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둥–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그것을 두드렸을 때 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제이미는 보았다. “흐응,"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찢어질 것 같은 종이를 넓게 펴서 고정하고는, 그 위를 손바닥으로 한 번 치자 나는 소리. 마치 북소리와도 같았지만 좀 더 크면서도 사람의 귀를 자극하진 않는, 그러면서도 물처럼 넓게 퍼져 나가는 소리가 났다.
“그 영이란 걸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그렇게 만든 '악기'에 몇몇 덩어리들이 모여, 마치 기름을 바르듯 영을 바른 것에 역시 손바닥에 영을 모아서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서 신기해하는 제이미의 옆에서, 아린은 (평소답지 않게) 두 손도 공손히 모은 채 얌전히 서서, 그저 고개만 살짝 움직여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긴,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중 대부분이 지켜보고 있으니 천하의 아린도 지금만은 조용해질 수밖에. 오히려 이것저것 신기하다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제이미가 더 정신사나워 보일 정도였다.
[좀 가만히 있어, 제이미.]
엔시나도 이를 의식했는지 그녀의 안에서 소곤거렸고, 그제서야 제이미는 “어, 어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가, 이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급히 헛기침을 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저마다 소리를 내며 가벼운 흐름을 퍼뜨리는 다른 악기, 이렇게나 많이 모인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영 덩어리들이 마치 연회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그녀에게 주었다.
어느 날 밤, 이렇게 아침부터 그리 거창하진 않지만 제법 여러 가지 준비를 한 마을 앞 벌판에서, 마을의 모두가 빙 둘러서 있는 가운데엔 몇 명의 사람들과 혼령들이 있었다. 특별한 경우인 제이미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제 막 성인이 되는 나이의 그런 아이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미소 짓거나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두고, 어느새 한 시간쯤 지났나 싶을 때 저쪽에서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 신관 마르한이 신령 유와 함께 내려오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는 사이 유는 천천히 저 위를 올려다봤다. 마치 커다란 반딧불이처럼 날아다니는 영 덩어리들. 이를 가만히 보던 신령이 조용히 자신의 기운을 사람의 팔처럼 들어 올리자, 그것들은 갑자기 소리 없는 명령이라도 받은 듯 움직임을 멈추고는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영이 내려온 자리에는 이제 아린과 제이미를 비롯한 몇 명만이 가운데에 서 있었고, 이들과 영 덩어리들 앞에서 유는 들었던 기운을 마치 선을 타듯 부드럽게 두 번 저었다.
영 덩어리들이 춤추기 시작했다. 커다란 공 같은 것들이 땅에 닿지도 않은 채 느릿느릿, 가운데에 선 사람들과 혼령들의 주위를 돌며 이따금씩 위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앉고, 제자리에 멈춰서 빙그르르 돌기도 하는 등, 제이미는 가만히 눈을 깜박이며 그 광경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다시 한 번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흙으로 만든 피리나 나팔처럼 생겼으면서 소리는 굉장히 다른, 묘하게 귀를 녹이는 듯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오늘 우리 모두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한 번 더 기운을 휘젓고서 신령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깊고 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영의 기운. 제이미는 살짝 떨었다. 지금 보니 유는 어른과 노인 사이의 모습을 오가는 것 같았다.
“매년 그러하였듯, 우리가 선택한 삶 속에 자신과 다른 존재와 함께하며 성숙한 이들을 축하하고, 또한 앞으로도 끝없이 성장해줄 것을 염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움직여 가운데에 서 있는 이들을 둘러본 신령. 그리고는 긍정의 의미로 한 번 끄덕였다.
“올해는 여섯 명이구나. 여섯 인간과 여섯 혼령이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를 알아온 것이지. 그 짧지는 않은 시간동안 너희들은 이제 앞으로도 처음의 맹세를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하며, 오늘 이후로는 좀 더 성장한 동반자들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야.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을 것이니 더 많은 일이 있을 것이고, 그럼에 따라 서로 웃기도 하지만 화내기도 하면서 부딪힐 일도 생기는 등, 꽤 많은 것을 겪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럼에도 너희들은 함께이고,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되리라고 내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면 무슨 결혼식 같잖아…"
그것도 제이미의 경우 여기 다섯 명과는 달리, 이 혼령이란 작자를 만난 지 1년은커녕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 엔시나는 어깨만 으쓱했다.
[내가 그렇게 싫은 거니?]
“아니, 그,"
제이미는 혼자 소곤거렸다.
[싫다는 건 아니고, 뭐, 으음,]
한편 이 둘의 대화를 들은 건지 혹은 느낀 건지, 신령은 둘이 있는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이 말을 해야겠구나. 다들 알다시피, 올해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먼 옛날 이 세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건너갔던 혼령 하나가 돌아왔지. 그 동반자는 결국 인간이라 오래전에 죽었겠지만, 우리들이 지금 이곳에서 사는 이상 모두가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너 엔시나는 인간계에서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이곳으로 돌아왔지. 너는 그 아이와 함께 평생을 함께할 것을 맹세하였느냐?"
