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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무사시노의 거리를 메우는 푸른빛이 어렸다.
나무 사이로 비친 햇살이 이른 더위를 불러왔는지, 발걸음이 유독 무거워지던 그 날.
그때부터였을까? 우리 관계가 바뀌게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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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You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SS
카시와기 스구루 x 후쿠자와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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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사 키넨시스"
"안녕하세요. "
새 학년이 들어오고, 무사히 신입생 환영회를 치른 새 산백합회의 생활도 익숙해져 갔다.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었던 역대 홍장미 님들과 달리, 평범한 내가
어느 샌가 로사 키넨시스 패밀리에 들어온 지도 벌써 3년째,
지금은 마츠다이라 토코라는 여동생(부통)까지 둔 명실공의 홍장미 패밀리의 가장이 되어버렸다.
"뭔가 침울하네. 유미 양. "
땋은 머리가 키 포인트인 로사 페티다, 황장미 요시노 양이 물어왔다. 기운이 없어선지,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고개를 젓고 살짝 웃었다. 그러자 걱정스런 얼굴로 동생인 토코가 물었다.
"요 며칠 거의 드시지 않고,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
"괜찮아. 그냥, 조금 속이 좋지 않은 것뿐이야. 나나 쨩, 미안한데 홍차 한 잔만 줄 수 있을까?"
"네 유미 님. "
아직 동생을 맞지 않은 백장미와 홍장미 부통들 덕분에,
1학년은 아직 갓 들어온 신입생인 로사 페티다 부통인 아리마 나나 쨩 뿐이다.
백장미 자매는 오늘 들리지 않고 바로 귀가한다고 했으니 일찍 해산하겠지만,
문득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 토코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신입생에 카시와기 상의 친척이 입학했던 것 같은데. "
"네. 안 그래도, 동생으로 삼을까 생각을 해서 언니께도 소개시키고 싶어요. "
요즘 내 모습이 유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는지 지금껏 말을 하지 못했던 걸까.
토코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활기차게 웃어 보였다.
"그럼 내일은 뉴 페이스의 등장을 우리도 함께 보게 되는 걸까? 나나 쨩은 누군지 알아?"
요시노 양이 묻자,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 입학식 때 같은 외부 입학생이라 몇 마디 나눠본 적은 있어요. "
밝은 나나의 표정을 보니, 나쁘지 않은 아이인 것 같다. 조금은 염려되는 얼굴의 토코는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며 반응을 살폈다.
“언니는 내일 괜찮으세요?”
"응. 이름이 뭐라고 했지?"
"카시와기 미유(柏木 美優) 쨩 이라고 해요. 아름다울 미에 스구루 오라버니의 유와 같은 한자죠. "
목을 타고 넘어가던 차가 순간 역류할 뻔 했다. 기침을 하는 내게 요시노 양이 다가와 손수건을 건네줬다.
삼학년이 되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전 로사 기간티아 세이 님의 말씀처럼 내 백면상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본가랑은 떨어진, 굉장히 먼 친척이지만
이번에 부모님이 도쿄로 이사를 오면서 집안 어른들의 도움으로 입학했다고 해요.
저도 이번에 미리 인사를 나누면서, 뭐랄까 단번에 의기투합 해버리긴 했는데 역시 봄은 많이 바빴으니까요. "
"하긴, 신입생들 앞에서 시마코 양의 피아노는 훌륭했지만
나랑 유미 쨩이 단상에서 나란히 넘어질 뻔 한걸 겨우겨우 눈치 못 채게 넘어갔었으니 말이야. "
"그때 그 얘긴 그만하기로 했잖아-. "
어느새 떠들썩한 분위기에 다시 합류했다. 우리들만의 분위기로 돌아온 게 다행스러웠는지,
토코는 그 동안 참아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단숨에 늘어놓았다.
처음 들어왔을 땐 마치 다른 세계만 같았던 산백합회지만
이제는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믿음직한 동료가 생겼고 소중한 추억도 잔뜩 생겼다.
하지만, 그 모든 추억을 함께했던 언니는 이제 이곳에 없다.
