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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충동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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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잘못 드시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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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핀, 리사!”

수근 수근 수근 해리 포터 수근 수근 슬리데린 수근 수근 이게 무슨 지거리야 수근 수근

“래번클로!”

해리는 주변인들과 함께 래번클로 테이블 쪽으로 수줍게 걸어오는, 망토의 끝부분이 군청색으로 물들어가는 여자아이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리사 터핀은 가능한 해리 포터에게서 가장 멀찍히 떨어져 있는 자리에 앉고만 싶은 충동과,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옆자리에 안착해 오만가지 질문을 쏟아붓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의문이 무심코 솟아오르는 호기심 천국의 중심이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래번클로의 기숙사에 배정된 사건은 그를 고양이에게 둘러쌓인 잘 익은 생선이나 다름 없는 처지로 만들었다.

“마법의 분류 모자와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몇십번째 해리가 속삭였다.

“응, 정말이라니까.”

“아니, 진짜 농담 빼고 마법의 분류 모자에게 맹세했다고요.”

“좋아, 회화의 대부분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고 모자의 약속했고, 너와 똑같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니까 이제 그만 물어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좋아! 이런 대화가 오고갔어! 내가 모자에게 맥고나걸 교수님이 당신에게 불을 지를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고, 모자는 맥고나걸 교수님을 애송이로 격하시키며 일일이 간섭하지 말라고 했어!”

“애초에 믿지 않을 거면 도대체 왜 물어본거냐고!”

“아뇨,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는 법 따위도 모릅니다! 가르쳐주신다면 참 고맙겠군요!”

“조용히들 하세요!” 교직원 테이블의 단상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고함쳤다. “앞으로 분류가 끝날 때까지 만약 단 한마디라도 들린다면!”

그녀가 무언가 구체적인 협박을 가할 것인지 모두들 기다리는 와중, 대화가 서서히 멎어갔다. 이내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입을 닫자, 다시금 곳곳에서 수근거림이 발생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덤블도어가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정적. 낮은 어조로 대화를 이어가려는 그를 옆자리의 누군가가 처절하게 어깨로 연신 짓누르자, 해리는 대화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덤블도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중요 체크: 덤블도어에게 개기지 말아라.

해리는 아직도 분류 도중에 일어난 사건의 전부를 분석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개중에서도 머리에서 모자를 때자마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모자를 때는 순간,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수 없는, 영어이기도 하고 쉿쉿거리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속삭임이 울렸다: “슬리데린이 슬리데린에게: 비밀의 답을 원한다면, 나의 뱀과 대화를 하도록 하라.” 라고.

분명 통상 배정식에 그런 말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거라고 해리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히 그것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마법의 모자를 창조할 때 불어넣은 여분의 마법일 것이다. 그리고 모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모자가 “슬리데린”이라고 외쳤을 때 다른 조건들의 제외를 감수하고 나서라도 마법이 발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처럼 완벽한 래번클로는 절대로, 절대로 그런 말 따위는 듣지 못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드레이코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그에게 비밀에 대한 맹세를 강요할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만약을 대비해 격뿜차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날 길을 걷지 않겠다고 맹세한지가 언젠데, 모자를 벗자마자 갑자기 우주의사가 나를 괴롭히는거냐. 운명과 맞서싸우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데. 뭐, 아무래도 어둠의 마왕이 되지 않기 위한 맹세는 내일로 미뤄도 좋을 것 같구나.

“그리핀도르!”

론 위즐리에게 향해 박수를 치는 이들은 단지 그리핀도르 뿐만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위즐리 일가는 많은 존재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잠시 생각해본 해리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다른 이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오늘만큼 어둠의 세력에게서 등을 돌릴 좋은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운명이고 세계고 나발이고 개먹이로나 주라지. 그는 모자에게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자비니, 블레이즈!”

정적.

“슬리데린!” 모자가 외쳤다.

주변인들은 물론, 심지어 자비니에게서 마저 느껴지는 괴이한 시선을 상큼하게 무시하며 그는 자비니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 이후로 아무런 이름도 호명되지 않자, 해리는 “자비니, 블레이즈”라는 이름이 분명 알파벳 순서로 마지막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오로지 자비니에게만 박수를 쳐준 꼴이 되는 셈이다…뭐, 상관 없지만.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선 덤블도어는 단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일종의 연설을 할 셈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기막힌 실험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사실이, 해리에게 번개처럼 다가왔다.

