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방법 2화
전략의 기초는 조앤 롤링에게 향하는 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길이 조앤 롤링에게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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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데린 기숙사 근처의 지하감옥.
음산하기 이를데 없는 녹색의 불꽃이 일시적인 마법이 걸린 수정구 속에서 이전의 장소보다 더욱 더 환하게 비추고 있는 빈 교실. 비록 환하지만 음산한 기운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 먼지가 쌓인 책상들을 비추며 기기묘묘한 그림자를 자아내고 있었다.
승모를 단 회색의 망토를 뒤집어 쓴 두 소년 체구의 (가면은 없었다) 인영이 소리없이 빈 교실에 입장하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책상에 앉았다.
바야흐로 ‘베이스의 결탁’ 그 두번째 모임이었다.
사실 드레이코 말포이는 과연 이 회담을 반겨야할지 꺼려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서려있는 생동감어린 표정으로 보아할 때, 해리 포터는 현재 그의 심리상태를 온천하에 알리는 것에 일말의 주저도 없는 듯 했다.
해리 포터는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멱살을 붙잡고 죽여버릴 듯한 흉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야,” 질문을 던지기 위해 드레이코가 막 입을 열던 찰나, 해리 포터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 이상은 물어보지마.”
설마 또 한번의 데이트를 다녀오기라도 한건 아니겠지? 드레이코가 나름대로 추론해보았지만, 그건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해리,” 드레이코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꼭 질문에 대답해줘, 그 더러운 잡종년의 생일 선물로 그 비싼 모크가죽 주머니를 주문했다는 소문이 정말로 사실이야?”
“그래, 사실이야. 내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너도 이미 짐작했을텐데.”
드레이코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어째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이상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해리 포터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은 방어술 수업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났기에 슬리데린의 전원이 알고 있을 터였다. “해리,” 드레이코가 말했다, “사람들은 네가 나와 친구사이인 것을 알고있어, 물론 이 결탁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네가 그런 짓을 해대면 내 처지 또한 곤란해진다고.”
해리 포터가 얼굴을 굳혔다. “실제로는 결코 호의를 품지 않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슬리데린들은 모두 갈아버려 애완용 뱀에게 먹이로 던져야 마땅해.”
“그것을 이해 못하는 슬리데린들이 태반이야,” 드레이코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다수는 천치나 다름없지만, 그들 앞에서 좋지 않은 꼴을 보일 수는 없어. 왜인지는 알겠지.” 해리 포터가 언젠가 정말 무언가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 그는 우선 그것부터 이해를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어째서 중요하지? 너는 평생동안 슬리데린들의 천치 중의 천치들에게 의견을 좌지우지 당하며 설명만 하고 살 생각이니? 미안하지만 드레이코, 나는 고작 머저리 같은 슬리데린 놈들에게 잘보이겠다고 내 계략의 수준을 그들의 딸리는 이해력만큼 낮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너와의 우정마저도 그만큼의 가치는 못 돼. 그러면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거든. 잘 생각해봐, 단 한번이라도 산소가 아까울 정도로 멍청한 슬리데린 놈들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것은 말포이 가문의 위상에 결코 걸맞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지 한번 떠올려봐.”
진정으로 드레이코는 그런 생각은 고려해보지도 않았었다. 평생. 머저리들을 세치 혀로 구슬리는 것은 마치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행위이기에,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해리,” 드레이코가 마침내 말했다. “사회의 시선을 고려해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건, 지혜롭지 못해. 어둠의 마왕조차 이미지 관리를 했다고! 그는 두려움과 증오를 끌어모았고, 그가 발생시키려는 공포와 증오가 어떠한 부류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후드가 달린 인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언젠가 시간 날 때 애쉬의 ‘동조 실험’에 대해 말해줄께, 네 흥미를 돋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본능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고려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해둘게, 본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네가 곧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건 철저하고 냉정하게 계산된 행동과는 엄밀히 다르지.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슬리데린 상급생들에게 15분동안 구타당하며 학대를 받았고, 그 후 일어서서 그들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었어. 용기롭고 다정한 마음씨를 가진 ‘살아남은 아이’답게 말이지. 하지만 철저하고 냉정한 계산 끝에, 드레이코, 나는 슬리데린에 속한 머저리 중의 머저리들에게는 산소마저 아깝다는 판단을 내렸어, 나는 애완용 뱀을 키우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내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의 대결에 임하는 내 마음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요만큼도 신경쓸 이유가 없어.”
