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해리포터와 합리적 사고의 구사법

Harry Potter and the Methods of Rationality


원작 |

역자 | 송장의간장

혼란의 감지법 1화


작가의 말: 야카 푸브 모그. 그러그 푸바웝 징크 와툼 가조르크. 첨플 스퍼즈 J.K. 롤링.

​-​-​-​-​-​-​-​-​-​-​-​-​-​-​-​-​-​-​-​-​-​-​-​-​-​-​-​-​-​-​-​-​-​-​-​-​-​-​-​-​-​-​-​-​-​-​-​-​-​-​-​-​-​-​-​-​-​-​-​-​-​-​-​-​-​-​-​-​-​-​-​-​-​-​

퀴렐 교수의 집무 시간은 목요일 오전 11시 40분에서 11시 55분 사이로 한정되어있다. 그건 전학년에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퀴렐 점수를 잃었고, 만약 그것을 감수하고 문을 두드린 이유가 그저 시간낭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가 판단할시에는, 50점을 추가로 더 잃어버린다.

해리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침묵이 일었다. 그리고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들려왔다, “그래, 들어오면 안 될 이유는 없겠군, 포터.”

그리고 해리가 미처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며 마치 나무나, 돌, 혹은 둘 다 부러지는 듯한 강렬한 소음과 함게 벽에 쾅, 하고 부딪쳤다.

퀴렐 교수는 군청색의 가죽이 감싸고 등에는 은빛의 룬이 새겨져있는, 이상하리만치 낡아보이는 책을 읽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그 책에 머무른 채 눈곱만큼도 까딱하지 않았다. “나는 결코 기분이 좋지 않다, 포터. 그리고 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는 결코 유쾌한 사람이 아니지. 네 신상을 위해서라도, 할 말만 하고 신속히 떠나는 것이 이로울것이다.”

등불이 빛을 드리우는 것처럼, 그 말과 함께 차갑기 그지없는 어둠이 장내에 드리웠다.

해리는 잠시 주춤거렸다.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퀴렐 교수님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뭐, 하지만 친구들이 그저 우울한 기분이라고 해서 조용히 무시하는 건 친구로써 도리가 아니었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방을 가로질렀다. “제가 뭔가 도와드릴 것이라도─”

“없다,” 책에서 일체 눈을 떼지 않으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제 말은, 혹시 가망없는 멍청이들을 비방하기 위해 이성적인 말상대가 필요하신 거라면….”

그 말에 놀랍게도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퀴렐 교수가 책을 쾅 하고 닫자 작은 속삭임과 함께 그것이 사라졌다. 그가 입을 꾹 다문채 올려다보자, 해리는 움찔거렸다.

“뭐, 지금 당장에는 정상적이고 지혜로운 대화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 퀴렐 교수가 냉혹하기 그지없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해리를 반겼다. “허나 과연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지는 의문이로구나.”

해리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제게 덜컥 화를 내셔도 별로 상관 없습니다. 헌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방 안에 감돌던 냉기가 한층 더 진해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 6학년 그리핀도르 학생이 장래가 촉망되는 6학년 슬리데린 학생에게 저주를 걸었다.”

해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저주죠?”

그리고 내제되어있던 퀴렐 교수의 분노가 얼굴에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말았다.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뭐하러 하는건가 포터? 적어도 우리 착한 그리핀도르 학생은 하등 쓸모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입니까?” 미처 입을 멈추기도 전에 해리가 불쑥 말하고 말았다.

“아니, 사실 나는 그저 이유없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상태이지. 그래, 정말이다 이 멍청아! 지 말로는 몰랐단다.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오러들이 베리타세룸을 복용시켜 증언을 증명하기 전까지 나는 그 말을 믿을래야 믿을 수가 없었다. 호그와트에서 6년을 보낸 이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고등의 저주를 걸었단 말이다.”

“설마,” 해리가 말했다,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가령 주문의 설명을 잘못 읽었었다거나─”

“놈이 알고 있었던 건 그저 그 저주가 적을 맞서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게 자기가 알고 있는 전부라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런 얕은 지식만으로도 마법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그런 ‘소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영장류라고 스스로를 자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로군요.”

