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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아무래도 제가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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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는 전생에 놀이공원 같은 곳에 놀러간적이 거의 없다. 궂이 따지자면 초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갔던 에버랜드 정도일까.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런 곳 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는걸 선호한 탓도 있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는 하필이면 그때 병이 들어서 못갔었다. 망할 신종플루.

그런 의미에서 전생의 에버렌드와 이곳의 카이바 랜드를 비교하자면, 카이바 유원지가 단연히 압승. 규모부터 시작해서 온갖 요소가 에버랜드 따위와 비교하는게 카이바 랜드에게 실례가 될 정도였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초보자가 만든 놀이동산과 숙련자가 무한맵에서 만든 놀이동산의 차이 정도일까. 그러고보니 사장님 평생의 꿈이 전 세계에 카이바 랜드를 건설해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어 주는 것이였던가. 그렇게 생각하자면 이정도의 규모를 가진 놀이공원이 전 세계에 있다는건데... 여... 역시 카이바 코퍼레이션. 돈지랄의 제왕!

아무튼간에 이왕에 카이바 랜드에 왔으니까, 전생에서는 못타봤던 놀이기구를 마음껏 타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 나이는 5살. 롤러코스터는 커녕 조금이라도 위험한 놀이기구에는 부모님이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막으셨다. '어머니, 저 이래뵈도 마음만은 25살이에요.' 라고 부르짖는 내 생각과 달리 부모님께서는 내 손을 붙잡고 카이바 랜드 중심지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자리에 서서 액션 히어로물을 보는 장소였다. 내가 들어갔을땐 이미 한창 진행되어서, 사회자와 아이들이 한 영웅을 큰 소리로 외치는 타이밍이였다.

"자, 어린이 여러분! 모두 다같이~!"

"정의의 사도 카이바맨!"

리젠트 머리를 한 인상적인 남자가 손을 들어서 한 곳을 가리키자 연기가 퍼엉- 하고 올라오면서, 그 사이로 푸른눈의 백룡의 얼굴을 본딴 가면을 쓴 남자가 걸어나왔다.

"강인, 무적, 최강! 정의의 사도 카이바맨. 등! 장!"

"와아아아아~"

이건 미친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이 나이에 히어로 연극. 그것도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공간침식당할거 같은 아동용 연극이라니. 난 이런거 절대 용납 못....

"힘내라! 카이바맨! 악당을 무찔러!"

하지 않습니다. 네. 어려저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재미있... 아니 볼만했다. 아무튼 카이바맨이 나타나자, 별가사리 모양을 한 악당이 반보 물러가면서 약속된 대사를 내뱉었다. 잠깐. 저거 아무리봐도 왕님인데? 아니 카이바씨 도대체 유우기를 어떻게 만들고 싶으셨던겁니까!

"아닛, 카이바맨. 어떻게 여길."

유우기를 닮은 유기라는 악당이 1기 유희 목소리같은 발연기를 하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카이바맨을 바라보았다. 아마 저분은 이거 끝나면 짤릴게 분명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악당인 유기는 주위를 휙 둘러보다가 휘파람을 휙- 하고 불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와 내 옆에 있던 여자애의 몸이 휙 들렸다.

"어?"

"아?"

당황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보았지만, 부모님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긴, 납치지만 연기니까 아무런 걱정을 안하는게 당연하다. 오히려 좋은 추억거리가 될꺼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 하지만 그래도 너무 당당하게 납치당하도록 놔두는건 부모로써의 예의는 아닌것 같다. 벼... 별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무서운건 아니니깐!

"후응~ 네녀석은 언제나 비겁한 짓만 했지. 유기!"

그래! 카이바맨. 저 사악한 유기를 멋진 포즈로 무찌르...

"흥, 카이바맨. 이 아이들을 돌려받고 싶으면. 나와 듀!얼하자구."

네? 듀얼요? ㅈ... 잠깐만요. 당신 납치범이잖아요. 납치범이 왜 영웅에게 듀얼을 신청하나요. 잠깐만요. 카이바맨. 왜 듀얼디스크를 장착하는거에요. 뭐에요. 듀얼 만능주의 인건가요? ​그​런​건​가​요​오​오​오​오​?​!​

"유기. 너는 지금 지상 최대의 듀얼리스트를 적으로 돌렸다! 자, 듀얼이다!"

"와아아아아-"

정의의 사도 카이바맨과 악의 제왕 유기왕이 어린 아이의 생명을 걸고 듀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으려고 얼굴을을 한껏 찌뿌렸다. 이 세계는 원래 이러니까 어쩔수없다. 그래, 용사가 신이 내려주신 카드로 마왕을 이긴다던가, 마법카드의 힘을 빌려서 신데렐라가 왕자와 춤을 추다가 지속시간이 끝나서 도망간다던가. 원래 세계였다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만한 이야기가 여기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제 엄마가 본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떠나가는 여자 주인공을 잡기 위해 듀얼을 신청했던가.

