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와 하치만이 친구가 아닐 무렵~아오이 (11)
<막간 02. 호노카가 하치만의 뒤를 쫓을 무렵.>
호노카는 하치만이 자기 자리에 놔두고 간 핸드폰을 확인했다. 배터리가 많이 남아 있다. 어제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에는 반 정도밖에 안 남았었으니 아마 하치만이 충전해준 것이겠지. 호노카는 하치만을 곁눈질하며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고등부에 입학하고 나서 같은 반에 입학식 날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사실 그것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반에 한두 명 정도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기 힘든 상황도 아니다. 단지, 고등학교 입학식 날에 그렇게 된 것은 불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특이했던 것은 그 이후에 돈 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학생, 히키가야 하치만이 가해자한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일부러 차에 치였다는 소문이었다. 하치만의 가족은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기꾼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이런 이야기가 하치만이 학교에 등교하기도 전부터 교내에서 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학생 대부분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치만이 처음 학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학생들은 그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호노카도 자리가 가까웠기에 그의 모습을 보았는데, 적어도 겉모습만으로는 그리 성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의 눈은 고등학생의 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었다. 썩어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하치만이 왔지만 아무도 하치만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전부 그를 피했다. 저런 놈이랑은 상종하기도 싫다는 태도가 엿보였다. 오직 반장만이 알려줘야 할 사항들 때문에 최소한도의 대화를 했을 뿐이었다. 같은 반 학생들은 그의 옆자리가 걸린 호노카를 불쌍하게 여기는 표정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하지만 의외로 하치만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잘 지냈다. 음침한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복도에서 부딪히고 그의 밑에 깔렸을 때에 호노카는 정말 분노했다.
‘역시 나쁜 놈이잖아! 이런 놈은 혼쭐이 나봐야 해!’
그렇게 해서 그녀는 그 동안 단련한 킥복싱 실력을 뽐내며 그를 두들겨 팼다. 그리고 그에게 으름장을 놓고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치만은 그 동안의 소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 미안하다.”
그가 사과했을 때, 호노카는 처음으로 하치만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그의 얼굴부터 어깨까지는 더러운 물을 뒤집어 쓴 듯 엉망진창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치만은 갑자기 여자 미술부실에서 튀어나왔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역시 화가 나는지라 ‘됐어, 이제’라는 말만 남기고 호노카는 돌아가버렸다. 하치만과 부딪힌 탓에 호노카의 옷에도 얼룩이 묻었다는 것은 곧 깨달았다. 그러나 호노카는 그 정도로 혼을 내줬으니 더 이상 하치만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호노카는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해서 전화를 걸어보니 하치만이 받았다. 호노카는 자신이 ‘퍼플 공주’라는 걸 혹시라도 하치만에게 들킬까 불안했다. 그래서 ‘절대 보지 마!’ 하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그 때문에 하치만이 오히려 수상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함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하치만은 아침에 바로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아까 살짝 물어보았을 때, 하치만은 아무것도 못 봤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에라도 하치만이 호노카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걸 빌미로 호노카에게 어제의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그저 느낌일 뿐이었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던 하치만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그러면 왠지 하치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호노카는 불안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치만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드는 것이다.
호노카의 상태를 말하자면, 머리로는 하치만을 의심하고 마음으로는 그리 의심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호노카는 곧바로 빵을 사러 갔다. 그녀가 매점에서 빵을 사고 나올 때, 저 앞에 하치만이 보였다. 하치만은 사람이 많은 곳이 싫은 듯 인적도 거의 없을 뒤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노카는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뒤를 쫓고 있었다.
그럴 듯한 이유는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면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느낌일 뿐이었다.
하치만은 인적이 없는 장소에 걸터앉아 빵을 먹었다. 참으로 경치가 괜찮은 곳이었다. 호노카는 하치만이 이런 장소를 용케도 찾아냈다고 감탄했다. 주변에는 나무가 많았기에 하치만의 눈에 안 띄게 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주변의 경관과 시원한 산들바람에 감탄하며 들고 있던 빵의 포장을 뜯었다. 오늘은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어느 새 하치만을 따라왔다는 사실은 제쳐 둔 채, 점심을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다 먹고 빵 봉지는 작게 접어 교복 주머니 안에 넣어 둔다. 이런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은 양심이 찔리기 때문이다. 나중에 쓰레기통이 보이면 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호노카의 귀에 하치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애를 해봤자 얼마나 해봤겠어? 시키부가 연애의 달인일 리 있겠냐. 아마도 인터넷 상으로 허세나 부리는 거겠지......그런 것만 가지고 남에게 제 잘난 듯 조언을 할 수는......적당한 답을......아, 어쩌면 연애 경험 한 번도 없는데 인터넷 상으로만 연애의 달인인 척하는 걸 수도 있겠군.”
호노카는 하치만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퍼플 공주’의 실체-연애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도 거의 꿰뚫어본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호노카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다급함과 거짓말을 한 하치만에 대한 분노로 자기도 모르게 하치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