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の怪
도사 나가오카 군(土佐長岡郡) 깊숙한 곳에 모토야마(本山)란 곳이 있다. 지금은 정(町) 제도에 의해 정으로 됐지만 예전에는 모토야마 읍(郷)이라고 하는 한 지방을 이루고 있었다. 시고쿠사부로(四国三郎)의 요시노가와(吉野川)가 마을 안을 흐르고 촌락에 있는 건 그 주위에 있는 약간의 평지로, 한쪽에는 고봉(高峰) 슌타케(駿岳)가 우뚝 솟아 있었다. 모토야마에는 요시노부(吉延)라고 하는 산골짜리가 있어서 그곳에 멧돼지인지 사슴인지 큰 짐승이 살아 사냥꾼 중 그곳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이가 없었지만 그 골짜기에서는 가끔씩 이상한 일들이 있어 기가 약한 이는 가지 않았다. 초겨울이었다. 한베라고 하는 사냥꾼이 총과 덫을 가지고 골짜기로 향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골짜기에 태연하게 들어가다니 대담한 남자였다. 그가 골짜기에 도착한 건 아직 새벽이 되기 전으로 수풀 아래가 캄캄했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짐승이 다닐만한 곳을 손으로 더듬어 덫을 치고 옆에 있는 바위 그늘에 앉아 어깨에 메고 있던 총을 세워놓고는 허리 주머니에서 담뱃대를 꺼내 담배를 채우더니 화약심지의 불을 옮겨붙여 조용히 담배를 피우며 짐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찬바람이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가 서리가 되려던 이슬이 때때로 뺨에 떨어져 내렸다. 한베는 담배를 피우면서 귀를 기울여 짐승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고 주의를 기울였다. 머지않아 날이 점점 밝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 쪽을 힐끗 보자 하늘은 푸르죽죽해서는 빛을 잃은 별 두 개만이 솔송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었다.
수풀 아래도 차츰 밝아져 나뭇잎 색이나 모양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덫을 친 곳은 그곳에서 오육 간(間)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곳은 산기슭의 작은 도랑처럼 움푹 패인 곳이었다. 한베는 아침 먹잇감을 찾는 짐승이 움직일 시각이 되었다고 생각해, 담뱃대를 주머니에 넣어 허리에 단단하게 차고 세워두었던 총을 쥐어 언제라도 쏠 수 있도록 몸을 앞으로 향했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산지렁이 한 마리가 어디선가 뱀처럼 기어와서는 덫에 걸렸다. 한베는 그걸 보고는 생각했다.
(저렇게 큰 지렁이도 있군)
지렁이는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옆 노란 풀숲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있었다. 그건 흙빛의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그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기어나와 덫 옆에 잠시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이윽고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산지렁이를 덥석 물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삼켜 버렸다. 개구리는 겨우 일이 끝났다고 말하는듯 웅크렸다.
어디에 있었는지 시커먼 땅에서 붉은 반점을 지닌 작은 뱀이 개구리 뒤에서 기어나왔다. 한베는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다. 뱀은 개구리 옆에서 목을 쳐들고 빨간 바늘과 같은 혀를 쉭쉭 한두번 내밀더니 개구리의 다리 하나를 물었다. 개구리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 몸은 차례로 뱀의 목구멍으로 사라져 갔다.
(기묘한 일도 있는 법이구먼)
한베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 한베의 눈앞으로 잿빛털의 커다란 무언가가 스쳤다. 골짜리 아래쪽 수풀 속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갑작스레 튀어나와 한베 코끝을 스치듯이 올가미 옆으로 갔다. 한베는 사격 자세를 취했다. 멧돼지는 개구리를 삼키고 반대편으로 기어가던 뱀을 한 입에 낼름 삼켜 버렸다. 동시에 한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송아지 같은 멧돼지가 굉연한 총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며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총소리는 작게 울릴뿐 멧돼지는 여유롭게 반대편으로 가고 말았다. 한베는 아차 하며 두 번째 탄을 서둘러 채워넣었지만 다 채워넣었을 때는 이미 멧돼지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기묘한 날이군)
한베는 총을 든 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오늘은 재수가 없을 것 같군. 집에 가자, 가)
한베는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혀를 차며 처음 올라온 길을 내려가 골짜기 아래쪽으로 향했다. 솔송나무가 자라 살짝 어두운 곳이 있었다. 한베는 그곳에 도착하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어깨에 걸었다. 송라(松蘿)가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드리워진 커다란 솔송나무 그늘에서 턱수염이 새하얀 노승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한베 앞을 가로막더니 두 손을 벌렸다.
