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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사회생활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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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니! (4)


 "자, 자. 모두들 주목."

이카요이가 팀장실에서 나왔다. 이카요이는 박수를 치면서 팀원들을 집중시켰다. 뭔가 중대사항이 있을 때만 하는 버릇이다.

"오늘은 신입부원님들도 오셨으니깐 오랜만에 외식 한 번 할까요?"
"외식이라, 그거 좋네요."
"그래요, 전 찬성입니다."

여기저기서 의사가 나오고있다. 이대로라면 외식은 확정이다. 그런대 '신입부원님' 이라니? 언제부터 그런 명칭을 썼던거야, 저사람은? 내가 처음 편입됬을 때는 '야.' 또는 '어이.' 라고 했으면서. 이것이 바로 사회지도층의 차이인가....

내가 사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이카요이가 말을 이어서 했다.

"그럼 확정이군요. 사실 요 앞에 맛있는 음식점을 제가 아까 예약했거든요."
"오오, 팀장님 왠일입니까?"
"오늘 팀장님은 왠지 10년은 젊어보입니다."

우와, 역시 아부를 들으면 속이 니글니글 해진다. 이럴땐 라면이나 먹으면서 속을 달래줘야 정석인데.

"그런데 말입니다...오늘 이렇게 모두 빠지게되면 예정일까지 제출해야 할 회계서 작성에 지장이 갑니다. 그래서 한 명은 오늘 당직을 서야 될 것 같은데...."

이카요이의 덧붙인 쓸 때 없는 말에 모든 팀원이 침묵했다. 뭐, 그렇게들 침울해 할 필요는 없어. 후보자는 이미 정해져 있거든.

"그러니 히키가야. 자네가 오늘 당직 좀 맞아 줄 수 있겠나?"

역시.

"네, 가능합니다. 즐겁게 놀다오세요."

봉사부 녀석들에게나 보여주는 비릿한 미소가 아닌, 사회애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상냥한 미소로 답했다. 그러자 이카요이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씨익 웃었다.

"역시, 히키가야. 자네는 일에 충실해서 너무 좋단 말이야."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나하하하하.

" 자, 그럼 모두 나가볼까요?"

그 말과 동시에 여러 팀원들이 자리에 일어나서 자신들의 짐을 챙겼다.
하아-이젠 나도 10시까지는 조용히 혼자서 이 사무실에 짱밖혀 있어야 되는건가? 뭐, 시끄러운 회식자리에서 팀장의 눈치를 볼 바에는 차라리 일을 하는게 훨씬 좋지.

"그럼 유키노시타 양, 유이가하마 양도 즐겁게 놀고 오세요."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그 둘에게도 인사를 했다. 유이가하마는 어딘가 불편한지 '아하하...' 거리면서 볼을 긁고 있었고, 유키노시타는 어딘가 언짢은 표정이였다. 이윽고 유키노시타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팀원들의 행동이 전원 멈췄다.
유키노시타 양께서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모든 팀원들이 얼어붙었습니다.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왜, 왜 ​그​러​신​가​요​.​.​.​?​"​

이카요이가 더듬거리먀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사무실의 최고 정점이였던 그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비굴해졌다. 유키노시타 가문은 얼마나 대단한거냐....

"죄송하지만, 저와 유이가하마 양은 참석하지 못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이번 회식은 두 분을 위해 만든 자리인데 말입니다만..."
"이미 선약이 잡혀있거든요."

어? 이미 약속이 잡혀있었어? 난 몰랐네. 아니,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깐 모르는 게 당연한거지.

이카요이는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일그러진 미소로 유키노시타에게 말했다.

"아, ​그​렇​군​요​.​.​.​.​그​럼​ 두 분은 약속하신 곳을 가시면 될 것 같네요. 나머지는 그냥 외식이나 합니다."
"아, 예...."
"...."

한 순간에 사무실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유키노시타의 이런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

"감사합니다. 그럼 히키가야 군, 저희랑 같이 동석 해 주셨으면 합니다."
​"​.​.​.​.​.​.​.​.​.​.​네​?​"​

이건 또 뭐하자는 플레이냐? 너 왜그래?

"유키노시타 양. 죄송하지만 보다시피 전 오늘 당직입니다. 그러니 동행은...."
"그, 그렇습니다. 유키노시타 양, 아무리 그래도 당직인 사람을 그렇게 멋대로 빼시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더 이상 참지 못 한 이키요이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유키노시타에게 항변했다. 그래봤자 유키노시타를 설득할 수도, 위협을 줄 수도 있는 레벨은 아니였다. 한층 더 차가워진 눈빛으로 유키노시타는 이카요이를 바라봤다. 이카요이는 헛바람을 집어삼켰지만 시선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카요이님. 저의 선약은 히키가야 군과 함께 했습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 하는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히키가야는 회사의 중요한 업무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빠지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만...."
"그것도 일리가 있군요."

