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찾아서 전편
최근 유키는 자신의 상태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그건 주로 학원 축제 준비 같은 걸로 산백합회의 임원과 함께 있을 때 생기는 문제다. 남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이성을 대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런 걸까―――.
“어이, 유키치. 뭘 멍하니 있어. 네 차례라고.”
“응, 아, 아아.”
코바야시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유키 군, 힘내 주세요.”
그리고 여신님 같은 극상의 미소를 향하며 그런 말을 해 준 것은, 릴리안 여학원의 현 백장미님인 토도 시마코 양.
“아, 옛.”
굉장한 미소녀의 미소를 받고서 기력이 나지 않는 남자가 과연 있을까. 유키도 마찬가지로 기력이 솟아 올라온다.
“그럼, 내 공은…….”
“아, 이거네요.”
토도 양이 유키가 쓰고 있는 녹색 공을 찾아내 잡아주려 한다.
“아, 무, 무겁네요…….”
그 가느다란 손가락과 가는 팔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공을 들려고 한 탓에, 토도 양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 괜찮아요. 토도 양. 직접 들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토도 양에게 다가가려고 한 참에
“예, 여기요.”
“아, 예.”
갑작스럽게 유키 앞에 녹색 공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공을 양손으로 들고 유키 앞에 내민 사람이 누군가 하면.
“아, 고마워, 니죠 양.”
“아뇨. 별것 아닌걸요. 저기, 시마코 선배, 목마르지 않아요?”
“괜찮아. 고마워, 노리코. 노리코는 힘도 세구나.”
니죠 노리코 양.
토도 양의 릴리안에서의 여동생이자, 백장미 봉오리.
지금만이 아니라 꽤 이전부터 계속 이런 느낌으로, 토도 양과 유키가 접하려고 할 때 그 사이에 끼어들어 온다. 분명 자신의 언니가 유키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아니, 유키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누구라도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유키 일행은 지금 볼링장에 있다.
꼭 유미랑 놀러 가고 싶다며 우겨대는 코바야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할까, 어떤 건수로 반쯤 협박당했다고 할까.
하지만 유키 입장에서는 코바야시와 유미를 단둘이 데이트시키는 것도 참을 수 없고 유미도 코바야시와 둘이서 놀러 간다거나 하는 건 동의하지 않을 테니, 고육지책으로써 떠올린 대안이 ‘릴리안&하나데라 임원들의 그룹 데이트’가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유키가 생각한 대로 릴리안 임원들도 흔쾌히였는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동의해 주어서 이 장소에 와 주었다는 거다.
참가 인원은, 하나데라쪽에서 유키, 코바야시, 아리스, 타카다.
릴리안 쪽은 유미, 시마즈 양, 토도 양, 니죠 양.
그리고 선택한 놀이가 볼링이었다는 거다. 그 외에도 여러 안이 있었지만, 그룹이니까 영화는 안되고, 오락실은 이미지가 나쁠지도 모르고, 노래방은 꺼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대화가 꽃피기 힘들다……등등의 이유로 마지막으로는 건전하게 남녀가 즐길 수 있는 볼링으로 결정되었다.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건 남녀가 조를 짜서 득점을 겨루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 결과로 짜인 조는, 타카다&유미, 코바야시&시마즈 양, 아리스&니죠 양, 그리고 유키&토도 양이었다.
처음에는 게임마다 조를 바꾸려 하고 있었지만, 첫 게임에서 최하위가 된 시마즈 양과 코바야시가 강한 의지로 같은 조로 리벤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같은 조로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갔다. 덧붙여서 첫 게임에서의 승자는 타카다 팀이었다.
레벨만 놓고 보면 어느 팀이나 균형이 맞았다. 실력으로는 시마즈 양과 토도 상이 다른 사람보다 확실히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한 조를 이루고 있는 코바야시와 유키 덕분에 팀으로써는 나름대로 점수를 남기고 있었다.
현재 2게임째도 후반. 득점은 역시나 모든 팀이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아리스·니죠 조가 제일 앞서고 있다. 유키·토도 조는 최하위로, 여기서 버텨내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는 먼저 던진 토도 양이 남긴 좌우로 흩어진 네 개의 핀을 노려보는 듯한 모습으로 공을 잡는다.
“유키 군. 내가 이상한 모습으로 핀을 남겨 버려서 미안해.”
“괜찮으니 맡겨줘.”
그리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대답한다. 토도 양같은 미소녀가 슬픈 듯한 소리로 저런 소리를 하는 걸 들었을 때, 남자로써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시금 정면을 바라봐, 오른쪽의 핀 두 개로 목표를 좁히고 공을 던진다.
힘차게 레인을 굴러간 공은 노린 대로 오른쪽 핀 두 개를 맞추고, 그 중 핀 하나가 왼쪽으로 굴러가듯 튀어서, 왼쪽에 서 있던 남은 핀 두 개를 말려들듯 쓰러뜨렸다.
“좋――――았어!”
“으으, 제법인데, 유키치!”
