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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현실과 그 대체와의 비교법




“젠장, 난 이럴 시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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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해리에게 눈길을 주며, 주인장이 말했다. “이 아이는…설마?”

해리는 몸을 최대한 ‘리키 콜드런’의 바를 향해 기울였다. 저런 의문은 그의 관심을 충분히 받기 마땅했다.

“이럴 수가…하지만, 아니 그럴리는…하지만 그럴수도…만약 그렇다면…하지만 아직 의문은 남아있어…왜?”

“신이시여 이럴수가.” 주인장이 신음소리를 냈다. “해리 포터…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있나.”

눈을 몇번 깜박거리던 해리는 이내 신랄하게 대꾸했다. “물론, 그렇죠. 굉장히 관찰력이 뛰어나시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빨리 알아채지 못하시던데….”

“이만 됐다.” 이곳에 온 이후로 말을 놓아버린 맥고나걸의 손은 해리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쥐고 있었다. “이 아이를 당황케 하지 말아요 톰.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일 테니까.”

“하지만, 정말 그 아이인거요?” 떨리는 목소리로 늙은 마녀가 말했다. “‘그’ 해리 포터란 말이예요?” 낡은 쇳소리와 함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리스─” 맥고나걸이 눈빛으로 경고를 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은 장내의 모두를 얼게 만들 정도로 냉막했다.

“난 그저 저 아이의 손을 잡고 싶을 뿐이예요.” 늙은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주름이 가득 진 손을 내밀었고, 태어나서 가장 큰 혼란스러움과 어색함을 느끼던 해리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마주 잡아 흔들었다. 여인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흘러내려, 맞잡은 두 손으로 아스라히 떨어졌다. “내 손주는 ​‘​오​러​’​였​다​네​…​7​9​세​가​ 되던 해애 죽고 말았지. 정말 고맙네 해리 포터. 정말 고마워.”

“천만에요.” 거의 자동적으로 해리가 대꾸하며, 경악과 애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맥고나걸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해리에게 다가오기 직전, 맥고나걸이 강하게 바닥을 밟았다. 마치 재앙의 소리와도 같은 그 소음에 모두가 얼어붙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죄송하지만, 우린 상당히 바쁜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어조로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리고, 아무런 소란 없이 그들은 술집을 나섰다.

“맥고나걸 교수님?” 공터에 도착했을 때 해리가 물었다. 좀 전의 상황이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정작 나온 질문은 생판 틀린 것이었다. “그 창백한 남자는 누굽니까? 술집에서 보인 눈에서 경련을 일으키던 남자말이예요.”

“음?”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맥고나걸이 말했다. 아마 그녀도 이런 질문은 예상치 못한듯 했다. “퀴렐 교수님이란다. 올해 호그와트에서 어둠의 마법 ​방​어​술​(​D​e​f​e​n​s​e​ Against the Dark Arts)를 가르칠 교수님이지.”

“뭔가 기묘한 인상을 받았어요….” 이마를 문지르며 해리는 말했다. “그리고 그와 절대로 악수를 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요.” 마치 한때 친한 친구였지만, 무언가 치명적인 사건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었지만, 해리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럼 좀전의 상황은 도대체 뭐 때문에 일어난 겁니까?”

맥고나걸은 해리에게 오묘한 시선을 던졌다. “포터…넌…네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들은 적이 있니?”

해리는 전혀 충격받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제 부모님들은 멀쩡히 살아계셔요. 그렇지만 부모님들은 제 ‘유전적’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하기를 꺼려들 하세요. 그러나 제가 들은바로는, 결코 곱게 가지는 않으셨다고 해요.”

“그건 정말 경외로울 정도의 충의였지.” 맥고나걸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들으니 조금 가슴 아프구나. 릴리와 제임스는 내 오랜 친구였으니까.”

알수 없는 수치를 느낀 해리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죄송해요.” 그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하지만 저에겐 이미 엄마와 아빠가 있어요. 그리고 그 현실의 또다른 이면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전 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저에겐 지금이 가장 최적입니다.”

“그건 정말 현명한 행동이구나.” 맥고나걸이 조용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 유전적 부모님들은 정말 훌륭하게 돌아가셨단다. 널 지키다가 말이야.”

나를 지키다가?

정체불명의 마수가 마치 심장을 억죄여오는 듯 했다. “무슨 ​일​이​…​일​어​난​건​가​요​?​”​

맥고나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녀가 지팡이를 이마에 갖다대자, 해리는 잠시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위장 비슷한 거란다. 방금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말이다, 적어도 네가 준비될 때 까지는.” 다시 지팡이를 흔들며, 그녀는 돌벽을 세번 두드렸다.

