감탄사였다. “그래서…이젠?”
열정을 상실한 동료 연구원의 행동에 해리는 김이 팍 샜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 과정이 반대로도 가능하다면 그녀는 필시 기뻐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과연 이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봐야지. 얼마나 무게를 버티는지 실험해보자고.”
다이아몬드 막대를 사용한 실험을 행하기 위해 해리가 사전에 만든 지게가 있었다 ─ 물론 변신술을 사용해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형성해내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었다, 그저 영구히 보존되지 않을 뿐. 실험은 과연 변신술로 인해 다이아몬드 막대를 짧게 변형할 경우, 그 막대가 견디고 있던 안정적인 무게를 똑같이 견딜 수 있는가였다, 즉, 장력을 무시하고도 변신술을 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가능했다.
실의 한 쪽 고리에 작은 다이아몬드 한 알을 조심스럽게 끼워넣은 해리는, 연이어서 반대쪽 고리에 두터운 걸쇠를 부착하고, 걸쇠에다가 무게를 더하기 시작했다.
(위즐리 쌍둥이 형제에게 변신술로 이 장치들을 만들어달라고 해리가 부탁했을 때, 그들은 도대체 이런 물건들로 어떤 장난짓을 할지 도무지 상상조차 안 간다는 기이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별다른 말 없이 들어주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의 변신술은 대략 3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하니,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100킬로그램,” 얼마 안가 해리가 말했다. “만약 철이 이정도로 얇았다면 이것의 반조차도 견디지 못하겠지. 성능대로라면 이보다 배는 더 견딜 수 있겠지만, 100킬로그램이 지금 우리가 소지하고 있는 무게의 한계니까 어쩔 수 없군.”
다시금 침묵이 장내를 휘감았다.
기지개를 펴며 책상으로 돌아간 해리는, 의자에 앉아 경건하기 그지없는 일련의 행동으로 ‘버키튜브’라는 단어를 체크했다. “좋아,” 해리가 말했다. “적어도 이건 가능했어.”
“하지만 해리, 과연 이것이 쓸모있는 발견이었을까?” 두 팔로 턱을 괴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 말은, 설령 우리들이 이 물건을 과학자들에게 건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가 만들어낸 이 물건을 바탕으로 버키튜브를 양산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이걸 좀 봐 헤르미온느, 이 작고 가느다란 실이 이만큼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고, 방금 우리는 그 어떤 머글 연구소에서도 제련하지 못한 물건을 만─”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어떤 마법사라도 구조만 알면 이 물건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었겠지,”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제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마저 피로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해리, 아무래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그러니까 우리들의 관계 말이지?” 해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좋았어! 그러니 당장 헤어지자.”
그 말에 그녀는 살며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우리의 연구말야.”
“헤르미온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심술궂게 인상을 구겨봤자, 내게는 귀엽게 보이기만 할 뿐인걸,”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해리, 이건 말도 안되는 짓이야, 나는 12살이고, 너는 11살에 불과하지. 우리 둘이서 역사상 그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마 고작 한 달조차 노력해보지 않은채, 마법의 궁극적인 비밀을 파헤지는 위대한 연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니?” 난 반대일세, 라고 말하는 듯이 해리가 언성을 높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또한 헤르미온느가 느끼고 있을 터인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쓸만한 발상들은 시종일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언급할만한 발견은 오직 ‘멘델리안의 법칙’(마법사와 머글의 관계에 관한 것. ‘믿음 속의 믿음’ 참조)이었지만, 그것조차 드레이코의 약속을 깨지 않고서는 헤르미온느에게 알려줄 수가 없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앳된 얼굴을 순간 너무나도 진중하고 어른스러워보였다. “우리들은 먼저 마법사들이 이미 알고 있는 마법들부터 배워야 한다는 거야. 충분히 사전 지식을 갖추고, 우리들이 호그와트를 졸업한 이후에 이런 일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게 말이지.”
“어….” 해리가 말을 흐렸다. “헤르미온느, 정말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백보 양보해서 만약 우리가 이 연구를 훗날로 미뤄둔다고 가정해보자. 자, 우리는 마침내 호그와트를 졸업했어, 그리고 졸업을 하자마자 즉시 치매 치료제를 변신술로 만들어보기로 했지. 근데 이럴수가, 바로 성공해버린거야. 그러면 우리는…그 뭐냐, 허망함? 멍청함? 이러한 수식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기분이 들겠지. 만약 우리가 아직 시도를 안해본, 그러한 것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말은 옳지 않아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듯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걸 사람에게 처방할 수는 없어! 우리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고,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잖아!”
아주 잠깐동안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만약 누군가에게 이제부터 너는 불사의 어둠의 마왕을 맞서야 한다고 듣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해보았다. 혹시 그녀도 그가 책을 읽으면서 수십번이고 욕하는, 자기 연민과 피해 의식에 가득찬 찌질한 ‘영웅’의 상으로 거듭나게 될까?
“아무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더 이상 이 일을 하기 싫어.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건 오직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
교실이 적막함에 휩싸였다.
서서히 두려움에 질려가는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보고, 해리는 그의 얼굴이 점차 차갑게 굳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미 해리가 그러한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덜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른다 ─ 과학적 혁명을 일으키기에 30이라는 나이는 좀 많게 느껴지며 20이면 딱 적당하게 느껴지고, 훗날 위대한 왕이나 장군으로 거듭날 17살이나 14살의 귀족 후계자들이 종종 박사 학위를 따는 일은 있어도, 고작해야 11살에 불과한 나이에 역사책에 실릴 만한 위업을 달성한 인물은 전무했다.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가능케 하라. 그게 네가 던지는 ‘도전’이지?”
“아, 아냐, 그런 뜻이 아니, 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네게 화가 난게 아냐,” 해리가 말했다. 허나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목소리는 냉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그래, 단지 모든 것에 화가 났을 뿐이지. 하지만 난 결코 질 생각은 없어, 헤르미온느. 패배가 항상 옳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반드시 성인 마법사라도 해내지 못할 일을 이루는 법을 알아내면, 네게 돌아오겠어. 어때?”
적막함이 이어졌다.
“…응,” 흔들리는 목소리로, 헤르미온느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조심스레 의자에서 일어서며, 그녀는 그들이 연구를 하고 있던 빈 교실의 출입구로 천천히 향했다. 그녀의 손이 문의 손잡이에 닿았다. “저기, 우린 여전히 친구지? 그렇지? 그리고 만약 네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같이 숙제를 하도록 하지,”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더 차가워져 있었다.
“어, 음, 그럼 이만,” 헤르미온느는 그렇게 말하고, 마치 도망치듯이 교실 밖으로 나가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
때때로 해리는 이 ‘암흑면’이 싫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그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마침 헤르미온느와 같은 생각, 즉 어린애가 성인이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을리 없다고 토로하고 있었던 그의 일부분이, 헤르미온느가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신랄하게 꺼내며 비아냥거렸다. 핫하, 이거 참 어처구니 없는 도전을 수락해버리고 말았구만 그래, 뭐 적어도 이번만큼은 넌 대차게 쪽을 당할게 분명하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가 있겠지 요 녀석아.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그의 일부분이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래, 일단 닥치고 내가 성공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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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다가왔지만, 해리는 상관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머니 속에서 영양 바를 꺼낼 시도조차 했다. 위가 공복에 골골거리는 건 참을 수 있었다.
마법세계는 작디 작았고, 마법사들은 과학자처럼 사고하지 않았고, 과학의 ‘과’자도 모르고, 주변 환경에 대해서 요만큼의 의심조차 가지지 않고, 취약한 타임머신을 보호할 장치를 고안할 생각도 안했으며, 퀴디치라는 괴상한 시합을 다루고, 영국 마법세계는 작은 머글 도시보다 더 작았으며,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학교라고 추앙받는 곳은 불과 17이라는 나이에 교육을 끝마치기까지 한다. 어리석은 짓은 그러한 의문점들에 고작 11살이라는 나이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들은 그들의 세계를 잘 깨닫고 있으며, 박식한 과학자가 쉽게 꿰뚫어볼 수 있는 손쉬운 방안들과 방법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무작정 추정하는 것이다.
첫번째, 해리가 기억하는 마법의 ‘제약’들의 목록을 만들 것, 즉 마법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깨우쳐야 한다.
두번째, 과학적인 면모로 볼 때 사뭇 의아하거나 의심스러운 것들을 목록에서 체크한다.
세번째,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마법사가 꿈에도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못할 만한 것들을 목록에서 최우선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네번째, 연구를 바탕으로 그것들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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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의 테이블에서 맨디 옆에 앉은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간헐적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의 점심은 과일 두개 (토마토 조각과 껍질을 벗긴 귤), 채소 세 가지 (당근, 당근, 그리고 당근), 고기 한 종류 (몸에 좋지 않을 것이 뻔한 껍질을 곧 조심스럽게 제거할 예정인 디리코울 다리튀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먹고 난 후에 일종의 보상으로 준비한 자그마한 초콜릿 케이크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법의 약 수업때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이따금씩 그날의 악몽을 꿀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녀가 원흉이었고, 마치 그녀가 그 분노의 대상인 것처럼 다가왔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 차디찬 어둠과도 같은 시선이 거두어지기 전,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과는 다르게 그녀는 아직도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변신술의 기본적인 규율을 거스르지는 않…지 않았나? 그들은 액체나, 기체를 변신시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악마같은 방어술 교수님의 명령을 따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건 없었지만….
그 알약! 그건 섭취가 가능한 물건이 아닌가!
…아니, 엄밀히 말해 땅바닥에 그저 굴러다니고 있는 알약을 주워먹을만한 바보는 없다, 게다가 애초에 변신술이 성공하지도 않았고, 만약 성공했다면 그들이 피니테 인칸타템을 걸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리에게 이 사건에 대해 절대로 맥고나걸 교수의 앞에서 발설하지 않도록 경고를 해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변신술 수업에서 영원히 쫓겨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헤르미온느는 점차 위장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메슥거리는 것을 느꼈다. 견디다 못해 그녀는 점심이 담긴 접시를 그녀에게서부터 멀찍히 밀었다, 이 상태로 점심을 먹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그녀는 속으로 변신술의 원칙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어떤 이유라고 해도 결코 그 어느 것도 액체나 기체로 변신시키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어떠한 것도 음식이나 인체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물건으로 변신시키지 않겠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 알약을 변신시키려 시도하지 않았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이러한 사항들을 숙지해야했다…해리의 기발한 생각에 그녀도 모르게 휘둘려 동의하고 말았던 것이다….
메슥거림은 더욱 더 심해져만 갔다. 마치 당장에라도 무언가 깨달을 것만 같은 그런 기로에 서 있는 기분, 그래 마치 금방이라도 뒤바뀔 것만 같은 인식, 이를테면 노파의 얼굴로 변하기 직전인 여인, 두 개의 얼굴로 변할 것만 같은 꽃병의 그림─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변신술의 규율을 하나 둘씩 나열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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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 무수히 존재하는 공기를 종이 집게로 변신시키려는 것을 포기할 때 쯔음, 지팡이를 쥐고 있던 해리의 손아귀는 이미 핏기가 싹 빠진 상태였다.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종이 집게를 공기로 변신시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 반대로 변신시키는 게 과연 어디가 어떻게 위험할 수 있을까. 뭐 마법의 이론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가? 공기 또한 다른 물질처럼 실존하는 물질이 분명할 터….
뭐, 어쩌면 그 ‘한계’는 예상보다 일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공기는 체계적이지 못하다, 분자는 시도 때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돌아다니며 관계를 몇백 번씩 바꾸니까. 시전자가 그 물질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을 정도로 형태를 갖추지 못하거나 고정되어있찌 않다면, 변신술 자체를 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설령 고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 또한 미약하지만 꾸준히 진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패가 연이어이자, 해리는 점차 냉정해지며, 가면 갈수록 뿌옇기만 하던 전방이 뚜렷해지는 것만 같았다.
좋아. 다음.