분명 헤르미온느는 덤블도어가 현존 최강의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리는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격뿜차”라고 속삭였다.

격뿜차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덤블도어가 연설 와중 정신방벽이 굳건하고, 단단히 준비되어 있는 해리가 뿜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고 바보 같은 말을 해야 한다. 가령,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학기 내내 나신으로 다녀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한다거나, 5초 내로 교내 모두가 고양이로 변해버릴 거라는 궤변처럼 말이다.

허나 만약 이 세상에 격뿜차의 파괴력을 저항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분명 덤블도어일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격뿜차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격뿜차를 이길 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다지 관심을 끌고 싶지 않기에 해리는 테이블 밑에서 조심스래 격뿜차를 땄다. 탄산이 빠지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났다. 주변에 있단 학생들이 그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그를 돌아보았지만, 금세 고개를 돌렸다─

“환영해요! 다시 호그와트에 돌아온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마치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거라는 듯, 덤블도어가 학생들을 향해 팔을 활짝 벌리고는 말했다.

해리는 격뿜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캔을 밑으로 숨겼다. 덤블도어가 무슨 말을 내뱉던 간에 절대로 뿜지 않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삼킬 계획이었다─

“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몇 마디 하고자 합니다: 얼씨구 절씨구 핑퐁 팡뇨 비브디 바브디! 감사합니다!”

모두가 우레와도 같은 박수갈채를 보내자, 덤블도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입가에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해리는 얼어붙었다. 적어도, 소리없이 뿜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이런 실험을 시작해서는 안되었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몇초 후에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자, 얼마나 뻔했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돌이켜보면, 5초 내로 교내 모두가 고양이로 변해버릴 거라는 궤변을 생각해냈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깨달았어야 했다…아니, 그 전에 덤블도어에게 개기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을 때부터…아니면 다른 이들을 조금 배려해주는게 좋겠다 라는 낯선 다짐을 마음속으로 했을 때…아니면 그가 한줌의 상식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가망은 없었다. 그는 이미 뼛속까지 타락해있었다. 어둠의 마왕 해리 경을 경배하라. 운명은 항거할 수 없다.

누군가가 걱정됐던지 해리의 안부를 물어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마법처럼 솟아난 음식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괜찮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실례하지만 어, 그…연설이 교장 선생님에겐 ‘정상’이었나요? ​모​두​들​…​아​무​래​도​…​전​혀​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 물론 덤블도어는 미쳐있지,” 해리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자기소개를 이미 했었으나 공교롭게도 벌써 이름을 잊은 상급생이 말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고, 재밌는 분이시지만 어딘가 나사가 풀린게 분명해.” 그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어째서 네 입가에 녹색의 액체가 흘렀다가 금세 사라졌는지 언젠가 물어보고는 싶지만, 넌 아마 그것 또한 마법의 모자가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겠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해리는 언뜻 범죄적인 물건으로도 보이는 격뿜차를 내려다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격뿜차는 결코 ‘이러쿵 저러쿵’의 일면을 장식한 그와 드레이코의 사이를 폭로한 기사 제목을 창조해내지 않았다. 드레이코는 마치 그 모든 사건의 일련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 처럼 설명하지 않았었나? 마치, 그를 뿜게 만들기 위해 역사를 비튼 것처럼?

해리는 잠시 그의 머리를 테이블에 마구 쳐박는 상상을 해보았다. 쾅, 쾅 쾅 거리며 머릿속에서 머리가 강하게 부딪쳤다.

또다른 여학생이 목소리를 작게 낮추고는 말했다. “덤블도어가 실은 모든 것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흑막이고 정체를 감추기 위해 미친 척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나도 들었어,” 세번째 학생이 중얼거리자, 테이블 사이사이에서 여러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군요,” 그 또한 목소리를 낮추며, 해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덤블도어가 실은 비밀리에 흑막이라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는 거군요.”

태반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극소수만이 고민하는 듯 했고, 개중에는 해리의 옆에 앉아있는 상급생 또한 끼어있었다.

여기 진짜 래번클로 테이블 맞아? 해리는 그 의문을 입밖으로 토해내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해리가 속삭였다. “모두들이 아는 사실이라면, 그게 실은 비밀이라고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테니까요!”

“정확해,” 중얼거렸던 학생이, 별안간 인상을 썼다. “아니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중요체크: 호그와트의 학생들, 소위 ‘래번클로 기숙사’ 학생들의 75% 가량은 결코 세계 유수의 신동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그래도, 오늘 한가지 사실은 알아낼 수 있었다. 격뿜차는 전능하시다. 그 말은….

