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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사치코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내 손을 잡아줘


“정말로 고마웠어.”

 ​눈​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이는 여성에게 유키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한심하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길을 잃어버리다니.”

 차분한 분위기에 유키의 어머니와 딱 비슷한 나이대인 그 여성은,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품위 있게 지었다.

 그 사람은 오가사와라 사야코 아주머니. 유미의 경애하는 언니인 오가사와라 사치코 씨의 어머니다. 예전에 한 번 댁에 초대받을 기회가 있어서 면식은 있었지만, 한 번 밖에 만난 적 없는 서민에 대해 기억해 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 사야코 아주머니와 우연히 만났을 때, 사야코 아주머니는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었다.

 ​아​무​래​도​ 홀로 쇼핑을 나온 모양인데, 평소에는 운전사가 차로 태워 주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낯선 동네서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왜 오가사와라 집안의 안주인인 사람이 변덕으로 홀로 쇼핑에 갈 마음이 들었는지 호기심이 생겨 물어보았는데, 사야코 아주머니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편의점의 냄비우동이 그리워져서.”

“……하아.”

 ​오​가​사​와​라​ 집안의 안주인이 편의점 냄비우동? 하고 머릿속을 물음표들이 뛰어 노닌다. 확실히 요즘은 꽤 싸늘해지긴 했지만, 사야코 아주머니라면 편의점 같은 게 아니라 일류 요리사가 만든 냄비우동을 먹는 것 정도는 간단할 텐데. 그게 아니면 그런 건 이미 질려 버려서 싼 것 특유의 맛이 진귀하게 느껴지는 걸까. 어느 쪽이건 부자들이 생각하는 건 잘 모르겠다고 유키는 생각했다.

 ​여​하​튼​,​ 길을 잃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사야코 아주머니를 안내하기 시작한 유키는, 어떻게든 댁까지 사야코 씨를 모셔다 드리게 되었다는 거다.

“그러면, 저는 여기서 가 보겠습니다.”

“아, 유키 군. 잠시 들렀다 가지 않을래? 답례도 하고 싶으니, 괜찮다면 식사는 어떠니?”

“아뇨, 정말로 별일 아니었으니까요.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유키는 사야코가 아직 뭔가 말하기 전에 오가사와라 댁의 앞에서 떨어졌다.

 ​솔​직​히​,​ 유키에게는 혼자 오가사와라 댁에서 대접받을 수 있을 만한 배짱이 없었다. 대체 무엇이 나올지도 모르겠고, 매너같은 것도 전혀 모른다. 사야코 아주머니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배려를 받기만 할 수도 없었다.

 유키는 빠른 걸음으로 오가사와라 댁을 떠나가, 떠나는 유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야코 아주머니의 눈에 뭔가 재미있는 장난이 떠오른 어린애 같은 빛이 맴돌고 있었던 걸 눈치채지 못했다.

 사야코 아주머니와 만난 걸 완전히 잊어버렸을 무렵, 그건 갑자기 찾아왔다. 전조 같은 것도 전혀 없는 상태서 느닷없이, 유키의 눈앞에 찾아왔다.

 검은색 벤츠가.

 그리고 당치 않게도, ‘후쿠자와 유키님께서는 지금 계시는지요’라고, 유키를 지명하고 있었다.

“자, 잠깐, 유키. 대체 무슨 일이야?!”

 유미가 당황하며 부산떠는 것도 당연하겠지. 유키 자신도 대체 뭐가 어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검은색 차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내려온 남성이 오가사와라 집안의 사용인이라 자칭하며 명함까지 건네주었다. 의심이 가는 점이 있다면 전화로 확인해 보셔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밖에 나온 유미가 운전사분의 모습을 보고 “아, 마츠이 씨!”라며 틀림없이 오가사와라 집안의 차라는 걸 확인해 주었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저기, 후쿠자와 유미를 잘못 말씀하신 것 아닌가요?”

“아뇨, 틀림없이 후쿠자와 유키님이 맞습니다.”

“그래도, 어느 분이 저 같은걸……?”

“사모님입니다. 이전에 곤란을 겪고 계실 때 유키님께 도움을 받았는데, 답례를 하지 않는다면 오가사와라 집안의 수치다. 그렇기에 꼭 답례를 받아 주었으면 한다고 하십니다.”

“유키, 너 사야코 님께 무슨 일 했었어?”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 혹시 그건가.”

 거기서 간신히 얼마 전에 길을 잃은 사야코 아주머니를 도와 드린 걸 떠올렸다.

“겨우 그 정도 일로 너무 과장스러워요.”

“하지만, 사모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이십니다.”