그리고 이 말에 엔시나가 앞으로 나왔고, 그렇게 제이미의 눈앞이 잠시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녀는 평소와 다른 표정과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네." 엔시나가 말했다.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습니다."
“그래."
신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엔시나가 뒤로 물러났고, 제이미는 이럴 때마다 중심을 잃으려는 걸 제법 익숙해진 듯 이젠 휘청거리지도 않고, 그저 잠시 어지러울 뻔한 정도로 끝났다. 이런 그녀가 다시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켜본 신령은 다시 기운과 함께 소리를 퍼뜨렸다.
“제이미 앨리슨,"
먼저 그녀의 이름을 부른 유. 아니, 이름만 불러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에 제이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으나, 곧 엔시나가 그녀의 얼굴을 펴 주었다.
“너는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인간이다. 그곳에서 네가 어떤 삶을 살았든, 너의 삶이고 네가 간직해야만 하는 것이야. 그리고 너의 그 삶처럼 지금 너와 같이 있는 그 혼령, 엔시나를 너와 함께할 혼령으로 인정하고, 앞으로도 믿고 의지할 동반자로서 살아갈 것을 맹세하느냐?"
“어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제이미는 엔시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혼령은 조용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에 주위를 슬쩍 둘러보는 제이미. 정말 이곳에 모인 이들이 전부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음," 그냥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녀 혼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려나. 제이미는 이게 하나의 의식임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이런 걸 본 적도 없고, 지금 자신에게 오는 시선이며 대답 없는 혼령이며 전부 부담스럽기만 했다. 유가 마치 손가락으로 툭툭 치듯, 자신의 기운을 뻗어 제이미를 건드렸다. 이에 신령을 바라본 그녀는 입만 열었다 닫았다 몇 번 반복했으나, 생각해 보면 어차피 다른 대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곧 목소리를 냈다.
“맹세하, 어어, 네. 맹세합니다."
조금 어눌한 대답에 몇 명이 작게 웃는 게 느껴졌다. 제이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려 했으나 가벼운 헛기침으로 막고서 다시 신령을 바라보았고, 유는 천천히 긍정한 뒤 추가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너는 앞으로 네가 어디에 소속될 건지를 말해주어야 한다, 제이미. 이미 들었다시피 이곳에는 서릿눈, 아란, 청화 그리고 초생달이 있지. 어느 쪽이든 그곳에 들어가서 배울 것이 있고, 또한 어느 쪽이든 네가 감당해야 할 것들도 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너의 선택으로 결정되겠지. 그러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
“나는, 어, 저는,"
이렇게 누구 앞에서 공손하게 말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서릿눈으로 결정했… 습니다."
“그래."
신령이 긍정했다.
“서릿눈 소속의 제이미 앨리슨. 동의하느냐, 엔시나?"
“동의합니다."
엔시나가 잠시 나와서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긍정한 신령은 천천히 옆으로 걸어가, 다른 아이의 앞에 섰다. “뭐야," 제이미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다야?"
[뭔가 더 거창한 거라도 기대했니?]
엔시나가 가볍게 말하자 제이미는 “음,"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신령이 다른 아이의 앞에서 제이미에게 했던 것처럼 인간과 혼령의 이름을 부르고, 앞으로도 함께할 맹세를 묻고는 대답을 듣고서 또 어느 소속이 될지를 확인하기까지 한 뒤, 다음 아이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아이, 또 다음 아이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그래도 이들보다 나이가 꽤 많은 제이미는 왠지 이런 의식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한 애들이 꽤 귀여워 작게 웃었다가, 갑자기 “어?" 중얼거렸다.
“오늘 비 오나?"
[갑자기 왜?]
“저기, 아까처럼 밝지가 않은데."
위를 올려다보며 제이미가 중얼거렸으나, 엔시나는 쓸데없는 소리로 의식을 방해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다그쳤다. 그리고 제이미가 고개를 돌리자 세 번째 아이의 맹세와 소속을 확인하고, 어느새 신령은 천천히 움직여 아린의 앞으로 다가섰다. 제이미가 싱긋 웃었다. 아린 또한 다른 아이들처럼 꽤 긴장한 얼굴로, 두 손을 차분히 모았던 것도 어느새 손가락이 막 따로 놀고 있었다. “아린," 이런 그녀를 보며 이름을 부른 신령, 그리고 지금까지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녀가 미소를 짓는 모습을 제이미는 보았다.
“그래, 아린… 이곳에 사는 모든 인간과 혼령이 각자 특별하지만, 너의 이름은 참 많은 이들의 입에서 많이도 오르내렸지. 나 또한 너만큼 활발한 아이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구나. 사실 그래서 제법–"
우르릉…
“응?"