그의 두뇌가 지극히 뻔한 연결점을 찾아내자, 경악한 나머지 해리는 눈을 껌벅거렸다.

…그 말은 즉, 만약 그가 그의 유머 감각을 의도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마법을 찾아낸다면, 그는 과장 좀 보태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가 ‘뿜을만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그가 일어나길 원하는 단 ‘한 개의 상황’으로 제한시키고, 격뿜차를 마시면 그는 곧 전능한 존재가 된다.

뭐, ‘신격화’하는 것도 예상외로 껌이였군. 신급 존재로 거듭나는게 이정도로 껌일 줄은 나조차도 예상치 못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배정받은지 단 10분 만에 호그와트를 완벽하게 나락으로 이끈 것이다.

그것에 해리는 일말의 후회감을 느꼈지만─정신나간 교장 선생님이 7년동안 그에게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 자부심 또한 느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내일. 어둠의 마왕 해리 포터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을,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호칭은 그에게 점점 더 무섭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내면 속 어느 부근에 그는 이미 그의 졸개들의 제복들을 구상하고 있었다.

“먹어,” 옆에 앉은 상급생이 해리의 갈비뼈를 찌르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생각하지 마. 먹어.”

해리는 곧장 그의 앞에 놓인 음식들을 닥치는 대로 그의 접시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가령 작은 야광으로 빛나는 알갱이들이 박힌 ‘푸른색 소시지’라거나, 뭐 어쩌라고.

“뭘 생각하고 있던거니, 혹시 배정─” 새로이 래번클로에 배정된 파드마 패틸이 말하기 시작했다.

“식사 중 잡담은 금지!” 적어도 세명 이상이 외쳤다. “기숙사 규칙이다!” 다른 이가 덧붙였다. “그러지 않으면 매일 굶고 말거야.”

해리는 내심 그의 경이롭고 기발한 발상이 제발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격뿜차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현실의 조작이 가능한 전능한 음료수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작동했으면 하고 말이다. ‘전능’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굴러가는 세계에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음료수를 기발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언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과학적 실험을 해볼것이라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

“저기 말야,” 옆에 앉은 상급생이 평온하고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너 같은 아이를 위해 강제적으로 먹이는 제도가 있는데, 겪어보고 싶니?”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해리는 푸른색 소시지를 먹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상당히 맛있었다, 특히 야광 알갱이들이.

연회는 예상외로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해리는 눈앞에 보이는 갖가지 기상천외한 먹을거리들을 최소한 한입이라도 먹어보기 위해 애썼다. 음식의 맛이 어떤지 알아내지 못하고 끝내는 것은 그의 성격상 용납할 수 없었다. 이것이 메뉴에 있는 오만가지 것들 중 단 한 개밖에 고르지 못하는 레스토랑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해리는 그런 것을 증오했다. 레스토랑은 지식에 대한 왕성한 욕구를 가진 그 같은 사람에게는 고문방이나 다름없었다: 수십개의 수수께끼 중 단 한 개밖에 답을 줄 수 없다, 하하하!

그리고 불행히도 해리가 완벽하게 잊어버린, 디저트가 나왔다. 위장에 더 이상 들어갈 곳이 남아있지 않는 해리는 당밀 타르트를 조금 먹다가 포기했다. 분명 이 메뉴들은 학기 중에 적어도 한번 쯤은 다시 식사에 오를 테니 차분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럼, 통상의 학업을 제외하고 ‘해야 할 일 목록’에 또 무엇이 있을까?

1번째. 정녕 격뿜차로 ‘전능’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정신조작 계열의 마법을 알아보도록 한다. 아니, 정신과 관련된 모든 마법을 찾아보도록 한다. 정신은 인간의 절대적인 힘이고, 인간으로 존재할수 있게 해주는 권력이며, 그것을 간섭하는 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마법일 것임이 분명하니까.

2번째. 사실 이건 1번임과 동시에 2번이기도 하다. 호그와트의 책장과 래번클로의 도서관을 뒤져 그 체계를 완벽히 파악해내고, 최소한 모든 책의 제목만이라도 읽어보도록 한다. 만약 그것을 성공한다면, 모든 책의 목차를 읽는다. 그에 대해서는 그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은 헤르미온느와 조정하도록 한다. 호그와트가 도서관 상호 대출 제도가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만약 그렇다면 그, 특히 헤르미온느가 그 도서관들에도 들를 수 있는지 알아본다. 만약 다른 기숙사들도 개개인의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도서관들을 합법적으로나 범죄적으로나 어떻게 해서든지 접근하도록 한다.

