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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날




이 소설은 연속극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과학적인 요소들은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과학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떠나 캐릭터들 간의 이상과 믿음은 작가의 그것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주인공이 행하는 모든 행동들이 결코 현명한 것은 아닐뿐 더러, 주인공에 반하는 악의적인 세력의 조언, 믿음 또한 진지하게 고려하시는 것은 큰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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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월광 아래, 은빛의 무언가가 아스라히 빛난다.

(추락하는 검은색의 망토들)

…피가 폭포처럼 솟구치고,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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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감싸는 벽을 다시 한번 감싸는 수많은 책장들. 모든 책장들은 여섯개의 책꽂이로 나뉘어져 있고, 그 높이도 가히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크다. 어떤 책장들은 과학, 수학, 사회, 기타등등의 양장 제본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다른 책장들은 두개의 겹으로 종이책의 공상 과학 소설들을 꼼꼼히 쌓아놓고 책들의 뒷부분은 낡은 휴지 상자 또는 작은 재목에 받쳐져 있어서 뒷면이 책들의 앞면 위에 보이게끔 해놓았다. 그것마저 모자른지 상 위에마저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소파, 심지어 창문틀에 까지 곂곂이 쌓여 있다.

이 풍경이 바로 저명한 마이클 베레스-에반스 교수와 그의 부인, 페투니아 에반스-베레스, 그리고 그들의 양자 해리 제임스 ​포​터​-​에​반​스​-​베​레​스​ 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의 상에는 편지 한 통, “H. 포터 군에게” 라고 쓰여 있는, 에메랄드빛 잉크로 쓰인 노르스름한 양피지 봉투가 있다.

교수와 그의 부인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보였지만, 결코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교수는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무척이나 예의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니까.

“그 말 농담이지?” 마이클이 페투니아에게 말했다. 그의 어조는 페투니아가 그 얘기를 진담으로 했을까봐 두려워하는 어조였다.

“내 여동생은 마녀였어요.” 페투니아가 되풀이했다. 겁먹은 듯 보여도, 그녀는 굳건하게 말했다. “그녀의 남편은 마법사였어요.”

“헛소리도 정도껏 해!” 마이클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들은 우리 결혼식에 참석했어. 게다가 크리스마스 때도─”

“당신이 알아선 안된다고 말해서 그런거예요.” 페투니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실이예요. 제가 직접 봤─”

교수가 눈알을 굴렸다. “여보, 당신이 그런 부류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알아. 당신은 얼핏 불가능할 것 같은 것을 훈련된 마술사가 얼마나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지를 몰라. 내가 해리에게 숟가락 구부리는 법을 가르쳤던 거 기억 안나? 또 겉으로는 그들이 독심술을 구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콜드 리딩(cold reading)’ 이라는 것으로─”

“숟가락 구부리는 것 같은게 아니라─”

“그럼 도대체 뭐길래?”

페투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돼요, 도저히 말 못하겠어요. 말 하면 당신은 절─” 그녀는 침을 삼켰다. “들어봐요 마이클. 전 원래─항상 이렇지 않았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잘빠진 몸매를 가리켰다. “릴리가 이랬어요. 제가─제가 애원했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전 그녀에게 애원했어요. 릴리는 항상 저보다 아름다웠고, 그리고 전…그것 때문에 모질게 굴었는데, 그녀는 마법을 배웠어요. 제가 그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아요? 그 마법을 써서 절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녀의 마법을 가지지 못한다면, 최소한 예쁘기라도 했으면 했어요.”

눈물이 페투니아의 눈가에 고여갔다.

“그리고 릴리는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가면서 안된다고, 언니에게 잘해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식으로, 아니면 켄타우로스가 안된다고 했다고─코웃음을 칠정도로 괴상한 변명들에 전 그녀를 한층 더 증오했어요. 전 졸업하고 나서 버논 더즐리 라는 뚱뚱한 남자애랑 사귀고 있었어요. 대학에서 저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던 남자였죠. 그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고, 장남을 ‘두들리’ 라는 이름으로 짓겠다더군요. 도대체 어떤 부모가 자기 아들을 ‘두들리 더즐리’ 라는 이름으로 짓고 싶겠어요? 제 암울한 미래가 파노라마 처럼 스쳐지나가는 듯 했고,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졌어요. 전 제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 만약 절 도와주지 않는다면 전 차라리….”

