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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아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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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요시코와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52)


 

 내가 처음으로 카이노 요시코와 만난 것은, 10살이, 설날이었다.

 

「내일은 하루의 사촌이 오니까, 제대로 인사해 주렴」

 

 신년 축하 회의 준비로 집 이곳 저곳을 바쁘게 다니던 어머니가 전날인 연말에,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촌?」

 

「그래. 내 언니의 아이. 14세이니까. 중학교 2학년이겠구나」

 

「어느 쪽?」

「어느 쪽이라니?」

 

「언니 아니면 오빠……」

 

 어머니는 하얀 이빨을 보이며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니야. 요시코짱. 나는 두 번 정도만 만났지만, 이름하고 다르지 않게 좋은 아이였어」

 

 언제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매년 참석하고 있는 신년회에서 아직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는 투였다. 애초에 그녀의 어머니, 나의 숙모라는 사람하고도 나는 그 때까지 만났던 적이 없었고, 들은 적도 없었다. 무언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 했다. 어렸지만, 나는 이 키리시마신쿄가 어떤 장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경내에 첫 참배를 하러 온 참배객으로 북적거릴 때, 친척들이 차례차례 안방으로 왔다. 시중을 들고 있는 가까운 친척들은 연말부터 함께 있었지만, 먼 친척들은 새해가 되고 나서 인사하러 온다. 매년 수가 많아, 얼굴 좀 보여줄 겸 나도 심부름을 가고는 했지만, 좀처럼 숙모와 그 자식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저물고 달이 나왔다. 저택은 연회로 더욱 소란스럽게 되었고, 어머니는 그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말 같이 부엌과 다다미방을 바쁘게 왕복했다, 그리고 아주 살짝 시간이 빌 때마다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어떤가 하면, 당시에도 또래 아이들과 사이 좋게 지내지 않았기에, 넓은 안방에서 노는 아이들과 떨어진 채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다. 간신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코마키와 카스미는 어른들을 따라 다녔고, 하츠미는 꼬맹이들을 모아 즐겁게 놀고 있었다. 연회장에서 최대한 멀리 멀어진 툇마루에 앉아, 나는 단지 멍하니, 희미하게 들리는 웃음소리를 들은 척 만 척 좋아하는 흑설탕을 먹었다.

찌그러진 달이 남쪽 하늘에 떴다. 앞으로 2, 3 일이면 만월이 될 것 같은 형태였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그것을 사촌과 함께 보지 못하겠구나, 라고 쓸쓸하게 생각했다.

 이제 와서는, 당시 만난 적도 없었던 사촌에 대해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까, 잘 알지도 못하겠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감수성이 부족한 나니까, 가슴을 설레 였다든가 기다릴 수 없다든가 그런 화려한 것은 생각한다. 그럼에도 반드시 즐겁게 기다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이 시중을 들고 있던 이와토 카스미와 이와토 아키세는 서로 사촌 자매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성격이나 자아내지는 분위기가 비슷했다. 자기와 사촌이라도 그러는 것일까-- 가까운 것 같으면서 먼 피를 나눈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새 귀로 들리는 소리가 변한 것을 깨달았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웅성거림이었다. 말한 대로 나는 감수성이 부족한 아이니까,술에 취한 어른 탓에 트러블이라도 났을 것이라 적당하게 생각하고, 별 일 아닌 것처럼 흑설탕 봉투에 손을 넣었다..

 잠시 후, 복도 저 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둠 속에서 어머니가 서 있었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이 때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따라 갔다.

 데려가진 곳은, 20 다다미 정도나 되는 넓은 다다미방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위해 준비된 장소 같았다. 그러나 어른들은 별실에서 연회를 하고 있고 감시역이 없기에, 얌전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리도 없고, 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 중에는 전혀 손대지 않는 것도 보였다.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 특유의 열기가, 조금 전까지 툇마루에서 찬 바람을 쐬고 있었던 나에게는 몹시 답답하게 느껴졌다. 빈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기에, 저녁밥을 먹는 거라고 이해해서, 조용히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 소란스러운 주위와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흑설탕을 먹었으니까, 별로 배는 고프지 않았다. 젓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 쪽 문이 열렸다. 바깥 냉기가 들어온다. 나는 그 방향을 보지 않았지만, 순간 조용해졌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도 다시 원래대로 떠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은 말을 맞춘 것처럼 열린 문을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할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복도에 서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겨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검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였다. 정신을 빼앗긴 것은 그 모습 탓일지도 모른다. 순백의 무녀 의복이 기본인 이곳에만 있는 나에게는 전부 검은색 옷이라는 것이 신선하게 보였다.

 머리색은 저녁 하늘 같은 보라색. 방 안에 있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가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으로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멍하니 있느라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빈자리였기에 앉은 것 같다. 나는 아이들과 조금 떨어져 있었으니,자리가 비어 있었을 것이다..

 문이 닫히고,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은 그대로 조용히 있었다. 그 대신해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그 쪽을 바라보자, 내 근처를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는 차분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기가 막힌 ​것​이​지​만​-​-​여​기​까​지​ 와서야 나는 이 정체 모를 여성의 정체에 대해 감을 잡았다.

