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이진도 시히델의 기억은 이미 봤었다. 성인이 되면 신령님께서 보여주시는 게 하나의 관례니까. 하지만 그 혼령의 시선을 통해 몇 번이고 봤었음에도, 지금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그 느낌을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시히델의 기억에서 본 유적–지금은 제이미가 보고 있을–이 어떤 모습인지 그는 기억했다. 이 넓고 넓은 구덩이 한가운데에 솟은, 꼭 무슨 거대한 생물의 뿔과도 같아 보이는 그것. 다만 뿔이라고 하기엔 시히델도 그렇고 이진, 다일도, 어쩌면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생물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일은 중간에 인간계에 갔다 왔으니 그렇다 쳐도, 저건 아무래도 신령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데 정말로 뿔이나 뼈 같기도 한 것이, 그저 높이 솟아있을 뿐인 게 아니라 그 가운데에 중심이 될 만한 기둥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동물에게 척추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중심 기둥의 주위로는 네 개의 보조 기둥이, 마치 덩굴이나 뱀처럼 중심을 타고 올라갔다. 이진은 그 네 마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단순히 모습만 그것 타고 기어오른 게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어두운 초록빛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반복되고 있기에 (마치 인간계에서 네온 어쩌구 하는 게 그런 것처럼) 정말로 네 마리의 뱀이 끊임없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뻗은 그것을 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이진. 과연,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가운데 기둥이 밤바다의 색으로 빛나는 중에 주위의 네 개는 검은색이면서도 보다 매끄럽고 더 살아있는 듯한 그것. 그렇게 커다란 생물의 뿔과도 같은 그것에 점점 다가가면서 넷은 이 구덩이에 있는 혼령들, 그리고 영 덩어리들. 그것들은 이 구역에 오는 인간들을 발견하자, 저마다 빛을 청색과 약한 녹색으로 빛나더니 갑자기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가 늘었다 반복하기도 했다.
“응?”
이곳에 있는 덩어리들은 저렇게 크기도 스스로 조절한다는 것을 처음 알고, 이진은 눈이 커지며 자신의 마을에 있는 것들보다 조금 더 살아있는 듯한 그것들을 훑어봤다. 자기들끼리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건지 모르지만, 영들은 이 구역에 처음 온 청년을 지켜보는 게 분명했다. 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오셨군요, 민.”
한편, 유적이 거의 가까워지자 그곳에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가만히 들어보기도 하는 등, 각자 연구를 하던 이들 중 한 인간이 다가왔다. 엷은 회색의 옷을 입은 그는 마을에서 온 대표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장 익숙한 민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이진은 그를 포함해 여기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이곳에 와서 연구를 하는 건 자유지만, 이쪽의 혼령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여기 살면서까지 비밀을 캐는 걸 선택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지금 당장 여기 있는 사람들도 아홉 명이 전부니까. 그리고 이들은 역시 자신들뿐이라 그런지 마을에서 사람이 올 때마다 진심으로 반겨준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열어줘.”
곧 잡담을 끝낸 민이 웃으면서 말하자 그 또한 웃고는 근처의 혼령들 중 하나를 불렀다. 이진은 조용히 지켜봤다. 인간과 혼령 하나가 각자 유적의 거대한 중심 기둥 앞에 서서, 각각 반대쪽에 손과 기운 끝을 댔다. 그러면서 둘이 무언가를 하자 갑자기 중심 기둥이 솟아오르는 듯, 아니 솟아오르는 게 아니라 주위의 네 기둥처럼 매끄러운 빛이 그것을 타고 올라갔다. 이어서 곧 기둥의 아래쪽이 천천히, 누군가가 이걸 처음 봤다면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예 그 자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곧 그 형체가 흐려지면서 거의 반투명한 상태가 되었다. “가자.” 민이 먼저 그 반투명한 기둥을 통과했고, 사미와 유랑이 곧 그 뒤를 따랐다. 이진도 곧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을 기둥에 넣고 저어보았다. 마치 뿌연 연기가 벽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별 느낌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유적의 안으로 들어갔다.
