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서 전편
유미 양.
요시노 양.
시마코 양.
사치코 님.
레이 님.
노리코 쨩.
책상 위에 펼쳐진 몇 장의 사진을 바라보며, 츠타코는 만족스레 끄덕였다.
역시, 산백합회 임원은 피사체로 최고다. 뭐니뭐니해도, 빛나고 있다. 물론 산백합회 외의 학생들도 멋지다. 특히,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는 모습이나,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별 일 없는 일상의 한 컷. 릴리안의 학생은 이른바 ‘양갓집 영애’들이 많기에, 세간의 일반적인 동년배 여자애들과 비교해도 순수하니까, 사진에 꾸며낸 것 같은 느낌이 적은 거다.
그런 사진을 당당히 찍을 수 있는 것도, 여자로 태어난 덕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순한 변태다. 츠타코는 여자로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고생들의 사진을 책상 구석에 치우고, 다른 사진을 펼친다.
릴리안 여학원 안에서 찍은 꽃, 풍경, 점심 등의 사진. 빈말로도 잘 찍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여고생만큼 찍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자기 자신의 기분에 의한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좋을 린 없다.
츠타코는 언젠가, 프로의 길을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에는 풍경사진 전문이나, 인물 전문 등, 여러가지 사람들이 있다. 츠타코 입장에선 인물, 그것도 가급적 여성 전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그렇게 일이 잘 풀리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것들을 찍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서야 처음으로, 그런 그럴싸한 위치에 갈 수 있겠지. 거기에, 촬영 대상의 시야를 넓히지 않고 기술을 향상시킬 순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흥미도 일지 않는 걸 갑자기 찍으려 한대도 무리가 있겠지.
우선, 흥미를 가질 수 있을법한 것. 그건 역시 생물이겠지. 갑자기 무기물 같은 거에 입문하는 것보다는, 훨씬 들어가기 쉽다. 사람, 동물, 곤충, 물고기…….
“―――이런 이야기니까, 유미 양. 남동생을 잠시 빌려주지 않을래?”
“이런 이야기라고 해도 몰라. 무슨 소리야?”
유미 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어봤다.
으, 이런 무심코 하는 동작이 굉장히 사랑스런 유미 양. 사진으로 찍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일단 이야기를 잇는다.
“에에, 그러니까, 내 사진의 피사체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해서.”
“왜, 유키같은 걸?”
친동생을 ‘같은’ 취급인가. 뭐어, 괜찮지만.
“그러니까, 내 촬영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을 부탁하고 싶다고. 역시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찍지 못하면 안된다고 느꼈어. 그래도, 나한테 떠오르는 지인도 없어서 유미 양을 지목한 거야.”
“남동생이 있다, 는 것 만으로?”
“그런 거야.”
츠타코 스스로는 남성 지인이 아버지나 친척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적극적으로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상대도 승낙해 줄 법한 사람들이 아니다. 거기서, 남동생이 있다고 하는 유미 양을 고른 거다. 게다가 연년생이면서도 같은 학년이다.
“음―, 어떨까. 유키, 그런 거 껄끄러운 모양이니까~.”
“뭐어, 그 부분을 어떻게든 설득해 봐 줘!”
그를 대상으로 한 건, 유미 양의 남동생이라는 점도 있지만, 면식이 있다는 것도 크다. 여름방학, 학원 축제의 뒷풀이로 릴리안에 왔을 때, 학원 축제 준비의 스냅 사진이라는 걸로 하나데라 학생회 분들의 사진도 찍었었다.
그리고 그때 느낀 게, 역시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할까, 피사체로써의 그에게 유미 양과 비슷한 냄새를 느낀 거다.
하지만 유미 양은 아직 고민하는 모양.
모처럼 츠타코 자신이 여기까지 의욕에 찼는데. 거절당했다간 다음은 언제 이럴 마음이 들지 모른다.
“어쩔 수 없네. 그럼, 교환조건을 걸까.”
“교환조건?”
“응, 이걸로 어떻니?”
“―――――!”
유미양의 그 표정을 보고, 츠타코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런 이야기니, 유키. 하룻동안 빌리게 해 주지 않을래?”
“이런 이야기라니. 무슨 소리야?”
유키는 읽고 있던 잡지에서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츠타코 양의 부탁으로 일일모델이 되어 줘.”
“왜, 나 같은게?”
자기자신을 가리켜서 ‘같은거’라니. 뭐어, 그야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츠타코 양의 수행을 위해서야. 사람 살리는 셈 치고, 괜찮잖아.”
“츠타코 양은, 그 사람이잖아? 학원 축제 뒷풀이 때, 이것저것 사진을 찍고 있었던 애.”
“맞아 맞아. 거기에, 봐. 유키에게는 좋은 일투성이잖아. 츠타코 양 같은 미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남학교의 유키는, 여자애랑 데이트 할 기회 같은 거 전혀 없잖아? 잘 되면 츠타코 양과 사귈 수 있을지도…….”
“……유미, 너, 뭔가 뇌물이라도 받았지.”
움찔.
유키의 차가운 눈길이 찔러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선 허풍을 부리지 않으면, 누나로서의 위엄이.
“무슨 소리니?”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얼굴에 깡그리 다 나와 있고. 대강, 사치코 씨의 사진이라도 받았겠지?”
“어, 어쩨서 그걸?”
요시노 양이나 마미 양만이 아니라, 유키까지도 초능력자가 되어 버린 걸까.