페투니아가 멈췄다.

“어쨌든.” 조그마해진 목소리로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녀는 항복했어요. 릴리는 저에게 위험하다고 경고했고, 이미 잃을 것도 없는 저는 어떤 물약을 마셨고 몇주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회복되자 피부가 매끄러워졌고 살도 탄탄하게 붙고 ​그​리​고​…​아​름​다​워​졌​어​요​.​”​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 이후에는 저는 도저히 제 동생을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그녀의 마법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을 알고는….”

“여보.” 마이클이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그때 아팠고, 침대에서 쉴 동안 살이 붙은거고, 피부는 자연스럽게 변한 거야. 아니면 아픈 것을 계기로 식단을 영양식으로 바꾸었거나─”

“그녀는 마녀예요.” 페투니아가 되풀이했다. “제가 직접 봤어요.”

“페투니아,” 마이클이 말했다. 그의 어조에는 명백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말도 안된다는 걸 알잖아. 내가 꼭 그 이유를 설명해야 겠어?”

페투니아는 손을 비틀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다. “여보, 내가 말싸움으로 당신에게 못이긴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제발, 이번만큼은 절 믿으─”

“아빠! 엄마!”

부부는 말을 멈추고, 마치 거실에 또 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해리를 응시했다.

해리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엄마, 엄마의 부모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죠?”

“그렇지.” 어안이 벙벙한 듯 페투니아는 말했다.

“그럼 릴리 아주머니가 편지를 받았을 때는 엄마 집안에 마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겠네요? 어떻게 그들을 설득했죠?”

“음…” 페투니아가 말했다. “편지만 보낸게 아니란다. 호그와트의 교수님을 보냈어. 그가─” 페투니아의 눈이 잠시 마이클에게 머물렀다. “그가 우리에게 마법을 보여줬지.”

“그럼 이 논제 가지고 서로 싸우지 않으셔도 되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이번만은 제발 자신의 말을 듣기를 희망하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호그와트의 교수님을 불러 직접 마법을 보여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사실이라면 아빠는 그것을 인정하고, 아니라면 엄마는 거짓을 인정하는 거죠. 실험이 왜 있겠어요? 서로 억지를 부리는 것 보단 실질적인 결과만으로 판단하게 해주는 방법이잖아요.”

교수는 몸을 돌려 여전히 미심쩍은 듯한 눈빛으로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해리. 마법이라고? 나는 네가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네가 10살이라는 사실은 제껴두고서도. 마법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과학적’이라고 해도 좋은 거라고!”

해리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는 아마, 대부분의 유전적 아버지가 아들을 대해주는 것보다 더욱 사랑을 받고 자랐을 것이다. 해리는 유수의 초등학교에 보내졌고, 그것이 썩 잘 되지 않자 과외 선생에게 보내졌다. 해리는 언제나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걸 공부할수 있도록 장려받았으며, 사고 싶은 책도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아마도 마땅히 받았어야 할 존중을 제외한 합리적인 것들 것 전부 받았다. 옥스포드의 생화학 명예교수가 어린 꼬마의 말 정도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자기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듯 하면 그건 ‘관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좋은 부모’가 해야할 행동이기에. 하지만 10살 먹은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씩, 해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엄마.” 해리는 말했다. “이 논쟁에서 아빠에게 이기려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제 2장을 읽어보세요. 거기에 철학자들이 과학이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토론하는 인용구들이 있는데, 그건 다 개소리라고 해요, 왜냐하면 과학에는 사실 관측이 최후의 결정자이고, 그냥 세계를 관찰해 보고 보이는 그대로를 얘기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있어요. 어…과학에서는 격렬한 논쟁이나 물리적인 논쟁 대신 실험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증거를 찾으려면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한데….”

그의 어머니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해리, 고맙지만…”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 아빠와의 논쟁에 이기고 싶은게 아니란다. 나는 단지 내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는 아내의 말을 한번만 들어보고, 믿어줬으면 좋겠어….”

해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가망이 없다. 그의 부모 두명 모두 가망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죄책감이 들게 하려고 하고 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바보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그에게는 매우 자주 보는 전형적인 부부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전 이만 방에 갈래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해리는 선언했다. “엄마 아빠, 이 문제를 가지고 너무 싸우려고 들지는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어떻게 될지 알게 될테니까요. 네?”