“저희들도 유키님을 모셔가지 않으면 오가사와라 집안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희들을 돕는다고 생각해서라도 와 주시지 않겠습니까?”

 ​운​전​석​에​서​ 마츠이 씨도 내려와서, 사람 좋은 듯한 미소를 ​향​해​왔​다​. ​

 거기서 유키는 결국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유미도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던지, 어깨를 움츠리며 유키를 향해 말했다.

“유키, 다녀오면 어때?”

“아아, 그럴 거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떤 호화스러운 접대가 나올지를 상상하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차에 실려 오가사와라 댁에 도착하자,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전개가 유키를 맞이했다. 현관에서 유키를 마중하러 온 건 사야코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평안하시길, 유키 군.”

 어찌, 사치코 씨가 유키를 맞아 주었다.

 ​게​다​가​.​

 게다가 호사스런 드레스를 몸에 두르고 있다. 대담하게 가슴팍을 드러낸 블랙 홀터넥에, 샤프 라인에 지르코니아가 빛나고 있다. 슬릿도 역시 대담하게 들어가 있어, 어쨌건 섹시한 드레스다.

 몸에 두르고 있는 게 그 사치코 씨니 의복과 본인의 소재가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유키의 빈약한 어휘로는 “어쨌거나 대단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놀란 탓에 유키는 인사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지만, 사치코 씨는 특별히 그런 걸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어머니가 불렀었지? 그런데 어머니는 급한 용무가 생겼다면서 나한테 유키 군에 대해 부탁한다고…….”

“하아.”

 속 없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유키.

 그만큼 눈앞에 서 있는 사치코 씨에게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도 눈길이 가슴 쪽으로 향해 버리려는 걸 어떻게든 억제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나도 오늘은 이 뒤에 좀 파티에 가야 해서.”

“그런가요…….”

 내심 안심하는 유키. 그렇다면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면목없지만, 유키 군.”

“예, 알겠어요.”

“그래. 그럼, 급히 옷을 갈아입어 줄 수 있니?”

“예…………에, 에에에?!”

 무심코 소리를 지르는 유키.

 옷을 갈아입어 달라니, 사치코 씨는 대체 뭐를 시키려고 하는 건지 묻고 싶다. 그걸 큰 목소리로 물어보려고 했더니.

“옷은 이쪽에서 준비해 두었으니까. 자, 들어와 줘.”

“에, 아니, 그래도.”

“괜찮아. 지금 옷은 이쪽에서 맡아 둘 테니까. 자, 세바스찬. 유키 군을 안내해줘.”

 아까 전, 차로 유키를 맞으러 온 남자를 향해 사치코 씨가 고개를 돌린다. 유키는 일본인으로 보이는데 세바스찬이라고 하는 건지 이런 상황인데도 고민해 버렸다. 거기에 더해, 세바스찬이야? 너무 전형적이잖아! 라는 태클을 마음 속으로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키님, 이쪽입니다.”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있느 산이 세바스찬 씨에게 팔을 잡혀서 안으로 끌려가 버렸다.

“으, 으에에에에에?!”

 한심한 비명은 사치코 씨에게는 닿지 않았다.

 ​―​―​―​여​기​는​ 어디야.

 무심코 그런 걸 고민해 버릴 정도로 거기는 유키가 살던 세계와 정말 다른 곳이었다. 모두가 드레스나 슈트 차림으로 담소하고 있는 상류사회 분들. 현란한 연회장, 뷔페식이지만 한눈에 1류 셰프가 조리했음을 알아볼 수 있는 호화로운 식사. 뒤에 흐르는 우아한 피아노는 프로의 라이브.

“유키 군, 여기.”

“아, 감사합니다.”

 사치코 씨가 내민 유리잔을 무의식중에 받아서, 한순간에 반쯤을 입안으로 삼킨다. 그 정도로 목이 타고 있었다.

 ​유​리​잔​을​ 넘겨 준 사치코 씨는 그대로 유키의 곁에 서서 눈을 내리뜨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벽에 가까워서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인데도, 사치코 씨는 플로어 내의 다른 누구보다도 눈에 띄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요염한 드레스 차림 때문이 아니다. 그 외면적인 아름다움도 넘쳐 흐르는데, 내면에서 배어 오르는 정기라고 할까, 광휘가 압도적인 거다.

 거기에 비하면.

 유키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가​사​와​라​ 댁에서 준비해준 슈트는 유키도 들은 적 있는 브랜드의 것인 만큼, 굉장히 고급스러운데다가 정말로 세련된 것이었다. 분명 카시와기 선배같은 사람이 입으면 정말로 잘 어울리겠지만, 유키가 그걸 입은 뒤 거울을 보고 처음으로 떠올린 감상은

​‘​―​―​―​시​치​고​산​(​七​五​三​:​ 어린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잔치)?’

