藍微塵の衣服
도쿄 시바(芝) 구에 있던 이야기다. 시바 구 어느 마을에 전당포가 있었는데 그곳 마누라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난 여자애를 두고 병으로 죽어, 남편은 후처를 얻었다.
후처는 순종적인 기질에 늘 유쾌한 얼굴을 한 여자로, 의붓딸에게도 친어머니처럼 애정을 보여주여 의붓딸도 무척 따라 남편도 안심하고 지냈다.
하지만 그 후처가 얼마 안 지나 입을 다물고 점점 말수가 적어지게 되더니 여자를 둘러싼 꽃이 필듯한 따뜻한 분위기는 없어지고 차갑고 딱딱한 것만 남고 말았다.
그것을 눈치챈 건 전당포 주인의 친척 노인이었다. 노인은 이런저런 경험에서 이건 남편이 딴데 마음을 쏟는 이가 있어 마누라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아 부인병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은 어느 날 후처를 자기집으로 불러 물어 보았다.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
"별로 이렇다 할 일은 없어요."
"그래도, 뭔가 있는 거 같네. 왜냐면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걸."
"별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인가. 한 번 말해보게. 자네 힘이 되어주려고 하니."
이렇게 한 차례 대화가 오고 간 후 후처는 창백한 얼굴을 들고 말했다.
"제가 이러는 건 무서운 일이 있어서예요. 밤에 자고 있으면 불단 쪽 방하고 자는 방 사이 창호지에 구멍이 뚫리고 여자가 튀어나와서 절을 하니까, 진짜 무섭기도 너무 무서워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남편한테 말하는 것도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어떤 여자인가" 하고 노인은 물어 보았다.
"젊고 예쁜 여자예요. 물망초 기모노에 검은 띠를 두르고, 머리는 마루마게(*1)로 묶었어요."
"무언가 말하던가."
"아무 말 없이 하얗고 야윈 손을 짚고 제가 있는 쪽으로 절을 하는 거예요."
노인은 바로 전처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을 불러 후처가 말한 이야기를 전했다.
"물망초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짚이는 데가 없는가?"
물망초 기모노는 전처가 무척 좋아해서 평소에 즐겨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건 죽은 아내가 좋아하던 옷입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 없더니,
"뭔가 미련이 있는 게구먼." 하고 반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럴까요. 장례도 그렇게 잘 치뤄줬고, 아무런 불만이 없을 터입니다만." 남편은 이렇게 말한 후, 옆에 있는 후처 쪽을 보고,
"애는 당신이 그렇게 귀여워 하는데, 불만이 있을 리 없지. 혹시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꾸짖을 테니 깨워주게."
그 다음 날 밤, 남편과 후처는 여자애를 사이에 두고 평소와 같이 다다미 여덟 장의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곳은 광과 접해있는 방으로, 다음에 다다미 넉 장 반 정도의 불단이 놓여 있는 방이 있고, 그 앞으로는 툇마루가 있어 광의 입구와 이어져 있었다.
곧 후처는 잠에서 깼다. 후처는 겁이 나 눈을 떠 어둠 속을 보았다. 그러자 베개 근처로부터 오른쪽 옆에 있던 불단이 있는 방 사이의 창호지가 언제나 같이 뚫려서 물망초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환등기에 비추는 것처럼 분명하게 나타나, 문턱 위쯤에 앉아 하얀 손을 짚었다. 후처는 문득 남편이 자기를 깨우라고 한 말이 떠올라 손을 뻗어 남편의 어깨를 흔들었다.
남편이 눈을 떠서 보니 후처가 자기를 깨웠기에 바로 이해하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여자는 이제 절을 하고 있었다.
"이봐, 당신 애는 이렇게 귀여움 받고 있는데 무슨 불만이 있어 자꾸 오는 건가." 하고 남편이 꾸짖는 것처럼 말하자, 여자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거예요."