“물론이지 해리.” 페투니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입맞춤을 하며 그의 아버지가 말했지만, 해리가 계단으로 올라서자 그들은 다시금 싸움을 계속했다.

문을 닫은 해리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웃긴 일은, 실질적으로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동조를 해야 했었다. 그 누구도 마법에 대한 흔적, 증거를 본 적이 없는데, 그의 어머니의 말로는 아예 또 하나의 마법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 커다란 흔적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위장시킨단 말인가? 또 마법? 그건 뭔가 억지스러운 변명 같았다.

본래 이 논제는 어머니가 농담을 쳤든, 거짓말을 했든 미쳐버렸든, 순식간에 결론이 지어졌어야 했다. 만약 편지를 보낸 이가 그녀 본인이었다면, 왜 우표조차 없이 우체통에 편지가 들어있었는지 해명이 된다. 인간적으로서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미쳐버렸다고 납득하는게 마법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합리적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해리의 내면중 어느 부분은 호그와트 ​마​법​학​교​(​H​o​g​w​a​r​t​s​ School of ​W​i​t​c​h​c​r​a​f​t​ and ​W​i​z​a​r​d​r​y​)​에​서​ 온 편지를 발견한 그 순간부터 마법이 실존한다고 믿고 있었다.

얼굴에 음영을 드리우며 해리는 이마를 짚었다.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진실일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어느 책에서 본 충언이다.

이 괴이쩍은 ‘확신’은 어디서 온단 말인가…해리는 어느 순간부터 호그와트에서온 교수님이 집에 방문해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시연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수 있었다. 이 괴이쩍은 확신은 도무지 그 외의 ‘변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가령 애초에 없는 학교에서부터 교수님이 파견될리 없다는 가설이나, 그 교수님은 고작해야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 정도밖에 못하거나.

넌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거냐, 이 요상한 ‘예측’아? 해리는 자신의 뇌를 향해 사고를 돌렸다. 나는 왜 내가 믿는 것을 믿고 있는가?

평상시 해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것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낸 이 질문에 대해 자신의 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해리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해리는 책상에 있는 줄이 쳐진 종이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문에 붙어있는 금속판은 미는 법이고, 손잡이는 당기는 법이고, 시험할수 있는 가설은 시험되어야 한다.

존경하는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감님께

해리는 멈추고, 살펴보고, 망설임 없이 종이를 구겨 새것을 가져왔다. 샤프에서 몇 밀리미터의 심을 더 뽑은 다음 그는 심호흡을 했다. 이런 부류는 신중한 작법을 필요로 했다.

존경하는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감님께,

혹은 그외 담당자에게:

저는 최근에 H. 포터 군에게 통보된 호그와트 합격편지를 받았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오나 저의 유전적 부모님 제임스 포터와 릴리 포터(전 릴리 에반스)는 돌아가셨습니다. 이모인 페투니아 에반스-베레스와 이모부인 마이클 베레스-에반스가 저를 양자로 삼아주셨습니다.

정말로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저는 개인적으로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머니는 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으나 그것의 사용은 불가하고, 아버지는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 존재에 대해 의심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또한, 저는 합격통지서에 나열되어 있는 교과서들과 물품들을 어디에서 구입해야 될지 알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릴리 포터(릴리 에반스)가 호그와트에 합격되었을때 호그와트의 대리인이 직접 와 마법을 시연해 가족들을 납득시켰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또한 추측하컨데 그녀가 학용품들을 구입하는 데에 도움도 주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가족에게도 같은 도움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해리 제임스 포터 에반스-베레스

해리는 주소를 써넣고, 편지를 접은 다음 편지봉투에 고이 넣어 호그와트의 주소를 썼다. 잠시 심사숙고 한뒤 해리는 양초의 촛농 몇 방울을 떨어뜨려 봉투를 밀봉한뒤, 나이프로 자신의 머리글자 H.J.P.E.V 를 새겨넣었다. 정녕 이 미친 짓에 가담해야 될 운명이라면, 그는 최소한 세련되게 가담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어 거실로 내려갔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지력을 과시하는 듯 소파에 앉아 고등 수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는지 몸소 보여주기 위해 부엌에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만드는데 열중이었다. 도저히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때때로 소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보다 더욱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엄마.” 해리가 살을 에는 듯한 공기를 갈랐다. “전 가설을 시험해보려고 해요. 엄마의 이론에 의하면 호그와트에 부엉이를 보내는 방법은 뭐죠?”