짜증스러웠지만 드레이코는 결코 주먹을 쥐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잡종일 뿐이야,” 고함을 지르는 것보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드레이코가 말했다. “그녀가 못마땅하다면, 그저 계단에서 넘어뜨리면 될 일이라고.”
“그렇게 하면 래번클로들이 알아차릴─”
“그럼 팬시 파킨슨에게 시켜! 언어유희로 농락할 필요도 없이 시클 한닢만 쥐어주면 망설임 없이 그 잡종년을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릴 거라고!”
“그럼 내가 알아차리게 되잖아! 헤르미온느는 나를 독서 대결에서 관광시켰고, 성적도 나보다 좋으니, 내가 순수하게 두뇌로 이기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어!”
“그저 잡종년일 뿐이잖아! 어째서 그 년을 그토록 존중해주는 거지?”
“네가 말하는 그 ‘년’은 이미 래번클로의 실세로 자리잡았어! 반대로 물어볼게, 너는 어째서 슬리데린들의 그 머저리 놈들의 시선 따위를 중요히 여기는 거지?”
“그게 바로 정치라고! 그리고 정치를 모르면 권력도 없어!”
“달의 표면을 걷는 것도 권력이야! 위대한 마법사도 권력이고! 세상에는 쓸모없는 호구들을 신경쓰지 않고도 쟁취할 수 있는 힘도 존재하고 있다고!”
동시에 말을 멈춘 둘은, 마찬가지로 진정하기 위해 커다랗게 숨을 들이쉬었다.
“미안해,” 얼마 안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해리가 말했다. “미안해, 드레이코. 너는 지금으로써도 상당한 정치적 권력을 손아귀에 넣고 있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다는 네 일념은 충분히 이해가 가. 슬리데린들의 생각과 시선을 계산하는 것은 당연해. 그건 권력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행동을 모욕해서는 안되었어. 하지만 단지 나와 어울리는 네가 좋지 않게 보인다고 해서 내가 래번클로에서 꾸미고 있는 계략의 등급을 낮추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너 또한 겉으로는 내 친구로 행동하는 동안 속에서 울분을 삭히며 이를 갈고 있다고 나머지 슬리데린들에게 전해.”
이미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 말 그대로 슬리데린 놈들에게 전했던 드레이코였지만, 아직도 그게 사실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쨌든,” 드레이코가 말했다. “네 ‘이미지’에 관해서 말인데,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 리타 스키터가 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몇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거든.”
해리 포터가 궁금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누군데?”
“예언자 일보의 기자야,” 드레이코가 말했다. 목소리에서 걱정스러움을 떨쳐내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언자 일보는 그의 아버지가 마치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듯이 수많은 권력중 하나로 애용하고 있는 도구였다. “사람들이 그나마 흥미를 보이고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신문이야. 주로 유명인사들에 대한 기사를 쓰는 리타 스키터는, 본인 왈 ‘깃펜으로 그들의 과도하게 부풀려진 명예를 풍선처럼’ 터뜨리지. 만약 그녀가 너에 대한 그 어떤 소문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임의로 창작을 할 것이 확실해.”
“그렇군,” 해리 포터가 말했다. 후드 아래 녹색의 음영이 드리워진 그의 얼굴은 고심하는 듯 했다.
그 다음 말을 언급하기 전에 드레이코는 망설였다. 이맘때쯤이면 분명 누군가가 아버지에게 그가 해리 포터와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드레이코가 여태까지 그에 관해 집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며, 결코 드레이코가 그에게서부터 그 사실을 숨길 생각 따위는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에, 지금 드레이코가 그 만의 책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배신을 강구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만약 정말로 드레이코가 아버지를 배신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거짓된 보고를 올릴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분명 아버지는 이 바로 다음 순간 드레이코가 꺼낼 말이 무엇인지 은근 기대마저 할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와 실전으로 두뇌싸움을 하는 것은 두렵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같은편이었는데도 말이다. 허나 그와 동시에 희열마저 느끼는 황홀한 감각이었지만, 결국 아버지가 더 뛰어난 책략을 구사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드레이코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반대는 결코 있을 수가 없었다.
“해리,” 드레이코가 마침내 말했다. “이건 권유가 아니야. 충고도 아니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뿐이야. 우리 아빠의 권력이라면 그 기사를 거의 확실하게 철저히 짓밟고도 남아. 하지만 그 대가를 치뤄야 할꺼야.”
드레이코의 아버지는 드레이코가 해리 포터에게서부터 숨기고 있는 속내를 털어놓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 해리 포터라면 별 단서 없이 그의 속내를 유추해낼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해리는 고개를 살며시 젓고는, 후드 밑에서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리타 스키터를 박살낼 의향은 없어.”