선택지 3가: 헤르미온느에게 비밀에 대한 맹세를 시키고 ‘슬리데린이 슬리데린에게: 비밀의 답을 원한다면, 나의 뱀과 대화를 하도록 하라.’라는 문구에 대해서 같이 연구한다. 문제: 굉장히 난해하고 은밀하기 그지없는 문구같아 보이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0번째. 혹여 ‘정보 검색’회수 마법’ 따위가 존재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도서관에서나 유용한 마법은 궁극적으로 정신계 마법의 유용성보다는 떨어지지만, 현재로써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선택지 3나: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비밀에 대한 맹세를 강제할만한 마법이나, 드레이코의 비밀에 대한 맹세가 정직한지 확인해볼 만한 ​방​법​(​베​리​타​세​룸​?​)​을​ 찾고서, 슬리데린의 전언에 대하여 물어본다….

생각해보니…해리는 선택지 3나에 대해 일종의 불안감을 느꼈다.

불현듯 그것을 깨닫자, 3가 또한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해리의 정신은 지금껏 겪었던 최악의 경험, 요컨데 모자 아래에서 ‘실패’하고 말았다는 그 끔찍한 악몽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는 몇 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 너무 늦기 전에 행동을 바꾸어 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를 원하고 또 원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는 전혀 늦은 것이 아니었다.

소원 성취.

역사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잡고 시작할 수는 있다. 처음부터 다르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슬리데린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는 이 일념…너무나도 의심스러운 나머지 먼 훗날 ‘그 선택을 했던 날부터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지.’라며 회상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는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길 처절할정도로 원하고 또 희망할 것이 분명했다….

소원은 성취했다. 그런데?

해리는 천천히 미소지었다.

상당히 반직관적인 ​생​각​이​었​지​만​…​그​러​지​ 말라는 법 또한 없으니….

그저, 그 속삭임 자체를 아예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면 된다. 그 아찔한 순간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의 세계 속에서 삶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 비밀을 파헤치려들 경우 20년 후 그는 20년 전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고, 20년 후의 20년 전은 공교롭게도 지금이다. 머나먼 과거를 조작하는 것은 쉽다, 그저 알맞은 시간을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아니면…더욱 더 반직관적인 ​생​각​이​지​만​…​드​레​이​코​와​ 헤르미온느 대신에, 가령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수도 있다. 아마 그녀는 분명 쓸만한 사람들을 몇 더 모아 모자에 걸린 여분의 마법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호오. 막상 그 전개를 생각해본 해리는 그것이 상당히 그럴싸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지극히 뻔한 선택이었음에도, 어째선지 그에게 ‘선택지 3다’와 ‘선택지 3라’는 와닿지 않았었다.

해리는 그의 ‘어둠의 마왕 해리 대항 계획’에 1점을 가산했다.

모자가 그에게 가한 장난은 지독하고 끔찍하고 악랄했지만, 결과만을 봤을 때 그는 모자를 탓할 수 없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피해자의 기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으니까.

4번째: 네빌 롱바텀에게 사과하기.

좋아,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매일매일, 어떤 식으로든지 나는 점차 ‘선’해지고 있어….

이맘때쯤 해리의 주변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는지 더 이상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고, 그러자 다 쓴 접시와 남은 디저트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모든 접시들이 사라지자, 덤블도어가 또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리는 다시 한번 격뿜차를 들이키고 싶다는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다.

농담이라고 해줘, 그 생각을 하고 있는 내면의 그에게 해리가 경악했다.

하지만 반복되지 않은 실험의 정확도는 신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충격은 이미 한번 받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지 않은건가? 의문이 솟아오르지 않나? 만약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면?

야 임마, 너 네빌 롱바텀에게 장난을 치라고 권유했던 그 ‘뇌내의 나’ 맞지?

어, 아마도?

그럼 만약에 격뿜차를 마셨을 경우 내가 그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텐데?

어….

그래 이 자식아. 그러니까 안돼.