 

「요시코짱……?」

 

 놀란 것처럼 그녀가 이쪽을 바라본다. 역시 그렇구나 하고 나는 납득 했다.

 

「어째서? 이름을」

 

「엄마에게 ​들​었​어​…​…​사​촌​이​래​」​

 

「아아」

 

 그녀도 방금 떠올린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 너가, 하루」

 

「응……」

 

 그녀가 입을 열자,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럼 보였고 나 자신도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흑설탕 봉투를 들고 일어섰다. 그녀의 손을 잡고, 「같이 가자」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다미방을 나와 잠시 동안 걸어, 아까 있었던 툇마루에 나왔다. 거기에 있는 짚신으로 바꿔 신고, 차가운 바깥으로 나간다. 경내로 갔다. 경내는 저녁까지 있었던 사람들이 마치 꿈인 것처럼 조용했다. 여기까지 오면 몰래 엿들으러 쫓아 오는 아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적당한 장소에서 발을 멈췄다.

뒤를 돌아 본다. 요시코는 나무 그늘 아래에 있었고, 복장도 어둠과 동화되어 있었다..

 

「하루는 추운 것을 좋아해?」

 

 그녀가 이쪽에 다가가기 위해 그림자 밑에서 빠져나가자, 그 모습이 잘 보이게 되었다. 같은 높이 위에 서 있는 탓일까, 그녀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실제로 4살 차이이니, 머리 하나 만한 키 차이가 있다.

 그 질문에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대답했다.

 

「봄이 좋아……」

 

「봄 계절을, 좋아한다는 거니?」

 

 머리를 세로로 흔들었다.

 

「어째서?」

 

「……꽃이 잔뜩 피어서 예쁘니까……」

흐~응, 요시코가 고개를 끄덕인다.

.

「나는 겨울이야. 그러니까 조금 전 장소 보다, 지금 여기 콜드한 공기가 좋아」

 

 이번에는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귤을 좋아하니까」

 

「귤……」

 

「듣지 않았니? 나, 에히메에서 왔지만」

 

「못 들었어……」

 

「그래」

 

 그녀는 그 후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친은 외국인이고 모친은 일본인인 하프인 것. 아이가 생긴 탓에 모친이 집을 나온 것. 그 아이가 자신인 것. 숙모-- 나의 어머니가, 그렇게 해서 집을 나온 언니가 걱정되어서 찾아왔던 것.

그러고 보니 숙모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당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멍하니 있자, 「우리 할아버지야」라고 말을 덧붙여 주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그 말에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도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그랬더니 밥을 먹으라고 해서……」

 

 그러는 중에, 처음 만난 사촌 여동생 덕에 식사가 중단되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처럼 그녀의 배가 울었다.

 

「배 고파……?」

 

「그냥,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하늘을 올다 려보았다. 올해 설날은 날씨가 좋고, 구름도 많지 않았다. 달빛이 마른 공기를 타고 아낌없이 지상으로 뻗어 나와, 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 이곳에 가로등은 없기에, 경내를 비추는 달빛이, 더 밝아 보였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는 들었지만, 나는 돌아가야 할지 말지 망설였다. ―― 망설인 것은, 좀 더 둘이서 오래 있고 싶어서 였다. 몸을 찌르는 듯한 한기 같은 차가운 대화였지만, 어째서인지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동안 우물쭈물 하다가, 나는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을 요시코에게 주자, 그녀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것을 받았다.

 

「뭐니? 어두워서 잘 안 보여」

 

「흑설탕……」

「흑설탕?」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왜 가지고 있어? 좋아해?」

 

 한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그럼, 받을게」

 

 요시코는 봉투를 열고 하나 꺼내 먹었다. 「맛있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 가슴 안쪽이 차츰차츰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옛날부터,흑설탕이 칭찬 받으면 내가 칭찬 받는 것처럼 기뻤다.

 

「이거 카고시마의 특산품? 선물로 할까」

 

「……언제 돌아가」

 

「금방 갈 거야. 오늘은 호텔에서 하루 자고, 내일 아침 페리로 시코쿠에 돌아가」

 

 무심코, 작게 한숨이 새었다.

 나는 이곳을 시중드는 몸이었기에, 사적인 이유로 하산할 때가 거의 없었다. 요시코도 사는 곳은 에히메이고, 거기에 여기에 오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는 몰래 그녀들을 만나러 나갈 수 있지만, 나는 아직 어리니까 그것도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이승에서의 이별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서, 고개를 풀썩 숙였다..

그러자 머리에 무언가 닿았다. 흠칫흠칫 눈을 올리자, 요시코가 쓰다듬고 있었다. 며시 떼어 놓고, 봉투에서 흑설탕을 하나 꺼내, 내 입술에 대었다. 입을 작게 열어, 혀 위에 놓자, 그 달콤함이 내 입 안에서 퍼졌다.

 

「반드시, 또 만날 수 있어」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응」

 

 그렇게, 어머니가 부르러 올 때까지 우리들은 조용히 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멍하니, 달 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 침묵은, 달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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