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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mate


056


[바람.]


“좋아.”


시히델이 긍정하고는 주위를 둘러본 뒤 말했다.


“저기, 저쪽에 곤충 있는 쪽에서 가져와.”


“네!”


그녀의 말에 인간 여자는 후다닥 달려가서 하나를 주워 왔고, 그녀에게 공손히 두 손으로 건네며 말했다.


“반딧불이에요.”


시히델은 공손이고 뭐고 일단 받아서 두 개를 동시에 집어보았고, 곧 기운을 살짝 저었다. “더.” 그녀가 말하면서 다른 한쪽을 가리키자 인간은 다시 그쪽으로 빠르게 뛰어가서는 다시 하나를 들고 왔다. 시히델은 그것도 집었고, 이번엔 운 좋게도 무언가가 전해졌다.


[모닥불에서 튀어 오른 불꽃.]


“인 것 같아. 일단 짝이 생겼으니까, 으음… 저기 갖다둬.”


“네!”


그리고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에 얌전히 놓는 계집이었다. 시히델은 이렇게 자신의 말대로 잘하는지 지켜본 뒤에서야 다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했고, 인간 계집은 그녀가 무언가를 더 시키지 않자 처음에 지시(?)를 받은 대로, 유적으로 가서는 구슬 몇 개를 가져와, 그걸 적게는 세 개, 많게는 최대 여덟 개까지 손에 쥐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구분해냈다. 인간은 저게 가능하구나. 시히델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그 점이 꽤나 흥미로워졌다.


인간은 한 번에 여러 개의 구슬–편의상 그녀도 저 조각들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저 계집 말로는 이렇게 동그랗고 작은 것들을 거의 다 그렇게 부른다나–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고, 혼령은 두 개 이상의 구슬로부터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처음 시히델이 저 계집에게 제안을 한 뒤로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확실해진 사실이었다. 그녀는 여러 개를 들면 하나하나 개별적인 것을 느낄 수 없고, 저 계집은 반대로 개별적인 것만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니까.
시히델은 어느새 혼령들의 시선이 또다시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것을 느꼈다. 이젠 저 인간과 함께 무언가를 바쁘게 하는 걸까 하겠지. 아니, 시히델은 저 계집이 눈치채지 않게 부정했다. 협동하기는 뭐가 협동이란 말야? 그냥 저 계집이 좀 필요해져서였다. 그녀도 하나씩만 본다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그저 시간적인 효율상 인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 필요해서 저렇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절대 협력 같은 게 아니라고, 그렇게 선을 그어 버리는 그녀였다.


그리고 이런 이유에서,


“저기, 시히델 씨?”


“왜?”


“전부터 봤는데… 왜 다른 혼령들이랑도 얘기를 안 하시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그 친구분 말고는 거의…”


“일이나 해.”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 등은 아예 막아 버린 그녀였다. 어찌 되었든 저 애의 속도는 꽤나 도움이 되었다. 유적 주위에 널려 있는, 그리고 유적의 기둥들에도 박혀 있는 구슬들을 이제 절반쯤은 분류한 걸까. 하지만 구슬 두 개 이상으로 새로운 개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이후로, 구슬의 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맞지 않느냐가 문제였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걸 풀어내면 그 보상은 무엇일까? 시히델은 다른 구슬 네 개를 이어보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시히델 씨, 우리가 이걸 왜 하는 건지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저 계집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걸 또 (쓸데없이) 입 밖으로 내는 모습을 보며, 시히델은 그저 부정만 던졌다. 호리에르의 말대로 신령님들이 남겨놓은 무언가를 찾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헛짓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럼 왜일까. 그녀는 구슬들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내가 뭐 때문에 이러고 있지?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이 조각들을 보나 이것들을 내팽개친다든가 하는 충동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옛날 신령님들께 배운 것을 별 목적도 없이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했던 것처럼. 아니, 시히델은 또 옛날 생각이 나자 다시 한 번 부정하며 기운을 휘휘 저었다.


“아까 말했지만, 이 구슬들은 짝이 맞춰지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어.”


잡다한 생각은 버리고 구슬에 집중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 봤는데, 이렇게 짝이 맞춰진 것들끼리 또 모아져서 새로운 것을 떠오르게 해. 넌 이게 왜일 거라 생각해?”