…그리고  그것은 구멍으로 변하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더니 이내 부르르 떨며 커다란 아치를 만들며 그 안에 건설된 가게들의 기다란 행렬과 가마솥, 용의 간 등을 광고하는 간판들을 드러냈다.

해리는 눈을 껌벅거리지 않았다. 사람이 고양이로 변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천천히, 그들은 마법의 세계를 향해 전진했다.

‘튀기는 부츠(“진짜 플러버를 ​이​용​했​습​니​다​!​”​)​’​,​ ‘나이프 +3! 포크 +2! 그리고 숟가락 +4 보너스!’, 아니면 바라보는 것을 녹색으로 변색되게 하는 고글이나, 비상탈출 기기가 부착되어 있는 쿠션을 광고해대는 가게주인들로 도보는 넘쳐났다.

해리의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돌아간 나머지 목에서부터 나사처럼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건 마치 고등 던전 & 드래곤의 마법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는 룰북안에서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게임을 즐기진 않았지만, 룰북을 읽는 것은 즐겨했다). 단 한가지도 놓치고 싶지 않은지 해리는 판매 중인 모든 물품들을 처절할 정도로 깊게 살펴보았다. 개중 하나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램프가 아닐것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마침내 해리는 자신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만 같은 판매물품을 발견했고, 생각할 것도 없이 맥고나걸에게부터 멀어져 상점으로 직행했다. 맥고나걸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직후에서야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포터?”

눈을 몇번 껌벅거리다, 해리는 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한것인지 파악했다. “죄송해요! 잠시 제가 가족들이 아니라 교수님과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어요!” 해리는 불타는 글자들로 쓰여진 ‘빅밤의 환상적인 ​책​들​(​B​i​g​b​a​m​’​s​ Brilliant Books)’ 라는 가게를 가리켰다. “한번이라도 들르지 않은 서점을 발견한다면, 반드시 들어가서 둘러보아라, 라는게 가훈이거든요.”

“그건 내가 지금까지 들은 것들 중 가장 ‘래번클로’ 다운 말이로구나.”

“네?”

“아무것도 아니다. 포터, 우리가 가장 처음 할일은 마법세계의 은행인 그린고트에 가는 거란다. 네 유전적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이 있으니 학용품을 사는 것은 문제가 없단다.” 그리고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를 책을 사는데 보탬을 해도 딱히 커다란 문제는 없을 것 같구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렴. 호그와트에도 상당한 규모의 도서관이 있단다. 학교의 도서관은 아마, 네가 들어갈 확률이 높은 기숙사와 근접해 있으니 지금 책을 사는 건 돈을 낭비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구나.”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그대로 서점을 지나쳤다.

“오해하진 마시길, 그저 신경쓰이는 것 뿐이니까요.” 계속해서 서점 방향으로 고개를 틀며 해리가 말했다. “절 가장 신경쓰이게 만드는 게 서점이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 전의 대화를 제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맥고나걸은 벌써 몇번째일지 모르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껏 네 유전적 부모님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네 부모님의 행동은, 아니 적어도 네 어머니의 의사는 굉장히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구나.”

“그럼 저더러 계속 아둔한채로 남아있으라는 얘기인가요? 그 말씀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존재하는 것 같군요 맥고나걸 교수님.”

“그래, 이제와서는 소용 없을 것 같구나.” 포기한 듯한 어조로 맥고나걸은 말했다. “어쨌든 이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중 그 어떤 자를 잡아 물어봐도 기꺼이 그 이야기를 해줄 터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에 대해 털어놓았다.

“볼드모트?” 해리가 중얼거렸다. 해괴한 이름에 웃음이라도 나올줄 알았지만, 미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이름은 심장 속에 티타늄 합금을 망치로 때린 듯이 차갑고, 자비없이 새겨져 통증을 유발시켰다.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는 그 순간 느껴진 오싹한 기분에 해리는 안전한 ‘그 사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둠의 마왕은 영국 마법세계의 거주민들의 삶을 사나운 늑대처럼 용서없이 유린했다. 타국의 세력들 또한 그에 간섭을 하려 시도했으나, 공포인지 이기심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번 무위로 되돌아갔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어둠의 마왕에 반하는 국가는 영국 다음의 목표가 되어 평화가 산산조각 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 이었을것이다.

