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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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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10)


<9장. 생각보다, 히키가야 하치만의 절망은 이미 깊다.>

  “미안하다! 일부러 본 게 아냐! 그냥 어쩌다 메일이 올 때 퍼플 공주라는 이름을 본 것뿐이라고!”

  지금 나는 무릎을 꿇고 시키부에게 싹싹 빌고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대응이 늦었다면 어제처럼 한 대는 맞았을 것이다.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시키부가 나에게 쏘아붙인다. 나는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이야기를 할 만한 상대가 없다고.”

  “.......”

  “......또 ‘못 한다’를 강조하는구나.”

  미카도가 묘하게 미지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야, 넌 또 왜 시키부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건데? 유령이라니 너무 비겁하잖아.

  하지만 미카도를 노려보면 시키부가 자기한테 눈을 부라린다고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이 굴욕은 나중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복수해주마, 미카도. 시키부는 뭐, 너무 무서우니까 건드리지 말자.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시키부가 나에게 말한다. 하긴 못 믿을 만도 하지.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너, 입학식 날 자해 공갈을 했다면서?”

  “뭐?”

  그 말을 듣고 미카도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몰랐냐? 하긴, 뭔가 미카도는 특별취급되는 경향이 있으니 안 좋은 소문은 못 들었을 수도 있겠군. 내가 말했다. 어쩌면 목소리가 좀 심하게 차가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건 헛소문이다.”

  입학식 날 사고를 당한 나를 찾아온 것은 운전기사가 아니라 웬 변호사였다. 그는 나를 보고 차의 주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일부러 치인 거 아니냐는 투의 말을 했었다. 당연히 나는 그런 생각 따위는 한 적도 없다. 그건 그냥 사고였을 뿐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은근히 나를 공갈범으로 몰아갔고, 보다 못한 아버지가 ‘이놈은 그럴 주변머리가 있는 놈이 아니다. 치료비만 달라. 그 외에 어떤 보상금도 필요 없다. 이후로 다시는 이 사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그 자식은 물러갔다.

  알고 보니, 내가 치인 차는 상당한 재벌가의 차였고, 사고 때문에 이 주변에서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덮으려고 한 것이다. 사고를 내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줌으로써가 아니라, 피해자를 나쁜 놈으로 몰아붙여 해결하려고 한 것이 참 참신하다 할 만했다. 나는 그날, 가족들이 돌아간 뒤, 불이 꺼진 병실 안에서 숨죽여 울었다. 그게 지금까지 마지막으로 내가 운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퇴원을 하고 학교에 등교했을 때, 나는 곧 내가 자해공갈범이라는 소문이 교내에 퍼져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잘은 모르겠지만, 가해자 쪽에서 뭔가 수를 쓴 게 아닐까 예상할 뿐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 학교에서의 생활에는 아무 희망이 없다. 친구를 사귀고 학창 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이미 난 여기에서는 그렇게 될 수 없는 존재였다.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면 수드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외톨이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외톨이가 된다면 내가 입을 상처를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시키부가 내 태도에 조금 당혹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하​지​만​,​ 소문으로는 히키가야는 가족 전체가 사기꾼이나 ​다​름​없​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뭐라고 했어, 방금? 누가 사기꾼이라고?

  나는 기억한다. 우리 아버지는 그 악덕 변호사가 물러가고 난 뒤에 나를 보고 쓰게 웃으며 말했었다. ‘집사람이랑 코마치한테는 비밀로 하자!’ 나중에 병실을 나갈 때 아버지의 무거워 보이는 뒷모습을 기억한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입원해 있을 때 병실에 자주 들르지는 않았지만 올 때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든가, 간식거리를 잔뜩 싸들고 왔었다. 자기네들끼리 외식을 했다고 자랑하기는 했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다 알고 있다. 그게 나의 가족이다. 그런데 뭐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맹렬히 시키부를 노려보며 말했다.

  “시키부, 입 닥쳐!”

  내가 그렇게 나오자 시키부는 더욱 당황한 듯하다. 나는 시키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그건 그냥 사고일 뿐이었다고. 내 잘못도 있지만 내가 다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나를 그렇게만 바라보지. 단 한 번도 나를 본 적이 없으면서 소문만으로 나를 평가했어. 내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모두 그 소문을 사실이라 생각해서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 어쩌면 헛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다.”

  그것이 나의 절망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오해는 결국 풀 수 없다. 새로운 질문을 받고 새로 답해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롭게 질문을 던져줄 사람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어! 이미 너네 따위한테는 정이 다 떨어진 이후였으니까 괜찮았어! 하지만 ​그​래​도​.​.​.​.​.​.​내​ 가족까지 싸잡아 험담을 하는 거냐!”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거냐, 헤이안 고교!

