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과제 3화
몸을 던져 해리에게 향하던 주문을 얻어맞은 소녀가 풀썩 쓰러지자, 빗자루가 공기를 가르며 스쳐지나가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고일의 메아리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루미너스!” 해리의 곁에 병사가 외쳤지만, 미처 시간 안에 외우지 못했기에 고일은 여유롭게 날아오는 주문을 회피했다.
카오스에게는 여섯 명의 병사가 남아있는 반면 드래곤 군대에게는 오직 둘밖에 남지 않았지만, 문제라면 개중 한 명은 무적이나 다름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세 명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벅찬 상대라는 것이다.
모든 드래곤들을 합친 것보다 고일 한 명에게 입은 피해가 훨씬 더 컸다. 빗자루를 어찌나 잘 다루는지 공중을 번개처럼 치고 빠져 모든 공격을 회피하면서도, 간간히 날카롭게 주문을 쏘아대기까지 했다.
해리는 고일을 저지할 수 있을 방도를 찾아봤지만 모조리 위험성이 짙었다, 심지어 속력을 늦추기 위해 부양 주문을 (지속효과가 있었기에 훨씬 더 쉽게 적중시킬 수 있다) 거는 것조차 자칫 잘못하면 그가 빗자루에서 떨어질 수가 있기에 안되었다. 사물을 던져 격추시키는 것도 위험하고…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념이 이어지자, 해리는 피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이건 놀이일 뿐. 반드시 상대방을 죽이는 전투가 아니야 해리. 고작 놀이를 위해 창창한 미래를 내던져버리지는 말라고….
해리는 서서히 고일의 정형화된 양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가 빠지고, 어디서 그가 선회하는지 집중 끝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 어디를 공격해 망을 구축하면 고일을 격추시킬 수 있는지도 점차 확신이 가기 시작했지만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시간도 없었고, 설명할 시간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명령을 이행할리도 없었으며, 이제는 그 명령을 수행할 인원도 부족했다─
이렇게 질 순 없어, 고작 일개 병사에게 전군을 잃을까 보냐!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으로 비행하던 고일이 신들린 것처럼 빗자루를 선회시켜 살아남은 해리와 그의 병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옆에 서있던 병사가 긴장하며, 언제라도 장군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릴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에라 모르겠다.
지팡이를 치켜들며 해리는 고일의 정형화된 패턴을 순식간에 머리속에 그렸다. 그리고 그의 입이 열리며, 비명과도 같은 고함이 튀어나왔다─
“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루미너스─”
----------------------------------------------------------------------------------------
눈을 뜬 해리는, 그가 마치 쓰러진 영웅마냥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으고 지팡이를 쥔채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천천히, 해리는 상체를 일으켰다. 마법이 들끓는 것만 같았다, 기묘한 감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쾌한 것도 아니다, 마치 고단한 육체 노동 이후에 찾아오는 무기력함과 통증처럼.
“장군이 깨어났다!” 누군가가 외치자, 해리는 눈을 껌벅이며 목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네 명의 병사들이 각기둥형의 빛나는 물체를 지팡이로 형성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해리는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래…수면 주문에 적중당한게 아니라 그저 탈진했던 것 뿐이니, 눈을 떠도 전투에서 제외되지는 않는 것이다.
해리는 그가 이런 꼬마들의 놀이 따위에 마법을 소모해 고갈시켜 기절하지 말라는 훈계를 ‘어느 누군가’에게 들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암흑면으로 빠지려고 했을 때도 고일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순간 깨달음이 번개처럼 해리의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그는 황급히 그가 왼쪽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던 철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박혀있던 조그마한 다이아몬드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그가 쓰러져있던 자리에 웬 마시멜로가 떨어져있자 그는 무심코 욕설을 할 뻔했다.
무려 17일 동안이나 저 변신술을 유지시키고 있었건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금 일어난 것이 다행이다. 만약 오늘이 14일 후였고 이미 맥고나걸 교수님이 그의 아버지의 돌을 변신시키는 것을 허락한 뒤였다면 아마 그는…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중요 체크: 마법을 완전히 고갈시키기 전에 우선 반지부터 빼놓고 보자.