오로지 전체를 또 하나의 전체로만 변신시킬 수 있다. 가령, 성냥 반쪽을 바늘로 바꿀 수는 없었다, 성냥 전부를 바늘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예전에 해리가 드레이코에 의해 교실에 갇히고 말았을 때, 벽의 일부분을 솜으로 변신시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문 자체를 다른 물건으로 변신시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 작은 일부분을 바꾸기 위해 호그와트 전체를 변신시켜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실로 병신 같은 짓 아닌가.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작디 작은 입자. 근접성이 결여되어있고, 이어지지 않은, 그저 전자력에 의해 결속되고 있는 작은 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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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브로클허스트가 포크를 입에 가져다말고 멈추었다. “응?” 이제는 비어버린 옆자리를 바라보며, 그녀가 맞은편에 앉은 수 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 헤르미온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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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그의 지우개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지우개를 이루고 있는 고무 전체에서, 작디작은 핑크색 부분만을 철로 바꿔보려고 노력한지 벌써 수십 번. 허나 지우개는 요지부동이었다.
분명히 정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 ‘개념의 한계’일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있고, 원자는 개별적인 작디작은 입자다. 단순히 고체라고 해서 정말 틈도 없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원자는 전자기장의 양자로 인해 공유결합을 일으키고, 간혹 근접거리에서 자력을 일으켜, 이온결합이나 반 데르 발스 힘을 일으킨다.
더욱 더 파고들고자 한다면, 원자의 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또한 독립된 개별적인 녀석이다.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들어있는 쿼크들마저 작디 작은, 독립된 개념이란 말이다! 요컨데 현실에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체’의 이미지에 정말로 부합되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 들여다보면 그저 무한과도 같은 숫자의 작은 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
게다가 자유적 변신술의 기초는 머리속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주문도, 몸짓도 필요없다. 그저 물질과는 개별적으로 형태의 개념을 떠올려, 물질에 그 형태를 도입시킨다. 그것과 지팡이와 인간을 마법사로 만드는 미지의 무언가가 합지면 신기하게도 변신술이 되는 것이다.
마법사들은 물건의 일부분만을 변신시킬 수 없다, 그들의 두뇌가 모든 물건을 ‘완전한 하나의 물건’이라고 인식하며, 아무리 완전해보여도 실상은 그저 작디작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지식이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지 않기에.
해리는 그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온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이 지우개가 실은 그저 원자의 집속에 불과하고, 이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금 그가 변신술을 가하려고 하는 지우개의 일부분 또한 그의 두뇌가 본능적으로 ‘무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과 별 다를 것 없는 ‘무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그 지우개의 일부분을 변신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변신술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있구만.
지팡이를 쥐고 있는 해리의 손아귀가 다시금 새하얗게 변색되어갔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실험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이제는 싫증마저 나려고 했다.
어쩌면 아직도 그의 두뇌의 무의식적인 면이 전체적인 시각으로만 사물을 판단하려고 하기에 변신술이 먹히지 않는 것일수도 있었다. 그는 지우개라는 이름을 가진 원자의 집합체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지우개의 일부분이라는 이름의 원자 집합체를 구상했다.
한단계 더 높여볼 차례다.
지우개의 귀퉁이를 지팡이로 더욱 더 강하게 짓누르며, 해리는 비과학적인 존재들이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허상을 꿰뚫어보려고 노력했다. 바로 의자와 책상, 공기, 지우개, 그리고 인간의 세계를.
공원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둘러싸는 주변환경은 실은 신경세포의 정보전달에 의해 우리의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청렴하고 화창한 하늘의 풍경은 상공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피질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고, 시각피질은 두뇌의 후두엽에 존재한다. 이 밝고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감각은 사실 우리들이 두개골이라고 부르며, 평생을 떠나지 않고, 자각하지도 못하는 그 고요한 동굴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만약 우리가 친구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그러니까 진짜 ‘인간’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악수를 권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두개골을 살짝 두드리며 “그 안쪽은 좀 어떻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인간의 정체고, 그들이 평생을 보내는 자그마한 공간이다. 고로 우리들이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원의 풍경은 실은 망막과 눈이 보내는 신호를 받은 두뇌 속의 신경세포가 해석해가며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불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이 실은 사악한 거짓말 따위라는 것은 아니다. 고정관념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장막에 덮힌 것이 아니라, 공원의 허상 너머에 존재하는 건 분명 진짜 공원임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허상이라는 것뿐이다.
해리는 교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
그는 지우개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의 두개골 속에 존재했다.
그는 그저 망막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며 뇌가 생성해나가는, 상상에 불과한 이미지를 경험하고 있을 뿐.
진짜 지우개는 그 이미지 속이 아닌, 다른 어디엔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진짜 지우개는 해리의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형태가 아니었다. 지우개가 틈이 없는 완전한 사물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저 그의 두뇌 속, 즉 형태의 감각 통합과 공간지각을 통괄하는 두정엽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 진짜 지우개는 전자력에 의해 만들어진 공유결합으로 서로를 옭아매고있는 원자의 집합체이고, 그 근처에는 지우개-분자에 튕기며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공기 분자가 있다.
진짜 지우개는 까마득한 거리에 존재하고, 두개골 속에 존재하는 해리는 결코 그것을 만질 수가 없기에, 오로지 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허나 그의 지팡이에는 현실을 비틀정도의 힘이 내제되어 있었다, 오로지 해리의 선입견만이 발목을 잡을 뿐. 미지의 공간 저 너머에서, 해리가 ‘내 지팡이’로 인식하는 개념과 해리가 ‘지우개의 일부분’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러나 실은 원자의 집합체와 맞닿았다. 그리고 만약 지팡이가 해리가 ‘지우개 전부’라고 인식하고 있는 원자의 집합을 바꿀만한 힘이 있다면, 그 일부분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전히 변신술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를 드러내며, 해리는 한 단계 더 높였다.
지우개가 그저 틈이 없는 하나의 완전한 물체라는 해리의 무의식적인 개념은 당연하게도 개가 짖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마치 실제의 영토와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한 엉터리 지도와도 같은 것이다.
인간은 세계를 혼층적으로 구별해두었다, 각각의 나라가 돌아가는 법, 인간이 움직이는 법, 내장이 작동하는 법, 세포, 분자, 그리고 심지어는 쿼크마저.
‘지우개’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해리는 무심코 지우개를 관장하는 법칙, 즉 ‘지우개는 연필자국을 지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 더 화학적인 면모로 바라보자는 생각을 해야 비로소 해리의 두뇌는 ─ 마치 별개의 지식인 것처럼 ─ 고무 분자에 대해서 떠올린다.
허나 그 모든 것들은 그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비록 해리가 지우개를 관장하는 법칙에 대해 개별적인 사고를 지녔을지도 모른다고 해도, 지우개의 법칙을 물리적으로 개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해리는 현실을 각각 단계마다 인식이 틀린, 단계적인 다수의 조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건 지도에 그려진 형상일 뿐이며 진짜 영토는 그렇지가 않고, 현실은 오직 단 한 개의 단계로만 구성되어있다. 바로 쿼크, 기초적인 수학적 법칙을 따르는 통일된 저층의 개념이다.
뭐 적어도 이게 바로 해리가 마법에 대해 알기 전까지 굳게 신봉하고 있던 주장이었지만, 지우개는 마법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지우개가 마법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완벽한 물체로 이루어진 지우개의 존재는 하늘이 두쪽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지우개 따위가 현실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원자라고 우기고 싶어도 복잡한 구조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또한 무언가로 이루어져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복잡한 구조의 물건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지우개가 하나의 완전한 물체라는 해리의 사고는 잘못되었을뿐더러, 예의 그 지도와 영토 사이의 혼란 같은 상황이다, 지우개는 해리가 바라보는 다수의 단계적인 세계에서 개별적인 개념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단일적인 현실에서 개별적인 요소로 존재할 수는 없다.
…여전히 변신술은 그의 노력을 비웃고있었다.
해리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변신술은 실패하더라도 성공한 것과 비슷한 피로감을 선사해주기에 일어난 현상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포기하면 차라리 자살해버리는게 나았다.
그래 빌어먹을, 이딴 19세기의 낡은 사고방식 따위는 개나 주라지.
현실은 원자라는 이름의, 여기저기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작은 당구공의 집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또한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다. 원자가 작디 작은 점과도 같은 개념이라는 상식은 사실 사람들이 장막 속에 가려진 현실의 추악하기 그지없는 기괴함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울 좋은 또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다. 그 허상을 바탕으로한 그의 변신술이 지금껏 성공하지 못했던 건 당연하다. 그가 정말로 막대한 힘을 얻고자한다면 그는 인간성을 배제한 채, 생각의 틀을 강제해 양자역학의 진정한 원리를 정면으로 맞서야만 한다.
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다입자 배열적인 공간 속의 자욱한 진폭만이 있으며, 그의 두뇌가 아주 자신감 넘치게 지우개라고 믿고 있는 무언가는 사실 공교롭게도 인수분해가 적용되는 파동 함수의 인수다. 6이라는 숫자 안에는 3이라는 인수가 있다는 사실처럼 결코 개별적인 존재라고는 부르기 힘들기에, 만약 그의 지팡이가 얼추 인수분해가 가능한 파동 함수에서 인수에 개입해 변화시킬 수가 있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해리의 두뇌가 ‘지우개의 모서리’이라고 생각하는 그 좀 더 작은 인수 또한 개입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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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복도를 두 발로 강하게 차며 쏜살같이 달리는 헤르미온느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의 혈관 속을 누비고 있는 아드레날린의 강한 충격에 몸을 맡겼다.
이를테면 노파의 얼굴로 변하기 직전인 여인, 두 개의 얼굴로 변할 것만 같은 꽃병의 그림.
도대체 무슨 짓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버리고 만 것인가?
마침내 비어있는 교실에 도달한 그녀는 손이 땀에 절은 나머지 문의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양껏 힘을 주고 다시금 돌리자 이내 문이 열렸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인식한, 해리가 책상 앞에서 분홍빛의 작은 사각형의 물체를 바라보며 고심하는 광경─
─그리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거의 육안으로는 구별하기도 힘든 거리에, 그 엄청난 무게를 거뜬히 견디고 있는 검정색의 가느다란 실─
“당장 교실에서 나와 해리!”
순수하게 경악을 하며, 해리는 너무나도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나머지 넘어질뻔 했다. 가까스로 책상 위에서 분홍색의 작은 사각형 물체를 손에 쥔 해리가 이미 헤르미온느가 물러선 문 밖으로 번개같이 튀어나오는 순간, 그녀의 지팡이는 벌써 그 가느다란 실에 향해있었다 ─
“피니테 인칸타템!”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필사적으로 문을 쾅! 하고 닫는 순간, 교실 안쪽에서부터 약 100킬로 가량의 무게가 강렬하게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소음이 귓가를 때렸다.
그녀는 스스로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회장에서부터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이곳에 달려왔기에 온 몸은 땀으로 절어있었고, 다리와 종아리는 불에 덴 것처럼 아려왔다. 그토록 말하기 좋아했지만, 지금 당장 이 세상의 모든 갈레온을 준다고 하더라도 입 한번 달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눈을 몇 번 깜박거리던 헤르미온느는, 별안간 그녀가 서서히 뒤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의 힘이라도 풀린 것일까.
그 때, 해리가 넘어져가는 그녀의 몸을 가뿐하게 지탱해주며, 조심스럽게 복도 바닥에 앉혔다.
“…하아, 모, 몸은….” 그녀가 탈력감에 젖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 뭐라고?” 여태껏 그녀가 본 것중 가장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던 해리가 되물었다.
“하악, 몸은, 하아, 좀 어떠냐, 고….”
그 질문의 의미가 가슴 속 깊게 전달됨과 동시에 해리의 얼굴에 더더욱 막연한 두려움이 번져갔다. “벼,별다른 증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다행, 이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숨, 좀 잠시.”
잠시라고 말했지만 그녀가 숨을 고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해리의 표정은 여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그 편이 오히려 좋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번 기회로 생각을 좀 고쳐먹을지도 모르니까.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물’이라고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물병이 하나 튀어나왔고, 그녀는 마치 생명수라도 만난 듯이 벌컥벌컥 소리내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였다.
