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Soulmate


022


제이미는 며칠 전 저들 중 하나가 집에 들어왔던 것을 기억해냈다. 분명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도, 정확히는 카메라를 통해서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야에 보이는데도 거기 있다는 느낌부터 들지 않는 그런 이들. 아니, 카메라를 통해 보는데도 그런 것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라면, 지금 카메라도 뭣도 없이 맨눈으로 있는 지금은 저들이 어디 있는지 알기조차 더 힘들다는 것 아닌가? 설령 눈으로 봤다고 해도 거기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고. 아니, 애초에 다시 생각해보니 제이미는 많이 혼란스러워졌다. 이미 겪어봤지만, 어떻게 눈에 보이는데도 거기 사람이 없다고 여길 수가 있지?


“너희 세계에서는 흔히 '인기척'이라고 부르는 거야.”


엔시나가 입을 다문 채 생각으로써 제이미에게 대답했다. 감정 조절도 제대로 못하는 제이미는 아직 잘 못하는 방식으로 혼령은 동반자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서도 긴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감이라고 들어봤지? 혹은 개인적인 감이나, 아니면 여성들이 여자들의 감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것. 그게 우리 혼령들에게도 있어. 우리만이 쓸 수 있는 그 힘을 가지고 주변을 느끼는 거야. 단순히 눈에 보이는 동작이나 그런 게 아니라, 주위에 무언가가 있다는 그 존재를 그대로 감지하는 거지.”


“응.”


조금 알겠다는 듯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엔시나는 어느새 B-17 창고를 지나면서 말을 이었다.


“그것을 역으로 할 수도 있어. 자기 존재를 숨기는 거야. 그렇게 하면 설령 자기가 다른 누군가의 눈앞에 있더라도, 그 상대가 같은 힘을 가지고 존재를 파악하지 않는 이상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힘들어. 더 강한 힘으로 은폐할수록 그걸 알아내는 게 더더욱 힘들지. 심지어 바로 코앞에 있더라도 그냥 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어.”


“그, 그걸 저 몽마라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고? 하지만 저 사람들–”


“그래, 그냥 인간이지.”


엔시나는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려봤다. 비록 눈을 믿어서는 안되지만 어쨌든 앞만 보고 갈 수는 없기에.


“나는 저들이 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손에 넣었는지 알아내려고, 거의 수백 년이 넘도록 이 세계에 남아있었어. 결국은 어느정도 알아냈지만, 일단 더 조사하기 전에 내가 살던 곳으로 가서 알려야겠지. 내가 그래야 한다고 니콜이 말했었어.”


순간 제이미가 흔들렸다. “엄마가?” 속삭이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엔시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지?” 이어서 그녀는 확인을 한 뒤 이제 조용히 있어달라고 제이미에게 부탁했고, 동반자는 곧 잠잠해졌다. 나한테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엔시나가 말한 은폐를 쓰기라도 한 것처럼, 제이미는 도저히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으나 일단은 그냥 그런가보다 싶은 생각으로 조용히 엔시나의 눈, 자신의 눈 안에 보이는 것들을 훑어보았다.
녹슨 철조망, 주변으로 보이는 몇 채의 창고들과 텅 빈 도로. 새벽이라서 눈앞이 잘 보이지 않은 데다가 불빛도 애매해서 잘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몇 개의 가로등, 그리고 몇몇 개 있는 하수구 맨홀과 그 옆쪽에 서있는 몇몇 물건들, 버려진 쓰레기들, 사람들, 나무 박스…


“아!”


엔시나가 방금 지나친 쪽을 다시 본 순간, 어느새 나이프 하나가 그녀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간신히 피했으나 어깨가 베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제이미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곧바로 그것을 잡아 날아온 쪽으로 던졌다. 빠르게 되돌아온 나이프는 어느새 자리를 피하려던 이의 목에 꽂혔고, 곧 숨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요원 하나가 쓰러졌다. “위험했어.” 엔시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한편 그녀가 말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아린의 뒤에서 무언가가 있는 게 느껴져 뒤를 돌아본 그녀는, 이번엔 자신의 등 뒤에서 빠른 움직임이 느껴져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리고 이어지는 어느 목소리가 셋이 있는 창고 지대에 묘하게 울려퍼졌다.


“오리지널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거군요. 아무리 며칠밖에 되지 않은 몸이라고 해도.”