“내 심정도 그렇다, 포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대화가 잠시 단절되었다. 퀴렐 교수가 앞으로 몸을 뻗으며 책상에서 은빛의 먹물통을 쥐고는, 마치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고문해서 죽여버렸다고 소문이 날 수 있을지 유심히 바라보며 손에서 하염없이 뒤틀기 시작했다.

“그 슬리데린은 심각하게 부상을 입었습니까?” 해리가 물었다.

“그래.”

“그 그리핀도르는 머글 태생입니까?”

“그렇다.”

“덤블도어는 단지 그가 몰랐었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처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까?”

먹물통을 쥐고 있던 퀴렐 교수의 손이 악력으로 새하얘졌다. “그 말에 논점이 있는거냐, 아니면 그저 뻔하디 뻔한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는거냐 포터?”

“퀴렐 교수님,” 해리가 진중하게 말했다. “호그와트 내의 모든 머글 태생들에게는 천연 마법사라면 숨 쉬듯이 당연스러운 나머지 설명조차 하지 못할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기본 안전 수칙이 가르쳐지는 것을 요망합니다. 정확한 효과에 대해 무지하다면 아무한테나 저주를 걸고 다니지 말아라, 만약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온 세상에 그 발견을 떠벌리고 다니지 말아라, 제대로 된 감독관이 없다면 무턱대고 여자 화장실에서 고등 마법약을 만들지 말아라, 미성년자에 대한 마법 규율의 존재 이유 등등, 그런 기초적인 것들 말이죠.”

“어째서?” 퀴렐 교수가 퉁명스럽게 반박했다. “아둔한 놈들은 자손을 남기기 전에 하루 빨리 죽어버리라지.”

“그 과정에 몇 명의 각광받는 몇몇 슬리데린 6학년들을 영원토록 잃어도 상관없으시다면 뭐, 문제는 없습니다.”

퀴렐 교수의 손아귀에 쥐여있던 먹물통이 서서히 화염에 불타오르며, 흉물스러운 검붉은 불꽃이 쇠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은빛의 물체가 서서히 녹아가며, 마치 애처로운 도주를 실패한듯이 형태를 일그러뜨렸다. 마치 그 자그마한 쇠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이, 쇠가 갈라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음이 세어나왔다.

“일리가 있군,” 체념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퀴렐 교수가 말했다. “어벙하기 이를 데 없는 머글 태생들이 이승을 하직하는 과정에서 유능한 몇몇 인물들을 함께 데려가지 않게 그에 따른 강의를 구상해보도록 하겠다.”

먹물통이 계속해서 절규를 부르짖으며 퀴렐 교수의 손 안에서 타올랐다. 쇠가 녹아 작은 방울로 탈바꿈되어, 화염에 타오르며 마치 눈물이 뚝뚝 흐르듯이 책상 위에 떨어졌다.

“도망을 치지 않는군,” 퀴렐 교수가 관찰했다.

해리가 입을 열었다.

“혹 내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그런 어불성설을 입에 담을 거라면,” 퀴렐 교수가 말했다, “하지 마라.”

“교수님은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절제되어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솔직히 말해 저는 교수님이 의도적으로 상해를 입히려고 했던 자가 아닌 다른 의외의 인물을 실수로 다치게 하고마는 장면은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가 없군요.”

퀴렐 교수의 손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점차 꺼지자, 그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먹물통을 다시금 챙상 위에다가 놓았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 포터. 그 아부 실력은 과외로 빚어진 것인가? 가령, 말포이 군에게서 라거나?”

해리는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얼마 안가 그것이야말로 무언의 긍정이라는 것을 나타낸다는 것을 때늦게 알아차렸다. 퀴렐 교수는 표정 자체에는 관심없고, 그 표정을 자아낸 속내가 어떠할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렇군,” 퀴렐 교수가 말했다. “말포이 군은 친구로써 두기에는 정말 유용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포터, 그리고 네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지. 하지만 부디 그를 지나칠정도로 신뢰하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기를 빌도록 하마.”