“우린 규칙을 어겼어, 해리,” 그녀가 메마른 목소리로 실성한 듯이 되풀이했다. “규칙을 어겼다고.”
“하….” 해리가 침을 삼켰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실험을 하면서 난 줄곧 변신술의 모든 규칙을 상정했는데─”
“넌 ‘이 변신술이 안전한가’라는 나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잖아!”
침묵이 일었다.
“그게 다임?” 해리가 물었다.
그녀로써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이해가 안 가, 해리?” 그녀가 울분을 토했다. “그 실은 작은 섬유질로 이루어져있어, 근데 만약 그게 다 풀려버리면? 뭐가 어떻게 될 지 누가 알아? 게다가 우린 무엇보다 맥고나걸 교수님과 상의를 하지 않았어! 아직도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 우린 변신술을 갖고 실험을 하고 있었어. 변신술을 갖고 시험을 하고 있었다고!”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래….” 해리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건 아마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인 나머지, 경고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겠네. 교수님들과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고 변신술 역사상 가장 기발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를 빈 교실에서 실험하지 말아라. 음, 당연하지.”
“자칫 잘못하면 우린 죽을 수도 있었어 해리!” 그러나 그렇게 격한 감정을 토해내면서도 헤르미온느는 그녀가 불공평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 또한 그와 같이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하지만 울화통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항상 차분하고 여유롭기 이를 데 없는 그의 행동거지가 곧 그녀의 상황판단능력을 저하시켜 이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맥고나걸 교수님의 깨끗한 경력에 흠집을 낼 수도 있었다고!”
“그렇지,” 해리가 긍정했다, “그러니 이 일은 되도록이면 교수님께 말씀드리지 않도록 할까?”
“당장 이 일을 멈춰야 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 그러면 곧 둘 중 누군가가 심하게 다치고 말거야. 해리, 우린 너무 어려, 적어도 아직은, 아직은 할 수 없는 일이야.”
그 말에 해리의 얼굴에 힘없는 미소가 번졌다. “어, 음, 그 말에는 약간 오류가 있는데, 헤르미온느.”
그리고 그가 내민 분홍색의 작은 사각형 물체, 즉 지우개의 모서리는 마치 금속처럼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나머지 헤르미온느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만으로는 부족했어,” 해리가 말했다. “시간의 개념을 초월한 물리학을 동원해서야 비로소 가능했어. 지팡이를 시간을 들여 변화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개별적인 과거와 미래의 현실의 관계를 형성시키는 매개체로 인식해야만 했지만 ─ 그래도 성공했어 헤르미온느, 물체의 허상을 꿰뚫어보는 데에 성공했다고, 내가 장담하는 데 이 초인적인 일이 가능한 마법사는 전세계를 통틀어서 아무도 없을거야. 설령 머글태생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양자역학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고 해도 그저 머나먼 별나라에 있는 헛소리로 치부할 뿐, 그것을 현실이라고,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던 세계가 허상에 불과하다고 받아들이지는 못할거야. 자, 이것 보라고, 나는 전체를 변화시키지 않고 지우개의 부분만을 변신시키는 것에 성공했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다시 지팡이를 들어, 지우개를 가리켰다.
찰나의 시간 동안 해리의 얼굴에 분노라는 감정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녀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피니테 인칸타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다음에 시도할 때는 맥고나걸 교수님과 상의부터 하도록 해.”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지만, 해리는 자신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이 짓은 그만둬야 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왜? 왜?” 해리가 반발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거야, 헤르미온느? 마법사들도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해! 마법사의 인구는 적어, 개중 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자는 더더욱 적지, 그 말인 즉슨 실험하기 가장 쉬울 법한 요소들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안전하지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말을 끊었다. “아직 마법에 무지한거나 다름없는 우리조차 새로운 발견을 할 수가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는 뜻이지! 우린 너무 어려 해리! 오늘은 그저 실수 한 번으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죽을 수도 있다구!”
그 말을 끝맺으며 헤르미온느가 흠칫했다.
해리는 그녀에게서부터 고개를 돌리며,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있는 숨을 고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제발 모든 것을 혼자서 하려고 하지마, 해리,” 그렇게 말하는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내가 플리트윅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하지 말아줘.
기나긴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러니까 너는 우리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거구나,” 해리가 마침내 입을 뗐다. 그가 목소리에서부터 묻어나오는 차디찬 격노를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저 ‘공부’만 말이지.”
지금 입을 여는게 그닥 좋은 선택일지는 확신이 안갔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어, 넌 양자역학을 공부했잖아, 안그래?”
해리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직시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껏 이 모든 연구를 할 수 시도할 수 있었던 건,” 헤르미온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네가 수많은 책들을 읽은 덕분이잖아. 그저 단순히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아니라.”
무어라고 항변하기 위해 해리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꾹하고 닫았다. 그의 얼굴에는 불만감이 가득했다.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 일단 공부를 하되, 그 와중 정말로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이 생각난다면, 교수님과 상의를 한 다음에 시도해본다고.”
“그건 좋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그녀가 이미 복도에 널부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점심이라도…먹으러 갈까?”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헤르미온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점심 그거 좋지.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온몸에 인상을 쓰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돌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해리가 그녀에게 지팡이를 가리키더니 주문을 외웠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눈 깜짝할세에 하체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과 무게감이 견딜만할 정도로 감소되는 것을 느끼며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해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완벽하게 허공에 띄우지 않아도 물체를 위로 들어올릴 수는 있어,” 그가 말했다. “그 실험 기억하지?”
헤르미온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풋 미소지었다. 분명 화를 내야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한층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회장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자, 해리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겨누며 뒤를 따라갔다.
그 이후 고작 5분 만에 그가 힘을 다해 마법이 해제되었지만, 마음만이라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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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덤블도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덤블도어가 사뭇 궁금하다는 듯이 그녀를 마주보았다. “혹시, 이해하셨나요?” 놀랍게도 호그와트 교장의 목소리는 벙쪄있었다.
확실히 그건 미네르바에게도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횡설수설한 외계어로 평생동안 기억될 정도였다. 심지어 이 말을 교장 선생님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를 불러온 행동이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뇨, 죄송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깐깐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덤블도어가 말했다. 은색의 기다란 수염이 휘날리며, 노마법사의 시선이 다시금 다른 장소로 향했다. “네 말은 즉, 성인 마법사조차 불가능한, 아니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거로구나.”
그 세 명은 현재 교장님의 개인 변신술 작업실 안에 있었다. 그녀가 덤블도어에게 패트로누스를 보낸 직후, 그의 패트로누스가 돌아와 해리를 불러오라고 지시를 했던 것이다. 천장에는 광명이 원형의 방 중앙에 새겨진, 7개의 각을 지니고 있는 연금술의 문양을 비추었다. 그 문양이 먼지로 뒤덮혀있다는 사실이 미네르바를 조금은 슬프게 했다, 변신술 연구는 덤블도어의 가장 큰 흥미거리중 하나였기에. 요새 그가 굉장히 바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이제는 해리 포터가 얼마 안되는 교장님의 시간을 더더욱 쓸데없이 잡아먹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딱히 그녀가 해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가장 적절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집무실을 방문해, 방금 그가 변신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할 법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고 선언했으며, 그녀 또한 그녀가 알고있는대로 지극히 사무적이고 완벽한 절차를 밟았다: 미네르바는 우선적으로 만악의 근원인 해리의 입을 닫게 하고, 그녀가 교장님과 상의해 대화를 나누기 조금 더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소위 ‘실마리’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말기를 지시했다.
만약 해리가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일이 가능한지부터 다짜고짜 설명하기 시작했다면,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하기 좀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우신 건 이해가 갑니다,” 해리는 부끄럽다는 기색을 못내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교수님들의 속된 ‘상식’은 과학자들의 상식과 대립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상식’은 제가 보기에 과학자들이 마법사들보다 훨씬 더 깊게 깨닫고 있다고 확신하고요.”
덤블도어가 이 모든 매사를 지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기색만 보이지 않았더라면 미네르바는 벌써 한숨을 몇백 번을 토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해리가 언급한 그의 발상은 그저 무지함에서 비롯된 헛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철로 이루어진 공의 반절을 유리로 변화하는 순간, 공의 전체적인 형태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일부분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곧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과 일맥상통, 즉 전체의 형태를 다른 형태로 대체시키는 것. 아니 그 이전에 철공의 반절만을 변신시킨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란 말인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철공의 형태는 이전과 다를 게 없는데, 반절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이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가?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은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논리적인 오류로밖에 볼 수가 없단다. 어떤 물체의 반을 변화하는 순간, 전체를 변화시킨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그 말에 나도 동의하는 바란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영웅이니 혹시 모르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거뜬히 해낼지도.”
그러한 뜬금없는 발언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미네르바는 필시 눈알을 굴렸을 것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덤블도어가 말을 이었다. “어째서 통상적인 변신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는 지 짚이는 바가 있나요?”
미네르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우선적으로 그러한 개념 자체가 말 그대로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비논리적이었기에 살짝 버겁기는 했지만, 일단 주어진 것만을 놓고 전체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철공의 절반만에 가해진 변신술이라….
“둘 사이의 접점에서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걸까요?” 미네르바가 추론했다. “하지만 그건 물체의 전체에 변신술을 걸어, 두가지의 다른 형태를 지닌 또 하나의 전체로 바꾸는 것과 별다를 것이 없을텐데….”
덤블도어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생각도 그래요. 그러니까 해리, 만약 네 이론이 맞아 떨어진다면, 네가 하려는 행위는 전체 대신 일부분만에 변신술을 건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통상적인 변신술과 모두 동일한거니? 그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그렇죠,”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이 실험의 요점이니까.”
덤블도어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네르바, 이 실험이 과연 위험할지 단 한가지 이유라도 있을까요?”
“아뇨,” 스스로의 기억을 훑어보고 난 뒤 미네르바가 힘없이 부정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군요,” 교장이 말했다. “뭐 그럼, 따지고 보면 통상적인 변신술과 절차는 다를 것이 없고, 위험할 법한 이유조차 찾을 수가 없었으니, 2단계 정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적당할 것 같구나.”
다시 한번 미네르바는 속으로 놀랬지만, 달리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변신술에 있어서 덤블도어는 그녀의 대선배였으며, 지금껏 수천가지의 다양한 변신술을 실험해보면서 단 한번도 안전의 단계를 높게면 높았지 결코 낮게 잡지는 않았다. 심지어 변신술을 실전 전투에 자주 사용하면서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양반이지 않은가. 교장님이 2단계의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면 충충분한 것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절대적인 사실과는 무관하지만.
그 둘은 바로 결계와 탐지망의 설치에 착수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변신한 물체가 공기 중에 섞였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해주는 망이었다. 해리는 안전을 위해 접점이 굳게 닫혀 있는 완벽하게 밀폐된, 물리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의 방어막 속에 몸을 자리하고, 오로지 그의 지팡이 만이 그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호그와트 성내에 있는 한 자연발화 따위를 일으키는 물건을 바로 밖으로 순간이동 시킬 수가 없었지만 그와 버금가는 빠르기로 채광창 밖으로 방출시킬 수는 있었기에, 모든 창문을 밖으로 열었다. 조금이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즉시 해리 또한 다른 쪽의 채광창으로 강제 방출될 것이다.
그 둘의 신속한 작업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며, 해리의 얼굴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포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이 예방책들 중 대다수는 결코 실제로 쓰일 일이 없을 거다. 만약 우리들이 이 실험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애초에 너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이건 그저 지금껏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변신술을 시도해볼 때 밟는 의례적인 절차란다.”
침을 꿀꺽 삼키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해리는 안전의자에 단단히 몸이 고정된 채 철로 이루어진 ─ 현재 그의 역량만 놓고 보자면, 30분 이내에 변신시키기란 요원한 지나치게 큰 철공에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또 몇 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미네르바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에 벽에 힘없이 몸을 털썩 기대었다.
해리의 지팡이가 겨누고 있는 공의 일부분이, 유리로 변해있었다.