“글쎄요,”


계집은 구슬을 여덟 개나 든 채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계속 맞추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겠지만,”


시히델은 잠깐 시야를 들어 유적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어둡게 빛나는 그것.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생기가 느껴지는 것에, 그녀는 구슬을 빼내기 위해 그것을 건드렸다가 무언가를 느꼈던 것이다. 저 애는 그걸 아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이 구슬을 다루면서 느껴졌던 무언가와 비슷한 종류의 것임을 그녀는 알 수 있었기에. 물론 지금까지는 그냥 저 기둥에 박혀있던 구슬이니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조각들끼리 서로 맞춰지는 것을 보면 단순히 저기 박혀있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편 계집은 혼자 뭘 생각하고 있던 건지, 조금 엉뚱한 질문을 했다.


“저건 신령님들이 만든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상해요. 왜 저렇게 크게 만들고서 문은 달지 않았을까…”


“문?”


인간들이 자신의 거처를 만들 때 그 벽의 일부는 밀어서 열거나 닫을 수 있었다. 그래, 시히델은 기억했다. 그걸 문이라고 했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저게 인간이 만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시히델은 신령님들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사라져 버렸던 일이 생각났다. 어찌 되었든 그분들을 해친 게 분명히 있었고, 혹시나 그 무언가로부터 자신들이 남긴 것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문이 있을지도 모르지.”


시히델은 무심코 대답했다가 인간 계집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아니,” 말을 더듬었다.


“내, 내 말은, 맞아. 문이 있을 지도… 하지만 어느 쪽에도 열고 닫을 만한 건 보이지 않잖아?”


“문이란 게 꼭 열거나 닫는 문만 있진 않아요.”


인간이 말했다.


“어어, 그러니까 그냥 나뭇잎으로 가리기도 하고, 겨울엔 그냥 눈으로 막아두기도 하고, 어어, 네. 문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요.”


“그러냐.”


시히델은 별 흥미 없이 대답하면서 구슬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만일 저 중 문이란 게 정말 있다면, 그 문에 박혀있던 구슬들이 따로 있을 것이다. 아니, 저 계집 말대로라면 아예 문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고, 어찌 되었든 문에 달려 있었고 그것과 같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조각들이라면, 이걸 맞춰보면서 무언가를 알아낸다는 것은…


“혹시 그럼,”


그녀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걸 맞추면서 무언가를 찾아내면, 그걸로 저걸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냥 툭 던진 말에 인간 계집이 갑자기 흥분해서 큰 소리를 내자, 시히델이 노려보면서 얼른 일이나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왠지 이걸 계속 해야겠다는 의욕이 더 생긴 것이, 혼잣말하듯이 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그렇다.


그렇게 이 일을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생긴 날 밤,


부스럭,


”……”


부스럭,


“너 뭐하는… 응?”


주위가 많이 깜깜해진 아래 시히델이 옆을 돌아보자 어느새 인간 계집은 구슬 몇 개를 쥔 채 누워서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시히델은 약간 불편한 얼굴로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하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하긴 이렇게 바닥에 누워 자는 게 불편하긴 하지. 그렇게 대충 놔두고 혼자 계속 구슬에 집중하다가, 다시 그녀를 쳐다보는 시히델. 그러고 보니, 쟤 오늘 하루 종일 여기에만 있었던가? 시히델은 유적에서 나는 약한 빛 속에서 계집의 마른 몸을 훑어봤다. 정말이네. 그녀는 조용히 일어서서 그녀 앞에 다가가 섰다. 인간은 다른 대부분의 생물들처럼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데, 이 계집은 오늘 계속 이것만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서도, 지금 이 혼령 하나를 도와주는 게, 그리고 이 구슬을 다루는 게 그렇게 좋은 건지 무엇인지.


시히델은 천천히 그녀 앞에 앉았다. 이를 느낀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계집은 다시 한 번 바닥에 누운 채 몸을 틀었고, 이런 모습을 약간 탐탁치 않게 보던 시히델은 곧, 천천히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어깨 정도까지만 자신의 몸 위에 눕혔다. 그나마 조금 나아졌는지 계집은 더이상 뒤척이지 않았고, 이런 그녀가 자는 모습, 야위지만 편하게 자는 얼굴을 내려다보던 시히델은 작게 한탄하고는 구슬에 집중했다.


“제법 친해졌군.”


이 밤중에 갑자기 누가 말을 걸자 놀란 시히델. 기운이 쭈뼛 서면서 그쪽을 쳐다보자 언제 왔는지 노일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친해지긴,” 가볍게 쏘듯 대답을 던지는 그녀.


“자꾸 옆에서 거슬리길래 이러는 것이야. 이 계집 이름도 모르는데 친하긴 뭐가 친하단 말이냐?”