드레이코는 그의 탄성에 서려있는 경악을 숨길 시도조차 할 생각이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 정말로 신문 따위 상관없다는 건 아니겠지!”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덜 상관하고 있어,” 해리 포터가 말했다. “하지만 스키터 같은 부류의 종자들을 다루는 데에는 나만의 비법이 있어. 루시우스의 도움은 필요 없지.”
드레이코는 수심이 가득담긴 얼굴을 미처 갈무리하지 못했다. 해리 포터의 저의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은 아버지조차도 미처 생각치 못한 것임이 분명할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결과가 무엇일지 벌써부터 두려워졌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의 머리카락이 흥건하게 땀으로 젖어있다는 사실을 드레이코는 깨달았다. 사실 이런 부류를 머리에 뒤집어쓴 경험은 없었고, 미처 죽음을 먹는 자들이 곧잘 쓰고 다니는 것에는 통풍 마법 따위가 걸려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지 못한 것은 그의 실책이었다.
이마에서 다시 한차례 땀을 훔친 해리 포터가 얼굴을 찌뿌리더니, 지팡이를 꺼내고는 천장을 가리키며, 심호흡을 하고는 “프리기데이로!” 라고 외쳤다.
얼마 안가 드레이코는 주위가 점차 싸늘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프리기데이로! 프리기데이로! 프리기데이로! 프리기데이로! 프리기데이로!”
그리고 지팡이를 내린 해리 포터는, 약간이지만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능숙하게 망토 안에 수납했다.
교실의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져있었다. 드레이코도 이쯤은 손쉬운 일이었지만, 뭐 합격점이었다.
“그래서,” 드레이코가 말했다. “과학이란 말이지. 내게 혈통에 대해서 가르쳐준다고 그랬었지?”
“정확히는 혈통에 대해서 연구할거야,” 해리 포터가 말했다. “바로 실험을 통해서 말이지.”
“좋아,” 드레이코가 긍정했다. “어떤 종류의 실험이지?”
후드 밑에서 해리 포터가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시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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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적인 문답법’, 즉 질문을 통해 가르침을 전수한다는 대화법에(머글이기에는 너무나도 천재적이기에 변장술을 구사하고 있던 순혈 마법사일 수밖에 없는 고대의 철학자의 이름을 땄다) 이미 드레이코도 들은 바가 있었다. 그의 가정교사 중 한명이 소크라테스적인 문답법을 자주 사용했으니까. 짜증나는 수법이었지만 명백한 효과를 보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훌륭하게 정신나간 ‘포터적인 문답법’이 존재했다.
일단 공평성을 위해, 드레이코는 해리 포터가 소크라테스적인 문답법을 처음에는 시도했지만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인정했다.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에게 만약 머글 태생 그리고 스큅들과 상호 교배를 했기에 결과적으로 8세기 전에 실전했던 그 강대한 마법들을 구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순혈주의자들의 가설을 그가 깨부쉈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드레이코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고도 그렇게 뻔뻔하게 이것이 결코 ‘함정’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것인지 황당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리고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해리 포터는, 만약 이것이 함정이었다면 너무나도 적나라한 나머지 믹서기에 갈려 애완용 뱀에게 간식거리로 먹혀 마땅하지만, 이것은 결코 함정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습성 중 하나인 자기 자신의 이론을 반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만약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것에 실패할 경우, 그것은 곧 승리나 다름없다라고 답했다.
반대로 결투에서 확실하게 생존하는 방법은 아바다 케다브라를 자기 자신의 발에 겨누고 빗맞추는 것이라고 제안을 해 드레이코는 그 말에 서려있는 명백한 무지함을 지적하려고 했다.