유키노시타는 한 발 물러나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카요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이 재수없는 신입을 한 방 먹였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듯 했다. 고작 사람 한 명 찍어누르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라고 저렇게 좋아할까.

"그럼, 그 남은 업무는 히키가야 군이 집에서 모두 해결해오면 되겠네요."
"하아??"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유키노시타를 바라봤다. 유키노시티는 그런 내 얼굴을 차가운 눈빛으로 대응했다. 눈빛에 밀린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뭐야고, 네가 왜 나의 일까지 방해하는 거냐. 난 그냥 여기서 일하고싶어. 그게 편하다고. 여러가지로 맘에 편해진다고. 오히려 너의 그런 이상망측한 배려가 나를 더 힘들게 한단 말야!!

나는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유이가하마를 바라봤다. 유이가하마는 내게 싱긋 웃기만 하고 침묵을 고했다.

​뭔​가​.​.​.​이​상​하​다​.​ 이 둘에게서 전에는 느끼지 못 했던 위화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뭔가 변했다.

​"​.​.​.​.​알​겠​습​니​다​.​ 히키가야, 자네는 이번 주말동안 일을 모두 처리해주게. 일은 나중에 메일로 전해주지."
​"​.​.​.​.​.​알​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이카요이는 불편한 헛기침을 하면서 사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서 나머지 팀원들이 하나 둘 씩 나갔다. 나를 지나갈 때 마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내게 보냈다. 한 바탕의 폭풍후가 몰아친 이후, 사무실에는 나와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만이 남아있었다.

".....야, 유키노시타."
"왜일까?"
"뭐 하는 짓거리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격한 감정이 말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왔다. 유키노시타는 뜨문뜨문 말을 흐렸다.

"아, 그게...네가 많이 힘들 ​것​.​.​.​같​아​서​.​.​.​"​
"그, 그래 힛키가 힘들잖아. 다들 놀러가는데, 혼자 일한다니. 그건 너무...."

유이가하마도 말을 했지만 마지막에는 얼버무렸다. 마지막 말은 뭐냐? '너무 불쌍하다.' 고 생각하는거냐? 그 어줍지않은 위로와 동정은....필요 없다고.

마음을 추수리기 위해서 나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다시는, 내 일에 멋대로 참견하지 마."
"....응"
"알았어..."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정체된 이 분위기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런 불편한 상황, 전에 어디선가 느껴본 적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나는 정체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 층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케이, 그럼 여기까지. 근데, 선약이라니? 뭘 할건데?"

한 층 밝아진 목소리에 그제서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풀죽은 얼굴을 풀었다.

"그래, 뭐할까? 유키농~뭔가 재미있는 거 없을까?"
"그러게...뭐 없을까?"

저 둘이서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한다. 정작 나는 저 둘의 사이에 끼어들지도 못 하겠다. 여자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 자체를 난 거부한단 말이지.

"그래, 유키농! 그럼 우리 힛키네 집들이하자."
"잠시만 기다려. 그건 내가 싫어."
"그렇군...막상 갈 곳도 없고 하니깐 히키가야 군의 집을 둘러보도록 하자. 벌레의 집은 한 번도 본 적 없거든."
"날 아얘 벌레취급하냐? 그리고 나는 그 의견에는 반대야."

내 완강한 거부에 유이가하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데, 또 뭐가 문제인건데!!!

"힛키, 혼자 살지?"
"당연하지."
"힛키 집 정리 안 했어?"
"보통 남자의 집이랑 똑같은 상황이랄까."
"그럼 당신의 방은 쓰레기장 이라는 거네."
"어이 유키노시타, 그정도까진 아니야. 적어도 너네가 누워도 될 정도로 깨끗해."

이녀석들 아주 신나게 날 매도하는구만. 내가 없는 9년동안 어떻게 참았던거냐?

나는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변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변론이 맘에 들지 않은듯 했다.

​"​눕​는​다​니​.​.​.​.​우​리​가​ 왜 당신의 집에서 누워야 하는거지?"
"힛키 못 본 사이에 엄청 음흉해졌어."
"말이 그렇다는거지, 왜 그따구로 해석하는 거냐고... 그리고 음흉하다니, 너보단 덜 할거다. 이 비치녀."
"아~! 그 말 하지 말라고~!"

유이가하마는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서는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아야야, 전보다 더 아파진 느낌이다. 나는 휘두르는 유이가하마의 두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아 증말...알았어. 가자고, 가자."

그러자 유이가하마가 환호성을 지르며 유키노시타에게 달려들었다. 유키노시타는 특유의 승리의 미소를 내게 보냈다.

우어...진짜 짜증나.  
음....약간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갔네요. 중간중간에 이런 분위기가 많이 섞일 듯 합니다.
과연, 히키가야 군이 느낀 위화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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