거 보십시오, 라고 딱히 얼굴에 문대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해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부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곧바로 공에 분석 마법을 걸며 공을 관찰하던 덤블도어의 얼굴에는,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기이한 열망이 깃들고 있었다. 마치 30년은 젊어진 듯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대단하군,” 덤블도어가 말했다. “말했던 대로야. 전체를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일부분 만을 변신시키는 데에 성공했어. 그러니까 이게 그저 개념의 한계에 불과하다는 거니, 해리?”
“맞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저 ‘이건 개념의 한계다’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랄정도로 깊게 각인되어 있는 놈이에요. 전 지속적으로 오류를 발생시키고 있는 사고의 일부를 억누르고, 과학자들이 끝내 알아낸 현실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죠.”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덤블도어가 말했다. “내 예상이지만, 다른 마법사들이 이를 가능케 하려면 적어도 몇 달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만 하겠지? 그리고 혹 실례가 안된다면, 다른 물체들도 부분적 변신술을 적용해줄 수 있겠니?”
“첫번째 질문에는 뭐, 아마 그럴 것 같군요, 그리고 물론 적용할 수 있죠,” 해리가 말했다.
약 30분 가량 지나자 여전히 미네르바는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처음보다는 안전적인 면에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통상적인 변신술과 절차는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면은 제쳐두고.
“이쯤하면 충분할 것 같군요, 교장님,” 미네르바가 마침내 말했다. “아무래도 부분적 변신술은 통상적인 변신술보다 더욱 집중을 요구하는 것 같으니까요.”
“연습하면 조금 더 익숙해지겠지만,” 피로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탈진에 의해 새하얗게 질린 해리가 말했다, “네, 아무래도 교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군요.”
해리를 결계에서부터 꺼내는 과정이 약 1분정도 다 잡아먹은 이후, 미네르바가 그를 훨씬 더 푹신하고 편안한 의자로 인도했고, 덤블도어가 아이스크림 소다를 소환했다.
“정말 축하한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솔직히 말해 변신술이 결코 성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전부를 걸 자신마저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 정말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부족하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나조차도 14살 이전까지는 변신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는 못했으니. 아마 도로테아 센자크 이후 네가 처음일거란다.”
“어, 감사합니다,” 조금 놀란 기색으로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고민하듯이 말했다, “이 경사스러운 일은 아무래도 비밀로 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구나,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해리,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말씀을 드리기 전에 이 발견에 대해 다른 누군가와 상의를 한 적이 있니?”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 해리가 말했다. “딱히 심문실이나 재판소로 넘겨버리고 싶은 맘은 쥐뿔도 없지만, 모 학생과 대화를─”
맥고나걸 교수의 입에서 경악성이 거의 포탄처럼 터져나왔다. “뭣이라고? 지금껏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변신술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된 전문가보다 일개 학생과 먼저 논했단 말이냐? 네가 얼마나 무책임한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니?!”
“죄송해요,” 해리가 힘없이 대꾸했다. “제가 안일했어요.”
과연 해리는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고, 그 광경에 미네르바는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해리는 그의 실수를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드시 비밀을 지키겠다고 그레인저 양에게 맹세를 받아두렴,” 덤블도어가 진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정말, 정말 마땅한 이유가 없거나 그들 또한 맹세를 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결코 발설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구나.”
“아…어째서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마침 미네르바도 같은 의문을 가지던 참이었다. 또다시 교장님은 그녀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냐면 너는 다른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말이지. 어쩌면 네게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이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그 가능성을 높여야만 하지. 부디 이번은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구나.”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혼돈의 카오스를 이루고 있는 속내를 완벽한 포커 페이스로 가장한 채, 맥고나걸 교수가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러도록 하거라, 포터,”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네가 변신시킨 물체의 정밀한 조사를 끝낸 후,” 덤블도어가 덧붙였다, “네가 철에서 유리로, 그리고 유리에서 철에 한해서 부분적 변신술을 연습하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그리고 그레인저 양의 관찰 하에서 말이지. 아마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변신술 이후에 찾아오는 후유증의 증상 비슷한 무언가라도 느껴지는 그 즉시 가장 가까운 교수님에게 말하렴.”
작업실을 떠나기 전, 문의 손잡이를 돌리다 말고 그가 뒤를 돌아 쭉 고민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이왕 왔으니 물어보는건데, 혹시 스네이프 교수님께서 뭔가 전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다르게라니?” 교장님이 되물었다.
미네르바는 가까스로 힘없는 미소를 감추었다. 어째서 세베루스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그가 악랄한 마법의 약 교수에게 반감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해리에게 세베루스가 사실은 아직도 네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기도 뭔가 생뚱맞고 어색했다.
“그러니까, 교수님의 행동거지가 좀 변화했거나 말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내가 아는한 그런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교장님이 천천히 말했다. “어째서 물어보니?”
해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가 답을 말해줌으로써 교장님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으니 그건 안돼요. 그냥 조금 더 주의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는 겁니다.”
어째선지 세베루스를 향한 그 어떤 질타와 비난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던 미네르바는 그 말 한마디에 등골을 타고 오싹한 불안감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해리는 작업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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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법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해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을 한거죠? 전 그의 발상이 그저 불가능 그 자체라고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노마법사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져야 한다는 거예요, 미네르바. 만약 해리가 그러한 주장을 펼친다면 곧장 제게 보고하라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그것이 바로 볼드모트가 모르는 ‘힘’이기 때문이에요.”
미네르바가 그 말을 이해하기 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깨달음과 함께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오싹함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사이빌 트릴로니가 점술 교수직을 위해 보는 평범한 면접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힘을 가진 자가 오리라
그와 세 번 싸웠던 이들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며
일곱 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리라
어둠의 마왕은 그를 적수로 삼는 낙인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둠의 마왕이 알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리라
둘의 영혼은 하나의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기에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손에 사멸하리라
그 소름이 끼칠정도로 메아리 치던 저주 같은 예언이,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부분적 변신술 따위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아닐수도 있겠죠,” 미네르바가 설명하려고 노력하자 덤블도어가 말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저는 내심 볼드모트의 호크룩스가 숨겨진 장소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노마법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예언은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는 물건이에요, 미네르바,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면 안되죠.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소한 사실 하나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답니다.”
“헌데 세베루스에 대한 건 무엇을 의미했던 걸까요?” 미네르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저도 도무지 모르겠군요,” 덤블도어가 한숨을 쉬었다. “해리가 세베루스를 경계하고 있고, 직설적인 주장보다 개방형 질문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허나 만약 이 추측대로라면, 제가 그의 직설적인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리 없다는 해리의 추론은 정확해요. 지금 당장은 그의 말대로, 편견 없이 사태를 조금만 더 지켜봅시다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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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그 첫번째:
“저기, 음, 헤르미온느?” 해리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나, 아무래도 네게 몇 번을 사과해도 모자를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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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그 두번째:
자그마한 갈색의 콩을 들고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살덩이들에 대해 무언가 주절거리며, 그녀와 학우들을 위해 압박감 넘치는 강의를 하고 있는 마법의 약 교수를 바라보는 알리사 콘풋의 눈동자는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았고 기이하게 멍했다. 어째선지 학년 초부터 그녀는 마법의 약 수업에서 도무지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 사납고, 끔찍하며, 기름지기까지 한 그녀의 교수를 올려다보며 둘만의 특별한 징계의 시간을 망상하고는 했다. 이쯤되니 자신이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깨달은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망상을 멈출 수가 없었─
“아웃!” 이마에 느껴지는 통증에 알리사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스네이프가 갈색의 콩을 자비심 없이 알리사의 이마를 향해 튕겼던 것이다.
“콘풋 양,” 마법의 약 교수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예민하기 그지없는 약이고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자칫 너뿐만이 아니라, 학우들에게 또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 잠깐 남도록.”
그 마지막 말은 전혀 그녀의 망상을 끝내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녀는 아무도 약으로 녹여버리지 않고 수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수업 이후, 알리사는 그의 책상으로 접근했다. 사고의 일부분은 마냥 수줍은 듯이 볼에 홍조를 띄우고 조신하게 손을 등 뒤로 모아 깍지를 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그녀의 본능이 그러한 행동은 결코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마구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녀는 평정을 가장한 무표정을 만들고, 소녀다운 순진무구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 “교수님?”
“콘풋 양,” 채점하던 시험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스네이프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 애정에 답해줄 의무가 없으며, 가면 갈수록 네 괴이쩍은 시선이 불쾌해져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를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도록. 알아들었나?”
“네, 넵,” 알리사가 숨이 턱 막힌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스네이프가 그녀에게 이만 가도 좋다는 제스쳐를 보냈다. 알리사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채 얼굴을 잘 익은 토마토처럼 물들이고는, 도망치듯이 교실을 뛰쳐나왔다.
이제와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관점이 꼭 작가의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원주의
“그만,” 침을 가까스로 삼키며, 해리가 만류했다, “그만해 헤르미온느, 이제 충분해, 그만해도 된다고.”
눈을 꼭 감고, 이마에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손이 떨릴정도로 지팡이를 강하게 쥔 헤르미온느가 젖먹던 힘마저 다해 집중을 해봤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그녀의 앞에 놓여있는 설탕약은 형태는 커녕 색깔조차 바뀌지 않았다.
“그만 둬 헤르미온느! 될리가 없어, 아무래도 실존하지 않는 물건은 불가능한 것 같아!”
그 말에 천천히, 헤르미온느의 손아귀가 풀어져갔다.
“무언가 분명히 느꼈어,” 그녀가 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순간 변신하는 것만 같았어, 정말이라구.”
목구멍이 막힌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해리가 심심한 위로의 말을 던졌다. “너무 집중해서 그래. 착각일 뿐이야.”
“그럴지도,” 그녀가 대꾸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이었다.
천천히 샤프를 손에 쥔 해리는, 사방에 절취선이 그어져있는 종이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잡고 ‘알츠하이머 치료약’ 항목에 선을 쭉 그어 가로질렀다.
변신한 알약을 누군가에게 먹일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변신, 적어도 그들이 현재 가능한 변신술은, 딱히 대상에게 마법을 걸지 않는다 ─ 즉, 평범한 빗자루를 하늘을 나는 빗자루로 변신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헤르미온느가 알약을 변신시키는 것에 성공하였다면 그것은 마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요컨데 통상의 방법으로 소모되는 알약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 전개로 흘러갔을 경우 그들은 알약을 변신시켜 머글의 과학 연구소에 몰래 보내고, 변신술의 효력이 다하기 전에 그들이 거꾸로 분석하고 설계해 기술을 추출할 수만 있다면 게임은 끝나는 일이다…양측 어느 쪽의 세계도 그 행위에 마법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또하나의 과학적 발견이라고 보면 되는 셈….
무엇보다 통상의 마법사라면 꿈도 꾸지 못할 발상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머글보다 원자의 배열을 덜 중요시 여기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며, 마법이 부여되지 않은 평범한 물질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족속들이니. 마법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그들의 흥미를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 해리는 ─ 심지어 헤르미온느에게마저 비밀로 부쳐두고 ─ 변신술을 이용해 나노기술을 구현화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물론 해리는 정상적인 이성의 소유자였기에, 분자 단위에다가 자가 복제하는 조립자가 아니라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분자 조립자를 시도한 것은 당연하다.) 만약 변신술이 제대로 먹혔으면 단박에 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인건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피곤하다는 듯이 의자에 등을 푹 기대고,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답지 않게, 피곤으로 절어있었다. 적어도 해리가 근처에 있을때는 마치 자신에게 한계 따위는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하게 행동하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아직 하나 남았어,” 해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하지만 이번건 그리 스케일이 크지 않아, 게다가 실제로 될 가능성이 농후해. 오늘의 실험을 되도록이면 희망적으로 끝내고 싶었기에, 최후까지 아껴뒀던 발상이야. 레이저 총같은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기도 하고. 알츠하이머의 치료제와는 다르게, 연구실에서 이미 개발에도 성공했어. 그리고 네가 변신시켜 사본을 뜨려고 했던 실전된 책들과는 다르게, 포괄적인 물질이야. 네게 보여주기 위해서 분자 구조도 이렇게 그려뒀어. 그저 이 튜브들을 모두 병렬적으로 정리하고, 끝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다음에, 지금껏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그 어느 것보다 더 길게 만들기만 하면 돼. 참 쉽지?” 해리가 그래프 용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등을 꼿꼿하게 편 헤르미온느가 종이를 받고, 몇번 훑어보더니, 인상을 썼다. “이것들 전부가 탄소 원자란 말야? 그리고 해리, 이 물질의 이름은? 어떻게 불리우는지 모르면 변신술은 성립되지 않아.”