"이 괴물 자식"
한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어 노승의 정면을 내려쳤다. 그러자 둘이 되어 쓰러졌을 노승이 두 명이 되어 나란히 손을 벌렸다. 대담한 한베였지만 여기에는 조금 놀랐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 건가"
한베는 다시 오른쪽 요승을 정면에서 베고, 다음에는 왼쪽 승려의 몸통을 올려치듯 베었다.
"이건 어떠냐"
요승은 넷이 되어 손을 벌렸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가"
한베는 구별 없이 마구 칼을 휘둘렀다. 요승은 열네다섯 명이 되었다.
"젠장"
한베는 난도질하듯 칼을 휘둘렀다. 자르면서 보니 요승의 몸이 잘리는 족족 더 많아졌다. 한베는 여기서 이래봐야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칼을 휘둘러 한쪽을 뚫고 달렸다. 돌이 비와 같이 한베를 향해 날아왔다. 한베도 맞서서 휘둘렀다. 백 명쯤 되는 요승이 각각 손에 돌을 들고 던지고 있었다. 돌은 쉴틈도 없이 한베의 몸을 두드렸다. 한베는 필사적으로 요승 무리로 달려들었다.
"젠장, 젠장, 젠장"
한베는 목이 터져라 외치며 휘둘렀다. 그리고 기진맥진해 나가떨어질 무렵 나무 뿌리인지 바위 모서리에 발이 걸려 칼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우물쭈물하고 있어선 요승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 같아 그는 쭈그려 앉아 손에 잡히는 물건을 뭐든 집어 던졌다.
요승 무리는 질려 하나둘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베는 힘을 얻어 더 열심히 던졌다. 요승의 수는 점점 더 줄어 이제 여기저기 한두명 정도 남는가 했더니 결국 다 없어졌다.
한베는 맥이 풀렸다. 그것과 동시에 꿈에서 깬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아직 그곳에 요승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 손에 쥐고 있던 마지막 돌을 마구 던졌다. 그 돌은 자기 가슴하고 머리에 맞았다. 그는 놀라서 자기 몸을 돌아보았다. 그의 몸 주위에는 자기 손으로 자기에게 던진 돌로 가득해 얼굴과 머리 한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새하얀 강가의 자갈밭으로 바로 왼쪽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요시노가와(吉野川)의 자갈밭이었다.
괴이한 산
도사 나가오카 군(土佐長岡郡) 깊숙한 곳에 모토야마(本山)란 곳이 있다. 지금은 정(町) 제도에 의해 정으로 됐지만 예전에는 모토야마 읍(郷)이라고 하는 한 지방을 이루고 있었다. 시고쿠사부로(四国三郎)의 요시노가와(吉野川)가 마을 안을 흐르고 촌락에 있는 건 그 주위에 있는 약간의 평지로, 한쪽에는 고봉(高峰) 슌타케(駿岳)가 우뚝 솟아 있었다. 모토야마에는 요시노부(吉延)라고 하는 산골짜리가 있어서 그곳에 멧돼지인지 사슴인지 큰 짐승이 살아 사냥꾼 중 그곳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이가 없었지만 그 골짜기에서는 가끔씩 이상한 일들이 있어 기가 약한 이는 가지 않았다. 초겨울이었다. 한베라고 하는 사냥꾼이 총과 덫을 가지고 골짜기로 향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골짜기에 태연하게 들어가다니 대담한 남자였다. 그가 골짜기에 도착한 건 아직 새벽이 되기 전으로 수풀 아래가 캄캄했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짐승이 다닐만한 곳을 손으로 더듬어 덫을 치고 옆에 있는 바위 그늘에 앉아 어깨에 메고 있던 총을 세워놓고는 허리 주머니에서 담뱃대를 꺼내 담배를 채우더니 화약심지의 불을 옮겨붙여 조용히 담배를 피우며 짐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찬바람이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가 서리가 되려던 이슬이 때때로 뺨에 떨어져 내렸다. 한베는 담배를 피우면서 귀를 기울여 짐승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고 주의를 기울였다. 머지않아 날이 점점 밝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 쪽을 힐끗 보자 하늘은 푸르죽죽해서는 빛을 잃은 별 두 개만이 솔송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었다.
수풀 아래도 차츰 밝아져 나뭇잎 색이나 모양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덫을 친 곳은 그곳에서 오육 간(間)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곳은 산기슭의 작은 도랑처럼 움푹 패인 곳이었다. 한베는 아침 먹잇감을 찾는 짐승이 움직일 시각이 되었다고 생각해, 담뱃대를 주머니에 넣어 허리에 단단하게 차고 세워두었던 총을 쥐어 언제라도 쏠 수 있도록 몸을 앞으로 향했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산지렁이 한 마리가 어디선가 뱀처럼 기어와서는 덫에 걸렸다. 한베는 그걸 보고는 생각했다.