신령들이 만들었다는 이 건축물의 안은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넓었다. 아마도 영으로 눈속임 비슷한 것을 썼겠거니 하고 짐작하는 이진. 다일도 대충 그럴 것이라고 동의했다. 일단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건 확실했다. 딱히 오를 방법이 없이 층만 나누어진 채, 각 층을 빙 두른 원형의 난간이 있었고, 그렇게 가장 높은 층에는 꼭대기로 통하는 듯, 유일한 계단이 있었다. 모든 벽과 문, 기둥 등은 연한 갈색과 은색으로 매끄럽고 진하게 빛났다. 이진은 그것을 만져보았으나, 이건 시히델이 기억에서 판단한 것처럼 금속도 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보석도 아닌 듯했고, 인간계에서 발견된 물질은 더더욱 아닌 어떤 것이었다.
한편 이 유적 안에도 영 덩어리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마을에 있는 덩어리나 바로 저 밖에 있는 것들과도 차이가 있었다. 바로 연한 보라색을 머금은 점. 그리고 민이 그중 하나에 손을 집어넣자 갑자기 그의 몸이 덩어리와 함께 떠오르더니 저 위로 날아갔고, 다른 둘도 저마다 하나씩을 골라 그렇게 하자 역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진은 조금 놀랐으나 곧 자신도 조금 높이 떠 있는 하나를 손짓으로 불러 조심스럽게, 솜털을 다루듯 손을 집어넣자 곧바로, 그것이 끌어당기는 느낌도 없는데 그의 몸이 저절로 떠올랐다. “어엇,” 위로 끌려간다기보다는 밑에서 누군가가 받쳐주는 듯, 전혀 불편함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날아가다 저 위에서 민이 어느 층의 난간에 착지하는 게 보였고, 곧 이진을 마지막으로 나머지도 그곳에 가볍게 뛰어내렸다.
모두 그렇게 내리고는 눈앞에 자리 잡은 갈색의 문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부드럽게 열린 문으로 들어가, 민을 앞세운 인간/혼령 공존측의 네 명은 각자 인사를 했고, 그렇게 허리를 깊게 숙인 이진과 허리는 절반만 숙였으나 두 손을 같이 움직인 민, 손을 마주 잡고 허리를 살짝 숙인 유랑과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다시피 한 사미, 이렇게 넷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었다. 그리고 인사를 한 솔은 자신과 다른 대표들을 향한 여섯 명의 시선을 하나씩 마주했다.
여섯 명의 대표들 중 당장 이진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거대한 혼령, 간트. 사실 사람도 그렇듯, 혼령들 또한 그 형체가 어느정도 개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긴 했다. 지금 저 한 명이 그 경우로, 굉장히, 정말 저렇게 큰 혼령은 처음 본다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보통 사람이나 혼령의 키보다 절반은 크고, 그 몸집 또한 마치… 사실은 원래 저보다 커다란 기운을 일부러 저정도 크기로 억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 신령의 그것과 다른 게 있다면, 그 거대한 남자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몸 곳곳을 조그마한 금속 같은 무언가로 감싸고 있다는 점. 약간 은회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이따금씩 그의 몸속에서 흐르는 영이 다소 빠르게 돌 때마다 살짝 빛을 발했다. [저거,] 조용하면서도 위압적인 석상과 같은 그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던 다일이 말했다.
[혹시 팽창증인가? 저렇게 막고 있는 거야?]
[그런 것 같아.]
가끔 있다. 혼령들은 피부 같은 게 있다고 하기엔 굉장히 애매해서, 보통은 상처가 나지 않는 이상 영이 빠져나갈 일은 없다. 하지만 사람의 피에 혈압이 있듯, 혼령의 몸에 흐르는 영 또한 외부로 빠져나가려는 힘이 있고, 어쩌다가 그나마 피부라고 할 만한 것이 점점 약해지게 되면…
[어쨌든 해결방법을 찾은 거구나, 어떻게든.]