해리는 짜증이 솟구친 나머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법의 이러한 부분에서는 아직도 익숙치가 않았다. 구조가 어떻고, 그게 무엇인지 알면 이름 따위 상관없지 않은가. “버키튜브라고 해, 다른 말로는 탄소 나노튜브라고도 하지. 풀러렌의 일종인데, 올해에 들어서야 최초로 발견된 물건이야. 강철보다 약 100배정도 질기고, 무게는 고작 1/6밖에 안하는 경이로운 물건이지.”
헤르미온느가 그래프 용지에서 눈을 떼며 경악으로 얼굴을 물들였다. “그런게 실존한단 말야?”
“어,” 해리가 말했다, “단지 머글 방식으로 만들려면 복잡할 뿐이지. 허나 만약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지구정지궤도, 가속의 개념으로 정리하자면 태양계의 반절 혹은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는 것도 꿈은 아냐. 태양열 발전식 위성을 부케마냥 내다버릴 수 있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헤르미온느는 좀처럼 인상을 펼 생각을 안했다. “안전한거야?”
“안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해리가 말했다. “버키튜브는 그저 그래파이트 시트가 원형의 튜브에 둘러싸인 것 뿐이야,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그래파이트는 연필의 흑연─”
“그게 뭔진 나도 알아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을 끊었다. 무의식적으로 곱슬거리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썹을 찌푸린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그래프 용지에 가있었다.
로브의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해리는, 양쪽 끝에 회색의 플라스틱 고리를 엮은 흰색의 실을 꺼냈다. 변신술을 가할 떄 한 개의 물건으로 취급하기 위해, 양쪽의 고리에다가 초강력접착제를 덕지덕지 바른 상태였다. 해리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시아노아크릴레이트(순간 접착제)는 공유결합을 이루고, 무량대수의 원자로 이루어져있는 이 세계에서 공유결합 이상으로 ‘고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준비되면,” 해리가 말했다, “한번 이 실의 끝에 다이아몬드 고리가 달린, 병렬적인 버키튜브로 변신을 시켜보도록 해봐.”
“알았어….”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해리, 분명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있는 기분이 들어.”
해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좀 피곤할 뿐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플라스틱 고리에 지팡이를 겨눈 헤르미온느가, 이내 조용히 집중했다.
그리고 반짝이는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 알이, 기다란 검은색 줄에 연결된 채 등장했다.
“…변화했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마치 환호성을 내지르려고 억지로 시도해보았으나 도중에 귀찮아져버린 것 같은, 신음성 비슷한 감탄사였다. “그래서…이젠?”
열정을 상실한 동료 연구원의 행동에 해리는 김이 팍 샜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 과정이 반대로도 가능하다면 그녀는 필시 기뻐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과연 이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봐야지. 얼마나 무게를 버티는지 실험해보자고.”
다이아몬드 막대를 사용한 실험을 행하기 위해 해리가 사전에 만든 지게가 있었다 ─ 물론 변신술을 사용해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형성해내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었다, 그저 영구히 보존되지 않을 뿐. 실험은 과연 변신술로 인해 다이아몬드 막대를 짧게 변형할 경우, 그 막대가 견디고 있던 안정적인 무게를 똑같이 견딜 수 있는가였다, 즉, 장력을 무시하고도 변신술을 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가능했다.
실의 한 쪽 고리에 작은 다이아몬드 한 알을 조심스럽게 끼워넣은 해리는, 연이어서 반대쪽 고리에 두터운 걸쇠를 부착하고, 걸쇠에다가 무게를 더하기 시작했다.
(위즐리 쌍둥이 형제에게 변신술로 이 장치들을 만들어달라고 해리가 부탁했을 때, 그들은 도대체 이런 물건들로 어떤 장난짓을 할지 도무지 상상조차 안 간다는 기이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별다른 말 없이 들어주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의 변신술은 대략 3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하니,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100킬로그램,” 얼마 안가 해리가 말했다. “만약 철이 이정도로 얇았다면 이것의 반조차도 견디지 못하겠지. 성능대로라면 이보다 배는 더 견딜 수 있겠지만, 100킬로그램이 지금 우리가 소지하고 있는 무게의 한계니까 어쩔 수 없군.”
다시금 침묵이 장내를 휘감았다.
기지개를 펴며 책상으로 돌아간 해리는, 의자에 앉아 경건하기 그지없는 일련의 행동으로 ‘버키튜브’라는 단어를 체크했다. “좋아,” 해리가 말했다. “적어도 이건 가능했어.”
“하지만 해리, 과연 이것이 쓸모있는 발견이었을까?” 두 팔로 턱을 괴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 말은, 설령 우리들이 이 물건을 과학자들에게 건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가 만들어낸 이 물건을 바탕으로 버키튜브를 양산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이걸 좀 봐 헤르미온느, 이 작고 가느다란 실이 이만큼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고, 방금 우리는 그 어떤 머글 연구소에서도 제련하지 못한 물건을 만─”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어떤 마법사라도 구조만 알면 이 물건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었겠지,”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제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마저 피로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해리, 아무래도 잘 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그러니까 우리들의 관계 말이지?” 해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좋았어! 그러니 당장 헤어지자.”
그 말에 그녀는 살며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우리의 연구말야.”
“헤르미온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심술궂게 인상을 구겨봤자, 내게는 귀엽게 보이기만 할 뿐인걸,”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해리, 이건 말도 안되는 짓이야, 나는 12살이고, 너는 11살에 불과하지. 우리 둘이서 역사상 그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마 고작 한 달조차 노력해보지 않은채, 마법의 궁극적인 비밀을 파헤지는 위대한 연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니?” 난 반대일세, 라고 말하는 듯이 해리가 언성을 높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또한 헤르미온느가 느끼고 있을 터인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쓸만한 발상들은 시종일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언급할만한 발견은 오직 ‘멘델리안의 법칙’(마법사와 머글의 관계에 관한 것. ‘믿음 속의 믿음’ 참조)이었지만, 그것조차 드레이코의 약속을 깨지 않고서는 헤르미온느에게 알려줄 수가 없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앳된 얼굴을 순간 너무나도 진중하고 어른스러워보였다. “우리들은 먼저 마법사들이 이미 알고 있는 마법들부터 배워야 한다는 거야. 충분히 사전 지식을 갖추고, 우리들이 호그와트를 졸업한 이후에 이런 일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게 말이지.”
“어….” 해리가 말을 흐렸다. “헤르미온느, 정말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백보 양보해서 만약 우리가 이 연구를 훗날로 미뤄둔다고 가정해보자. 자, 우리는 마침내 호그와트를 졸업했어, 그리고 졸업을 하자마자 즉시 치매 치료제를 변신술로 만들어보기로 했지. 근데 이럴수가, 바로 성공해버린거야. 그러면 우리는…그 뭐냐, 허망함? 멍청함? 이러한 수식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기분이 들겠지. 만약 우리가 아직 시도를 안해본, 그러한 것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말은 옳지 않아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듯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걸 사람에게 처방할 수는 없어! 우리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고,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잖아!”
아주 잠깐동안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만약 누군가에게 이제부터 너는 불사의 어둠의 마왕을 맞서야 한다고 듣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해보았다. 혹시 그녀도 그가 책을 읽으면서 수십번이고 욕하는, 자기 연민과 피해 의식에 가득찬 찌질한 ‘영웅’의 상으로 거듭나게 될까?
“아무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더 이상 이 일을 하기 싫어.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건 오직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
교실이 적막함에 휩싸였다.
서서히 두려움에 질려가는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보고, 해리는 그의 얼굴이 점차 차갑게 굳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미 해리가 그러한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덜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지도 모른다 ─ 과학적 혁명을 일으키기에 30이라는 나이는 좀 많게 느껴지며 20이면 딱 적당하게 느껴지고, 훗날 위대한 왕이나 장군으로 거듭날 17살이나 14살의 귀족 후계자들이 종종 박사 학위를 따는 일은 있어도, 고작해야 11살에 불과한 나이에 역사책에 실릴 만한 위업을 달성한 인물은 전무했다.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어른들이 못하는 일을 가능케 하라. 그게 네가 던지는 ‘도전’이지?”
“아, 아냐, 그런 뜻이 아니, 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네게 화가 난게 아냐,” 해리가 말했다. 허나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목소리는 냉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그래, 단지 모든 것에 화가 났을 뿐이지. 하지만 난 결코 질 생각은 없어, 헤르미온느. 패배가 항상 옳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반드시 성인 마법사라도 해내지 못할 일을 이루는 법을 알아내면, 네게 돌아오겠어. 어때?”
적막함이 이어졌다.
“…응,” 흔들리는 목소리로, 헤르미온느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조심스레 의자에서 일어서며, 그녀는 그들이 연구를 하고 있던 빈 교실의 출입구로 천천히 향했다. 그녀의 손이 문의 손잡이에 닿았다. “저기, 우린 여전히 친구지? 그렇지? 그리고 만약 네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같이 숙제를 하도록 하지,” 해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더 차가워져 있었다.
“어, 음, 그럼 이만,” 헤르미온느는 그렇게 말하고, 마치 도망치듯이 교실 밖으로 나가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
때때로 해리는 이 ‘암흑면’이 싫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그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마침 헤르미온느와 같은 생각, 즉 어린애가 성인이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을리 없다고 토로하고 있었던 그의 일부분이, 헤르미온느가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신랄하게 꺼내며 비아냥거렸다. 핫하, 이거 참 어처구니 없는 도전을 수락해버리고 말았구만 그래, 뭐 적어도 이번만큼은 넌 대차게 쪽을 당할게 분명하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가 있겠지 요 녀석아.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그의 일부분이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래, 일단 닥치고 내가 성공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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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다가왔지만, 해리는 상관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머니 속에서 영양 바를 꺼낼 시도조차 했다. 위가 공복에 골골거리는 건 참을 수 있었다.
마법세계는 작디 작았고, 마법사들은 과학자처럼 사고하지 않았고, 과학의 ‘과’자도 모르고, 주변 환경에 대해서 요만큼의 의심조차 가지지 않고, 취약한 타임머신을 보호할 장치를 고안할 생각도 안했으며, 퀴디치라는 괴상한 시합을 다루고, 영국 마법세계는 작은 머글 도시보다 더 작았으며,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학교라고 추앙받는 곳은 불과 17이라는 나이에 교육을 끝마치기까지 한다. 어리석은 짓은 그러한 의문점들에 고작 11살이라는 나이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들은 그들의 세계를 잘 깨닫고 있으며, 박식한 과학자가 쉽게 꿰뚫어볼 수 있는 손쉬운 방안들과 방법들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무작정 추정하는 것이다.
첫번째, 해리가 기억하는 마법의 ‘제약’들의 목록을 만들 것, 즉 마법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깨우쳐야 한다.
두번째, 과학적인 면모로 볼 때 사뭇 의아하거나 의심스러운 것들을 목록에서 체크한다.
세번째,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마법사가 꿈에도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못할 만한 것들을 목록에서 최우선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네번째, 연구를 바탕으로 그것들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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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의 테이블에서 맨디 옆에 앉은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간헐적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의 점심은 과일 두개 (토마토 조각과 껍질을 벗긴 귤), 채소 세 가지 (당근, 당근, 그리고 당근), 고기 한 종류 (몸에 좋지 않을 것이 뻔한 껍질을 곧 조심스럽게 제거할 예정인 디리코울 다리튀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먹고 난 후에 일종의 보상으로 준비한 자그마한 초콜릿 케이크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법의 약 수업때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이따금씩 그날의 악몽을 꿀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녀가 원흉이었고, 마치 그녀가 그 분노의 대상인 것처럼 다가왔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 차디찬 어둠과도 같은 시선이 거두어지기 전,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과는 다르게 그녀는 아직도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변신술의 기본적인 규율을 거스르지는 않…지 않았나? 그들은 액체나, 기체를 변신시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악마같은 방어술 교수님의 명령을 따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건 없었지만….