제이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웬 천둥이지? 제이미도 다른 사람들과 혼령들도 다들 그런 얼굴로 하늘을 보고는, 정말 아까 제이미의 말처럼 달빛도 별빛도 그 사이에 조금 흐릿해졌음을 확인했다. [뭐야?] 이렇게 되자 엔시나도 눈썹을 치켜세웠고, 어느새 저쪽에서는 오늘 맑은 날이라고 말씀하셨지 않냐고 란이 유에게 묻고 있었다.
“틀림없다. 구름은 없지 않느냐. 별거 아닐 것이니 계속하자. 그럼,"
그리고 다시 아린을 보며 (하지만 미소가 거둬지고)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쏴아아아!!
“우와아!?"
제이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아린도 마찬가지였고, 이곳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아니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것이 몰아닥쳤고, 이에 몇몇 사람은 비틀거리는가 하면 아예 나동그라지는 이들도 있었다. 마르한과 유를 비롯한 극소수만이 재빨리 자신의 기운을 뻗어 마치 우산을 펴듯 강풍을 막아냈으나, 이 난리에 악기가 찢어지거나 날아가는 등 의식을 위해 준비한 게 난장판이 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웬… 태풍이야?"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소리를 지르는 제이미. 그녀도 아린도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으려 악을 쓰면서 버텨야 했고, 그러다 잠시 뒤 바람이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곧 잠잠해지자 눈을 떴다. “허,"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넘어져 있거나 지쳐서 어깨가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으야야," 단 1분 전까지만 해도 공손한 자세로 긴장하던 아린이 어느새 방방 뛰고 있었다.
“문 일이얘? 야 하필 내 차례에 난리예? 무얘!"
“다들 괜찮습니까?"
재빨리 몸을 추스른 마르한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날아가거나 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많이들 넘어져서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나고 있는 걸 지켜보다가,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다. 넘어진 탁상과 판자들, 찢어지고 망가진 악기들, 그리고 넘어진 사람들. 이를 수습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고, 일단 어떻게 대충 정리는 하고 나서 한 번 주위를 둘러본 제이미. 그리고 곧 시선이 유에게서 멈췄다. 이제 보니 아까부터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신령.
“신령님,"
마르한도 이를 알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유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고, 계속 저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아이구나."
“네?"
마르한이 눈을 깜박이자 천천히 말을 잇는 신령.
“자기 힘을 전혀 조절하지 못하고 있어. 아마도 지금과 같은 게 또 일어나겠지…"
그리고 나서 작게 한탄을 흘려보내는 그녀였다.
“소야?"
한편,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아린은 짜증 내던 걸 멈추고 동그란 눈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소야 말하는얘? 이게 정말 야 때문얘?"
유가 아린을 바라보았다. 대신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그녀를 아린도 대답을 기다리는 듯 가만히 마주하다가, 곧 혼자서 시선을 돌리고는 마르한에게 말하는 신령이었다.
“일단 정리부터 마저 하자꾸나. 그다음에 의식을 다시 하든지 해야겠다."
“신령님!"
그런데 신관이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이려는 순간, 저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고, 다음 순간 놀라서 신음하는 소리가 났다. “뭐야?" 제이미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얼굴이 비틀렸다. 오늘 점심 즈음, 영결식에 필요한 꽃을 찾으러 숲으로 보낸 두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명은 머리에서 피가 난 채 다른 한 명이 비틀거리는 걸 부축하며 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마르한이 즉시 달려가서는 이제 막 숲에서 돌아온 둘을 마주했다. 다른 사람들도 우르르 몰려가 둘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인 듯한 이들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둘에게 뭐라 말을 걸고 있었다. 제이미는 이를 멀리서 지켜보다가 옆에 있던 유가 천천히 다가가자 뒤를 따랐고, 어느새 신령이 바라보고 있던 저 너머를 가만히 보던 아린도 걸어왔다.
“무슨 일이냐? 방금 그것에 심하게 휘말렸느냐?"
“네?"
머리에서 피를 흘리던 한 명이 말했다.
“저희를 구해주시려고 신령님께서 일으킨 게 아니었습니까?"
“내가 아니다. 전혀 다른… 사고였다."
유가 조용히 대답했다가, 곧바로 기운을 세우며 “구해주다니?" 둘에게 다시 물었다. “네." 다리가 부러진 이가 대답했다.
“완전히 잡힐 뻔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꽃이고 뭐고 어찌할 수가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잡히다니,"
란이 입을 열었다.
“사령 떼라도 몰려온 겁니까?"
하지만 둘은 각자 고개를 저었고, 아까부터 가쁘게 헐떡이던 숨을 고른 뒤 머리를 다친 사람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람들이었어요. 영은 느껴지지 않지만 꽤 단련된… 보아하니 인간계에서 온 것 같습니다."
“뭐?"
다시 한 번, 각자 놀라서 중얼거리는 소리들. 그리고 이 소리 뒤에서 제이미는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고, 비록 이를 재빨리 바로잡아주었지만 엔시나 역시 그 자리에서 무겁게 굳어졌다.
[시작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