지금까지 그로 인해 몸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온몸의 영이 빠져나가며 죽은 혼령이 한 명은 아니었던 것이다. 팽창증 혹은 발산증이라 부르는 것에 걸렸으나 지금 저런 식으로 모습을 유지한 그를 관찰한 이진은 곧, 고개를 돌려 왼쪽 끝자리, 물론 끝자리라고 해봤자 간트의 바로 왼쪽에 앉아서 자신을 비롯한 넷을 지켜보는 혼령을 봤다.
“너는 처음 보는데? 서릿눈 소속이냐?”
그녀 또한 이진의 눈이 자신에게 향하자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고, 그는 “네.”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 여성 혼령은 인간 청년을 마치 분석이라도 하듯, 제법 뚜렷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까다로운 시선을 훑어보았다. 다일이 불편해했다. 마치 감정 없는 기계가 자신을 '스캔'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였고, 이런 불편함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저 여자는 그런 식으로 이진을 관찰한 뒤 조용히 자신의 기운을 거두었다.
페르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진 않다. 이쪽 혼령, 다르게 망령이라고도 부르는 이들을 대표하는, 지금은 '영령'이라 칭한다는 저 여섯 중에 가장 대하기 어렵다고.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단순히 여자라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겉으로도 살짝 보이는 그녀의 태도가 문제였다. 갇혔다고 해야 하나? 다만 단순히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간트와는 그 성격이 달랐다. 왠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닫아 버린 듯한 모습.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다소 비관하는 게 대화하다 보면 느껴진다고, 그렇게 저 여자를 만나본 이들이 말했다. 다만 그만큼 연륜이 있다는 것도 확실해, 한마디로 정리해 지금 이진은 자신의 앞에 녹슬고 굳게 닫힌 문이 있는 것 같았다.
“잘 왔다.”
짧고 마른 인사와 함께 다시 다른 대표들을 쳐다보는 페르. 한편 이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시선만 돌리는 그녀와 달리, 아까 대표들이 들어온 순간부터 마치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앞으로 내밀듯, 온몸의 기운을 정면으로 세우며 넷을 관찰하던 여자 혼령도 있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앉은 그녀를 살짝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진. 마치 자기 구역을 침범당한 고양이처럼, 그녀는 호기심과 경계가 한데 뒤섞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아무런 숨김도 없이 있는 그대로. “흐응,” 그렇게 자기 태도를 숨기지도 못하는 것 같은 그녀가 이진을 보면서 말했다.
“젊은 아이네. 저쪽에선 무슨 생각으로 애송이를 보내는 거야?”
말하는 것도 발톱으로 살살 긁는 듯한 그녀. 하지만 이 혼령의 언행에는 딱히 깊은 의미가 담겨있진 않았다. 애초에 말은 저렇게 하면서 정작 자신도 혼령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니까. 그리고 이 사실을 일깨워주듯 그녀 왼쪽에 앉은 혼령이 조용히, 저 버릇없는 어린 고양이 같은 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린 손님이 오면 어린 손님이 온 거예요, 랭. 당신도 저이들에게는 어린 손님이지요.”
이 말에 랭은 그 혼령을 째려봤으나 그럼에도 털끝 하나 변하지 않은 상대의 태도에 곧 수그러들었다. 그저 조용히 기운을 거둬들이고 마치 사람이 쭈그려 앉듯 자리에 몸을 기댈 뿐. 다만 그러면서 속으로는 뭐라고 투덜대는지 기운이 조그맣게 흔들리며 살랑이는 것을 보며, 조용히 웃음과 함께 다독이는 여자의 이름은 세느.
“그러지 말고 편히 앉아요. 우리는 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있는 거니까. 어린아이 같은 장난은 못써요.”