해리 포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해리 포터는 과학자들을 각각의 발상들을 서로 개싸움 붙여놓고 무엇이 이기는지 관찰하는 자들로 빗대어 설명했고, 상대가 없이 대결할 수는 없으니 자연스래 드레이코는 아무리 해리 포터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도 그 자신이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순혈주의가 승리를 취하기 위해 순혈주의자들의 가설과 맞대응할만한 ‘상대’를 물색해야만 했다. 가령, 만약 순혈주의가 세계의 진리로 판명난다면 하늘은 푸른색일것이고, 다른 이론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하늘은 녹색일것이다; 만약 그 어느 누구도 하늘을 우러러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가설들을 실험할 경우, 밀폐된 공간 밖으로 나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순간 순혈주의자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몇차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사람들은 서서히 그 법칙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가 고안해낸 ‘상대’는 너무나도 미약한 나머지, 공평성에 의거해 설령 순혈주의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내 드레이코도 그 말을 이해했다. ‘집요정들이 몰래 마법을 강탈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마법사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약해져가고 있다’, 라는 가설은 그가 생각하기에도 별 설득력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나마 그 가설은 실험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리 포터는 말했다. 역사와 함께 집요정의 힘이 강대해졌는지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그래프 따위를 그린 뒤, 하락해가는 마법사들의 힘을 측정해 마찬가지로 그래프를 그려 그 둘을 서로 비교해 일치성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그가 너무나도 진지한 어조로 말한 나머지 드레이코는 제정신을 차리기 직전까지 도비에게 베리타세룸을 복용시켜 몇가지 질문들을 던져야 하겠다는 충동을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에게 대결의 결과를 수정할 수는 없다고 경고를 했다. 과학자들은 바보가 아니며, 결과가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말것이니, 옳은 가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실험으로 두 개의 동등하게 설득력 있는 이론들을 서로 순수하게 대결을 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도 두 가설의 진실성에 따라 서로 상반된 결과를 도출하는 실험이여야만 했다. 그렇게 할 경우 그들은 비로소 공평성을 최우선시하는 숙련된 과학자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혈통에 관한 진실은 해리 또한 궁금하다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순혈주의가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 드레이코로써는 그 상대로 어설픈 이론 따위를 만들어서는 안되었다.
허나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음에도, 드레이코는 여전히 어째서 마법사들이 점차 약해져가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피를 진흙과 함께 섞고 있다는 가설의, 해리 포터 왈, ‘마땅한 대안’을 고안해내는 것에 실패하고 있었다. 애초에 진실 그 자체인데 어떻게 그것을 대응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때, 드레이코가 이렇게도 다른 관점을 고려하는 것에 이다지도 미숙할지는 몰랐다고 해리 포터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채 독설을 토해냈다. 분명히 순혈주의에 대해 반박하는 죽음을 먹는 자가 존재했을 것이고 그의 가설이 무엇이었든 간에 드레이코가 제안하는 것보다야 더 설득력 있는 가설이지 않겠냐고 말이다. 만약 드레이코가 덤블도어의 세력에 스파이로 잠입해있는 상태고, 그 ‘집요정 가설’을 제안했다면 그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회유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드레이코는 이 또한 날카로운 지적임을 강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포터적인 문답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아, 말포이 박사님,” 해리 포터가 불평했다, “어째서 제 기사를 받아주시지 않는겁니까?”
드레이코가 완벽히 알아들을 때까지 해리 포터는 “과학자인 척하는 자인 척해라”라는 문구를 세번 이상 반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순간 드레이코는 해리 포터의 뇌구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심각하게 잘못되어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에게 레질리먼시를 거는 자는 그게 누구던 간에 정신이 오염당해 영원토록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할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 이후 해리 포터가 더욱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드레이코는 적대 세력의 인물인 포터 박사의 기사 ‘마법 구사능력과 그 유전성’을 어떻게든 거절하려고 하고 있는, 과학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변장하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인 척을 하고 있으며, 만약 그 죽음을 먹는 자가 진짜 과학자처럼 행동하지 않을 경우, 죽음을 먹는 자인 것이 들통나 사형당하고 말것이다. 그리고 말포이 박사는 잡시사 내에서의 적대 세력인 자들에게 주시를 받고 있으며 포터 박사의 기사를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사유로 거절하지 않을 경우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정도의 광기라면 그의 두뇌를 읽은 배정 모자가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미친놈처럼 실실거리고 있지 않은 것이 도리어 감탄마저 나오는 수준이었다.
또한 이 과제는 지금껏 드레이코가 들어본 것들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회피하는 것은 그로써는 있을 수 없는 선택지였다.
해리 포터가 말하기를, 때는 무르익었다.
“미안하게 생각하네만 포터 박사, 보아하니 자네, 잘못된 먹물색으로 기사를 쓴 듯 하군,” 드레이코가 말했다. “자 그럼 다음 순서!”
포터 박사가 절망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임무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완수한 나머지, 드레이코는 말포이 박사인 척 하고 있는 죽음을 먹는자를 연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포이 박사가 느낄 희열을 부분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만큼은 정말이지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밤낮을 지새워도 이런 것이라면 환영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포터 박사는 어깨를 침울하게 축 늘어뜨린채, 터벅터벅 걸어 멀어져가고는, 해리 포터로 잠깐 동안 변화해 드레이코에게 엄지를 한번 치켜주고는, 포터 박사로 다시 바뀌어 기세등등하게 그를 향해 걸어왔다.