  ​“​하​치​만​.​.​.​.​.​.​.​”​

  왜 그래, 미카도? 왜 그렇게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냐? 보지 마.

  내 비참한 모습 같은 거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비웃음을 사지. 내가 아무리 필사적이 되어도 사람들은 ‘꼴사나움’으로 받아들여. 그리고 그걸 다시 비웃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나 꼴사납다.

  시키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내 분노를 보고 ‘왜 정색하고 난리야?’라고 어이없어 하겠지. 그래서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또 하나 추가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내 분노조차 비웃음거리로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도 분노하지 않으면 그저 없던 일이 된다. 그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

  꺼져라, 시키부.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가서 네 친구들한테 내 험담을 잔뜩 해라. 어차피 너도 그런 녀석일 테지.

  시키부의 입술이 조금씩 떨린다. 나에게 한 마디라도 쏘아붙이고 가려는 건가? 뭐, 상관없지. 어차피 이제 이 학교 학생들은 나의 적이다.

  ​“​미​.​.​.​.​.​.​미​안​.​.​.​.​.​.​해​.​”​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상상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순간 방금 전까지 스스로를 지배하던 분노조차 잊어버리고 그녀를 쳐다보고 말았다. 시키부의 말이 이어졌다.

  “다들, 마치 사실인 듯이 ​얘​기​하​니​까​.​.​.​.​.​.​.​ 그래서, 나도 당연히 그럴 줄로만 알았어. 조금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나쁜 놈인 ​줄​로​만​.​.​.​.​.​.​미​안​해​.​ 나는, 옆자리였는데, 언제든지 말을 걸 수 있었을 텐데, 그게 헛소문인지 아닌지 본인 이야기쯤은 들어볼 수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정말,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의외로, 자신보다 입장이 나쁜 사람에게 한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사과를 한다 해도 ‘잘못을 인정하는 자신’을 연출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십중팔구 진심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평판이 최악인 나에게 사과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생소한 것이었다. 입장은 내가 아래에다 그녀가 사과를 해서 얻는 메리트도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지금 미안하다고 말했다.

  “뭐 해, 하치만? 시키부가 사과하고 있잖아. 대답 정도는 해둬야지. 네 사과 따위 받기 싫다든가, 일단 사과는 받아두고 나도 나도 말이 좀 심했다든가 말이야. 나로서는 뒤쪽을 해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하치만에게 맡길게.”

  미카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무언가 반응을 보여야 한다. 나는 시키부를 바라보았다.

  내가 시키부에게 분노를 터뜨렸지만, 그녀가 잘못한 거라고는 헛소문을 듣고 그걸 믿어버린 것뿐이다. 그 소문을 내 앞에서 언급하였을 뿐, 그녀는 헛소문을 낸 장본인이 아니다. 오히려 어제 있었던 충돌 사건이 소문이 안 된 걸로 봐서, 시키부는 내 사과를 받아들이고 그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분노는 정당할지는 몰라도 정도가 심하기는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보여야 할 반응은 정해졌다.

  “나도 미안하다. 너무 흥분했어. 네가 그 소문을 낸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하지만 다시 말해두겠는데 나도 내 가족도 사기꾼이나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시키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미안해. 다시는 네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않을게. 다른 사람한테도 마찬가지야. 내가 친구들한테 헛소문이라고 말해둘 테니까.”

  뭐야, 이 녀석 좋은 녀석이잖아. 너무 사람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이 학교에서 본 사람 중 가장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럴 필요 없어. 네가 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한다면 오히려 네가 나와 한통속이라는 소문이 돌 거다. 그냥 그 소문을 퍼뜨리지만 않는 것으로 족해.”

  ​“​그​치​만​.​.​.​.​.​.​.​”​

  내 거절에도 미련이 남은 듯한 시키부에게 내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네 그 ‘퍼플 공주’라는 거 ​말​인​데​.​.​.​.​.​.​.​”​

  “윽.”

  화제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역시 잊고 있었군. 내가 말을 이었다.

  “네가 나를 그냥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하자. 너는 어제 내가 너와 부딪친 것을 소문 내지 않고, 나는 네가 퍼플 공주라는 안쓰러운 닉네임으로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것을 비밀로 한다. 어때?”

  시키부가 말했다.

  “누가 안쓰럽다는 거야!”

  “인터넷에서 ‘공주’가 들어가는 닉네임을 쓰고 연애고수를 자처하는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애. ......충분히 안쓰러운데.”

  “괘, 괜찮잖아? 퍼플 공주라는 이름을 칭찬 들은 적은 있어도, 비웃음 산 적은 없어!”

  “만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이명(異名) 같은 건, 책으로 볼 때는 멋있어 보여도 실제로 입 밖에 내면 오그라들지. 한 번 네 입으로 ‘내 이름은 퍼플 공주다’라고 해보면 알걸?”

