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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잡혔니? 아이는 그 어느 기억을 더듬듯 하늘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아빠가 죽었어요. 엄마는 도망치려고 했다가 잡혔어요. 다른 사람들도 있었어요, 아마 저랑 엄마랑 같은 신세였을 거예요. 이틀 정도 차 위에서만 있다가 엄마가 도망치자고 했고, 도망쳤다가 아저씨를 만난거예요. 그래, 그렇게 됐구나. 나는 아이의 말을 조합해보며 그 궤적을 상상해보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런 후에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과거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면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감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별 감정 없이 덤덤하게 그 이야기 늘어놓았다. 나는 아이와 나의 이성이 뒤바뀐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라이플의 멜빵을 어깨 깊숙히 밀어넣었다. 또 다른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자 나는 전의 마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강박적으로 건물들의 2층 창문을 확인했지만 보이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저 안에 숨어있겠지. 전에는 운이 좋았다. 화살이 허벅지에 박혔고, 그것도 동맥과 뼈를 지나갔으며, 파상풍을 피할 수 있도록 페니실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총을 맞을 수도 있고, 머리를 단숨에 관통당해 이 어린 아이만 다시 세상에 남겨두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아이를 이끌고 집 안을 수색하지 않은 채로 쭉 걸어갔다. 마을은 작은 편이였고 중앙 거리만 걸으니 2시간 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시 숲과 아스팔트 길이 나타났다. 뒤돌아서 마을을 봤다. 아이는 물었다. 오늘 여기서 묵지 않을거예요? 그래. 너무 위험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지도를 확인했다. 바로 밑쪽으로 마을이 하나 있었다. 나는 마을까지 걸어서 서네시간 걸릴 것을 예상했다. 시간은 몰랐다. 하지만 아직 해가 머리위에 떠 있었으니 길을 걸어야 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가방에 지도를 집어넣고 아이를 이끌며 길 위에 올랐다. 이 도로 위로 아마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을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수만명? 수천? 아마 수백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벌써 6년전 이야기였다.
나와 아이는 그렇게 걷다가 무언가 뜯어먹는 소리에 몸을 낮췄다. 아이를 내 뒤쪽에 자리를 잡도록 지시한 후. 조용히 나는 한 두걸음씩 전진했다. 그리고 도로의 코너를 지나서 시체가 있었고 시체를 뜯어먹는 건 약탈자가 아닌 감염자였다. 멀리서 봐도 피부가 문들어져 썩어있었고 머리는 전부 뽑힌지 오래였다. 입은 옷은 이미 다떨어져 그것이 옷이었다는 흔적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라이플을 집어넣었다. 감염자가 하나 이상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라이플을 사용하는건 너무 위험했다. 엄청나게 큰 총성으로 다른 감염자들도 끌어들일테니까. 나는 몇가지 선택지를 확인했다. 우회할 수는 없었다. 숲에 숨어있을지도 몰랐고 우회하다가 더 큰 일을 당할수 있었다. 결국 정공법밖에 없군. 나는 중얼거리면서 왼 어깨에 메어놓은 컴파운드 보우를 손에 쥐었다. 오랜만에 쥐는 활이었다. 아마 오래전 할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나갈때 썼던 기억만이 났다. 할아버지는 무언가 쏘는것은 잘했다.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천성적인 사냥꾼이라 하셨지. 그런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자신을 쏙 빼닮았다고 말했다. 사냥꾼의 기질이 있다면서. 잊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이었지만 아니였다. 나는 그 기억 속의 할아버지의 말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얻었다. 활을 쥐고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 뽑았다. 화살통에는 여섯 개의 화살이 있었고 지금은 다섯 개가 남아있었다. 활에 시위를 매고 쭉 당겼다. 활의 장력이 장난 아니였다. 아니, 릴리즈가 없어 발사가 힘들었다. 나는 화살이 떨어질 위치를 조준경으로 가늠한 뒤 손을 놓았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가 감염자에게 박혔다. 노리던 위치는 머리였지만 맞은 위치는 어깨였다. 