“프리아. 그게 이 애 이름이지.”


노일은 전혀 기분 나빠하지도 않는 얼굴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이쯤 되니 하는 말인데, 당신은 그 애가 왜 그렇게 당신에게 매달리는지 알고 있나?”


“내가 자기를 구해줬다고 생각하… 아니,”


이렇게 말했다간 괜히 또 뭔 소리나 들어서 기분 이상해지게 할 것 같았다. 이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에 기대 자는 그 애를 보며 말을 고치는 시히델.


“내가 구해줬다고 이러는 거겠지.”


“그래? 다른 얘기는 하지 않던가?”


이 말에 시히델은 다시 그를 쳐다봤다. “뭐가?” 있어봐야 별거 있겠나, 별 쓸데없는 거겠지 하는 투로 묻는 그녀에게 노일은 말했다. 이제 보니 이 프리아라는 계집을 꽤나 안쓰러워하는 얼굴을 하면서.


“우리 인간에게는 가족이라는 게 있어. 들어 보았겠지.”


시히델이 짧게 긍정했다. “그래.”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남녀 한 쌍을 부모라 부르고, 그 부모로 인해 태어난 또 다른 인간을 형제, 혹은 자매 등으로 부른다고 했지. 그리고 이 '가족'들 사이에는 제법 공통점도 있고, 다른 인간들보다 서로 통하는 게 많다고 했던가. 시히델은 어쨌든 배운 건 잊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건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 각자에겐 가족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지. 일단 부르는 것부터 피로 연결된 사람들이라 부른다고 해야 하나… 굳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많은 동물들이 자기 가족을 아끼고 있으니 대충 알겠지?”


“알아. 그래서?”


시히델은 조금 지루해져서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가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애는 없어.”


“응?”


구슬이나 가지고 놀려던 시히델이 다시 한 번, 그에게 시선을 홱 돌렸다. 이어서 프리아를 내려다보고는, “인간이잖아.” 말하는 그녀. 노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기 때, 그러니까 누가 자기 가족이라는 걸 알기도 전에 모두 죽었어. 부모도, 자기 오빠도 전부.”


이렇게 말하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는 시히델. 세 가족이 모두 한 번에 죽었다는 말일까. 애가 무슨 일로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었을까 하고 한 번 생각해보다가, 곧바로 생각나는 답이 있어 그녀가 물었다.


“혼령에게 죽었다고 말하려는 거냐?”


그리고 천천히 끄덕이는 노일.


“저번에 호리에르라는 그 혼령과 얘기했지. 당신이 이 모든 걸 시작했다고 하더군. 그 모든 싸움의 시초가 당신이라고.”


”……”


갑자기 불편해지는 시히델. 마르한이나 다른 혼령들이 저걸 들먹일 때처럼 화가 울컥 치솟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나고 뭐고 그저 이 자리에 있기 싫어지는, 당장 박차고 나가 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며칠 만에 그녀를 잡았다. 그리고 슬슬 그녀의 이성을 쥐어짜려는 것을 어떻게든 뿌리치며, 시히델은 조용히 긍정했다. 그러자 천천히 한숨을 내쉬는 노일.


“나쁜 의도는 없다. 호리에르도 그만큼 당신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비록 겉으로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럴 거라고 했지. 하지만 어쨌든 말은 해야 했어. 그 애한테 말야. 그 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봐도 되겠지.”


“그래.”


방금 흔들렸던 탓에 시히델은 감정을 억누른 채 순순히 인정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는 다시 이 계집을 바라보는 그녀. 하지만 다음 순간 저 인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그녀는 놀람과 함께 기운이 크게 흔들렸다.


“정말로 말했다고? 그럼 이 계집이,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이러고 있다는 거야?”


이렇게 묻는 그녀에게 아무 말 없이, 침묵으로 긍정을 내미는 노일. 시히델은 그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이 애를 내려다봤다. 가족이 전쟁 중에 다 죽었다면서, 그 전쟁의 불씨에게 매달린다고? 단지 자기를 한 번, 막상 그녀는 별로 의도치 않게 구해줬는데 정말 그거 하나 때문에? “무슨,”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벌컥 토해내듯 화부터 냈다.


“무슨 이런 멍청한 게 다 있어!”


인간도 혼령처럼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지만,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이 계집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녀의 성질을 자극했다. “하,” 어이가 없었다. 정말 어이가 없어가지고, 그녀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우응,” 바닥에 툭 떨어진 프리아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나오자 시히델은 이 계집을 사납게 노려보았고, 그러다가 이런 자신을 조용히 쳐다보는 노일을 봤다.