“와앗, 대단해, 유키 군.”
토도 양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있었지만, 바로 미소를 띠고 돌아온 유키를 맞이해 주었다.
스플릿을 처리한 건 상상 밖의 일이었지만, 이 기세를 안 탈 이유는 없다. 더욱이, 토도 양 같은 미소녀가 기뻐해 준다면 더더욱 그렇다.
유키는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 준 토도 양과 가볍게 오른손을 부딪쳤다.
그러자, 그 순간.
어쩐지 강렬한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의 주인을 찾아보자,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키를 바라보는 니죠 양의 모습이 보였다.
‘무서워…….’
결국, 유키는 이 뒤에도 계속 니죠 양의 감시 아래서 게임을 계속해 나갔다.
일행은 볼링을 마치고 노래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처음에 노래방은 가지 않기로 했을 텐데도 노래방으로 가게 된 건, 대역전으로 두 번째 게임에서 탑이 된 코바야시&시마즈 조의 희망에 따른 것이다. (덧붙여서, 탑을 따낸 건 코바야시의 분투와 시마즈 양의 기적의 9구·10구째 덕분이다.)
의외로 타카다나 토도 양도 싫다고는 하지 않았다.
코바야시나 시마즈 양이 열창하고 있는 동안, 유키는 방을 빠져나와서 화장실을 향했다. 그리고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빠져나올 즈음 약시나 마찬가지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온 그녀와 마주쳤다.
“니죠 양.”
“지나갈게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돌아가려 하는 니죠 상의 앞을 유키가 무의식중에 가로막았다.
“잠깐 기다려줘.”
“……무슨 일인가요?”
무표정한 채로 유키를 바라보는 니죠 양. 그 박력에 무심코 길을 비켜줄 뻔한 것을 억누르고 물음을 꺼낸다.
“오늘 계속 뭔가 언짢아 보였는데, 기분 나쁜 일 있어?”
“딱히 없어요. 원래 표정이 이러니까요.”
“역시 내가 토도 양과 조를 짠 탓이려나? 나 같은 사람이랑 토도 양이 친하게 있는 건 그리 기분 좋지 않은 거려나.”
“그런 거 아니에요. 거기에, 그건 유키 씨의 탓이 아니고.”
“그런 말을 해도……”
“일단, 저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그럴 순 없잖아.”
조금 강한 어조로 말하면서, 유키의 옆을 지나가려고 하는 니죠 양의 팔을 순간적으로 움켜잡고 있었다.
놀라서 눈을 둥글게 뜨는 니죠 양.
그 순간 유키는 니죠 양의 곁에 있을 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째서냐면, 지금도 그러니까. 니죠 양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왠지 덤벼드는 듯한 느낌이 되어 버리거나, 퉁명스러워져 버리거나 한다.
무의식중에 의식해 버리는 거다.
“어째선가요?”
도발적인 눈길로 올려다보는 니죠 양.
“어째서냐니…….”
유키는 말이 막혔다.
그런 유키의 손을 떨쳐내고 돌아가려 하는 니죠 양. 유키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너는 어째서, 언제나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에……?”
니죠 양의 발걸음이 멈춘다.
뒤를 돌아 유키를 바라봐 온다. 어딘가 의표를 찔린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느 방인가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 자리에 멈춰 선다. 쟁반에 음료수를 잔뜩 올려둔 점원이 흥미깊은 듯 두 사람을 바라보며 지나쳐 간다.
“오늘만이 아니야. 학원 축제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도 보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런 느낌이었지.”
“그렇지는”
“니죠 양이 웃은 얼굴도 본 적 없구나.”
나중에 생각해 보면, 잘도 그런 낯부끄런 말을 시원스레 입에 담을 수 있었나 싶지만,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와 버린 거다.
“엣……!!”
순식간에 니죠 양의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금방 원래대로 무표정으로 돌아와, 조금 경멸하는 듯한 눈길을 유키에게 향해온다.
“……여자기만 하면 바로 그런 말을 꺼내는 건가요?”
“앗, 나는 그런 게”
“돌아갈게요.”
이번에는 정말로 뒤를 돌아본 뒤 유키에게서 떨어져 간다. 그 뒷모습을 향해 유키는 무심코 독설을 뱉었다.
“쳇, 귀엽지 않은걸.”
그 말을 들은 니죠 양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귀엽지 않아서 유감이군요―.”
라고 말하면서 돌아보자마자 얼굴을 꽉 찌푸리며 혀를 내밀어 오고
“아”
대답할 틈도 없이 그녀는 다시 방향을 바꾸어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뭐야, 정말로 귀엽지 않다니까.”
니죠 양의 모습이 사라진 복도를 향해 말해보지만, 그 소리는 어느 방에선가 흘러나온 노랫소리에 지워져 버렸고
“귀엽지……않지.”
단지, 니죠 양이 보여준 “메롱”하는 얼굴과, 어렴풋이 남은 달콤한 향기만이 유키 안에 남아 있었다.
후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