자리에 앉은 포터 박사가 말포이 박사에게 자그마한 양피지 조각을 내밀었다:
마법 구사능력과 그 유전성
H. J. 포터-에반스-베레스 박사, 다소 고등적인 과학 소속
관찰 결과:
오늘날의 마법사는 약 800년 전의 마법사들보다
더 하등한 마법 구사능력을 보이고 있음.
결론:
마법 구사자들은 머글 태생과 스큅들과의
혈통 교배로 인해 힘이 약해졌다.
“말포이 박사님,” 기대어린 눈빛을 하며 포터 박사가 말했다, “제가 작성한 이 ‘마법 구사능력과 그 유전성’을 ‘재현할 수 없는 결과를 위한 잡지’에서 출판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양피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포이는 어떤 방식으로 이것을 거절하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며 미소지었다. 만약 그가 교수라면, 그는 이 과제물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거절할 테니까─
“너무 길군요, 포터 박사님,” 말포이 박사가 말했다.
잠시 동안 포터 박사의 얼굴에 말도 안된다는 불신감 그 자체가 피어올랐다.
“아….” 포터 박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관찰 결과와 결론 사이의 여백을 메꾸고, 대신 ‘그러한 이유로’로 대체한다면─”
“그러면 너무 짧아지지 않습니까. 다음 순서!”
포터 박사가 우울하게 돌아섰다.
“좋아,” 해리 포터가 말했다, “사실 지나칠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 두 번 더 연습하고, 세 번째는 실전이야, 중간에 멈추는 일 따위 없어. 내가 네게 말을 꺼내는 순간 너는 내 기사를 그 내용에 의거해 거절해야 해. 잡지사 내의 네 다른 적대 세력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포터 박사가 제출한 다음 기사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가히 기사의 귀감이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했지만, 공교롭게도 말포이 박사의 잡지사가 앓고 있는 단어 E에 대한 모종의 문제로 인해 거절당했다. 문제가 있는 단어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는 것을 포터 박사가 권유했지만, 사실 모음자 전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포이 박사의 답변으로 장렬하게 침몰했다.
그 다음에 제출된 기사는 오늘이 화요일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사실,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포터 박사가 이것을 지적하라는 찰나 “다음!”이라는 일침이 그를 절망으로 몰고갔다.
(드레이코는 어째서 스네이프가 순전히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덤블도어를 협박하고 있는지 서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건 거의 쾌락 수준이었다.)
그리고─
포터 박사가 거만한 썩소를 지은채 접근하고 있었다.
“이건 최근에 제가 작성한 기사, ‘마법 구사능력과 그 유전성’입니다,”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선언한 포터 박사가, 품 안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내었다. “장고 끝에 이 잡지사에게 이 기사를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고, 편집장님이 당장에라도 출판하실수 있게 모든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따라 작성했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는 이 임무가 끝나는 순간 포터 박사를 추적해 잔혹하게 살해해버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잡지사 내의 적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정중한 미소를 띄우며, 그가 말했다….
(침묵이 길어지며, 포터 박사가 조바심을 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한번 보도록 하죠.”
양피지를 받아든 말포이 박사가 그것을 세밀하게 훑어보았다.
자신이 실제로 과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죽음을 먹는 자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드레이코는 해리 포터 같이 발하는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포터 박사님, 어 그러니까, 여기에 작성하신, 어어, 관찰 결과를 설명할 이 이외의 방법들이 더 필요─”
“정말입니까?” 포터 박사가 말을 끊었다. “가령 무엇인가요? 집요정들이 마법을 강탈하고 있다, 라거나 말입니까? 제 자료들은 모두 단 한 개의 결론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말포이 박사님. 이 이외의 대체 가설은 존재하지 않아요.”
필사적으로 뇌를 가동시키며 드레이코는 만약 그가 덤블도어의 파벌에 속해있을 경우, 그들이 마법사의 몰락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이유를 댈것인지 고심했다. 지금껏 단 한번도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만약 제 자료들이 나타내는 결과를 다르게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되신다면, 제 기사를 출판하셔야 할겁니다 말포이 박사님.”
포터 박사가 짓고 있는 저 묘한 비웃음을 끝으로 드레이코의 이성줄이 끊겼다.
“호오?” 말포이 박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째서 마법 자체가 이 세상에서 서서히 고갈되어가고 있다고는 단정짓지 못하는 겁니까?”
시간이 정지했다.
드레이코와 해리 포터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충격과 공포에 가득찬 얼굴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