리리안 여대에 진학해, 사실 외부교에 진학한 레이 님 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래도 유대관계가 끊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으니까.
너무나 당연하게 옆에 있었던 사람이, 물론 만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그런 문제와는 분명 조금 다른 문제니까.
요컨대 소속된 환경 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이 밀려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같은 학교의 학생이 아니라는 것, 분명 고교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 빈자리에 가슴이 메어왔다.
요코 님이 졸업하셨을 때, 언니가 느끼던 기분이 이랬을까 싶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을까, 물론 이게 심한 어리광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까지 혼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런 미숙한 모습은 홍장미로서 보일 모습은 아니다. .
"유미. "
침대 위에 늘어져서, 얼마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문득 들려온 남동생 유키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수험 준비로 바빠야 할 와중에 마치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언니를 찾는 나.
어리광도 이 정도면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일어났어. "
"괜찮아?"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내 동생, 유키의 눈은 언제나 속일 수가 없다.
"안 괜찮아. "
"유미는 사치코 님 신봉자니까 말이야. "
유키가 이런 기분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유키는 카시와기. . 상 때 안 힘들었어?"
유키는 잠시, 나와 똑같은 너구리를 닮은 얼빠진 얼굴을 하고서, 곧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뭐랄까, 그 선배랑 난 유미네처럼 그런 끈적끈적한 관계가 아니라서. "
"하지만,"
카시와기 상은 분명-. 귀여운 남자아이를 노린다는 것.
그래서 사치코 언니와의 약혼도 거절했다는 것.
그런 긴 이야기들. 차마 내 입으로 먼저 꺼내기에는
조금 복잡해진 사연들이 입 안을 맴돌았다.
"유미가 뭔가 진지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말야. "
"응?"
유키는 내 머리를 한없이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같은 남자로서 이 정도까지 오는 걸 보고 있으면 불쌍할 정도라고. 카시와기 선배. "
뭐랄까, 처음에는 그렇게 티격태격 하더니, 그 악연도 이 정도로 길어지니 오히려 사이가 좋아진 걸까.
내 입장에선 귀여운 동생을 노리는 악의 대왕 같은 이미지였지만
토코 쨩 사건을 거치며 조금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올라온 건 사실이니까.
"뭐, 나쁜 사람이라고 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귀여운 남동생의 정조가 위협당하는 건 싫은 걸. "
"넌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유키가 3학년에 올라오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태도는 역시 곤란하다. 그래도 유키는 약 11개월이나 어린 동생이니까.
"뭐 적어도 내가 알기로 그 선배가 그쪽 계열이 아닌 게 확실하지만, 그럼 내 문제를 빼면 유미한텐 어떤 의미야?"
유키의 물음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면, 언니를 힘들게 한 나쁜 사람이란
첫 이미지도 지금 와서는 조금은 이해가 된 상황이었고
여동생인 토코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별장에서도 놀이동산에 갔을 때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게 되어서 몰랐지만 분명 예전만큼 싫다는 느낌은 없었다.
"뭐랄까. 잘 모르겠어. "
"옆에서 보면, 유미가 코바야시나 다른 애들에 대한 태도랑은 많이 다르니까. "
"그건,"
사치코 언니의 사촌이니까. 언니가 내 동생인 유키를 편하게 대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언니는 남자공포증이라는, 굉장한 계기가 있었고
난 사실 동생 친구들을 비롯해 남자아이들을 대하는 게 별로 부담스러운 건 아니니까.
돌이켜보면 유난히 막 대해 버린 기억들이 나서 조금은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은행의 냄새만큼이나 첫 인상이 나빴으니까.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편하게 무언가 얘기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고.
가끔 학교까지 찾아와 보디가드를 해준다거나,
생각해보면 마음을 터놓고 부탁하기에는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었던 건 사실일지도.
"사치코 상이 좋은 건 알겠지만, 이렇게 우울해 할 거라면 그만 졸업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저녁도 안 먹었잖아. "
"입맛이 없는걸. "
다시 베게 옆으로 드러누워 버렸다. 복습을 해야 하는데.
다시 이불을 덮어버리는 내 모습을 보곤, 유키는 불을 꺼주곤 방을 나섰다.