“커흠,” 단상 위애서 기다란 은색의 수염을 가다듬으며 덤블도어가 말했다. “모두들 충분히 먹고 목을 축였으니 몇 마디 더 하고자 합니다. 학기 초에 여러분이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학년생들은 정원의 모든 숲이 전교 학생들에게 출입 금지 되어 있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지된 숲’이라고 명명 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출입이 허가되면 ‘허가된 숲’이라고 불리겠죠.”

직설적이군. 중요체크: ‘금지된 숲’은 금지되어있다.

“또한 학교 관리인인 필치 씨께서는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는 가급적 그 어떤 마법도 부려선 안 된다는 걸 여러분 모두에게 상기시켜달라는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불행히도, 우리 모두는 ‘가급적’과 ‘절대’의 차이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죠. 이 점을 잘 유념해두시길.”

헐…

“퀴디치 팀 선발 시합은 학기 둘째 주에 열릴 것입니다. 자신들의 기숙사를 위해 경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후치 부인에게 연락하면 됩니다. ‘퀴디치’라는 게임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놓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해리 포터에게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침을 삼키고 있던 해리는 연회장의 모든 눈이 그에게로 향하자 경련을 일으키며 콜록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그는 결코 덤블도어의 눈을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아마도. 현재 다른 건 몰라도 결코 퀴디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었다! 퀴디치에 대해 논한 사람은 론 위즐리 뿐이었고, 론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대화를 발설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아니면, 그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교수님 중 한명에게 모조리 떠벌린 것일까? 귀신이 곡할….

“그리고 또한, 금년에는 우측 3층 복도가 출입 금지되어 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아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지 않다면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굉장히 위험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수만가지의 함정으로 도배되어 있고, 그것을 모두 뚫기란 불가능하죠, 특히 갖 입학한 1학년생이라면 말입니다.”

이맘때쯤 해리의 정신상태는 대략 멍해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맹하게도 금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맡아주실 퀴리너스 퀴렐 교수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덤블도어의 시선이 학생들을 훑었다. “부디 퀴렐 교수님이 마땅히 받아야 할 예의와 존경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교수님에 대한 불평으로 직원들을 귀찮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퀴렐 교수님의 과목을 대신 맡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제, 여러분에게 몇가지 긴히 전할 말이 있으시다는, 새 교직원이신 퀴렐 교수님에게 이 단상을 양보하겠습니다.”

해리가 리키 콜드런에서 처음 만났을때처럼 젊고 마르고,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사내가 사방을 두려운 듯이 돌아보며,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의 뒤통수를 확인한 해리가 보기에, 퀴렐 교수는 그 앳된 나이에 벌써부터 머리가 벗겨지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잘못 드시기라도 했나,” 해리의 옆자리에 앉은 상급생이 중얼거렸다. 그와 비슷한 감상이 여기 저기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상 위에 다다른 퀴렐 교수는 우두커니 서서, 그저 눈을 초조하게 끔벅거렸다. “아…” 그가 말했다. “아…” 그리고 이내 소량이나마 남아있던 용기가 바닥났는지,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숙인채 침묵했다.

“하아,” 상급생이 중얼거렸다, “이번해의 ‘방어술’ 수업도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겠─”

“어린 제자들이여, 안녕하십니까,” 퀴렐 교수가 메마르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 모두가 알다시피 호그와트는 매년 이 특정한 과목의 교수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고, 대다수의 여러분들이 이번해는 제게 무슨 재앙이 떨어질지 의문을 품고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허나 안심하시길, 그 재앙은 저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그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믿거나 말거나, 저는 이 호그와트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로 채용받기를 상당히 오랫동안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목을 처음 맡은 이는 다름아닌 ‘살라자르 슬리데린’이었고, 늦어도 14세기 이후부터는 세계 유수의 전투 마법사들이 이 학교에서 그 과목을 맡기 위해 안달을 했었죠. 이 과목을 가르친 ‘전’ 교수들 중에는 다름아닌 전설적인 떠돌이 영웅 ‘해롤드 셰아’는 물론이고, 지금도 수없이 회자되고 있는 불멸의 ‘바바 야가’또한 있습니다, 그래, 그녀가 죽은지 60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대다수의 여러분들이 그녀의 이름을 듣는 것 만으로도 떨고 있군요. 그녀가 가르치던 시절의 호그와트에 다니는 건 상당히 유익한 경험이었겠죠, 안그렇습니까 여러분?”