“목소리에까지…”


엔시나가 중얼거렸다. 보통 목소리라는 것은 어디에서 들려오는 건지 알 수 있어야 하지만, 저건 마치 사방에서 들려오거나 혹은 아예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듯, 그 위치를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또한 한 명이 내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다만 이 사실을 인식하며 엔시나는 살짝 고개를 저은 것이, 자기 목소리에까지 손을 쓰는 건 그녀 자신도 처음 보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에 저런 수준에 닿은 걸까?


“잠깐이지만 당신들을 과소평가한 건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도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몸이라,”


어쨌든 숨겨봤자 완전히 숨길 수는 없음을 알기에 위치를 알아내려 하는 엔시나와 이진, 리니아에게 몽마들 중 한 명, 혹은 여러 명이 말을 계속했다.


“한 쪽에서는 사살 명령을 내렸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무조건 생포하라고 화를 내기까지 해서 말입니다. 조금 곤란하지만, 다르게 보면 저희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는단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이 울려퍼지는 사이 어느새 셋의 눈앞에는 B-3 창고가 보였고, 이를 알았는지 그 목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본론을 말하죠. 이쯤에서 저희의 말대로 해주신다면 더이상 당신들 중 한 명에게도 손끝 하나 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이제 당신 눈앞에까지 닿은 그곳에 가는 건 많이 힘들어지겠죠.”


“잘도 지껄이는군.”


리니아가 성가시다는 투의 목소리를 냈다. 이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몰라도 저쪽에서 더이상 아무 말이 없자, 엔시나는 그녀와 이진에게 살짝 눈짓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든 힘을 저들을 파악하기 위한 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뛰어!” 한 마디와 함께 전속력으로 마지막 지점을 향해 달렸고, 뒤의 둘도 마찬가지로 뛰어갔다. 그리고 곧,


“협상 결렬.”


짤막한 소리와 함께 몽마 한 명이 눈앞에 나타난 것을 엔시나는 간신히 알 수 있었고, 분명 상대 또한 은폐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 그녀는 재빨리 발을 날렸다. 당연히 그 발은 막혔지만, 동시에 주먹을 날리면서 오히려 막힌 발로 그의 팔을 발판삼아 뛰어오를 준비를 하자, 요원은 살짝 놀랐는지 뒤로 내뺐다. 그리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이진이 날아와 그를 저 멀리 차냈다가, 그만 뒤에서 오는 칼에 등이 베이고 말았다. “아윽!” 한편 그렇게 칼을 휘두른 이는 리니아에게 잡혀 그대로 팔이 꺾인 채 바닥에 널부러졌다. “계속 뛰어!” 엔시나가 외쳤다.


칼을 쓴 것까진 그렇다 쳐도, 설마 총을 쓸 정도의 집중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랬다가는 바로 들킬 게 뻔하니까. 애초에 모든 힘을 은폐 혹은 감지에 쏟아붓는 건 그대로 맨몸이 된다는 것. 방금의 칼도 이진을 깊게 베지는 못하고 지나간 것처럼, 그만큼 간단한 도구도 쓰기가 힘들어진다. 다행히 저들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단일 인간이라는 한계가 있어, 존재를 숨기면서 도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정도는 아님을 원래도 알고 있었고, 방금 직접 보기까지 했기에 일단 싸우는 것보단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는 걸 우선순위로 둔다면 저들도 달리 선택권이 없을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셋을 막으려 들거나 혹은 애매한 공격으로 방해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리고 지금,


드득,


“어억–”


저들은 후자를 택한 것 같았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벌써 저렇게 목이 돌아갔고, 이진은 그런 자신에게 이번엔 베기보단 찌르려는 누군가를 발로 차냈다. 리니아 또한 두 명이 앞뒤에서 동시에 달려들자 몸을 숙여 뒤로 내뺐다가, 영리하게도 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역으로 잠깐 숨겨 버리고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칫,” 슬슬 짜증이 난 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 뒤, 이제 거의 다 온 셋의 주변에서 여덟 명의 요원들이 동시에 덤벼들어왔다. 어느새 글은 칼이나 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전부 사살한다.” 어느새 그 중 한명이 말하는 목소리도 정상적인 사람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고, 그와 동시에 모든 몽마들이 셋을 공격했다.