 ​이​었​다​.​

 사치코 씨는 “근사해”같은 말을 해 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빈말이었겠지. 지금 이렇게 옆에 서 있는데도, 솔직히 말해서 단순히 사치코 씨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어째서 자신은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사치코 씨에게 이끌려 처음으로 간 곳은 무시기 음악 콩쿠르 회장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치코 씨의 아버지가 사업 관계상 아는 사람의 따님이 출장한다는 모양이다. 왜 사치코 씨까지 여기 와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분명히 사정이 있겠지. 거기에 사치코 씨는 아름다우니까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콩​쿠​르​는​ 예정대로 무사히 끝나, 그 따님은 훌륭히 3위로 입상했다. 그리고 지금, 그 따님의 아버지가 주최하는 파티에 오게 되었다는 거다. 주역은 물론 콩쿠르에서 입상한 애였지만, 눈에 띄지 않으려 해도 주역보다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사치코 씨라 해야 할까.

“정말로 미안해. 제대로 어머니가 신세를 진 답례를 하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이런 곳까지 끌려오게 되어서.”

“아뇨, 깜짝 놀라긴 했지만 제법 귀중한 체험이었어요. 콩쿠르도, 저 태어나서 그런 연주를 듣는 건 처음이어서 감동했고, 이 파티도 뭐어, 요리 같은 건 맛있고.”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조금 기분이 편해지네.”

 거기에 더해서 사치코 씨의 드레스 모습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입안으로 삼킨다. 분명 유미가 들으면 굉장히 부러워하겠지.

 잠깐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치코 씨의 주변에 찾아와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간다. 그중에는 유키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향해오는 사람도 많았지만, 다들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물러간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만, 방치당하는 처지는 조금 따분하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계속 요리를 먹고 있을 수도 없고.

“후우…….”

 곁에서 사치코 씨가 다시 가볍게 숨을 토했다.

 어라, 하고 생각하며 사치코 씨를 바라보고 말을 걸려고 했더니 다른 목소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사치코 언니, 와 주셨네요! 기뻐요!”

“평안하십니까, 미에이 쨩. 연주 좋았어.”

“정말인가요? 사치코 님이 그렇게 말해 주신다니, 빈말이라도 기뻐요.”

“어머, 빈말 같은 게 아니야. 이전과 비교해도 정말로 잘하게 되었는걸.”

 찾아온 건 오늘의 주역인 여자애다. 미에이 쨩이라고 불린 그 애는 중학생 정도일까. 큰 눈과 리본으로 묶은 검은 머리 스트레이트가 특징적인, 그럭저럭 귀여운 여자애였다.

 사치코 씨와 이전부터 면식이 있었던 모양이라, 금방 음악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그러자 그걸 신호로 삼은 것처럼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애들이 갑자기 사치코 씨의 주변에 모여왔다. 아무래도 다들 처음으로 이야기를 거는 역할은 오늘의 주역인 미에이 쨩에게 양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자​애​들​ 무리를 피하려는 듯 유키는 약간 이동했다. 역시나 여자애들이 가득한 가운데 혼자 있을 정도의 배짱도 기력도 없다. 이럴 때 카시와기 선배였다면 이 안에 잘 녹아들 수 있었겠지만.

 ​여​자​애​들​은​ 다들 사치코 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여자애들은 재원인 사치코 씨를 상당히 우러러보는 모양이다. 그리고 사치코 씨는 그녀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상냥하게 접해주고 있다. 미소를 계속 지으면서 누구도 불공평하게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상당히 큰일이겠다…….’

 ​오​가​사​와​라​ 집안의 딸이라는 것도 뭔가 있는 모양이다. 애플 티를 입으로 옮기며 유키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라……?’

 보고 있자 뭔가를 이야기해서 소녀들이 일제히 웃은 순간, 사치코 씨만이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숨을 토하고 있었다.

 ​여​자​애​들​이​ 웃고 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바로 미소를 되돌렸지만, 신경 쓰였다.

 그러고 보면 오늘 몇 번이나 그런 모습을 봤다.

 ​주​의​해​서​ 보고 있자 그 뒤에도 또 가만히 한숨 같은 걸 내쉬는 순간이 있었다. 약하게 화장도 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건 혹시―――

“―――사치코 언니, 들어 주세요. 그래서 유카리 양이―――”

“후후, 어떻게 됐니? 유카리 쨩이.”

“……꺄아, 뭐, 뭔가요, 당신은?!”