“말포이는 제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훌륭하군,” 퀴렐 교수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그래서, 여기에 온 궁극적인 목적은 뭐지?”

“사실 오클러먼시에 대한 기초적인 준비는 다 끝냈고, 이제 정식 개인 지도 교사를 고용해도 무리 없을 것 같아요.”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요일에 그린고트에 함께 데려가주마.” 그가 말을 멈추고는, 해리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너만 상관없다면 조금 더 어울려줘야 하겠구나. 정말이지 유쾌한 발상이 떠올랐으니.”

마주 미소지어주면서,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해리는 집무실을 나가며, 퀴렐 교수가 정체불명의 곡조를 휘파람으로 흥겹게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게 다가왔다.

​-​-​-​-​-​-​-​-​-​-​-​-​-​-​-​-​-​-​-​-​-​-​-​-​-​-​-​-​-​-​-​-​-​-​-​-​-​-​-​-​-​-​-​-​-​-​-​-​-​-​-​-​-​-​-​-​-​-​-​-​-​-​-​-​-​-​-​-​-​-​-​-​-​-​

그 일요일에는, 무슨 연유에선지 복도에서 숨을 마냥 죽인채 필사적으로 속삭이고 있는 무리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보였다. 해리 포터가 그들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 한정해서.

그리고 적나라한 손가락질.

그리고 복도를 가득 메우는 소녀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모든 것은 아침에, 누군가가 해리에게 ‘소식’을 들었냐고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해리는 그의 말을 도중에 잘라먹으며 만약 이 ‘소식’의 저자가 리타 스키터라면 절대로 듣고 싶지 않으며, 스스로의 두 눈으로 직접 그 ‘소식’을 확인하겠다고 선언하엿다.

그리고 호그와트에서 예언자 일보를 구독한 학생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희귀한 그 신문이 학생에서 학생에게 사방팔방으로 돌려지고 있으며, 작금에는 그 어느 누구도 신문의 보유자가 누군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그래서 해리는 침묵 마법을 걸고 아침을 조용히 끝마쳤다. 떼거지로 몰려와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들을 물리는 귀찮은 일은 전적으로 그의 옆에 앉은 불운한 학우에게 위임하고, 경탄성, 자지러지는 소리,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미소, 동정어린 눈빛,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 그리고 아침 식사를 위해 새로이 연회장에 도착한 자들이 소식을 전해듣고 그만 접시를 떨어뜨려버리는 날카로운 소음을 무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소 궁금증이 일었지만, 다른 이의 입으로 소식을 전해듣는 건 거의 모욕이나 마찬가지인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신문의 원본을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룸메이트에게 해둔 뒤, 해리는 트렁크 속의 안전한 공간에서 숙제를 끝마쳤다.

오전 10시경, 마차 앞자리의 오른켠에 앉아 그대로 좀비 같이 축 늘어져버린 퀴렐 교수와 함께 호그와트를 떠날때도 해리는 시큰둥했다. 해리는 그와 대각선 자리, 즉 마차 속의 공간이 허락하는 한 퀴렐 교수와 가장 멀찍이 떨어진, 뒷자리의 왼켠에 앉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마차가 ‘금지되지 않은 숲’을 가로지르는 자그마한 오솔길을 천천히 달리며 간혹가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낼때마다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토나올정도로 복잡한 내용으로 구성된 책은 가뜩이나 읽기가 어려웠고, 불현듯 해리는 차라리 그가 읽고 있는 것이 어릴 적에 자주 접했던 공상 과학 소설이면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성의 결계를 막 벗어났다, 포터,” 앞자리에서 퀴렐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려라.”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린 퀴렐 교수가, 지면에 착지하며 낙법 자세를 취했다. 해리 또한, 나름대로 포즈를 잡으며 뛰어내렸다.

어떠한 교통 수단으로 거기까지 갈 것인지 해리가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퀴렐 교수가 “잡아라!” 라고 소리를 지르며 크넛 동화를 그에게 던졌다.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해리는 반사적으로 동전을 잡았다.