맞다, 확실히 츠타코 양에게서 받은 건 언니의 사진. 게다가, 일본 옷차림의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이고. 그런 걸 내밀면, 유미 입장에서는 함락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애초에, 이 의뢰를 받아서 유미 자신이 손해보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역시나.”
“저기, 괜찮잖아? 어차피 한가하잖아. 유키도 딱히 손해보는 거 없고.”
“그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좋아, 그럼 결정! 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억지로 이야기를 끝내고, 몸을 뒤로 돌린다.
뭔가 불만을 말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척. 그치만, 설득할 수 있다면 추가로 언니의 드레스복 사진까지 받기로 되어 있다는 걸, 들키면 곤란하고.
유미는 빠른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런 이야기니까. 츠타코 양, 당일은 귀여운 차림으로 와줘.”
“이런 이야기라니, 어쩌다 그렇게 된거니?”
여기는 강당의 뒤쪽. 시마코 양이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지만, 지금은 츠타코와 유미 양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유미 양이 갑자기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꺼냈다.
“그러니까, 유키는 츠타코 양과 데이트라는 걸로 받아들여 준 거야. 그렇게 되었으니, 역시 유키 취향의 귀여운 차림으로 와 줬으면 한다고.”
“자, 잠, 잠깐 기다려 유미 양! 뭔가 이야기가 어긋난거 아냐? 그래서야 마치, 내가 남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귀여운 차림을 하고 가는 것 같잖아.”
딱히 츠타코는 그럴 셈으로 꼬신 게 아닌데.
“그래도, 역시 그쪽이 유키도 기뻐할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기뻐하는 편이 모델로써는 좋은 거 아냐?”
으, 왜 이럴 때만 유미 양은 지당한 소리를 하는 걸까.
확실히 모델에게 의욕을 내게 한다고 할까, 좋은 표정을 끌어내는 것도 카메라맨으로서의 실력 중 하나긴 하지만.
“그건 무리. 나, 귀여운 옷 같은 거 안 어울리고.”
“엣! 그렇지 않아. 츠타코 양, 미인이고.”
으, 부탁이니까 순수하게 그런 소리를 말하지 말아줬으면 싶다. 듣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워지고,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뭐어, 이렇게 됐으니 이번 일요일, 잘 부탁해.”
“엣!”
그보다 그거, 모레잖아. 유미 양과 동생은 왠지 멋대로 약속 날까지 정해버린 모양이다.
츠타코는 살짝 관자놀이를 눌렀다.
일요일.
유미 양에게서 지정받은 약속 장소에서, 츠타코는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전. 약간, 이랄까 상당히 이른 도착이다. 9월이라고는 해도 아직 늦더위가 격해서, 나무 그늘 아래로 가서 기다린다.
결국, 츠타코는.
하얀 베어 톱에 하늘색 줄무늬가 뚜렷한 카슈쾨르 블라우스를 입고. 포인트는, 겨드랑이부터 시작해서 허리 위에 있는 큰 리본. 치마는 화이트 데님의 미니 플리츠.
……안돼, 아무래도 유미 양의 말에 놀아나고 말았다. 카메라맨은 풋워크가 생명이어서, 평소는 움직이기 쉬운 팬츠 스타일이 메인인데. 뭐어, 오늘의 스타일도 움직이기 어려운 건 아니니 괜찮지만. 미니라고 해도, 젊은 여자애(츠타코도 그 중에 한 사람이겠지만)가 입을 법한, 속옷이 지금 당장에라도 보일 것 같은 초 미니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서, 신경 쓸 정도도 아니고.
스스로 자신을 설득하고 있자.
약속의 장소에 한 명의 남자애가 걸어 오는게 보였다.
그건 틀림없이 츠타코와 약속한 사람.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츠타코의 모습은 깨닫지 못한 모양인지, 손목 시계를 보고 ‘좀 너무 빨리 와 버렸으려나’ 같은 표정을 하고 머리를 긁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쿡쿡 웃어 버린다.
츠타코는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떨어져, 치마의 엉덩이 부분을 턴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으아앗?!”
등 뒤에서 말을 걸자, 츠타코 쪽이 놀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를 냈다.
“이봐요, 너무 놀라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치만 갑자기 뒤에서. 거기에, 벌써 왔을 거라곤 생각 못했고.”
약속시간 15분 전. 도착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시간 배분을 실수해서,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려서……그런데, 무슨 일 있니?”
왠지, 츠타코 쪽을 멍하니 바라보며 얼어붙어 있다. 츠타코가 말을 건 뒤에도, 한동안 그 상태 그대로 있다가 간신히 떠올린 듯 숨을 내쉬었다.
“아, 아니, 미안. 왠지 교복 때랑 인상같은 게 달라서, 좀 놀랐다고 할까.”
그렇게 말하며 멋쩍은 듯 머리를 긁고, 고개를 약간 붉히며 츠타코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우와, 혹시나, 스트라이크?
그런 반응을 보면, 대상이 된 츠타코 쪽이 역으로 부끄러워져 버린다. 역시, 이런 차림으로 오는게 아니었어.
“아―, 오늘은 일부러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미안해요.”
여기선 한 번, 일부러 사무적인 말투로. 둘이 마주보고 수줍어하고 있어봐야, 어찌 되지도 않는다.
“그럼, 바로 갈까요?”
“촬영하는 거죠? 여기가 아닌가요?”
“오늘 갈 장소는, 이미 정해 뒀어요.”
흔들리는 치마주름을 신경 쓰면서 츠타코는 앞에서 걸어갔다.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시선을, 약간 신경쓰면서.
후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