 갑자기 솟아오른 비명 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자.

 ​여​자​애​들​을​ 헤쳐온 듯 유키 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때​까​지​ 사치코를 둘러싸고 눈부신 미소를 띄우고 있었던 여자애들이 한결같이 당혹한 눈길을 유키 군에게 향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유키 군……?”

 사치코 또한 당혹함을 담아 물어보았다.

 그러자 유키 군은 일부러 지은 듯한 미소를 여자애들에게 향하며, 입을 열었다.

“환담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사치코 씨, 죄송합니다만 슬슬.”

“―――?”

 이 뒤에 뭔가 예정이 있었던가. 아니, 설령 예정이 있었다고 해도 그걸 유키 군이 알 리도 없는데.

“오늘은 이 뒤에 카시와기 씨와.”

 스구루 씨?

 스구루 씨는 오늘 사정이 나빠서 이 파티에 출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자, 사치코 씨.”

“에……에, 아아.”

 ​무​의​식​중​에​ 유키 군이 내민 손을 잡자, 예상 밖으로 강한 힘으로 이끌렸다. 그 기세에 반쯤 끌려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여자애들의 고리를 빠져나간다. 그녀들은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말도 꺼내지 못한 채로 두 사람을 눈으로 좇았다.

 이윽고 홀을 빠져나와, 복도를 걸어 입구 주변까지 도착했을 즈음, 사치코는 물음을 꺼냈다.

“저기, 유키 군. 스구루 씨로부터 뭔가……?”

 그러자 유키 군은 간신히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오. 카시와기 선배 이야기는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어째서 그런걸.”

 유키 군이 이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조금 망설인 뒤, 입을 열었다.

“사치코 씨……혹시 몸 상태 나쁘지 않나요?”

“엣…….”

“화장으로 감춰져 있기는 해도 안색 나빠 보이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웃으면서도 어딘가 괴로운 것 같았어요. 피로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래서 스구루 씨와 약속 같은 거짓말로 나를 데리고 나온 거니?”

 조금 놀랐다.

 평정을 가장할 셈이었고, 실제로 다른 여자애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혹시 아니었다면……유키 군이 말하는 대로 피로 때문이었던 것뿐이었다면 어떻게 할 셈이었니? 그리고 그 ​애​들​에​게​…​…​거​짓​말​인​ 걸 들켰다간 원망받을 거야.”

“확실히 그녀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을 했지만, 몸 상태가 나쁜데 오랜 시간을 버티는 건 힘들잖아요. 그리고 나라면 분명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거고.”

 그렇게 말하고 유키 군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면 사치코도 더 이상 불평을 할 마음도 들지 않아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사실은 조금 괴로웠어.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고마워. 유키 군.”

“봐요, 역시나. 무리하면 안 돼요.”

“후후.”

 조금 유미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조금 둔하지만, 사치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는 상냥하고 귀여운 여동생. 유키 군 또한 그런 걸까. 그렇다고 하면, 역시나 피를 나눈 남매라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사치코는 간신히 중요한걸 떠올렸다.

“저기, 그런데, 유키 군.”

“예, 무슨 일이신가요?”

​“​저​기​…​…​…​…​손​…​…​”​

“엣?”

 ​그​렇​다​.​ 홀을 빠져나오기 위해 내민 유키 군의 손. 지금도 아직 유키 군의 그 손은 사치코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아, 죄, 죄송합니다!”

 ​사​치​코​에​게​ 지적받고 간신히 유키 군도 그걸 눈치챈 모양인지, 홱 빠져나가듯 손을 놓았다. 그 당황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서 무심코 사치코는 웃어 버렸다. 마치 유미처럼 표정도 휙휙 잘 바뀐다.

“아, 지금 사치코 씨 웃었네요.”

“에, 무슨 일일까.”

“아ー, 시치미떼지 말아 주세요.”

“미안해. 자, 돌아가자. 모처럼 유키 군이 데리고 나와 줬는데,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간 일이 까다로워질지도 모르니까.”

 ​평​소​에​는​ 스구루 씨에게 에스코트 받는 쪽이지만, 오늘은 이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유키 군을 사치코가 에스코트한다. 그런 입장의 변화 역시 신선한 느낌이었다.

 앞에 서서 걸어가자 유키 군이 따라온다.

“이쪽이야, 유키 군.”

 ​사​치​코​는​ 뒤를 돌아보면서 꾸밈없는 미소를 향했다.

 집에 돌아올 즈음에는 몸 상태도 꽤나 괜찮아졌지만, 그대로 계속 파티 회장에 있었다면 악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유키 군에게는 솔직히 감사해 두기로 했다.