그 알약! 그건 섭취가 가능한 물건이 아닌가!
…아니, 엄밀히 말해 땅바닥에 그저 굴러다니고 있는 알약을 주워먹을만한 바보는 없다, 게다가 애초에 변신술이 성공하지도 않았고, 만약 성공했다면 그들이 피니테 인칸타템을 걸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리에게 이 사건에 대해 절대로 맥고나걸 교수의 앞에서 발설하지 않도록 경고를 해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변신술 수업에서 영원히 쫓겨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헤르미온느는 점차 위장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메슥거리는 것을 느꼈다. 견디다 못해 그녀는 점심이 담긴 접시를 그녀에게서부터 멀찍히 밀었다, 이 상태로 점심을 먹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그녀는 속으로 변신술의 원칙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어떤 이유라고 해도 결코 그 어느 것도 액체나 기체로 변신시키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어떠한 것도 음식이나 인체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물건으로 변신시키지 않겠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 알약을 변신시키려 시도하지 않았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이러한 사항들을 숙지해야했다…해리의 기발한 생각에 그녀도 모르게 휘둘려 동의하고 말았던 것이다….
메슥거림은 더욱 더 심해져만 갔다. 마치 당장에라도 무언가 깨달을 것만 같은 그런 기로에 서 있는 기분, 그래 마치 금방이라도 뒤바뀔 것만 같은 인식, 이를테면 노파의 얼굴로 변하기 직전인 여인, 두 개의 얼굴로 변할 것만 같은 꽃병의 그림─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변신술의 규율을 하나 둘씩 나열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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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 무수히 존재하는 공기를 종이 집게로 변신시키려는 것을 포기할 때 쯔음, 지팡이를 쥐고 있던 해리의 손아귀는 이미 핏기가 싹 빠진 상태였다.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종이 집게를 공기로 변신시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 반대로 변신시키는 게 과연 어디가 어떻게 위험할 수 있을까. 뭐 마법의 이론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가? 공기 또한 다른 물질처럼 실존하는 물질이 분명할 터….
뭐, 어쩌면 그 ‘한계’는 예상보다 일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공기는 체계적이지 못하다, 분자는 시도 때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돌아다니며 관계를 몇백 번씩 바꾸니까. 시전자가 그 물질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을 정도로 형태를 갖추지 못하거나 고정되어있찌 않다면, 변신술 자체를 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설령 고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 또한 미약하지만 꾸준히 진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패가 연이어이자, 해리는 점차 냉정해지며, 가면 갈수록 뿌옇기만 하던 전방이 뚜렷해지는 것만 같았다.
좋아. 다음.
오로지 전체를 또 하나의 전체로만 변신시킬 수 있다. 가령, 성냥 반쪽을 바늘로 바꿀 수는 없었다, 성냥 전부를 바늘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예전에 해리가 드레이코에 의해 교실에 갇히고 말았을 때, 벽의 일부분을 솜으로 변신시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문 자체를 다른 물건으로 변신시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 작은 일부분을 바꾸기 위해 호그와트 전체를 변신시켜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실로 병신 같은 짓 아닌가.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작디 작은 입자. 근접성이 결여되어있고, 이어지지 않은, 그저 전자력에 의해 결속되고 있는 작은 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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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브로클허스트가 포크를 입에 가져다말고 멈추었다. “응?” 이제는 비어버린 옆자리를 바라보며, 그녀가 맞은편에 앉은 수 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 헤르미온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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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그의 지우개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지우개를 이루고 있는 고무 전체에서, 작디작은 핑크색 부분만을 철로 바꿔보려고 노력한지 벌써 수십 번. 허나 지우개는 요지부동이었다.
분명히 정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 ‘개념의 한계’일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있고, 원자는 개별적인 작디작은 입자다. 단순히 고체라고 해서 정말 틈도 없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원자는 전자기장의 양자로 인해 공유결합을 일으키고, 간혹 근접거리에서 자력을 일으켜, 이온결합이나 반 데르 발스 힘을 일으킨다.
더욱 더 파고들고자 한다면, 원자의 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또한 독립된 개별적인 녀석이다.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들어있는 쿼크들마저 작디 작은, 독립된 개념이란 말이다! 요컨데 현실에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체’의 이미지에 정말로 부합되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 들여다보면 그저 무한과도 같은 숫자의 작은 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
게다가 자유적 변신술의 기초는 머리속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주문도, 몸짓도 필요없다. 그저 물질과는 개별적으로 형태의 개념을 떠올려, 물질에 그 형태를 도입시킨다. 그것과 지팡이와 인간을 마법사로 만드는 미지의 무언가가 합지면 신기하게도 변신술이 되는 것이다.
마법사들은 물건의 일부분만을 변신시킬 수 없다, 그들의 두뇌가 모든 물건을 ‘완전한 하나의 물건’이라고 인식하며, 아무리 완전해보여도 실상은 그저 작디작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지식이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지 않기에.
해리는 그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온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이 지우개가 실은 그저 원자의 집속에 불과하고, 이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금 그가 변신술을 가하려고 하는 지우개의 일부분 또한 그의 두뇌가 본능적으로 ‘무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과 별 다를 것 없는 ‘무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그 지우개의 일부분을 변신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변신술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있구만.
지팡이를 쥐고 있는 해리의 손아귀가 다시금 새하얗게 변색되어갔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실험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이제는 싫증마저 나려고 했다.
어쩌면 아직도 그의 두뇌의 무의식적인 면이 전체적인 시각으로만 사물을 판단하려고 하기에 변신술이 먹히지 않는 것일수도 있었다. 그는 지우개라는 이름을 가진 원자의 집합체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지우개의 일부분이라는 이름의 원자 집합체를 구상했다.
한단계 더 높여볼 차례다.
지우개의 귀퉁이를 지팡이로 더욱 더 강하게 짓누르며, 해리는 비과학적인 존재들이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허상을 꿰뚫어보려고 노력했다. 바로 의자와 책상, 공기, 지우개, 그리고 인간의 세계를.
공원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둘러싸는 주변환경은 실은 신경세포의 정보전달에 의해 우리의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청렴하고 화창한 하늘의 풍경은 상공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피질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고, 시각피질은 두뇌의 후두엽에 존재한다. 이 밝고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감각은 사실 우리들이 두개골이라고 부르며, 평생을 떠나지 않고, 자각하지도 못하는 그 고요한 동굴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만약 우리가 친구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그러니까 진짜 ‘인간’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악수를 권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두개골을 살짝 두드리며 “그 안쪽은 좀 어떻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인간의 정체고, 그들이 평생을 보내는 자그마한 공간이다. 고로 우리들이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원의 풍경은 실은 망막과 눈이 보내는 신호를 받은 두뇌 속의 신경세포가 해석해가며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불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이 실은 사악한 거짓말 따위라는 것은 아니다. 고정관념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장막에 덮힌 것이 아니라, 공원의 허상 너머에 존재하는 건 분명 진짜 공원임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허상이라는 것뿐이다.
해리는 교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
그는 지우개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의 두개골 속에 존재했다.
그는 그저 망막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며 뇌가 생성해나가는, 상상에 불과한 이미지를 경험하고 있을 뿐.
진짜 지우개는 그 이미지 속이 아닌, 다른 어디엔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진짜 지우개는 해리의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형태가 아니었다. 지우개가 틈이 없는 완전한 사물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그저 그의 두뇌 속, 즉 형태의 감각 통합과 공간지각을 통괄하는 두정엽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 진짜 지우개는 전자력에 의해 만들어진 공유결합으로 서로를 옭아매고있는 원자의 집합체이고, 그 근처에는 지우개-분자에 튕기며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공기 분자가 있다.
진짜 지우개는 까마득한 거리에 존재하고, 두개골 속에 존재하는 해리는 결코 그것을 만질 수가 없기에, 오로지 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허나 그의 지팡이에는 현실을 비틀정도의 힘이 내제되어 있었다, 오로지 해리의 선입견만이 발목을 잡을 뿐. 미지의 공간 저 너머에서, 해리가 ‘내 지팡이’로 인식하는 개념과 해리가 ‘지우개의 일부분’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러나 실은 원자의 집합체와 맞닿았다. 그리고 만약 지팡이가 해리가 ‘지우개 전부’라고 인식하고 있는 원자의 집합을 바꿀만한 힘이 있다면, 그 일부분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전히 변신술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를 드러내며, 해리는 한 단계 더 높였다.
지우개가 그저 틈이 없는 하나의 완전한 물체라는 해리의 무의식적인 개념은 당연하게도 개가 짖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마치 실제의 영토와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한 엉터리 지도와도 같은 것이다.
인간은 세계를 혼층적으로 구별해두었다, 각각의 나라가 돌아가는 법, 인간이 움직이는 법, 내장이 작동하는 법, 세포, 분자, 그리고 심지어는 쿼크마저.
‘지우개’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해리는 무심코 지우개를 관장하는 법칙, 즉 ‘지우개는 연필자국을 지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 더 화학적인 면모로 바라보자는 생각을 해야 비로소 해리의 두뇌는 ─ 마치 별개의 지식인 것처럼 ─ 고무 분자에 대해서 떠올린다.
허나 그 모든 것들은 그의 머리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비록 해리가 지우개를 관장하는 법칙에 대해 개별적인 사고를 지녔을지도 모른다고 해도, 지우개의 법칙을 물리적으로 개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해리는 현실을 각각 단계마다 인식이 틀린, 단계적인 다수의 조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건 지도에 그려진 형상일 뿐이며 진짜 영토는 그렇지가 않고, 현실은 오직 단 한 개의 단계로만 구성되어있다. 바로 쿼크, 기초적인 수학적 법칙을 따르는 통일된 저층의 개념이다.
뭐 적어도 이게 바로 해리가 마법에 대해 알기 전까지 굳게 신봉하고 있던 주장이었지만, 지우개는 마법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지우개가 마법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완벽한 물체로 이루어진 지우개의 존재는 하늘이 두쪽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지우개 따위가 현실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원자라고 우기고 싶어도 복잡한 구조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또한 무언가로 이루어져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복잡한 구조의 물건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지우개가 하나의 완전한 물체라는 해리의 사고는 잘못되었을뿐더러, 예의 그 지도와 영토 사이의 혼란 같은 상황이다, 지우개는 해리가 바라보는 다수의 단계적인 세계에서 개별적인 개념으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단일적인 현실에서 개별적인 요소로 존재할 수는 없다.
…여전히 변신술은 그의 노력을 비웃고있었다.
해리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변신술은 실패하더라도 성공한 것과 비슷한 피로감을 선사해주기에 일어난 현상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포기하면 차라리 자살해버리는게 나았다.
그래 빌어먹을, 이딴 19세기의 낡은 사고방식 따위는 개나 주라지.
현실은 원자라는 이름의, 여기저기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작은 당구공의 집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또한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다. 원자가 작디 작은 점과도 같은 개념이라는 상식은 사실 사람들이 장막 속에 가려진 현실의 추악하기 그지없는 기괴함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울 좋은 또 하나의 허상에 불과하다. 그 허상을 바탕으로한 그의 변신술이 지금껏 성공하지 못했던 건 당연하다. 그가 정말로 막대한 힘을 얻고자한다면 그는 인간성을 배제한 채, 생각의 틀을 강제해 양자역학의 진정한 원리를 정면으로 맞서야만 한다.