아무튼 나는 두 사람이 듀얼하는 장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한창 듀얼을 하다가 카이바맨의 푸른 눈의 백룡이 유기왕의 블랙 매지션에게 파괴당하고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자, 뒤에서 누군가가 내 옷을 붙잡았다. 아까 나와 같이 올라온 여자애였다. 내가 고개를 돌려서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떨면서 나에게 말했다.

"카.. 카이바맨이 지면 어떻해."

아니. 이건 연기라서 절대 카이바맨이 질리가 없는데 말이지. 분명히 이거 다음에는 죽은 자의 소생으로 백룡을 살려서 융합한 다음에 궁푸백으로 블매의 목을 딸꺼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면서 내 등에 꼭 달라붙어있는 저 순진한 소녀에게 대놓고 말할수는 없잖아. 그런건 산타클로스를 기대하는 아이 앞에서 '산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라고 대놓고 말하는것과 같은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삼촌이 어린 조카가 무서워서 떨고있을때 하는것 처럼 하기로 했다.

"괜찮아. 카이바맨인걸? 카이바맨이니까, 분명히 유기을 이겨서 우리를 구해줄꺼야."

".... 정말?"

"응. 만약 카이바맨이 진다면 내가 널 지켜줄께."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했다. 어? 근데. 리젠트 머리 아저씨, 왜 절 바라보나요? 아버지, 왜 그렇게 흐뭇한 표정으로 절.... 잠깐! 들린건가요? 다 들어버린건가요!

"후응. 꽤나 용기있는 꼬마가 아닌가. 하지만 네가 나설 필요는 없을것 같군. 왜냐하면, 나의 이 카드로 악의 제왕 유기를 쳐부술것이기 때문이지!"

미소를 지은 카이바맨은 죽은 자의 소생으로 푸른눈의 백룡을 살려서, 융합으로 궁극의 푸른눈의 백룡을 소환한 다음 거대화를 장착해서 블랙 매지션을 공격했다. 커다란 삼두룡이 브레스를 뿜는 장면은, 솔리드 비전이였지만 소름이 돋았다. 저 브레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로 공격 하나 하나에 위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격을 맞은 블랙 매지션은 유리조각처럼 변해 사라졌고, 유기는 팔로 얼굴을 감싸면서 '두고보자! 카이바맨!'이라 외치면서 빠져나갔다. 그런데 배우가 발연기를 하던데, 다음에 나올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게 카이바맨에게 구출된 나와 여자아이는 카이바맨에게 친필 싸인을 받고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부모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 네? 그런 말을 많은 사람들 한 가운데서 한게 부끄럽지 않냐고? 아이라서 부끄럽지 않은걸!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부모님과 함꼐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을때, 뒤에서 어떤 부부와 아까전에 내 등 뒤에 있었던 여자애가 다가왔다. 그 여자애는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손을 붙잡고 있었고,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은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참 당차던데,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저 아이의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에게 말을 걸자 어머니는 나를 안아올리면서 대답했다.

"츠치키 료야에요. 그쪽 귀여운 공주님은 이름이 뭔가요?"

어머니께서 허리를 숙이시면서 아이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여자애는 그쪽 어머니의 다리 뒤로 몸을 재빨리 숨겼다. 그러면서 살짝 눈을 내밀어서 나와 우리 엄마를 흘끗흘끗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숨었다. 귀여어

"죄송해요. 애가 아직 낯을 많이 가려서. 자기소개해야지 하루카짱?"

하루카라고 불린 소녀는 다리 뒤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며 "토... 토도 하루카. 5살"이라 말하고 다시 다리 뒤로 숨었다. 그걸 쓴웃음 지으면서 바라보던 그쪽 어머니께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기. 료야군. 우리 하루카짱이랑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요? 우리가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하루카짱이 친구가 없어요."

그 말에 나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 아니, 사실 그거 말고는 따로 할 대답도 없잖아. 아무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저쪽 부모님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밥을 사주셨다.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이 먹은건 제가 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저쪽의 아버지께서 대신 계산해주셨다. 내가 하루카짱의 친구가 된 기념이라나?

오후에는 하루카네 가족과 함께 다녔다. 그리고 헤어질때쯤 하루카는 더이상 하루카네 어머니의 다리 뒤에 숨지 않았고, 그 일이 있은 후 한달 쯤 지나자 서로 '하루'라던가 '료'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네? 혹시 전생에 로리콘이 아니였냐고? 아이라서 로리콘이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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