“사치코, 어서오렴. 어머, 유키 군도.”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만면의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

“어머가 아니잖아요. 유키 군을 부른 건 어머니잖아요?”

“사치코도 참, 그런 식으로 화내지 않아도 좋을 텐데. 그리고 딱 좋았던 거 아니니? 유키 군도 나 같은 아줌마보다 사치코랑 같이 있는 쪽이 기뻤을 테고.”

“엣.”

 ​어​머​니​의​ 말에 동시에 소리를 내는 두 사람.

 하지만 그걸 더더욱 몰아붙이듯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유키 군도 정말로 멋있구나. 이렇게 둘이 나란히 서 있으면 정말 잘 어울려.”

 기쁜 듯이 그런 걸 말하는 어머니.

“무, 무슨 소리예요, 어머니!”

“괜찮잖니? 사치코도 충분히 즐기고 온 듯한 모습이고. 언제나 파티에서 돌아올 때는 지친 표정이었는데. 역시나, 같이 있는 사람이 다르면 기분도 달라지는 법이구나.”

“어머니, 이제 괜찮으니까 들어가 주세요.”

“예이예이, 무섭네.”

 ​어​머​니​는​ 고개를 움츠리고 복도를 걸어갔다.

 대체 뭘 위해서 유키 군을 부른 걸까. 자신이 유키 군에게 답례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걸까.

“……정말로 미안해. 어머니가…….”

“하하, 신경 안 써도 돼요.”

 ​웃​으​면​서​ 유키 군은 그런 말을 해 줬지만, 정말로 면목이 없다.

 이 뒤에 차라도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유키 군은 사양했다. 너무 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럴 테니 일단 오늘은 옷을 다시 갈아입은 유키 군을 차까지 배웅한 뒤 헤어지게 되었다.

 ​달​려​가​는​ 차를 눈으로 배웅한 뒤 사치코는 자신의 방에 돌아갔다.

 아직 드레스 차림이었기에 빨리 갈아입고 싶었다. 숄을 벗고, 이어서 장갑을 벗은 뒤 드러난 자신의 하얀 피부를 가만히 바라본다.

 장갑 너머였긴 하지만, 유키 군에게 잡혔던 손이 아직 열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만이 아니다.

 왠지 몸 전체가 조금 뜨거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치​코​는​ 분명 아직 몸 상태가 조금 나빠서 열이 나고 있는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드​레​스​를​ 벗고 편안한 차림으로 갈아입는다.

 그때는 아직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과 그만큼 가까이 있었는데도 괜찮았다는 사실을 사치코는 깨닫지 못했다.

“사치코, 차는 어떠니? 맛있는 카스텔라도 있단다.”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대답하며 방을 나서려 하자

“오늘 이야기도 듣고싶고. 저기, 유키 군 어땠어?”

 그런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이어져 나왔다.

 참말, 정말로 곤란한 사람이다. 대체 뭐가 어땠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치코는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금 떠올리며 방을 나섰다.

 그 얼굴이 약간 풀어져 있다는 걸 알아챈 건, 사치코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었다.

~추신~

 자주 요망이 있었던 ​사​치​코​×​유​키​입​니​다​.​

 ​어​떠​셨​나​요​.​ 남성 혐오증의 사치코 님이 마음을 터놓는다고 하면, 역시 유키 정도겠지요ー. 그렇게 되면 유미와는 역전자매가 되어 버릴 거고요!

 이런 느낌은 어떠셨나요??

역자의 말: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본편에서 실제로 커플링이 성립하지 않은 커플 후보 중, 사치코와 유키는 정말로 가능성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카시와기 씨가 말하듯 남성혐오증인 사치코의 연애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은 자신이 아니면 유키 군 정도거든요.

 본편 상태에서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사치코×유키에 카시와기×유미…… 후쿠자와 집안의 마성의 힘은 정말로 무섭군요.

 ​그​나​저​나​,​ 사야코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너무 번역하기 어려웠습니다. 아가씨 말투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해 보겠는데, 사야코 아주머니같은 말투는 첫 경험이라서……. 더군다나 본문의 말투 역시 큰 참고가 안 되고요. 사야코 아주머니의 말투는 한국에서 사실상 있을 수 없는 말투여서, 국문판에서는 전체적으로 말투를 재창작한 감이 있거든요.

 결국 그걸 모사하는 과정에서 역량 부족을 느끼고 반쯤 포기한 감이 있는데, 아마 이후에 실력을 좀 더 쌓게 되면 이 부분의 번역은 좀 더 손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자의 실력 부족이 독자분들이 글을 읽는데 방해로써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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