“너희 인간들은 정말, 옛날부터 여러모로 나를 뒤집어 놓는구나. 너희들은, 정말 너희들은,”


씩씩거리면서 말하는 건 어느새 혼자 내뱉는 웅얼거림으로 줄어들었고, 시히델은 노일이 아무 말 없이 프리아 앞에 앉아, 다시 불편해하는 듯한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자 그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보아하니 그 인간 특유의 동정심에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혼령들도 누군가에게 동정심을 느끼긴 하지만, 가족이라는 개념 같은 것도 없었고, 그렇기에 저런 걸 보면 뭐랄까…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시히델은 홱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 “어디 가나?” 뒤에서 노일이 묻자 그를 한 번 쏘아보고는 다시 걸어가는 그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 시히델 씨!”


노일은 어느새 자리에서 떠난 뒤였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서 구슬을 만지는 계집, 이름이 프리아라는 그 애 혼자서 밝은 웃음과 함께 반겨주었다.


“어디 갔다 오셨어요? 갑자기 없어져서 걱정해–”


툭.


“앗,”


시히델은 계집 앞에 성의 없이 내려놓고는, 평소에 앉던 자리로 가서 구슬 세 개를 집어들었다.


“먹고서 해.”


“어, 어어,”


프리아는 자신의 앞에 놓인 여러 가지 과일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저,” 갑자기 말을 더듬는 그녀.


“저, 이거, 저 주려고, 구해오신 거예요? 숲은 여기서 멀리 있는데…”


“시끄럽고, 먹어.”


시히델이 짜증을 냈다. 저기서 뭐라고 한마디라도 더 하면 쥐어박을 기세로. 하지만 갑자기, “흑,” 저 계집이 이번엔 웬 이상한 소리를 내자 이번엔 또 뭔가 하고 보는데, 갑자기 저 계집의 눈이 이상해진 게 아닌가. 뭐에 젖은 듯 축축해져서는, 그러다가 한 방울, 물줄기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인간은 저렇게 운다고 했던가. 하지만 지금 갑자기 뭐가 슬프다고 저 난리야? “정말로,” 이렇게 시히델이 당황한 시선으로 보는 중에 프리아는 왠지 조금 막힌 느낌의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거 저 주려고 가져오신 거예요? 정말로, 정말로 저기까지 가서, 정말로,”


“어, 그, 그래! 맞으니까!”


왠지 쟤가 저러는 거, 진짜 보기 싫었다.


“먹으라고! 그만 좀 울고! 왜 울고 난리야! 먹으라고 가져왔는데!”


“네!”


갑자기 고개를 세게 끄덕여대는 프리아. 하지만 먹지는 않고 계속 몸만 들썩이며 울어대자 시히델은 더 당황해서 다시 재촉했다.


“울지 좀 마! 감사하진 못할 망정 뭐가 잘났다고 우는 거야…”


“네! 정말 감사해요!”


훌쩍이면서도 다시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면서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녀였다. 이런 그녀를 대체 뭐하자는 건지 하는 식으로 쳐다보다가, “그,” 뭐라고 말은 해야 할 것 같지만 결국 관두는 그녀였다. “먹어.” 그녀가 짧게 말하자 프리아는 또다시


“네!”


애써 가져온 과일 위에 얼굴에서 떨어지는 물을 뚝뚝 흘리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그 중 하나를 집어 먹기 시작하는 프리아. 참 가관이었다. 눈에서도 그리고 어느새 코에서도 막 흘리면서 허겁지겁 먹는 꼴이라니. 그런 모습을 보다가 이쯤 해뒀으니 알아서 하겠지 싶어, 다시 몸을 틀어 구슬에나 집중하는 그녀. 그러다가 한 가지 까먹은 게 생각나 저렇게 먹는 모습–왠지 볼수록 그녀 자신도 이상해지는 것 같은–을 쳐다보지도 않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냥 시히델이라 불러. 알았어?”


“네! 시히델…”


저러다가 오늘 하루종일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러나 또렷하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시히델은 가만히 한탄만 내뱉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차피 앞으로 계속 필요해질 애, 이젠 막 대하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래, 앞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멍청하든 저렇게 울기나 하든, 필요한 인간이니까. 그래, 그게 다야. 시히델은 스스로에게 선을 그어 버리며 구슬을 쥐었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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