옛 무사시노의 거리를 메우는 푸른빛이 어렸다.
나무 사이로 비친 햇살이 이른 더위를 불러왔는지, 발걸음이 유독 무거워지던 그 날.
그때부터였을까? 우리 관계가 바뀌게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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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SS
카시와기 스구루 x 후쿠자와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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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사 키넨시스"
"안녕하세요. "
새 학년이 들어오고, 무사히 신입생 환영회를 치른 새 산백합회의 생활도 익숙해져 갔다.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었던 역대 홍장미 님들과 달리, 평범한 내가
어느 샌가 로사 키넨시스 패밀리에 들어온 지도 벌써 3년째,
지금은 마츠다이라 토코라는 여동생(부통)까지 둔 명실공의 홍장미 패밀리의 가장이 되어버렸다.
"뭔가 침울하네. 유미 양. "
땋은 머리가 키 포인트인 로사 페티다, 황장미 요시노 양이 물어왔다. 기운이 없어선지,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고개를 젓고 살짝 웃었다. 그러자 걱정스런 얼굴로 동생인 토코가 물었다.
"요 며칠 거의 드시지 않고,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
"괜찮아. 그냥, 조금 속이 좋지 않은 것뿐이야. 나나 쨩, 미안한데 홍차 한 잔만 줄 수 있을까?"
"네 유미 님. "
아직 동생을 맞지 않은 백장미와 홍장미 부통들 덕분에,
1학년은 아직 갓 들어온 신입생인 로사 페티다 부통인 아리마 나나 쨩 뿐이다.
백장미 자매는 오늘 들리지 않고 바로 귀가한다고 했으니 일찍 해산하겠지만,
문득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 토코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신입생에 카시와기 상의 친척이 입학했던 것 같은데. "
"네. 안 그래도, 동생으로 삼을까 생각을 해서 언니께도 소개시키고 싶어요. "
요즘 내 모습이 유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는지 지금껏 말을 하지 못했던 걸까.
토코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활기차게 웃어 보였다.
"그럼 내일은 뉴 페이스의 등장을 우리도 함께 보게 되는 걸까? 나나 쨩은 누군지 알아?"
요시노 양이 묻자,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 입학식 때 같은 외부 입학생이라 몇 마디 나눠본 적은 있어요. "
밝은 나나의 표정을 보니, 나쁘지 않은 아이인 것 같다. 조금은 염려되는 얼굴의 토코는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며 반응을 살폈다.
“언니는 내일 괜찮으세요?”
"응. 이름이 뭐라고 했지?"
"카시와기 미유(柏木 美優) 쨩 이라고 해요. 아름다울 미에 스구루 오라버니의 유와 같은 한자죠. "
목을 타고 넘어가던 차가 순간 역류할 뻔 했다. 기침을 하는 내게 요시노 양이 다가와 손수건을 건네줬다.
삼학년이 되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전 로사 기간티아 세이 님의 말씀처럼 내 백면상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본가랑은 떨어진, 굉장히 먼 친척이지만
이번에 부모님이 도쿄로 이사를 오면서 집안 어른들의 도움으로 입학했다고 해요.
저도 이번에 미리 인사를 나누면서, 뭐랄까 단번에 의기투합 해버리긴 했는데 역시 봄은 많이 바빴으니까요. "
"하긴, 신입생들 앞에서 시마코 양의 피아노는 훌륭했지만
나랑 유미 쨩이 단상에서 나란히 넘어질 뻔 한걸 겨우겨우 눈치 못 채게 넘어갔었으니 말이야. "
"그때 그 얘긴 그만하기로 했잖아-. "
어느새 떠들썩한 분위기에 다시 합류했다. 우리들만의 분위기로 돌아온 게 다행스러웠는지,
토코는 그 동안 참아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단숨에 늘어놓았다.
처음 들어왔을 땐 마치 다른 세계만 같았던 산백합회지만
이제는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믿음직한 동료가 생겼고 소중한 추억도 잔뜩 생겼다.
하지만, 그 모든 추억을 함께했던 언니는 이제 이곳에 없다.