해리는 다소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법을 고갈한다고 해도 딱히 근육통이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무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건 충분히 몸을 피로시켰다.
그리고 그는 드레이코 말포이를 감싸며 일렁이는 구체를 보고 몸을 경직시켰다. 지팡이를 치켜들어 방어막을 유지한 그가, 해리에게 냉소를 지었다.
“다섯 번째 병사는?” 해리가 물었다.
“어….” 당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소년이 해리에게 대답했다. “수면 주문을 발사했지만 튕겨나가 라벤더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분명 각도상 그런 일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드레이코가 실드 안에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한번 추측해보지,” 드레이코의 눈을 직시하며 해리가 말했다, “그 합동마법은 프로 마법 군인들의 진형이겠지? 그러니까 손만 멀쩡하다면 움직이는 목표물을 손쉽게 적중시킬 수 있고, 단체로 움직이면 실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공격도 가능한 숙련된 군인들 말이야. 아마 네 병력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겠지. 안그래?”
드레이코가 미소를 싹 지우고 인상을 굳혔다.
“참고로,”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의미를 주변에 그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해리가 가볍게 말했다, “우상을 따라하기 전에 먼저 그의 행동에 의문을 갖고, 그 행동의 의미, 그리고 과연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옳은 것인가를 고려하는 건 말할 필요조차 없이 당연한 일이지. 현실에서 이걸 안하면 그냥 바보라고. 아, 그리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주제에 뭉쳐있기까지 하는 목표물을 굳이 만들어준 건 고마웠어.”
드레이코가 이미 그에 관한 충고를 해리에게서 들었기에, 아마 해리가 그를 순혈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부터 해방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알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도 해리가 의도한 바. 이러한 말을 함으로써 다음주 토요일에, 권위에 의문을 갖는 것은 그저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당연한 처사라는 것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처음에는 개인, 그리고 나아가서 단체에게 행한 실험들을 언급한다. 속도의 중요성에 관한 그의 주장이 실제로 옳았으며, 드레이코에게 이 구사법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게 그의 뇌에 각인시켜야만 했다.
“아직 네가 승리한 건 아냐, 포터 장군!” 드레이코가 으르렁거렸다. “어쩌면 시간이 달아나, 퀴렐 교수님이 무승부를 선언할 수도 있지.”
그것이 바로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전쟁은 퀴렐 교수가 주관적으로 한 세력이 납득이 갈만한 승리를 점했다고 판단했을 때야 비로소 끝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승리의 절대적인 조건은 없었다, 그런게 있을 경우 해리가 곧바로 그걸 악용할 것이 뻔하니까. 해리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해리는 지금 당장 퀴렐 교수가 전쟁의 끝을 선포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드래곤 군대의 마지막 남은 병사가 카오스 군단 다섯 명을 몰살시킬 수 있을수도 있으니까.
“그래,” 해리가 말했다. “아무나 말포이 장군의 방어 주문에 대해 아는 사람 있나?”
드레이코의 행동과 언동 등으로 볼 때 그의 실드는 ‘프로테고’에서 비롯된 마법이었지만 수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개중 가장 치명적인 건 바로 시전자가 실드와 함께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장점이란 ─ 혹은 해리의 관점에서 볼 때, 단점이란 ─ 쉽게 습득할 수 있고, 쉽게 시전할 수 있으며, 장기간 유지하는 데 용이하다는 것.
허물어뜨리기 위해서는 공격 마법으로 박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아하니 드레이코는 투척물이 반탄되는 각도를 조정해 기묘하게 만들어놓았다.
순간 해리는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로 실드 위에 무거운 바위 수 개를 올려 압력을 가해 터뜨린다는 생각을 했지만…실드가 박살남과 동시에 바위가 드레이코를 향해 떨어질 수도 있었고, 오늘의 목적은 적군의 장군을 반죽음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해리가 다시 물었다. “장벽 돌파 마법 같은 게 있나?”