무형의 갈고리가 해리의 복부를 쥐어잡으며 강하게 그를 뒤로 잡아, 가속감 없이 이끌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가 뜨자, 해리는 다이애건 앨리의 한복판에 멍하니 서있었다.

(저기 대단히 실례하지만, 이게 무슨? 뇌가 질문을 던졌다.)

(순간이동임. 해리가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던 걸로 아는데. 혼란에 빠진 해리의 뇌가 불만을 토로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있었던, 녹음이 우거진 숲의 흙이 아니라 벽돌로 이루어진 길바닥을 느끼며 해리는 휘청거렸다. 아직도 멀미 기운과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은채 등을 꼿꼿이 세운 해리는, 일렁이듯이 걸음 바쁘게 어디론가 걸어가는 마법사들과 마녀들과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는 가게 주인들을 바라보며, 뇌가 온건하게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얼마 안가, 마치 빨대를 강하게 흡입했듯이 빠는 듯한 소리와 공기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함께 났고, 해리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퀴렐 교수가 나타났다.

“실례하지만─” 해리가 입을 열었지만, 동시에 퀴렐 교수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해리가 입을 꾹 닫았지만, 퀴렐 교수는 거리낌 없이 이어갔다.

“─이제부터 따로 볼 일이 있다, 포터. 네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전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제 충분히 인지한 이상, 나는 너를─”

“신문 가판대에 데려다 주세요,” 해리가 말했다.

“음?”

“아니, 예언자 일보를 구매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상관없어요. 그런 장소에 떨궈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안가, 해리는 협박으로 들리는 애매모호한 짧은 충고와 함께, 서점으로 배송되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몸을 한층 움츠린 채 입구와 해리를 미친듯이 번갈아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할 때 가게 주인은 결코 애매하지도 모호하지도 않은 직설적인 협박들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만약 서점이 방화되거나 한다면, 해리는 퀴렐 교수가 도착할 때까지 불더미 한복판에서 유유자적하게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리는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았다.

서점은 다소 작고 조잡해보였다. 책장은 오직 네 개밖에 보이지 않았고, 해리의 눈이 머무른, 가장 가까운 책꽂이에는 ‘15세기 알바니아에서의 학살’ 따위같이 암울하기 그지없는 제목들로 구성된, 싸디 싸고 그만큼 두께도 얇은 책들이 쌓여있었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우선적이었다. 해리는 말없이 계산대로 직행했다.

“저기,” 해리가 말했다, “예언자 일보 하나 주세요.”

“5시클이다,” 가게 주인이 말했다. “미안하구나 얘야, 세 매밖에 남지 않았거든.”

5시클이 계산대에 놓였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가격을 깎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져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해리의 얼굴을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본 가게 주인의 눈이 커다란 깨달음과 함께 거대해졌다. “너로군!”

“나였어!”

“그게 사실이니? 정말로─”

“닥치세요! 죄송해요, 하지만 타인의 입으로 전해듣기를 거부한채 제가 직접 원본을 읽기를 오늘 하루동안 학수고대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입 다무시고, 건내주세요 네?”

잠시 해리를 바라보던 가게 주인이, 말없이 계산대 밑으로 손을 뻗고는 반으로 접힌 오늘자 예언자 일보를 건내주었다.

일면의 적나라한 표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해리 포터

지네르바 위즐리와

비밀리에 약혼

해리는 신문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리고는 마치 에셔의 작품을 다루듯이,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세밀한 행동거지로 신문을 계산대에서 살짝 집어올린 그가, 마찬가지로 평온하게 두 손으로 잡아 펴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리타 스키터를 납득시킨 ‘명백한 증거’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외의 기타 정보들.

…그리고 다른 증거들을.

프레드와 조지는 여동생과 사전에 합의를 했겠지? 물론 그렇겠지. 일면에는 지네르바 위즐리가 해리가 자세하게 살펴본 결과, 그의 사진으로 드러난 물건을 향해 나지막히 애정어린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 실려있었다.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싸구려 접이식 의자에 앉은 해리가 신문을 벌써 네 번째로 정독하고 있던 와중에, 문이 사뿐하게 열리며 퀴렐 교수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늦어서 미안하 ─ 멀린이시여, 지금 도대체 뭘 읽고 있는 거냐?”