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다입자 배열적인 공간 속의 자욱한 진폭만이 있으며, 그의 두뇌가 아주 자신감 넘치게 지우개라고 믿고 있는 무언가는 사실 공교롭게도 인수분해가 적용되는 파동 함수의 인수다. 6이라는 숫자 안에는 3이라는 인수가 있다는 사실처럼 결코 개별적인 존재라고는 부르기 힘들기에, 만약 그의 지팡이가 얼추 인수분해가 가능한 파동 함수에서 인수에 개입해 변화시킬 수가 있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해리의 두뇌가 ‘지우개의 모서리’이라고 생각하는 그 좀 더 작은 인수 또한 개입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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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복도를 두 발로 강하게 차며 쏜살같이 달리는 헤르미온느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의 혈관 속을 누비고 있는 아드레날린의 강한 충격에 몸을 맡겼다.
이를테면 노파의 얼굴로 변하기 직전인 여인, 두 개의 얼굴로 변할 것만 같은 꽃병의 그림.
도대체 무슨 짓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버리고 만 것인가?
마침내 비어있는 교실에 도달한 그녀는 손이 땀에 절은 나머지 문의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양껏 힘을 주고 다시금 돌리자 이내 문이 열렸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인식한, 해리가 책상 앞에서 분홍빛의 작은 사각형의 물체를 바라보며 고심하는 광경─
─그리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거의 육안으로는 구별하기도 힘든 거리에, 그 엄청난 무게를 거뜬히 견디고 있는 검정색의 가느다란 실─
“당장 교실에서 나와 해리!”
순수하게 경악을 하며, 해리는 너무나도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나머지 넘어질뻔 했다. 가까스로 책상 위에서 분홍색의 작은 사각형 물체를 손에 쥔 해리가 이미 헤르미온느가 물러선 문 밖으로 번개같이 튀어나오는 순간, 그녀의 지팡이는 벌써 그 가느다란 실에 향해있었다 ─
“피니테 인칸타템!”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필사적으로 문을 쾅! 하고 닫는 순간, 교실 안쪽에서부터 약 100킬로 가량의 무게가 강렬하게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소음이 귓가를 때렸다.
그녀는 스스로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회장에서부터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이곳에 달려왔기에 온 몸은 땀으로 절어있었고, 다리와 종아리는 불에 덴 것처럼 아려왔다. 그토록 말하기 좋아했지만, 지금 당장 이 세상의 모든 갈레온을 준다고 하더라도 입 한번 달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눈을 몇 번 깜박거리던 헤르미온느는, 별안간 그녀가 서서히 뒤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의 힘이라도 풀린 것일까.
그 때, 해리가 넘어져가는 그녀의 몸을 가뿐하게 지탱해주며, 조심스럽게 복도 바닥에 앉혔다.
“…하아, 모, 몸은….” 그녀가 탈력감에 젖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 뭐라고?” 여태껏 그녀가 본 것중 가장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던 해리가 되물었다.
“하악, 몸은, 하아, 좀 어떠냐, 고….”
그 질문의 의미가 가슴 속 깊게 전달됨과 동시에 해리의 얼굴에 더더욱 막연한 두려움이 번져갔다. “벼,별다른 증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다행, 이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숨, 좀 잠시.”
잠시라고 말했지만 그녀가 숨을 고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해리의 표정은 여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그 편이 오히려 좋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번 기회로 생각을 좀 고쳐먹을지도 모르니까.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물’이라고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물병이 하나 튀어나왔고, 그녀는 마치 생명수라도 만난 듯이 벌컥벌컥 소리내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였다.
“우린 규칙을 어겼어, 해리,” 그녀가 메마른 목소리로 실성한 듯이 되풀이했다. “규칙을 어겼다고.”
“하….” 해리가 침을 삼켰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실험을 하면서 난 줄곧 변신술의 모든 규칙을 상정했는데─”
“넌 ‘이 변신술이 안전한가’라는 나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잖아!”
침묵이 일었다.
“그게 다임?” 해리가 물었다.
그녀로써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이해가 안 가, 해리?” 그녀가 울분을 토했다. “그 실은 작은 섬유질로 이루어져있어, 근데 만약 그게 다 풀려버리면? 뭐가 어떻게 될 지 누가 알아? 게다가 우린 무엇보다 맥고나걸 교수님과 상의를 하지 않았어! 아직도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 우린 변신술을 갖고 실험을 하고 있었어. 변신술을 갖고 시험을 하고 있었다고!”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래….” 해리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건 아마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인 나머지, 경고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겠네. 교수님들과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고 변신술 역사상 가장 기발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를 빈 교실에서 실험하지 말아라. 음, 당연하지.”
“자칫 잘못하면 우린 죽을 수도 있었어 해리!” 그러나 그렇게 격한 감정을 토해내면서도 헤르미온느는 그녀가 불공평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 또한 그와 같이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하지만 울화통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항상 차분하고 여유롭기 이를 데 없는 그의 행동거지가 곧 그녀의 상황판단능력을 저하시켜 이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맥고나걸 교수님의 깨끗한 경력에 흠집을 낼 수도 있었다고!”
“그렇지,” 해리가 긍정했다, “그러니 이 일은 되도록이면 교수님께 말씀드리지 않도록 할까?”
“당장 이 일을 멈춰야 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 그러면 곧 둘 중 누군가가 심하게 다치고 말거야. 해리, 우린 너무 어려, 적어도 아직은, 아직은 할 수 없는 일이야.”
그 말에 해리의 얼굴에 힘없는 미소가 번졌다. “어, 음, 그 말에는 약간 오류가 있는데, 헤르미온느.”
그리고 그가 내민 분홍색의 작은 사각형 물체, 즉 지우개의 모서리는 마치 금속처럼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나머지 헤르미온느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양자역학만으로는 부족했어,” 해리가 말했다. “시간의 개념을 초월한 물리학을 동원해서야 비로소 가능했어. 지팡이를 시간을 들여 변화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개별적인 과거와 미래의 현실의 관계를 형성시키는 매개체로 인식해야만 했지만 ─ 그래도 성공했어 헤르미온느, 물체의 허상을 꿰뚫어보는 데에 성공했다고, 내가 장담하는 데 이 초인적인 일이 가능한 마법사는 전세계를 통틀어서 아무도 없을거야. 설령 머글태생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양자역학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고 해도 그저 머나먼 별나라에 있는 헛소리로 치부할 뿐, 그것을 현실이라고,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던 세계가 허상에 불과하다고 받아들이지는 못할거야. 자, 이것 보라고, 나는 전체를 변화시키지 않고 지우개의 부분만을 변신시키는 것에 성공했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다시 지팡이를 들어, 지우개를 가리켰다.
찰나의 시간 동안 해리의 얼굴에 분노라는 감정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녀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피니테 인칸타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다음에 시도할 때는 맥고나걸 교수님과 상의부터 하도록 해.”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지만, 해리는 자신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이 짓은 그만둬야 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왜? 왜?” 해리가 반발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거야, 헤르미온느? 마법사들도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해! 마법사의 인구는 적어, 개중 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자는 더더욱 적지, 그 말인 즉슨 실험하기 가장 쉬울 법한 요소들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안전하지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말을 끊었다. “아직 마법에 무지한거나 다름없는 우리조차 새로운 발견을 할 수가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는 뜻이지! 우린 너무 어려 해리! 오늘은 그저 실수 한 번으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죽을 수도 있다구!”
그 말을 끝맺으며 헤르미온느가 흠칫했다.
해리는 그녀에게서부터 고개를 돌리며,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있는 숨을 고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제발 모든 것을 혼자서 하려고 하지마, 해리,” 그렇게 말하는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내가 플리트윅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하지 말아줘.
기나긴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러니까 너는 우리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거구나,” 해리가 마침내 입을 뗐다. 그가 목소리에서부터 묻어나오는 차디찬 격노를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저 ‘공부’만 말이지.”
지금 입을 여는게 그닥 좋은 선택일지는 확신이 안갔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어, 넌 양자역학을 공부했잖아, 안그래?”
해리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직시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껏 이 모든 연구를 할 수 시도할 수 있었던 건,” 헤르미온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네가 수많은 책들을 읽은 덕분이잖아. 그저 단순히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아니라.”
무어라고 항변하기 위해 해리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꾹하고 닫았다. 그의 얼굴에는 불만감이 가득했다.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 일단 공부를 하되, 그 와중 정말로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실험이 생각난다면, 교수님과 상의를 한 다음에 시도해본다고.”
“그건 좋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그녀가 이미 복도에 널부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점심이라도…먹으러 갈까?”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헤르미온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점심 그거 좋지.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온몸에 인상을 쓰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돌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해리가 그녀에게 지팡이를 가리키더니 주문을 외웠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눈 깜짝할세에 하체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과 무게감이 견딜만할 정도로 감소되는 것을 느끼며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해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완벽하게 허공에 띄우지 않아도 물체를 위로 들어올릴 수는 있어,” 그가 말했다. “그 실험 기억하지?”
헤르미온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풋 미소지었다. 분명 화를 내야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한층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회장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자, 해리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겨누며 뒤를 따라갔다.
그 이후 고작 5분 만에 그가 힘을 다해 마법이 해제되었지만, 마음만이라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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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덤블도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덤블도어가 사뭇 궁금하다는 듯이 그녀를 마주보았다. “혹시, 이해하셨나요?” 놀랍게도 호그와트 교장의 목소리는 벙쪄있었다.
확실히 그건 미네르바에게도 역사상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횡설수설한 외계어로 평생동안 기억될 정도였다. 심지어 이 말을 교장 선생님에게 들려주기 위해 그를 불러온 행동이 부끄럽기까지 했지만,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뇨, 죄송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깐깐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덤블도어가 말했다. 은색의 기다란 수염이 휘날리며, 노마법사의 시선이 다시금 다른 장소로 향했다. “네 말은 즉, 성인 마법사조차 불가능한, 아니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거로구나.”
그 세 명은 현재 교장님의 개인 변신술 작업실 안에 있었다. 그녀가 덤블도어에게 패트로누스를 보낸 직후, 그의 패트로누스가 돌아와 해리를 불러오라고 지시를 했던 것이다. 천장에는 광명이 원형의 방 중앙에 새겨진, 7개의 각을 지니고 있는 연금술의 문양을 비추었다. 그 문양이 먼지로 뒤덮혀있다는 사실이 미네르바를 조금은 슬프게 했다, 변신술 연구는 덤블도어의 가장 큰 흥미거리중 하나였기에. 요새 그가 굉장히 바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이제는 해리 포터가 얼마 안되는 교장님의 시간을 더더욱 쓸데없이 잡아먹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딱히 그녀가 해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가장 적절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집무실을 방문해, 방금 그가 변신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할 법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고 선언했으며, 그녀 또한 그녀가 알고있는대로 지극히 사무적이고 완벽한 절차를 밟았다: 미네르바는 우선적으로 만악의 근원인 해리의 입을 닫게 하고, 그녀가 교장님과 상의해 대화를 나누기 조금 더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소위 ‘실마리’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말기를 지시했다.
만약 해리가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일이 가능한지부터 다짜고짜 설명하기 시작했다면,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하기 좀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우신 건 이해가 갑니다,” 해리는 부끄럽다는 기색을 못내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교수님들의 속된 ‘상식’은 과학자들의 상식과 대립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상식’은 제가 보기에 과학자들이 마법사들보다 훨씬 더 깊게 깨닫고 있다고 확신하고요.”
덤블도어가 이 모든 매사를 지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기색만 보이지 않았더라면 미네르바는 벌써 한숨을 몇백 번을 토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해리가 언급한 그의 발상은 그저 무지함에서 비롯된 헛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철로 이루어진 공의 반절을 유리로 변화하는 순간, 공의 전체적인 형태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일부분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곧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과 일맥상통, 즉 전체의 형태를 다른 형태로 대체시키는 것. 아니 그 이전에 철공의 반절만을 변신시킨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란 말인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철공의 형태는 이전과 다를 게 없는데, 반절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이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가?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은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논리적인 오류로밖에 볼 수가 없단다. 어떤 물체의 반을 변화하는 순간, 전체를 변화시킨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그 말에 나도 동의하는 바란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영웅이니 혹시 모르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거뜬히 해낼지도.”