감염자는 부들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차라리 라이플을 쓸 걸 그랬군. 나는 재빠르게 다른 화살을 메었다. 리커브 보우가 필요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빌어먹을, 리커브 보우가 더 낫다고. 그리고 살짝 조준을 올린 후 놓았다. 이번엔 정확히 머리에 맞았다. 두 발 썼고 네 발 남았군. 이제 회수를 해야 했다. 아이가 내 뒤에서 먼저 일어서려고 하자 나는 아이를 저지했다. 아까 비명을 질렀다. 다른 감염자가 있다면 분명 비명을 듣고 쫓아오겠지. 놈들은 늑대와도 같았다. 무리지어 생존자들을 사냥하기도 했고 홀로 사냥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있어 그저 사냥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처음 사람들은 놈들을 보고 그저 매체에 나온 대로 머리없는 빌어먹을 좀비로만 여겼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틀렸다. 놈들은 지능은 떨어졌지만 민첩했고 의외로 영리했다. 우리가 잊고있던 사냥법을 알고있었고 그 방법으로 인간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아니, 그것들의 본체인 인간이 타고난 사냥꾼이었기에 가능했겠지. 나는 활 시위를 걸고 10초를 세었다. 다른 감염자 하나가 숲속에서 나타났다. 하나, 둘. 총 셋이 나타났다. 나는 활을 집어넣고 라이플을 꺼내들었다. 지금 남아있는 화살로는 두 발에 하나였으니 여섯 발이 필요했고 네 발밖에 없었다. 이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이는 두려움에 젖어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은 후 앞으로 라이플을 겨눴다. 약실과 탄창에 합쳐 총 세 발. 나는 계속해서 남은 장탄수를 상기했다. 세 발. 그리고 탄창 하나. 절대 빗나가면 안 돼. 빗나가면 안됀다고. 빗나가는 순간 너도 아이도 전부 죽을지도 몰라. 네가 리볼버를 얼마나 빨리 뽑아서 놈들을 쏘느냐에 달렸지. 리볼버에도 세 발이 남았어. 나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걸 밀고 청명하게 놈들을 조준했다. 빗나가면 안 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나는 맨 앞에 있는 녀석을 조준했다. 놈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왜 죽었는지 모르고 그저 시체와 동료 시체를 두고 멀뚱히 있었다. 거리는 80m 남짓이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망설이지 않고 당겼다. 나는 저격수가 아냐. 하지만 지금은 저격수가 되어야 해.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한 라이플의 반동이 어깨를 때리며 강한 총성이 울렸다. 저 멀리서 조준했던 놈의 머리통이 터지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바로 노리쇠를 비틀어 올린 후 당겨 약실을 열어젖혔다. 탄의 가스와 황동색 탄피가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그다음 밀어 올려 내린후 약실을 닫았다. 자동적으로 탄이 약실에 올라왔을 것이었다. 총성을 들은 둘이 내 쪽을 보았다. 그리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끔찍한 몰골이 점점 가까워지고 경험이 이성에 제동을 걸었다. 두려움이었다. 나는 곧바로 조준해서 사격하지 못했고, 주춤거리다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과 발포음, 다음은 다리에 빗맞고 쓰러졌다. 나는 바로 노리쇠를 장전하고 다음을 조준했다. 심장이 계속해서 뛰었다. 두려움이 심장 깊숙한 곳에 비수가 되어 박힌듯 했다. 나는 이제 입냄새까지 느껴질 듯한 거리까지 다가온 녀석의 턱에 쏴버렸다. 30구경의 강력한 힘에 턱째로 찢겨 날아가는게 눈에 생생하게 보였다. 녀석은 내 바로앞에서 풀썩 쓰러졌다. 나는 마지막 탄피를 빼내고 빈 탄창을 빼낸 다음 떨어트리고 새 탄창을 품속에서 꺼내 꽂고 약실을 잠궜다. 다리에 맞은 녀석이 양 팔을 끌며 기어왔다. 왼쪽 팔뚝의 살이 완전히 찢겨나가 뼈가 전부 보일 정도고 볼 한쪽이 날아가 있었다. 나는 라이플을 잠시 내려놓고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놈에게 다가가 머리에 화살을 꽂았다. 피가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화살을 빼내 이제야 잠든 감염자의 옷에 닦은 다음 화살통에 넣었다. 고개를 돌리자 아이는 턱이 날아간 감염자를 만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그 행동을 저지했다. 그러지 마라! 왜요? 놈들을 만지면 감염되. 너도 저것들 처럼 되어버려. 그렇군요. 아이는 납득했고 다가간 거리를 쉽게 쭉 벌려 내게로 다가왔다. 무섭지 않았니? 무서웠어요. 아저씨는요? 심장이 벌렁벌렁 하더구나. 나는 솔직한 감정을 말했다. 숨겨봤자 무엇을 하려는가. 나는 떨어트린 탄창을 품속에 쑤셔넣고 라이플의 멜빵을 다시 메었다. 활도 함께. 나는 그런 뒤 뜯어먹힌 시체와 뜯어먹던 시체에게 다가가 화살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죽어서 뛰는 시체들을 다시 죽인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