  “......내 이름은 퍼ㅍ....... 우우, 못하겠어.”

  “그렇지?”

  “게다가 연애의 달인이라니, 고등학교 1학년생이 그럴 리 있냐.”

  “윽.”

  “네가 미카도 정도로 소문이 무성한 빗치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너 정말 연애의 달인 맞냐?”

  “누가 빗치라는 거야!?”

  “하치만, 말이 심하잖아.”

  내 말에 시키부가 분통을 터뜨리고 미카도가 타박한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만약 네가 그 나이에 연애의 달인일 정도로 경험이 많다면 빗치라는 거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소리다.”

  “.......”

  눈을 돌리는군. 나는 말을 이었다.

  “빗치가 아니라는 걸로 받아들이지. 정리하자면 너는 인터넷 상에서 퍼플 공주라는 오그라드는 이름으로 연애의 달인인 척하며 지내고 있다는 게 된다. 스스로가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냐?”

  “.......”

  시키부는 몸을 돌리더니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자각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협상하자는 거다. 내가 네 약점을 쥐고 있지만, 너 또한 어제 일로 나를 한 순간에 변태로 낙인찍을 수 있다. 상호확증파괴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자. 냉전이다. 어때?”

  “하치만, 대단하네.”

  미카도가 옆에서 식겁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받​아​들​일​게​.​”​

  시키부가 말했다. 협상 성립이다. 내가 말했다.

  “약속은 지킬 테니 안심해라. 자칭 연애의 달인.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시키부가 무지 노려본다. 그런데 이제는 무섭지 않다. 그저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다. 방금 전의 대화로 시키부의 안쓰러운 이미지가 굳어져버렸거든.

  그런 나를 보고 시키부가 따진다.

  “누가 자칭 연애의 달인이야! 나는 진짜 연애의 달인이라고!”

  “어이, 허세는 안 부려도 된다고.”

  내 우려 섞인 목소리에 시키부가 제멋대로 큰소리를 쳤다.

  “못 믿는 모양이네? 내 실력을 보여주겠어! 방금 너는 내 도움을 받을까 말까 혼잣말을 하고 있었잖아? 분명 어제 너 미술실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었지? 너는 미술부는 아닌 것 같은데다 그쪽은 여자 미술부였어!”

  뭐? 이 학교에는 남녀 미술부가 따로 있냐? 뭐 그런 낭비가 다 있지? 어쩐지 있던 사람이 여자들뿐이더라니.

  “아마 미술부에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 보러 간 거지?”

  시키부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봐, 그런 식으로 생각이 연결되니까 헛소문이 생기는 거라고. 여자와 남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실감했다.

  “어, ​저​기​.​.​.​.​.​.​.​”​

  내가 부정의 말을 뱉기도 전에 시키부는 제멋대로 선언했다.

  “내가 네 사랑을 이루어줄게! 내가 얼마나 연애의 달인인지 깨달으라고! ​퍼​플​.​.​.​.​.​.​(​크​흠​!​)​ 공주의 힘을 보여주겠어!”

  어이, 뭘 멋대로 의욕에 차 있는 거냐? 아연해하는 나를 보며 미카도가 말했다.

  “잘됐네. 과정이야 어쨌든, 퍼플 공주의 도움을 받는 거잖아.”

  미카도, 퍼플 공주고 자시고 간에 지금 이 녀석은 근본적인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내일 점심시간에도 이곳에 집합이야! 내가 작전을 짜 줄게!”

  시키부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가버렸다. 결국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얘기를 못해줬군. 그렇다고 지금 뒤를 쫓아가 너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난감하다. 눈에 띄기도 하고 말이지. 나중에 말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또 귀찮은 일이 늘어버렸다. 점점 내 생각보다 일이 더 꼬여가는 것 같다. 사오토메 선배에 대한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키부의 ​개​입​이​라​.​.​.​.​.​.​.​ 어제 미술부를 찾아가는 게 아니었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복잡한 심경으로 서 있는데도 옆에서 미카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기쁜 듯이 말했다.

  “하치만, 방금 굉장히 즐거워 보였어.”

  어? 그랬나?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시키부와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제대로 된 인간을 만났다는 게 너무 기뻐서 그런가?

  “내가 말했지? 시키부는, 시키부 호노카는 굉장히 멋진 여자아이라고 말이야. 하치만은 어떻게 생각해?”

  시키부, 시키부 호노카인가. 또 별 쓸모없는 정보가 늘었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방금 전에 나와 마주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잘못을 인정하고 나에게 사과하던 그 모습이 다시 그려진다.

  나는 아주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동감.”

  미카도,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 너 엄청 재수 없어.

  ......오늘 나의 학교생활이 아주 조금 구원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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