퀴렐 교수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내면에서부터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는 강렬한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해리는 필사적으로 침을 삼켰다. 정확성이 돗보이는 어조는 옥스포드 대학의 강사를 연상시켰고, 그와 동시에 해리에게 크리스마스까지 부모님을 볼 수 없을것이라는 현실 또한 상기시켜주었다.

“여러분들은 이 ‘방어술’의 교수들이 모두 무능하고, 비열하고, 불운하다고 생각하고 계실겁니다. 허나 조금이라도 역사를 배우면, 실제로는 전혀 반대라는 것을 깨달으실 겁니다. 이 학교에서 가르친 자들이 전부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마법사들은 모두 호그와트에서 가르쳤습니다. 그런 명예가 있고,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서는 제 체면이 살지 않겠죠. 그러니, 여러분에게 이 해의 ‘방어술’ 수업이 여러분이 겪을 최고의 방어술 수업이었음을 증명해, 영원토록 기억하게 각인시켜주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해의 수업은 여러분에게 방어술에 대한 탄탄한 기초와, 전후의 교수가 누구든 간에 기름진 거름이 될 것입니다.”

퀴렐 교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따라가야 할 진도는 너무나도 크고 시간은 너무나도 적습니다. 고로 저는 존경하는 호그와트의 통상 교육방법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따르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방과 후의 수업시간 또한 가질 것입니다.” 그가 잠시 멈추었다. “그것이 적합하지 않다면, 여러분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그토록 기다린 학생들이고, 그토록 갈망한 방어술 수업이기에 그에 마땅한 열의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보통 같으면 ‘아니면 끔찍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같은 협박을 가해야 마땅하겠지만, 그건 너무 전형적이겠죠? 저는 그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창의적인 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설이 끝나자 퀴렐 교수는 조금 전까지 있었던 당당함과 기백을 잃어버린 듯 했다. 마치 이토록 많은 관객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린 그는, 황급히 등을 돌리고는 어수선하게 자리에 앉아, 금방이라도 의자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축 늘어졌다.

“조금 이상한 분인 것 같네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쯧쯧,” 상급생 처럼 보이는 학생이 말했다. “저 정도 가지고 뭘.”

덤블도어가 다시 단상에 올라섰다.

“자, 이제 침실로 들기 전에, 다 함께 교가를 부르도록 합시다! 모두들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락을 생각하고, 부르세요!”



이번화 감상 포인트:

1. 오오, 전능하신 격뿜차시여.

2. 음료수 하나로 신격화의 실마리를 발견한 해리 포터.

3. 어둠의 마왕으로 거듭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해리 포터.

4. 해리 못지 않게 미친 덤블도어.

5. 간지 폭풍 퀴렐 교수님.

번역이 상당히 늦었군요. 친구들이랑 여행 갔다와서 늦었습니다...

이 팬픽의 장르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대체적으로 개그물에 가깝지만 어느정도 진지하기도 합니다. 요컨데 장르 따위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마법 물품을 손에 넣으면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이번화였습니다. 이런 방향으로만 머리가 굴러가는 해리도 문제가 있겠지만, 별 생각 없이 격뿜차 같은 물건을 파는 마법세계도 글러먹었군요.

작중에서 해리가 미래의 어둠의 마왕이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지만, 글쎄 어떨까요. 그게 제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허망하게 무너질지는 두고봐야겠죠.

원작과는 미묘하게 다른 포스를 풍기는 덤블도어입니다. 간간히 예언자 포스에다가 말 하나 하나에 개그가 녹아있는 걸 보고 '아, 천하의 덤블도어도 이 팬픽에서는 처절하게 망가지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번화부터 '그 분'이 등장하십니다. 아마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겁니다. 설마하니 듣보잡이자 찌질이에 불과하던 퀴리너스 퀴렐이 이토록 간지를 뿜을 줄이야! 이 팬픽의 72화 시점까지, 퀴렐은 주연급 조연 정도입니다. 게다가 말빨도 해리에 버금가는 인물이기에, 앞으로 제 번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빡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뭐 그나저나, 주인공 이상의 간지를 내뿜는 퀴렐 교수님에게라면 제 처음을 줘도 괜찮을 듯 하네요.

저, 남자지만.

(...원래 이대로 두려고 했으나, 댓글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에 ​덧​붙​이​겠​습​니​다​.​.​.​저​,​ 정상적인 성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래뵈도 여자친구까지 ​있​다​구​요​.​.​.​마​지​막​ 말은 그냥 개그로 붙인건데 설마 진짜로 믿으시는 분들이 ​계​실​줄​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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