그러한 뜬금없는 발언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미네르바는 필시 눈알을 굴렸을 것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덤블도어가 말을 이었다. “어째서 통상적인 변신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는 지 짚이는 바가 있나요?”
미네르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우선적으로 그러한 개념 자체가 말 그대로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비논리적이었기에 살짝 버겁기는 했지만, 일단 주어진 것만을 놓고 전체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철공의 절반만에 가해진 변신술이라….
“둘 사이의 접점에서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걸까요?” 미네르바가 추론했다. “하지만 그건 물체의 전체에 변신술을 걸어, 두가지의 다른 형태를 지닌 또 하나의 전체로 바꾸는 것과 별다를 것이 없을텐데….”
덤블도어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생각도 그래요. 그러니까 해리, 만약 네 이론이 맞아 떨어진다면, 네가 하려는 행위는 전체 대신 일부분만에 변신술을 건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통상적인 변신술과 모두 동일한거니? 그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그렇죠,”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이 실험의 요점이니까.”
덤블도어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네르바, 이 실험이 과연 위험할지 단 한가지 이유라도 있을까요?”
“아뇨,” 스스로의 기억을 훑어보고 난 뒤 미네르바가 힘없이 부정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군요,” 교장이 말했다. “뭐 그럼, 따지고 보면 통상적인 변신술과 절차는 다를 것이 없고, 위험할 법한 이유조차 찾을 수가 없었으니, 2단계 정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적당할 것 같구나.”
다시 한번 미네르바는 속으로 놀랬지만, 달리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변신술에 있어서 덤블도어는 그녀의 대선배였으며, 지금껏 수천가지의 다양한 변신술을 실험해보면서 단 한번도 안전의 단계를 높게면 높았지 결코 낮게 잡지는 않았다. 심지어 변신술을 실전 전투에 자주 사용하면서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양반이지 않은가. 교장님이 2단계의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면 충충분한 것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절대적인 사실과는 무관하지만.
그 둘은 바로 결계와 탐지망의 설치에 착수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변신한 물체가 공기 중에 섞였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해주는 망이었다. 해리는 안전을 위해 접점이 굳게 닫혀 있는 완벽하게 밀폐된, 물리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의 방어막 속에 몸을 자리하고, 오로지 그의 지팡이 만이 그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호그와트 성내에 있는 한 자연발화 따위를 일으키는 물건을 바로 밖으로 순간이동 시킬 수가 없었지만 그와 버금가는 빠르기로 채광창 밖으로 방출시킬 수는 있었기에, 모든 창문을 밖으로 열었다. 조금이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즉시 해리 또한 다른 쪽의 채광창으로 강제 방출될 것이다.
그 둘의 신속한 작업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며, 해리의 얼굴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포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이 예방책들 중 대다수는 결코 실제로 쓰일 일이 없을 거다. 만약 우리들이 이 실험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애초에 너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이건 그저 지금껏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변신술을 시도해볼 때 밟는 의례적인 절차란다.”
침을 꿀꺽 삼키며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해리는 안전의자에 단단히 몸이 고정된 채 철로 이루어진 ─ 현재 그의 역량만 놓고 보자면, 30분 이내에 변신시키기란 요원한 지나치게 큰 철공에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또 몇 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미네르바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에 벽에 힘없이 몸을 털썩 기대었다.
해리의 지팡이가 겨누고 있는 공의 일부분이, 유리로 변해있었다.
거 보십시오, 라고 딱히 얼굴에 문대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해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부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곧바로 공에 분석 마법을 걸며 공을 관찰하던 덤블도어의 얼굴에는,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기이한 열망이 깃들고 있었다. 마치 30년은 젊어진 듯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대단하군,” 덤블도어가 말했다. “말했던 대로야. 전체를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일부분 만을 변신시키는 데에 성공했어. 그러니까 이게 그저 개념의 한계에 불과하다는 거니, 해리?”
“맞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저 ‘이건 개념의 한계다’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랄정도로 깊게 각인되어 있는 놈이에요. 전 지속적으로 오류를 발생시키고 있는 사고의 일부를 억누르고, 과학자들이 끝내 알아낸 현실의 근본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죠.”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덤블도어가 말했다. “내 예상이지만, 다른 마법사들이 이를 가능케 하려면 적어도 몇 달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만 하겠지? 그리고 혹 실례가 안된다면, 다른 물체들도 부분적 변신술을 적용해줄 수 있겠니?”
“첫번째 질문에는 뭐, 아마 그럴 것 같군요, 그리고 물론 적용할 수 있죠,” 해리가 말했다.
약 30분 가량 지나자 여전히 미네르바는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처음보다는 안전적인 면에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통상적인 변신술과 절차는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면은 제쳐두고.
“이쯤하면 충분할 것 같군요, 교장님,” 미네르바가 마침내 말했다. “아무래도 부분적 변신술은 통상적인 변신술보다 더욱 집중을 요구하는 것 같으니까요.”
“연습하면 조금 더 익숙해지겠지만,” 피로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탈진에 의해 새하얗게 질린 해리가 말했다, “네, 아무래도 교수님 말씀이 맞는 것 같군요.”
해리를 결계에서부터 꺼내는 과정이 약 1분정도 다 잡아먹은 이후, 미네르바가 그를 훨씬 더 푹신하고 편안한 의자로 인도했고, 덤블도어가 아이스크림 소다를 소환했다.
“정말 축하한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솔직히 말해 변신술이 결코 성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전부를 걸 자신마저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 정말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부족하구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나조차도 14살 이전까지는 변신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는 못했으니. 아마 도로테아 센자크 이후 네가 처음일거란다.”
“어, 감사합니다,” 조금 놀란 기색으로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고민하듯이 말했다, “이 경사스러운 일은 아무래도 비밀로 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구나,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해리,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말씀을 드리기 전에 이 발견에 대해 다른 누군가와 상의를 한 적이 있니?”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 해리가 말했다. “딱히 심문실이나 재판소로 넘겨버리고 싶은 맘은 쥐뿔도 없지만, 모 학생과 대화를─”
맥고나걸 교수의 입에서 경악성이 거의 포탄처럼 터져나왔다. “뭣이라고? 지금껏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변신술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된 전문가보다 일개 학생과 먼저 논했단 말이냐? 네가 얼마나 무책임한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니?!”
“죄송해요,” 해리가 힘없이 대꾸했다. “제가 안일했어요.”
과연 해리는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고, 그 광경에 미네르바는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해리는 그의 실수를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드시 비밀을 지키겠다고 그레인저 양에게 맹세를 받아두렴,” 덤블도어가 진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정말, 정말 마땅한 이유가 없거나 그들 또한 맹세를 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결코 발설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구나.”
“아…어째서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마침 미네르바도 같은 의문을 가지던 참이었다. 또다시 교장님은 그녀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냐면 너는 다른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말이지. 어쩌면 네게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이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그 가능성을 높여야만 하지. 부디 이번은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구나.”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혼돈의 카오스를 이루고 있는 속내를 완벽한 포커 페이스로 가장한 채, 맥고나걸 교수가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러도록 하거라, 포터,”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네가 변신시킨 물체의 정밀한 조사를 끝낸 후,” 덤블도어가 덧붙였다, “네가 철에서 유리로, 그리고 유리에서 철에 한해서 부분적 변신술을 연습하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그리고 그레인저 양의 관찰 하에서 말이지. 아마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변신술 이후에 찾아오는 후유증의 증상 비슷한 무언가라도 느껴지는 그 즉시 가장 가까운 교수님에게 말하렴.”
작업실을 떠나기 전, 문의 손잡이를 돌리다 말고 그가 뒤를 돌아 쭉 고민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이왕 왔으니 물어보는건데, 혹시 스네이프 교수님께서 뭔가 전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다르게라니?” 교장님이 되물었다.
미네르바는 가까스로 힘없는 미소를 감추었다. 어째서 세베루스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그가 악랄한 마법의 약 교수에게 반감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해리에게 세베루스가 사실은 아직도 네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기도 뭔가 생뚱맞고 어색했다.
“그러니까, 교수님의 행동거지가 좀 변화했거나 말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내가 아는한 그런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교장님이 천천히 말했다. “어째서 물어보니?”
해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가 답을 말해줌으로써 교장님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으니 그건 안돼요. 그냥 조금 더 주의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는 겁니다.”
어째선지 세베루스를 향한 그 어떤 질타와 비난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던 미네르바는 그 말 한마디에 등골을 타고 오싹한 불안감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해리는 작업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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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법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해리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을 한거죠? 전 그의 발상이 그저 불가능 그 자체라고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노마법사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져야 한다는 거예요, 미네르바. 만약 해리가 그러한 주장을 펼친다면 곧장 제게 보고하라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그것이 바로 볼드모트가 모르는 ‘힘’이기 때문이에요.”
미네르바가 그 말을 이해하기 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깨달음과 함께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오싹함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사이빌 트릴로니가 점술 교수직을 위해 보는 평범한 면접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힘을 가진 자가 오리라
그와 세 번 싸웠던 이들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며
일곱 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리라
어둠의 마왕은 그를 적수로 삼는 낙인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둠의 마왕이 알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리라
둘의 영혼은 하나의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기에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손에 사멸하리라
그 소름이 끼칠정도로 메아리 치던 저주 같은 예언이,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부분적 변신술 따위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아닐수도 있겠죠,” 미네르바가 설명하려고 노력하자 덤블도어가 말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저는 내심 볼드모트의 호크룩스가 숨겨진 장소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노마법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예언은 정말 까다롭기 그지없는 물건이에요, 미네르바,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면 안되죠.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소한 사실 하나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답니다.”
“헌데 세베루스에 대한 건 무엇을 의미했던 걸까요?” 미네르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저도 도무지 모르겠군요,” 덤블도어가 한숨을 쉬었다. “해리가 세베루스를 경계하고 있고, 직설적인 주장보다 개방형 질문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허나 만약 이 추측대로라면, 제가 그의 직설적인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리 없다는 해리의 추론은 정확해요. 지금 당장은 그의 말대로, 편견 없이 사태를 조금만 더 지켜봅시다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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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그 첫번째:
“저기, 음, 헤르미온느?” 해리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나, 아무래도 네게 몇 번을 사과해도 모자를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데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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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그 두번째:
자그마한 갈색의 콩을 들고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살덩이들에 대해 무언가 주절거리며, 그녀와 학우들을 위해 압박감 넘치는 강의를 하고 있는 마법의 약 교수를 바라보는 알리사 콘풋의 눈동자는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았고 기이하게 멍했다. 어째선지 학년 초부터 그녀는 마법의 약 수업에서 도무지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 사납고, 끔찍하며, 기름지기까지 한 그녀의 교수를 올려다보며 둘만의 특별한 징계의 시간을 망상하고는 했다. 이쯤되니 자신이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깨달은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망상을 멈출 수가 없었─
“아웃!” 이마에 느껴지는 통증에 알리사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스네이프가 갈색의 콩을 자비심 없이 알리사의 이마를 향해 튕겼던 것이다.
“콘풋 양,” 마법의 약 교수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예민하기 그지없는 약이고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자칫 너뿐만이 아니라, 학우들에게 또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 잠깐 남도록.”
그 마지막 말은 전혀 그녀의 망상을 끝내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녀는 아무도 약으로 녹여버리지 않고 수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수업 이후, 알리사는 그의 책상으로 접근했다. 사고의 일부분은 마냥 수줍은 듯이 볼에 홍조를 띄우고 조신하게 손을 등 뒤로 모아 깍지를 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그녀의 본능이 그러한 행동은 결코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마구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녀는 평정을 가장한 무표정을 만들고, 소녀다운 순진무구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 “교수님?”
“콘풋 양,” 채점하던 시험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스네이프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 애정에 답해줄 의무가 없으며, 가면 갈수록 네 괴이쩍은 시선이 불쾌해져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를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도록. 알아들었나?”
“네, 넵,” 알리사가 숨이 턱 막힌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스네이프가 그녀에게 이만 가도 좋다는 제스쳐를 보냈다. 알리사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채 얼굴을 잘 익은 토마토처럼 물들이고는, 도망치듯이 교실을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