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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눈송이


9. 설익은 혹은 농익은 - (33)




코시카 국적의 배 두 척이 릴레벨트 해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코시카 국적 상선에게 릴레벨트 해 중앙을 가로지르는 것을 금하는 칙령이 떨어졌으므로, 북쪽 바다에 코시카 국기가 휘날리는 일은 드물었다. 두 척 모두 프리깃으로, 무장을 한 군함이었다.

군함은 코시카 황도를 출발하자마자 남하했다. 군선의 목적지는 로렌이었다. 화려한 식단을 위한 보급 물자 등을 싣지 않은 군선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단 나흘 만에 릴레벨트 해의 절반을 가로지른 배는 중부 지방 근처의 항구에 배를 대는 대신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반도 삼국과 중부 지방을 사이에 둔 해협을 통과하여 너른 바다로 나가려는 속셈이었다.

그리고 해협은 언제나 해적들이 득시글거리는 법이다.

군함은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 해적들은 프리깃 세 척으로 공격해왔다. 해전에서 두 척과 세 척의 차이는 크다.

그 ‘해적’들은 군함 두 척을 나포한 뒤 모든 선원을 선상 위로 불러 모았다. 치열한 싸움이었다. 배 여기저기에는 시체가 가득했고, 화약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살아남은 장교들이 차례차례 포박되어 무릎을 꿇었고, 마지막으로 여제의 칙령을 받드는 코시카 대사가 끌려나왔다.

대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저주를 퍼부었다. 개구리를 닮은 악마의 자식을 낳게 될 무도한 해적들은 대사의 품을 뒤졌다. 여제의 편지가 나왔다. ‘해적 두목’이 손짓했다.

총소리가 울렸다.

내일은 아마 쉬지 않을까 싶네요. 설익은 혹은 농익은 챕터는 이걸로 마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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