(해리는 ‘방관자 효과’를 떠올렸다. 라타니와 달리의 실험으로 증명된, 세명의 행인 앞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것 보다 한명의 행인 앞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구조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말이다. 즉, 사명감의 분산이다.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 라는 애매한 예상을 잡아낸 것이 바로 방관자 효과이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마왕의 비상에 따라 그의 세력에 들어가, 멋잇감을 노리는 포식자들 처럼 활개쳤다. 그들은 어둠의 마왕 같은 극악무도한 악마는 아니었지만, 악의를 지닌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수가 많았다. 또한 그들은 단지 마법 지팡이 만을 휘두를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 은색의 가면 뒤에 감추어진 것은 막대한 부와, 정치적 무력, 그리고 협박으로 은밀하게 위장된 비밀 등, 사회를 마비 시킬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나이 들고 명망 높은 신문기자, 예르미 위블은 국가의 강제징병과 세금률 상승을 원했다. 소수에 의해 겁을 먹을 필요따위는 없다 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내용물은 어디로 가고 그의 피부 가죽만이, 아내와 두 딸의 피부 가죽 과 함께 다음 날 아침 신문사의 벽에 고정된 채 ​발​견​되​었​다​. ​

개혁을 원하는 이는 많지만 정작 그것을 시도하기 위해 나서는 자는 없다. 직접 행동을 취한 이들 중 다수는 본보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제임스와 릴리 포터의 이름이 그 명단에 새로이 새겨졌다.

비록 그들은 결코 그 영웅적인 행동을 후회하진 않을 것이나, 그 대가로 그들은 그들의 어린 아들, 해리 포터를 홀로 남겨두고 말았다.

물줄기가 해리의 눈에서부터 흘러내렸다. 그것을 거칠게 닦아보았으나 더더욱 애처롭게만 보였다. 나는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해, 더 이상 우리 부모님이 아닌 걸. 그러니까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 따위는 없어….

맥고나걸의 망토에 얼굴을 묻고 얼마동안 울었을까, 고개를 살며시 든 그는 맥고나걸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해리의 목소리는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어둠의 마왕은 ‘고드릭 골짜기’로 갔단다.” 맥고나걸이 중얼거렸다. “너희 가족은 본래 발견될리가 없었지만, 누군가가 배신했어. 그는 제임스를 먼저 죽였고, 그리고 릴리를 죽인 다음 마침내 네가 있던 요람에 도달했지. 그는 네게 ‘살인 저주’를 날렸고, 거기서 모든 것이 끝을 맺었단다. 살인 저주는 순수한 증오로 구성되어 있고, 영혼을 직접 타격해 그것을 육체에서부터 갈갈이 찢어놓는단다. 당연히 막는 것을 불가능하지, 피하는 것 밖에는. 하지만 넌 살아남았다. 마법이 탄생 된 이래 처음으로 그 저주에서 살아남은 것이지. 저주는 시전자에게로 반사되어 그를 직격해, 네 이마의 그 흉터만을 남기고 소멸했단다. 그것이 공포의 결말이었고, 우리는 자유를 되찾았어. 그것이 사람들이 너, 해리 포터의 흉터를 보고 싶어 하는 이유고, 그들이 너와 악수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란다.”

한차례 폭풍처럼 다가왔던 통곡의 시간은 해리에게서 모든 수분을 앗아가버렸다. 더 이상 울어서는 아니된다. 울 시간은 이미 지났다.

(그리고 그의 뇌 속 어딘가에서 자그마한 혼란이 생겨났다. 이야기의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기묘한 혼란이 말이다. 본디 해리라면 그 자그마한 균열을 순식간에 눈치챘을 것이나, 불행히도 그는 그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아니었다. 합리적인 이해의 비애가 바로 이성적인 사고가 가장 필요한 순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잊어먹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으니까.)

해리는 맥고나걸에게서 떨어졌다. “이, 이 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겠어요.” 목소리를 자신의 지배하에 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그는 고개를 숙여 신발만을 바라보았다. “그, 교수님이 원하신 다면 그 사람들을 제 부모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굳이 ‘유전적 부모님’이라고 할 필요는 없어요. 두명의 엄마와 두명의 아빠를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업으니까요.”

맥고나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커다란 순백의 건물과 청동의 문들에 도착할 때까지 침묵에 잠긴 채 걸어갔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자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린고트.”



아무리 똑똑해도 해리는 아직 ​어​린​아​이​다​.​.​.​라​는​ 점이 확실하게 나타난 화였습니다.

이번 화에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다음 화부터 해리의 비상한 두뇌회전을 느끼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작 작가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치명적인 오류도 함께 말이죠. 읽으면서 절로 입이 벌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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