"그런가, 그런가. 하지만 당신이 오면 이 여자가 무서워하니까 이제 오지 말게." 하고 남편이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여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물망초 기모노
도쿄 시바(芝) 구에 있던 이야기다. 시바 구 어느 마을에 전당포가 있었는데 그곳 마누라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난 여자애를 두고 병으로 죽어, 남편은 후처를 얻었다.
후처는 순종적인 기질에 늘 유쾌한 얼굴을 한 여자로, 의붓딸에게도 친어머니처럼 애정을 보여주여 의붓딸도 무척 따라 남편도 안심하고 지냈다.
하지만 그 후처가 얼마 안 지나 입을 다물고 점점 말수가 적어지게 되더니 여자를 둘러싼 꽃이 필듯한 따뜻한 분위기는 없어지고 차갑고 딱딱한 것만 남고 말았다.
그것을 눈치챈 건 전당포 주인의 친척 노인이었다. 노인은 이런저런 경험에서 이건 남편이 딴데 마음을 쏟는 이가 있어 마누라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아 부인병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은 어느 날 후처를 자기집으로 불러 물어 보았다.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
"별로 이렇다 할 일은 없어요."
"그래도, 뭔가 있는 거 같네. 왜냐면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걸."
"별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인가. 한 번 말해보게. 자네 힘이 되어주려고 하니."
이렇게 한 차례 대화가 오고 간 후 후처는 창백한 얼굴을 들고 말했다.
"제가 이러는 건 무서운 일이 있어서예요. 밤에 자고 있으면 불단 쪽 방하고 자는 방 사이 창호지에 구멍이 뚫리고 여자가 튀어나와서 절을 하니까, 진짜 무섭기도 너무 무서워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남편한테 말하는 것도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어떤 여자인가" 하고 노인은 물어 보았다.
"젊고 예쁜 여자예요. 물망초 기모노에 검은 띠를 두르고, 머리는 마루마게(*1)로 묶었어요."
"무언가 말하던가."
"아무 말 없이 하얗고 야윈 손을 짚고 제가 있는 쪽으로 절을 하는 거예요."
노인은 바로 전처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을 불러 후처가 말한 이야기를 전했다.
"물망초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짚이는 데가 없는가?"
물망초 기모노는 전처가 무척 좋아해서 평소에 즐겨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건 죽은 아내가 좋아하던 옷입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 없더니,
"뭔가 미련이 있는 게구먼." 하고 반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럴까요. 장례도 그렇게 잘 치뤄줬고, 아무런 불만이 없을 터입니다만." 남편은 이렇게 말한 후, 옆에 있는 후처 쪽을 보고,
"애는 당신이 그렇게 귀여워 하는데, 불만이 있을 리 없지. 혹시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꾸짖을 테니 깨워주게."
그 다음 날 밤, 남편과 후처는 여자애를 사이에 두고 평소와 같이 다다미 여덟 장의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곳은 광과 접해있는 방으로, 다음에 다다미 넉 장 반 정도의 불단이 놓여 있는 방이 있고, 그 앞으로는 툇마루가 있어 광의 입구와 이어져 있었다.
곧 후처는 잠에서 깼다. 후처는 겁이 나 눈을 떠 어둠 속을 보았다. 그러자 베개 근처로부터 오른쪽 옆에 있던 불단이 있는 방 사이의 창호지가 언제나 같이 뚫려서 물망초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환등기에 비추는 것처럼 분명하게 나타나, 문턱 위쯤에 앉아 하얀 손을 짚었다. 후처는 문득 남편이 자기를 깨우라고 한 말이 떠올라 손을 뻗어 남편의 어깨를 흔들었다.
남편이 눈을 떠서 보니 후처가 자기를 깨웠기에 바로 이해하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여자는 이제 절을 하고 있었다.
"이봐, 당신 애는 이렇게 귀여움 받고 있는데 무슨 불만이 있어 자꾸 오는 건가." 하고 남편이 꾸짖는 것처럼 말하자, 여자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거예요."
"그런가, 그런가. 하지만 당신이 오면 이 여자가 무서워하니까 이제 오지 말게." 하고 남편이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여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