(저렇게 큰 지렁이도 있군)
지렁이는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옆 노란 풀숲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있었다. 그건 흙빛의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그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기어나와 덫 옆에 잠시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이윽고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산지렁이를 덥석 물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삼켜 버렸다. 개구리는 겨우 일이 끝났다고 말하는듯 웅크렸다.
어디에 있었는지 시커먼 땅에서 붉은 반점을 지닌 작은 뱀이 개구리 뒤에서 기어나왔다. 한베는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다. 뱀은 개구리 옆에서 목을 쳐들고 빨간 바늘과 같은 혀를 쉭쉭 한두번 내밀더니 개구리의 다리 하나를 물었다. 개구리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 몸은 차례로 뱀의 목구멍으로 사라져 갔다.
(기묘한 일도 있는 법이구먼)
한베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 한베의 눈앞으로 잿빛털의 커다란 무언가가 스쳤다. 골짜리 아래쪽 수풀 속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갑작스레 튀어나와 한베 코끝을 스치듯이 올가미 옆으로 갔다. 한베는 사격 자세를 취했다. 멧돼지는 개구리를 삼키고 반대편으로 기어가던 뱀을 한 입에 낼름 삼켜 버렸다. 동시에 한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송아지 같은 멧돼지가 굉연한 총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며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총소리는 작게 울릴뿐 멧돼지는 여유롭게 반대편으로 가고 말았다. 한베는 아차 하며 두 번째 탄을 서둘러 채워넣었지만 다 채워넣었을 때는 이미 멧돼지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기묘한 날이군)
한베는 총을 든 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오늘은 재수가 없을 것 같군. 집에 가자, 가)
한베는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혀를 차며 처음 올라온 길을 내려가 골짜기 아래쪽으로 향했다. 솔송나무가 자라 살짝 어두운 곳이 있었다. 한베는 그곳에 도착하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어깨에 걸었다. 송라(松蘿)가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드리워진 커다란 솔송나무 그늘에서 턱수염이 새하얀 노승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한베 앞을 가로막더니 두 손을 벌렸다.
"이 괴물 자식"
한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어 노승의 정면을 내려쳤다. 그러자 둘이 되어 쓰러졌을 노승이 두 명이 되어 나란히 손을 벌렸다. 대담한 한베였지만 여기에는 조금 놀랐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 건가"
한베는 다시 오른쪽 요승을 정면에서 베고, 다음에는 왼쪽 승려의 몸통을 올려치듯 베었다.
"이건 어떠냐"
요승은 넷이 되어 손을 벌렸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가"
한베는 구별 없이 마구 칼을 휘둘렀다. 요승은 열네다섯 명이 되었다.
"젠장"
한베는 난도질하듯 칼을 휘둘렀다. 자르면서 보니 요승의 몸이 잘리는 족족 더 많아졌다. 한베는 여기서 이래봐야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칼을 휘둘러 한쪽을 뚫고 달렸다. 돌이 비와 같이 한베를 향해 날아왔다. 한베도 맞서서 휘둘렀다. 백 명쯤 되는 요승이 각각 손에 돌을 들고 던지고 있었다. 돌은 쉴틈도 없이 한베의 몸을 두드렸다. 한베는 필사적으로 요승 무리로 달려들었다.
"젠장, 젠장, 젠장"
한베는 목이 터져라 외치며 휘둘렀다. 그리고 기진맥진해 나가떨어질 무렵 나무 뿌리인지 바위 모서리에 발이 걸려 칼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우물쭈물하고 있어선 요승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 같아 그는 쭈그려 앉아 손에 잡히는 물건을 뭐든 집어 던졌다.
요승 무리는 질려 하나둘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베는 힘을 얻어 더 열심히 던졌다. 요승의 수는 점점 더 줄어 이제 여기저기 한두명 정도 남는가 했더니 결국 다 없어졌다.
한베는 맥이 풀렸다. 그것과 동시에 꿈에서 깬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아직 그곳에 요승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 손에 쥐고 있던 마지막 돌을 마구 던졌다. 그 돌은 자기 가슴하고 머리에 맞았다. 그는 놀라서 자기 몸을 돌아보았다. 그의 몸 주위에는 자기 손으로 자기에게 던진 돌로 가득해 얼굴과 머리 한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새하얀 강가의 자갈밭으로 바로 왼쪽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요시노가와(吉野川)의 자갈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