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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로즈는 잠들지 않아

イエローローズは眠らない


원작 |

역자 | 淸風

옐로 로즈는 잠들지 않아 (2)


 마리아상 앞에서 있었던 일 뒤로, 황장미 봉오리는 종종 나한테 찾아왔어. 로자리오를 건네려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를 조금 하는 정도.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때도 있었어.
 단지, 내가 주목받게 된 건 확실한 모양인지, 어느샌가 ‘황장미 봉오리의 여동생 후보’로 불리게 되었어.


“―――에리코!”
 이렇게 불린건 황장미 봉오리랑 만나고 10일쯤이 지난 뒤.
 그쪽을 돌아보면 거기에는.
“……요코.”
 오랜만에 보는, 요코의 모습이 있었어.
 중등부 3학년 때 다른 반이 되었으니까,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얼굴을 거의 마주할 일이 없었어.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건 시험성적이 발표될 때 정도랄까. 나는 의식적으로 요코랑 만나는 걸 피하고 있었던 거야. 어째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마음이, 몸이, 요코의 모습을 보는 걸 피하고 있었어.
 당할 수 없다는걸 깨달은 상대니까 접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요코 쪽에서 접근해 오는 일도 없었어.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말을 걸어 온 걸까.
 달려온건지, 요코는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춘 뒤에 숨을 조금 헐떡이고 있어.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내 쪽을 슬쩍 바라봐.

 가슴의 고동이 쿵쾅대면서 그치질 않아.