엔시나는 지금 은폐를 풀고 공격에 집중하는 이들 외에, 여전히 존재를 가리고서 달려드는 이들이 몇몇 있음을 직감했다. 일부러 저렇게 해서 주의를 끌며 죽이려는 건지, 그들은 저쪽에서 총알이 날아옴에도 계속해서 맨몸으로 혼령과 그 동반자들을 방해했다. 동시에 은폐를 풀고서 칼을 들고 덤벼드는 몇몇이 팔을 휘두르는 게 눈에 보였고, 이에 엔시나는 일단 이진과 동시에 총알들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여전히 은폐중인 이들을 맡으며, 리니아가 칼잡이들에게 홀로 맞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칼을 든 셋이 동시에 달려오자 리니아는 이들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발을 빼면서 손을 뒤로 빼고는, 그들의 눈 뒤에서 힘을 끌어모으다가 사과 만큼의 크기가 모이자 가장 앞의 한 명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녀가 던진 건 아까 다일의 그것과는 다르게 그들의 몸에 닿는 순간 마치 수류탄처럼 터졌고, 이에 그걸 가슴에 정면으로 맞은 한 명은 그대로 나가떨어지는 반면 옆의 둘은 섬광탄이 눈앞에서 터진 듯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이때를 노려 리니아는 다른 한 명에게 발을 날려 넘어뜨리고, 동시의 다른 한 명의 명치를 손으로 매섭게 찔렀다. 하지만 그렇게 두 명이 쓰러지고 남은 한 명이 넘어져 있을 때 마저 처리하려는 찰나 그녀의 허리에 그만 총알이 꽂히고 말아, 아린도 리니아도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넘어졌다. “미, 미안!”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중 엔시나의 당황하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정신을 차린 리니아. 한편 그 사이에 넘어졌던 요원이 일어나 총상을 입은 그녀를 칼로 찍기 직전, 그나마 뒤에 있어서 피해가 덜한 아린이 얼른 리니아를 치고 나와, 주저앉은 상태에서 온몸을 휘둘러, 그 몽마의 발을 쳐내 다시 한 번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적이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두 다리로 발목을 잡아 몸을 확 틀었고, 이에 다리가 약간 징그러운 소리와 함께 꺾어지면서 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리니아에게 다시 자리를 넘겨준 아린. 리니아는 다시 돌아오자마자 이를 악문 채 마치 춤을 추듯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 가며 자신이 총알들을 최대한 흘려보냈다.
이제 리니아가 총알을 처리하자 엔시나와 이진은 그동안 맨몸으로 달려드는 이들을 어떻게 막아내던걸 멈추고 자신들이 덤벼들었다. 그때까지 많이 맞기도 하고, 엎어지기도 한 상처가 군데군데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이진이 한 명의 팔을 잡아 부러뜨린 것을 시작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막으면서 그리고 맞으면서 모두 파악한 상대는 총 여섯. 그리고 방금 팔이 불구가 된 한 명을 이진이 엔시나 쪽으로 몸을 홱 돌려 그녀에게 달려들던 몽마의 허리를 차서 날려 버림과 동시에 엔시나가 마저 처리했다. 그러자 남은 넷은 뒤로 흩어져서는 여전히 은폐한 채로 둘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고, 잠시 뒤 엔시나의 눈동자가 잠깐 혼란스러운 듯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 한 명이 달려듬과 동시에 다른 셋도 달려들었다. “으흑!” 그들이 코앞에 올 때쯤이야 다시 그들을 파악한 엔시나는 무릎에 발을 맞고는 비틀거렸고, 이어서 날아오는 다른 발에 복부를 정면으로 맞아 버렸다. 이진 또한 두 팔로 간신히 막아내긴 했으나 역시 발로 머리를 맞았고, 다만 팔로 막은 손날을 그대로 잡아서는 손가락을 확 꺾은 뒤, 요원이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재빨리 발을 높이 날려 아예 눈에다 찍어 버렸다. 눈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한 명을 뒤로 한 채 이제 셋, 아니 아까 허리를 맞고 날아간 한 명이 다시 달려드는 것을 엔시나가 느꼈다. 이제 막 맞고서 이진 옆으로 밀려난 그녀는 다시 제자리로 가는 대신 이진을 가격하고 뒤로 빠진 한 명을 붙잡아, 무릎으로 고간을 있는 힘껏 가격했다. “악–” 운 좋게도 남자였다. 엔시나는 그대로 이진 쪽으로 뛰어가며 펄쩍 뛰어, 마침 이진의 팔을 붙잡고 틀려는 듯한 요원의 안면에 발을 꽂아 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의 얼굴을 사납게 밟은 그녀. 이진은 나머지 둘을 막는 대신 뒤로 피하다가, 엔시나가 한 명의 목을 뒤에서 팔로 감아 아래로 누름과 동시에 발로 등을 차서, 그렇게 순간적으로 허리를 뒤로 꺾었다. 요원은 쓰러진 채 허리를 잡고서 끙끙거렸고, 이런 그의 총과 칼을 빼앗은 엔시나는 저쪽에서 아린을 쏘고 있는 다섯 중 둘을 재빨리 쐈다.