“제가 보기에는,” 경탄이 섞인 목소리로, 해리가 말했다, “아무래도 아서 위즐리 씨라는 작자가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 시전자인 죽음을 먹는 자를 죽여버리고 말아, 결과적으로 고귀로운 포터 가문에 빚을 만들어버렸고, 아버지는 그 당시에 갖 태어난 지네르바 위즐리를 마찬가지로 갖 태어난 저랑 정략 결혼시켜버리는 것으로 빚을 퉁쳐버린 것 같군요. 혹시 이 세계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존재하거나 합니까?”

“어떻게 이런 망발을 순순히 믿을 정도로 스키터 양이 무식할 수가─”

그리고 퀴렐 교수가 별안간 말을 멈추었다.

마침 해리가 신문을 수직으로 들고 폈기에, 퀴렐 교수의 서 있는 장소의 시점에서 표제 아래의 내용을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퀴렐 교수의 경악감 어린 표정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나머지 이 어처구니 없는 신문과 맞먹을 정도였다.

“걱정 마세요,” 해리가 발랄하게 말했다, “모두 가짜니까요.”

가게 어딘가에서, 주인이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는 책더미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듯한 소리로 이어졌다.

“포터….” 퀴렐 교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확신할 수 있나?”

“물론이죠. 이제 그만 갈까요?”

벙찐 표정을 지은 퀴렐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는 신문을 다시 접고는, 그를 따라 문을 나섰다.

무슨 연유에선지 해리의 귓가에는 더 이상 거리의 웅성거림과 자연적인 소음이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약 30초 가량 침묵 속에서 걷던 그들 사이의 팽팽하게 당겨진 공기를 깨뜨린 것은 퀴렐 교수였다. “스키터 양은 외부에서부터 철저하게 제한된 위즌가모트 법정의 회의록 원본을 훔쳐본 경험이 있다.”

“그렇군요.”

“위즌가모트 법정의 회의록 원본을.”

“네.”

“그건 나조차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일이다.”

“정말입니까?” 해리가 말했다. “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이건 일개 호그와트의 학생에 의해 이루어진 일인데요.”

“그건 불가능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퀴렐 교수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포​터​…​안​타​깝​지​만​,​ 아무래도 이 꼬마 아가씨는 정말로 너와 결혼할 생각인 것 같구나.”



작가의 말은 무언가의 패러디지만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군요. 구글에 쳐보시면 원본이 나올 겁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발견했지만, 이번 화 초반에 퀴렐 교수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리핀도르 6학년 생이 저지른 사건이 굉장히 익숙하실 겁니다...

...바로 원작의 해리 포터가 6권에서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저지른 짓과 똑같죠. 잘 알지도 못하는 주문을 걸었고, 입닥쳐말포이는 사경을 헤메게 되었습니다. 그걸 그대로 가져와, 신랄하게 까고 또 까고 포풍같이 까네요.

해리도 마찬가지로, 지금껏 원작의 해리가 저질렀던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감독 없이 화장실에서 고등 마법약 만들기(폴리주스 - 2권) 등등...평행 세계의 매력이 이런 거죠. 사실 이 쪽 해리가 보기에 원작의 해리는 천하에 둘 도 없을 바보일테니까요. 아예 같은 존재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듯....

저번 화에서, 위즐리 쌍둥이 형제는 해리를 뛰어넘기 위해 계략을 획책하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한 엄청난 장난을 말이죠. 리타 스키터가 저런 기사를 낸 것을 보면, 성공한 것 같군요. 간지포풍 퀴렐마저 속아넘어감. 아니면 정말로 지니 위즐리가 해리에게 일방적으로 약혼을 했다거나.

그럼 다음 화가 올라올 때까지...

(디아 하지 마세요 디아. 하루 3시간 자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건 미친 짓입니다. 이제 전 블리자드의 노예입니다. 여행 다녀와야 하는데 가기 싫어졌어 으어)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