있었다.
시전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드레이코가 실드 안에서 다시 씨익하고 웃었다.
해리는 반탄되지 않는 공격 마법이 존재하는지 물어보았다.
보아하니 전기 충격이 실드에 반탄되는 대신 오히려 흡수되는 모양이었다.
…전기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드레이코가 낄낄거렸다.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분히 과장된 몸짓으로 지팡이를 지면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해리는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아예 그가 직접 가서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실드를 깨부수겠다고 주변에 선언했다. 그 이외의 병사들은 실드가 깨지는 즉시 드레이코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카오스 군단원들은 초조한 기색이었다.
드레이코의 얼굴은 평온했다기 보다는, 감정을 숨기고 있는 듯 했다.
해리의 주머니에서 접혀있는 얇은 천이 튀어나왔다.
일렁이는 실드 앞에 앉아, 해리는 천을 머리에 뒤집어 써 드레이코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해리의 주머니에서 자동차 배터리와 점퍼 케이블이 나왔다.
…딱히 마법 연구의 새시대를 열기 위해 머글의 세계를 완전히 등지거나 할 건 아니었으니, 그 과정에 전기를 생성할 방법을 몇가지 마련해두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얼마 안가 혼돈의 군단원들은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천 속에서 치지직거리며 전기가 튀는 소리를 들었다. 일렁이는 실드가 밝게 빛을 뿜기 시작하자, 해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집중하도록, 지팡이는 말포이 장군을 향해.”
드레이코의 얼굴에 짜증과 답답함, 분노 등 희로애락이 번져갔다.
그를 향해 미소지으며, 해리는 입만 벙긋했다. ‘나중에 알려줄게.’
그리고 그 순간, 소용돌이치는 녹색의 빛이 숲 속에서부터 발사되어 드레이코의 실드를 강타했다. 날카로운 유리파편이 깨지는 소음이 주변을 장악하자, 드레이코가 비틀거렸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순응하지 못한 해리는 헐레벌떡 점퍼 케이블과 배터리를 주머니에 우겨넣고는, 천을 내팽겨치며 지팡이를 잡고 일어섰다.
그의 병사들도 황급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었다.
“콘테고,” 해리가 읊자 그의 병사들도 곧 따라했지만, 해리는 도대체 실드를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조차 분간이 안갔다. “어느 쪽에서부터 왔는지 혹시 본 사람?” 병사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말포이 장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그레인저 장군을 잡았는지 물어봐도 되겠어?”
“물론 안되지,” 드레이코가 씹어뱉었다, “실례인 걸.”
이런 미친.
해리의 두뇌는 즉시 가속을 했다. 드레이코는 실드 안에, 그리고 반은 탈진, 해리도 탈진, 헤르미온느는 숲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이 분명, 해리를 포함해 다섯의 카오틱이 생존….
“이봐, 그레인저 장군,” 해리가 크게 외쳤다, “사실 네가 정말로 현명했으면 내가 말포이 장군과 전투를 끝내기를 기다려야 했어. 남은 생존자들을 한번에 몰살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어딘가에서부터 마녀같이 찢어지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해리는 얼어붙었다.
그건 헤르미온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울하고, 지독할정도로 섬뜩하기 그지없는 군가가 사방에서 조용하게 술렁거렸다.
“두려워 마, 울지도 마,
나쁜 아이만이 다칠 테니까….”
“그레인저가 반칙을 했어!” 실드 속에서 드레이코가 격분했다. “병사들을 깨웠다고! 어째서 퀴렐 교수님은─”
“추측해보지,” 위장이 서서히 뒤집어지는 것을 느끼며 해리가 느릿하게 말했다. 지는 건 정말, 정말이지 끔찍했다. “아마 그레인저 병력과의 전투는 무지하게 쉬웠겠지? 쏘는 족족 픽픽 쓰러졌을 거야, 안그래?”
“그래,” 드레이코가 긍정했다. “한번에 전원을 말살시켰─”
번개 같은 깨달음이 드레이코와 카오스 군단원들의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제히 경악했다.