이 여성은 말하는 것도, 그 모습도 마치 물 흐르듯 하는 것 같았다. 아주 맑고 청아하며 부드러워 흐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항상 차분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한결같이 흘러가는 물. 때문에 그녀의 말도 말을 한다기보다는 편하게 흥얼거리는 것 같았다. 비록 순수한 소리가 아님에도 듣는 이의 감각을 묘하게 건드리는 게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포근하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물 같았다. 도저히 정확히는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를 신기하게 여기는 그에게 한마디 세느가 말을 건네왔다.
“애가 무례하게 말한 건 당신도 젊으니 이해해주세요.” [젊으니 이해해주세요.]
“어?”
이진이 흠칫했다. 저 혼령이 그에게 말한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에게 똑같은 말을 했기에. 정말로? 주위를 둘러본 이진이었다. 하지만 분명 세느 한 명만이 그에게 말했고, 때문에 이렇게 당황한 그의 모습을 본 간트의 한마디.
“누가 누구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하는 건가.”
“가벼운 장난이 해가 되진 않으니까요. 안 그런가요?”
세느가 이진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나름대로 신기하죠? 인간은 이걸 할 수가 없을 테니까.” [할 수가 없을 테니까.]
다시 한 번, 열 명은 족히 넘는 세느가 그에게 말했다. 이진은 다시 한 번 흐트러졌다가 이번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유지하는 세느를 마주했다.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며 귀여워하는 듯한 태도였으나, 그래서인지 별로 악의는 없음이 보였다.
이진은 그렇게 세느의 장난에서 벗어나 그녀의 오른쪽에 앉은 혼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오른쪽 끝에도 한 명이 있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총 여섯 명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건, 영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걸까? 하지만 눈으로 보니 그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그렇게 꼭꼭 숨겨놓지는 않은 모양.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있음을 네 명 모두에게 들킨(?) 것을 인식했는지 은신을 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잠깐 드러냈다.
“역시 거기 있었군요, 지화일.”
사미가 말했다.
”……”
하지만 저 남자는 청화 소속의 인간에게 그저 시선을 툭 던지듯 한 번만 쳐다볼 뿐, 곧바로 자신의 기운을 조금 숨겼다. 원래 성격이 저러나? 이진은 말도 없고 반응도 없이 조용히만 있는 저 혼령이 왜 대표들 중 하나가 되었는지 궁금해졌으나, 굳이 그걸 입밖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저렇게 말이 없는 걸 보면 여기 유랑과 뭔가 통하는 게 있으려나 하고 생각하며, 이진은 어쨌든 남성이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정도만 알아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섯 명을 모두 둘러본 이진은, 남은 한 명이 사실 지금까지 자신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음을 느끼고는 그를 쳐다봤다.
“보아하니,”
보는 순간 다른 혼령들과는 구별되는 기운을 두르고 있는 그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네 혼령이 그 인간계에 다녀왔다고 하는 셋 중 하나구나. 이름이 뭐지?”
“이진입니다. 혼령은 다일이고요.”
이진이 대답하자 그 남자, 이쪽 혼령들을 이끄는 첫 번째 대표이자 그들 중에선 유일한 계승자인 켈샤는 조용히 긍정했다. “환영한다.” 살짝 호기심도 보이는 그의 느낌은 마치, 비록 혼령들에겐 그런 게 없긴 하지만, 무슨 살아있는 심장 같았다. 다만 적어도 지금은 활발하게 뛴다기보단 아무런 자극 없이 평이하게 뛰는 심장. 계승자라서 유난히 저런 기운을 낼 수 있는 걸까. 그는 키가 남들보다 큰 것도 아니었고 몸집이 크지도 않았으나, 그 특유의 기운이 지금 이 자리에서 독보적이라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단골이군, 민. 마르한은 잘 지내고 있나?”
그가 아저씨를 보면서 묻자 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일이 많아서 직접 오진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반드시 오겠다더군요.”
“그래.”
살짝 아쉬워하는 게 느껴졌으나 곧 그 감정을 싹 지우듯이 거두고 말하는 그였다.
“그럼 무슨 일이 많다는 건지 얘기 좀 들어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