페투니아는 부엌에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다소 경악한 모습이었다. “그, 글쎄다. 아마 마법적인 부엉이를 소유해야만 가능할 것 같구나.”

해리는 그 말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그럼 애초에 이론을 시험해볼수조차 없네요. 하지만 해리 안에 있는 기묘한 ‘확신’은 그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듯 보였다.

“이 편지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여기에 도착했어요. 그러니 전 이제부터 밖으로 나가 편지를 허공에 흔들며 ‘호그와트에 보낼 편지요!’ 라고 외치고 부엉이가 올지 지켜보겠어요. 아빠, 같이 나가서 구경하실래요?”

해리의 아버지는 머리를 미미하게 흔들고, 책을 읽는데에 집중했다. 당연하지, 해리는 자기 자신에게 뇌까렸다. 마법은 멍청한 사람들만 믿는 불명예스러운 것이었으며, 그의 아버지가 이 가설을 시험, 혹은 시험하는 것을 관측하기만 해도, 그것은 그를 이 비과학적인 일에 연관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뒷문을 거쳐 뒷마당에 도착해서야 모종의 사실이 해리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만약 정말로 부엉이가 날아와 편지를 잡아채간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설명하기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잖은가? 내 뇌가 뭘 믿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만약 정말로 부엉이가 날아와 이 봉투를 채간다면, 아버지가 생각하고 있는 그 어떤 무언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들을 걱정해야 할것이다.

심호흡을 한뒤, 침을 꿀꺽 삼키고 해리는 봉투를 허공에 치켜들었다.

뒷마당에서 편지봉투를 허공에 높이 치켜들고 '호그와트에 보낼 편지요!' 라고 외치는 행위는…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부끄러웠다.

아니, 나는 아빠보다 나아. 설령 바보같이 느껴진다고 해도 나는 과학적 이론을 사용해 이 가설을 시험할거야.

“호그와트─” 해리가 외치려고 했지만, 정작 나온 것은 부끄러움에 잠식된 중얼거림과 비슷한 무언가였다.

마음을 바로잡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해리는 찬란한 하늘을 우러러보며 목청껏 외쳤다. “호그와트에 보낼 편지요! 부엉이좀 보내주시렵니까?”

“해리?” 옆집에서 기이한 것을 발견한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불에 덴 것 처럼 해리는 얼른 손을 빼 편지봉투가 마약이라도 된 것 마냥 등 뒤에 숨겼다. 그의 얼굴은 수치로 얼룩져 있었다.

늙은 여인의 얼굴이 옆집 울타리 위로 빼꼼 나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해리를 돌봐주었던 피그 부인이었다. “뭐 하고 있는 거니 해리?”

“아무것도 아니예요.” 목이 메는 목소리로 해리는 답했다. “그냥…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론을 실험 하던 중….”

“호그와트에서 합격통지서라도 받은거니?”

해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네.” 한참 후에 해리가 입을 열었다. “호그와트에서 편지를 받았어요. 7월 31일 까지 부엉이를 보내라더군요. 하지만….”

“넌 부엉이가 없잖니. 가여워라! 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통상의 편지 따위를 보내다니 말이야.”

주름진 손이 울타리 너머에서부터 뻗어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흔들렸다. 생각하는 것을 아예 그만둬버린 해리는 무심코 종이봉투를 그 손에 쥐어줬다.

“나에게 맡기렴 얘야.” 피그 부인이 말했다. “조금마 기다리며 누군가가 올게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울타리 너머로 사라졌다. 기나긴 정적이 뒷마당의 장내를 잠식했다. 한참 후에, 남자아이의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아득하게 울려퍼졌다.

“허.”



미국 사이트에서 번역해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한 수작이라고 생각하기에 한번 번역해봅니다. 굉장히 합리적인 해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해리포터 팬픽 외에도 수작이라고 생각되는 다른 작품들을 알려주시면 빨리는 무리지만 번역은 시도해보겠습니다.

...왠지 무덤을 판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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