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역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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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42. 07. 09. 18:15.
국제 상업 특구 제 5 성계 카디아 V
바튼 시 29-03
시립 바튼 대학 문학관 제 7 강의실.
점심시간 직후의 나른한 여름날, 조그마한 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자신의 전공인 세계사의 강의를 하고 있었다. 칠판에 강의 내용을 적는 도중 뒤를 돌아보면, 그나마 얼마 없는 수강생들의 태반이 졸고 있었다. 필수 교양이 아닌 만큼 학생도 잘 모이지 않는 마당에 비인기 과목인 세계사이니 만큼 학생들이 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게다가 오늘은 여름치고는 시원한 날씨에 점심시간 직후라,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졸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교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에이, 이놈들아! 당장 일어나지 못해! 아무리 강의가 지루해도 그렇지, 너무하다 생각하지 않냐?!"
다행히, 교수의 호통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세를 고쳐잡고 교수를 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좋다! 오늘은 지루한 중세역사는 때려치고, 파란만장한 근대사로 수업하겠다!... 아아참, 거기 학생! 다시 드러눕지 말고! 근대사 재밌어! 좀 들어봐!"
그러나 교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기어이 똬리를 틀고 본격적으로 자기 시작했다.
"에잉. 그래, 자라, 자! 그냥 들을 사람들만 들어라......다 눕는구나. 에휴, 이 전공을 고른 내가 잘못이지..."
연이어 다른 학생들도 본격적인 수면 준비를 하자, 교수는 단념하고 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현재 우리 은하는 2개의 세력권으로 나뉜다. 인류의 고향, 지구를 거점으로 삼는 지구권성간연합, 그리고 개척민과 외계 문명 텔바린을 주축으로 한 텔라바니아 제국. 이 두 세력의 성립은 복잡하게 얽혀있지. 지금부터 이 두 세력의 성립에 대해 알려주마. 먼저 지구권성간연합은..."
이렇게 시작된 교수의 강의는 강의 종료 10분 전에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두 국가는 다시 수교를 맺고 분쟁지역이었던 여기 카니아 성계를 국제 상업지구로 삼았다. 현재 카니아 성계는 두 세력간의 중계점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네만. 혹시 질문이라도 있는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뒤를 돌아본 교수였으나, 의외로 한 여학생이 손을 든 것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 수업을 들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학생인가.
"학생, 이름이 뭐지?"
"카니아 입니다. 카니아 이텔스프라이트."
"그래, 카니아양. 어디가 궁금한거지?"
"그, 좀전에 말씀하신 고대 유적지 전투말인데요."
"아, 토레스그라드 전투. 그거 참 중요한 전투였지. 그게 왜?"
"결국 그 유적이 무엇인지는 밝혀졌나요?"
"음?"
전투가 중요했던 이유를 물어볼 줄 알았던 교수는 생각 외의 질문에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교과서에는 그 유적에 대해서 언급이 별로 없어서요,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요?"
"글쎄다... 토레스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가장 큰 지상전과 동시에 가장 큰 함대전이 벌어지기도 했던 전투지. 덕분에 토레스그라드는 지표의 1/3이 없어지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 유적이 살아남았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구나."
"그렇군요..."
"질문은 그게 다인가, 카니아양?"
"예? 아, 예. 교수님."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듣느라 수고했네."
교수가 칠판을 지우고, 카니아와 깨어난 몇몇 학생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카니아가 가방을 메고 나가려고 할때, 불현듯 교수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 그렇지. 카니아 양?"
"네?"
"자네 이번 학기 A+일세.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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