아린, 아니 리니아는 슬슬 한계였다. 이미 얼굴이나 상체는 막았다 해도, 이미 허리에서 줄줄 나는 상태에서 최대한 악을 써서 그런지 그 모든 총알을 다 어떻게 하지는 못해, 결국 이진과 엔시나가 저쪽에서 싸우는 사이 발목 근처와 왼쪽 팔에 또 총알이 박히고 말았다. 결국 힘이 다 빠지기 직전, 웬 사람 몸뚱이가 날아와 그녀 대신 총알들을 막아 주었고, 동시에 이진이 그녀의 팔을 잡고 뒤로 당겼다. “미안!” 이진은 자신의 손에 붙들린 채 거의 축 늘어진 리니아, 아린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정도일 줄이야…”


한편 처음에 명령을 내렸던 한 요원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으나, 곧 떨리는 손을 멈추고는 먼저 뛰어갔다. 이에 나머지 둘도 뒤따랐고, 그렇게 전면전은 중지된 채 최후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이진은 다일과 자리를 바꿔, 리니아와 아린을 쏜 저 죽여도 시원찮을 것들에게 구체를 몇 개 날려보냈으나 그들은 전부 피했고, 대신 거리를 조금 벌릴 수는 있었다. 그렇게 셋은 마침내 B-3 창고 앞에 도착했고, 엔시나가 그것을 열 새도 없이 문앞에 오기 직전 두 팔을 뒤로 뻗었다가 있는 힘껏 내지르는 것에 커다란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셋은 안으로 들어갔고, 요원들도 따라서 그 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더이상 산 사람은 건물 밖에 없을 때, 입구 주위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하나둘씩 몰려왔다.


“괜찮아?”


제이미는 엔시나에게, 다일과 아린은 리니아에게 동시에 묻는 말이었다. 마침내 그 구덩이를 등뒤에 두고서, 요원들은 이제 틀렸다 싶었는지 속도를 늦추다 셋과 거리를 두고 멈춰섰고, 그렇게 출구를 놔둔 채 서로 대치했다.


“지금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엔시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돌아가.” 이 말에 몽마들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은폐를 해제했고, 그렇게 여성 하나와 남성 둘이 남은 요원들은 한 명이 바닥에 침을 탁 뱉는 것과 동시에, 다른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우리를 살려보낸다고?” 그러자 이에 다일이 대답했다.


“애초에 우리를 막아서지만 않았다면 너희 전부 살았어. 이제라도 썩 꺼지라는 거다.”


“추,”


한편 리니아가 더이상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사이, 아린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추야.” 그녀는 으슬으슬 떨며 “추야…” 중얼거렸고,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진은 다일에게 “어서 가자고!” 사납게 다그쳤다. 이에 다일은 그만 등을 돌리려는데,


툭.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모두들 문 쪽을 바라봤다. 요원 몇 명이 그 사이에 정신을 차렸는지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피해가 심했는지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천천히, 아니 너무 느리게 걸어오는데? “뭐야,” 멀쩡한 요원들 중 한 명이 물었다. “너네 괜찮나?” 그런데 그 말에 대답이 없이 그저 걸어오기만 하던 요원들이 고개를 든 순간, 앞의 요원 셋이 흠칫함과 동시에 천장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자 다일이 고개를 들었다가 소리쳤다. “조심해!” 그는 아린을 붙들고 몸을 옆으로 날렸다. 엔시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셋이 피한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커다란 박스 몇 개가 떨어졌다. 박스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고, 이를 손으로 헤치면서 일어난 엔시나와 다일은 누구 짓인지 위를 쳐다봤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맞아.” 엔시나가 중얼거렸다. “저것들을 잊고 있었어.” 그리고 이런 둘의 위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을 보며 몸서리를 치는 제이미.


“저, 저거 다시는 보기 싫었는데.”


그리고 저쪽에서 걸어들어온 요원들, 완전히 무언가에 홀린 얼굴을 한 그들이 몇몇은 멀쩡한 요원들에게, 나머지는 엔시나와 다일, 아린이 있는 쪽으로 달려드는 순간 위쪽에 있던 사령들도 제각기 쏟아져 내려왔다. “진짜 싫다고, 저거!” 제이미가 비명을 질렀다.
요즘 에볼라때문에 말이 많네요. 다들 몸조심하세요.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