“아니,” 해리가 부정했다, “말살시키지 못했어.”
위장복을 입은 인영이 숲 속에서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었다.
“동맹?” 해리가 물었다.
“동맹,” 해리가 말했다.
“좋아,” 그레인저 장군의 목소리와 함께, 소용돌이치는 녹색의 빛이 광선처럼 숲에서부터 쇄도해 드레이코의 실드를 산산조각내버렸다.
----------------------------------------------------------------------------------------
그레인저 장군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전장을 살펴보았다. 선샤인 병사들은 겨우 아홉이 남았지만, 적군의 잔존세력들을 상대하기에는 넘치도록 충분했다, 더욱이나 패르바티와 안토니, 그리고 어니가 이미 살려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데려오도록 명령한 포터 장군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으니까.
물론 나쁜 짓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는 정말, 정말 고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속임수가 있었던거야, 그렇지?” 울분이 가득찬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속임수가 분명히 있을거야. 한순간에 완벽한 장군으로 변신할 수는 없어.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은 불가능해. 넌 그 정도로 슬리데린이 아니라고! 무엇보다 그런 섬뜩하면서도 멋진 군가는 뭐야!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모든 일에 완벽하지는 않다고!”
그녀의 선샤인 병사들을 곁눈질한 그레인저 장군은, 다시 해리를 직시했다. 아마 전부 바깥에서 화면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겠지.
그리고 그레인저 장군은 말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가능해.”
“내 살다살다 이런 개─”
“솜니움.”
말조차 끝맺지 못한채 해리는 풀썩 쓰러졌다.
“선샤인 승리,”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마치 사방에서부터 울려퍼지듯이 커다랗게 메아리쳤다.
“착한 세력의 승리야!” 그레인저 장군이 기쁘게 외쳤다.
“만세!” 선샤인 병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심지어 그리핀도르 남자아이들도 자부심 가득하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전투의 교훈은?” 그레인저 장군이 물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선샤인 연대의 생존자들은 승리의 기쁨에 행군하며, 예의 그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두려워 마, 울지도 마,
나쁜 아이만이 다칠 테니까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이 보살펴주는
진실된 집으로 보내줄게,
누가 물어보기라도 하면 말해,
그레인저의 선샤인 연대가 보냈다고!
여파:
----------------------------------------------------------------------------------------
장군의 집무실에서 해리는 답답하다는 듯이 왔다갔다거렸다. 뚜벅뚜벅거리며 방 안에 그의 걸음소리가 울렸지만, 어차피 이런 용도 외에는 쓸모도 없는 바닥이다.
어떻게?
어떻게?
헤르미온느는 그 전투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첫시도에, 아직 그녀의 본성이 흉포하게 변하지도 않았을 때, 자동으로 훌륭한 사령관으로 변모하는 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군사 역사책에서 병법을 연구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지만 단지 그 작전뿐만이 아니라, 적군의 퇴각을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게 병력을 분산시키기까지 했다, 그 말인 즉슨 그나 드레이코보다 병사들을 훨씬 다 인솔했다는 것….
퀴렐 교수가 그녀를 돕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뜨렸나? 택티쿠스 장군의 일기장이라도 선물한건가?
무언가 잊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허나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도 전혀 잡히지를 않았다.
마침내 해리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진전이 없었기에, 차라리 헤르미온느나 다른 이에게 다음 전투까지 장벽 돌파 주문을 배워두기라도 해야 했다 ─ 퀴렐 교수는 해리에게, 유쾌하다면서도 경고섞인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가 주는 것을 제외한 그 어떤 마법 물건도 금지”라고 주의를 주었다, 마법하고는 연관이 없는 머글의 기술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게다가 해리는 다음 전투까지 고일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두어야 한다….
장군일 경우 전투는 무엇보다 퀴렐 점수에 커다란 가산점을 주었고, 해리가 퀴렐 교수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빡세게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
슬리데린 기숙사의 개인실에서, 드레이코 말포이는 마치 책상 앞의 단조로운 벽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물체인 것 마냥 멍하니 초점없는 눈빛으로 응시했다.