리리안 여대에 진학해, 사실 외부교에 진학한 레이 님 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지만
그래도 유대관계가 끊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으니까.
너무나 당연하게 옆에 있었던 사람이, 물론 만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그런 문제와는 분명 조금 다른 문제니까.
요컨대 소속된 환경 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이 밀려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같은 학교의 학생이 아니라는 것, 분명 고교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 빈자리에 가슴이 메어왔다.
요코 님이 졸업하셨을 때, 언니가 느끼던 기분이 이랬을까 싶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을까, 물론 이게 심한 어리광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까지 혼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런 미숙한 모습은 홍장미로서 보일 모습은 아니다. .
"유미. "
침대 위에 늘어져서, 얼마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문득 들려온 남동생 유키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수험 준비로 바빠야 할 와중에 마치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언니를 찾는 나.
어리광도 이 정도면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일어났어. "
"괜찮아?"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내 동생, 유키의 눈은 언제나 속일 수가 없다.
"안 괜찮아. "
"유미는 사치코 님 신봉자니까 말이야. "
유키가 이런 기분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유키는 카시와기. . 상 때 안 힘들었어?"
유키는 잠시, 나와 똑같은 너구리를 닮은 얼빠진 얼굴을 하고서, 곧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뭐랄까, 그 선배랑 난 유미네처럼 그런 끈적끈적한 관계가 아니라서. "
"하지만,"
카시와기 상은 분명-. 귀여운 남자아이를 노린다는 것.
그래서 사치코 언니와의 약혼도 거절했다는 것.
그런 긴 이야기들. 차마 내 입으로 먼저 꺼내기에는
조금 복잡해진 사연들이 입 안을 맴돌았다.
"유미가 뭔가 진지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말야. "
"응?"
유키는 내 머리를 한없이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같은 남자로서 이 정도까지 오는 걸 보고 있으면 불쌍할 정도라고. 카시와기 선배. "
뭐랄까, 처음에는 그렇게 티격태격 하더니, 그 악연도 이 정도로 길어지니 오히려 사이가 좋아진 걸까.
내 입장에선 귀여운 동생을 노리는 악의 대왕 같은 이미지였지만
토코 쨩 사건을 거치며 조금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올라온 건 사실이니까.
"뭐, 나쁜 사람이라고 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귀여운 남동생의 정조가 위협당하는 건 싫은 걸. "
"넌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유키가 3학년에 올라오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태도는 역시 곤란하다. 그래도 유키는 약 11개월이나 어린 동생이니까.
"뭐 적어도 내가 알기로 그 선배가 그쪽 계열이 아닌 게 확실하지만, 그럼 내 문제를 빼면 유미한텐 어떤 의미야?"
유키의 물음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면, 언니를 힘들게 한 나쁜 사람이란
첫 이미지도 지금 와서는 조금은 이해가 된 상황이었고
여동생인 토코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별장에서도 놀이동산에 갔을 때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게 되어서 몰랐지만 분명 예전만큼 싫다는 느낌은 없었다.
"뭐랄까. 잘 모르겠어. "
"옆에서 보면, 유미가 코바야시나 다른 애들에 대한 태도랑은 많이 다르니까. "
"그건,"
사치코 언니의 사촌이니까. 언니가 내 동생인 유키를 편하게 대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언니는 남자공포증이라는, 굉장한 계기가 있었고
난 사실 동생 친구들을 비롯해 남자아이들을 대하는 게 별로 부담스러운 건 아니니까.
돌이켜보면 유난히 막 대해 버린 기억들이 나서 조금은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은행의 냄새만큼이나 첫 인상이 나빴으니까.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편하게 무언가 얘기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고.
가끔 학교까지 찾아와 보디가드를 해준다거나,
생각해보면 마음을 터놓고 부탁하기에는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었던 건 사실일지도.
"사치코 상이 좋은 건 알겠지만, 이렇게 우울해 할 거라면 그만 졸업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저녁도 안 먹었잖아. "
"입맛이 없는걸. "
다시 베게 옆으로 드러누워 버렸다. 복습을 해야 하는데.
다시 이불을 덮어버리는 내 모습을 보곤, 유키는 불을 꺼주곤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