 대강 1년만에 제대로 보는 요코는, 무서울 정도로 예뻐져 있었어. 애시당초 어른스러운 미소녀였긴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그 미모가 윤이 난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다, 손으로 땀을 닦으면서 꾸밈없이 지은 미소에는 아직 소녀라 할 만한 순수함도 남아 있었고.
 앞으로 숙인 자세다 보니 교복의 목덜미나 쇄골이 엿보였는데, 중등부 무렵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여자의 색향같은 게 나를 어지럽혀.
“에리코? 무슨 일이니?”
 요코를 바라보는 자세로 굳어버린 나를 보고,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물음을 꺼내왔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랜만이네, 요코.”
 자신의 동요가 드러나지 않도록 태연한 적 하면서 말을 걸어. 하지만 마음 속은 격해져가는 고동을 억누르느라 필사적이었어.
“정말 그렇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래서, 무슨 일이니?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거나 하는 건 아닐 거잖아?”
“그런 이유도 있긴 한데…….”
 요코는 조금 삐친 것 같아.
 솔직히,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귀여워.
“에리코, 황장미 봉오리가 말을 걸고 있지?”
“그런 모양이야.”
“모양이냐, 라니. 다른사람 이야기도 아니고. 저기, 로자리오를 받을 거니?”
“뭐야, 요코. 너까지 그런 걸 물으러 온 거니?”
 지긋지긋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어. 최근 며칠간 동급생들에게서 대체 얼마나 같은 질문을 받았었는지. 설마 요코까지 그런 거나 물으러 올거라곤 생각지도 못해서, 나는 조금 실망했어.
“그래도, 신경쓰이잖아. 에리코가 황장미 봉오리의 여동생이 되면, 우리 동료가 되는 거니까.”
“……에?”
“그……어라, 에리코, 몰랐니? 나, 홍장미 봉오리의…….”
“――아아!”
 맞아. 그러고 보면 요코는 고등부에 들어가서, 황금연휴 시기에는 이미 홍장미 봉오리의 여동생이 되어 있었어.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과에 수긍했던 기억은 있지만, 그렇다 보니 임펙트는 없었어.
“미안해, 완전히 잊고 있었어.”
“정말……뭐, 에리코 답다면 에리코 다울지도. 에리코는 흥미가 안 가는 건 기억도 안 하니까……잠깐 혹시 에리코, 나는 신경도 안 썼던 거니?”
“아아아아냐, 아냐. 우연이야 우연. 어쩌다 보니까.”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는 요코를 보고, 허둥지둥 둘러댔어.
 어라, 왜 난 그런 변명을 하고 있는 걸까.
“진짜니?”
“진짜라니까. 그래서, 그 황장미 봉오리의 여동생이 나한테 무슨 볼일로?”
“에리코, 내 이야기 듣고 있었어?”
“아아, 그랬지. 내가 황장미 봉오리의 로자리오를 받을지 신경쓰여서 온 거였지?”
“그래. 저기, 에리코, 어떡할 거니?”
“어떡할거냐고 해도……로자리오를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여동생이 되어달라고 한 적도 없으니까.”
“엣, 그래?!”
 요코는 정말 놀란 것 같았어.
“나, 아카네 님의 모습을 보고 분명 그런 이야기는 이미 했을 거라고”
 어이없게도, 나는 이때 와서 처음으로 황장미 봉오리의 이름이 ‘아카네’라는 걸 알았어.
“난 완전히 에리코가 장미관에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너무 지레짐작하는 거 아니니?”
“그래……그래도 에리코, 아카네 님은 멋진 분이야. 분명 에리코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해도…….”
 물론 나도, 그녀와 최근 며칠간 접해오면서 나쁜 인상은 받지 않았어. 오히려 지금까지 만나온 상급생들보단 훨씬 더 호감이 느껴지는 수준이야.
“아―아, 나, 또 에리코랑 함께 일할 수 있을 줄 알고 정말 기뻤었는데. 언제 장미관에 올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에.”
 가슴이 뛰었어.
“지금, 장미관에 1학년은 나 혼자고, 같은 학년 동료가 들어와 주면 정말 도움 되니까. 그게 에리코라면 더더욱 기쁠텐데.”
 우와아……위험해, 위험해.
 멎어라, 내 고동이여.
“잡무를 할 사람이 느니까 기쁜 거지?”
“아핫, 들켰나?”
 요코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혀를 낼름 내밀었어.
 이, 이 애는 어찌 이리도 사람 마음의 금선을 건드릴만한 소리들만 무의식중에 꺼내오는 걸까.
“그래도 미안해, 지레짐작해서. 에리코에겐 소중한 일일테니, 여유있게 고민해서 결정해 줘.”
“알았, 어.”
“아, 이런. 바로 장미관에 안 가면 언니한테 혼나겠어. 그럼, 에리코. 다음에 봐.”
“응, 다음에 봐.”
 가볍게 손을 흔들며 요코는 떠나갔어.
 나는 그 뒷모습을 보이지 않게 될 때 까지 계속 눈으로 쫓았어.

 이건 정말 곤란해.

 난 이해했어. 왜 요코랑 만나는 걸 피하고 있었는지. 분명 그건, 만나 버리면 이렇게 되어 버리리라는 걸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야.
 중학교때 처음으로 만난 뒤로, 가속적으로 매력적으로 되어가는 요코의 옆에 있으면서 그녀에게 내가 끌려가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반이 갈라진 걸 계기로, 나는 저도 모르게 요코와 애써 거리를 벌리려 했었던 걸거야.

 그래도, 이미 늦었어.

 이 시점에서 내 마음은 완전히 요코로 가득차 버렸으니까.




세 번째에 계속
~가운뎃말~
아무리 그래도 1학년 때 부터 “양”을 빼진 않았으려나? 그래도 역시, 셋은 이름으로 부르는게 제일 느낌이 잘 오죠.

역자의 말:
 평안하세요.
 몇 년만에 마리아 님이 보고계셔 35권이 나왔습니다! 만세!
 기대하던 장미님들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마리미테 팬픽이 다른 팬픽들과 조회수가 갈리는 걸 보면 마리미테를 즐기시는 분이 요즘은 거의 안 남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 정말 좋아합니다.

 그럼, 다음 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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