어떻게?
어떻게?
사실 교활한 계략이 늘 그렇듯이 돌이켜보면 그만큼 뻔한 작전도 없었지만, 그레인저는 교활한 인간이 아니다, 아니 아니여야만 했다! ‘기초 사격 마법’조차 꺼려할정도로 후플푸프적인 년이! 약속에도 불구하고 퀴렐 교수가 조언을 해주었거나, 아니면….
그리고 드레이코는 한참 전에 해두었어야 했던 행동을 했다.
그레인저를 만난 직후에 했어야 했던 행동.
해리 포터가 조언을, 그리고 그를 단련시켰을 때, 그는 그 법도를 뇌가 현실에서도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며 경고했었다. 오늘 이 날까지 드레이코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해리가 예전에 이미 가르쳐준 것들을 만약 사용했었다면 오늘 그가 저지른 모든 실수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드레이코는 소리내어 말했다, “나는 내가 혼란스럽다는 것을 인지했다.”
합리주의자로써 지니는 강점은 바로 현실보다 허구에 더 혼란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드레이코는 혼란스러웠다.
고로, 그가 아는 무언가가 실은 허구라는 것.
그 모든 것이 그레인저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고로, 아마 그녀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나는 너희들 몰래 그레인저 장군을 돕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맹세를 하도록 하지.
끔찍할정도로 섬뜩한 깨달음과 함께, 드레이코는 책상에 쌓여있던 종이을 마구잡이로 파헤쳤고, 이내 종이 한 장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곳에 적혀있었다.
각각의 세 군대에 할당된 병력과, 장비들의 목록에.
빌어먹을 퀴렐 교수 같으니!
심지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선샤인 연대의 집무실에 쏟아지며, 자리에 앉은 그레인저 장군을 비추어 황금색의 아우라를 자아냈다.
“말포이가 깨닫기까지 걸릴 예상 시간은?” 그레인저 장군이 물었다.
“길진 않을거다,” 자비니 대령이 대답했다. “어쩌면 벌써 알아챘을 수도 있겠지. 포터가 깨닫기까지 걸릴 예상 시간은?”
“평생,” 그레인저 장군이 말했다, “말포이가 알려주거나, 그의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이상은 말이지. 해리 포터는 절대로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정말이야?”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서 론 위즐리 대위에게 체스로 엉망진창으로 박살나고 있는 어니 맥밀란 대위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물론 전에 말포이가 퇴장한 즉시, 숨겨두었던 테이블을 다시 가져왔다) “아니 내가 보기엔 정말 뻔한 생각인 것 같은데. 설마 모든 작전과 계략을 혼자서 짜려고 하는 사람이 있겠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즉답했고, 그와 동시에 자비니도 말했다, “말포이.”
“말포이는 순전히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지,” 자비니가 말했다.
“그리고 해리는…사람들 대부분을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사실 조금 슬픈 진실이었다. 해리는 매우, 매우 외로운 시절을 보낸 것이다. 딱히 그가 오로지 천재들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헤르미온느의 군대에서 헤르미온느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가 쓸만한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간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골드스타인과 위즐리 대위는 다음 전투를 위해 전략을 구상해줬으면 해. 맥밀란 대위와 수잔은 ─ 미안, 내 말은 맥밀란과 본즈는 ─ 전술과, 시도해볼만한 훈련을. 난 생각할 겸 산책을 다녀오겠어. 자비니, 같이 갈꺼니?”
“네, 장군님,” 자비니가 딱딱하게 대꾸했다.
명령이 아니었다. 헤르미온느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익숙해지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퀴렐 교수의 긍정적과 부정적인 자극제로 충분히 12월, 그러니까 처음으로 ‘배신 행위’가 허가될 때까지 슬리데린의 충성을 유지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퀴렐 교수의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무엇을 할지도 아직 생각해두지 않았다. 뭐, 시간이 나면 맨디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기로 헤르미온느는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