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만남
여름방학도 후반에 들어섰지만 더위는 전혀 가실 기색이 없어, 여전히 기운찬 매미 소리는 시끄러울 정도인데다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낮에는 물론, 밤이 돼도 낮에 쌓였던 열이 그리 쉽게 가시지 않고 매일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사람들은 잠들기 힘든 밤을 강요받고 있다.
그런 상황이기에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라도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아니 오히려 여름을 여름답게 즐기기 위해서 휴식처를 갈구한다. 그건 예를 들어 피서지로의 여행일 때도 있고, 취미인 불상&교회 관람 여행일 때도 있으며, 후지산 등산일 때도 있지만, 여름의 풍물인 불꽃놀이나 축제같은 것도 마찬가지겠지.
무더위도 인파의 열기도 평소와 마찬가지일 텐데, 특유의 분위기가 그걸 덮어 가린다.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 푹 빠져, 마음이 들뜨는 걸 실감하고 있다.
“저기 저기 레이 쨩, 저거 먹자.”
내 팔을 잡고, 옆에서 즐거운 듯 떠들고 있는 건 사촌 여동생인 시마즈 요시노. 평소의 땋은 머리 대신 오늘은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묶고, 사랑스런 유카타를 입고 있다.
“처음에 너무 많이 먹으면, 나중에 먹고 싶은 게 있을 때 못 먹게 되잖아.”
“괜찬아, 그러면 돌아가서 먹으면 되는 걸.”
주의를 주는 내 말은 개의치 않고, 요시노는 자유롭게 행동한다.
나도 진심으로 주의를 준 건 아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요시노가 마음대로 하게 둔다. 작년까지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했으니, 조금쯤은 괜찮겠지.
노점 아저씨에게서 사과사탕을 받고 있는 요시노를 지나쳐 하늘을 올려다보자, 한가득 별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날씨가 맑은 오늘은 불꽃놀이에도 최고겠지.
“그러고 보면 오늘은, 시마코네도 온댔지?”
“응, 그렇게 말했었어. 노리코 쨩이랑 같이 온다고 했지만, 이 인파 속에선 만나기도 힘들지도.”
요시노가 말하는 대로, 예상보다 사람이 넘치고 있다. 날씨가 좋은 것도 불꽃을 쏴 올리는 것도 있어서 사람들이 꽤 많이 온 모양이다. 확실히 이 안에서 만날 확률은 꽤 낮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니 자매끼리 즐기는 것도 괜찮겠지. 무리해서 찾을 필요는 없다.
“레이 쨩, 레이 쨩. 저쪽 가 보자!”
“그렇게 안 서둘러도 노점은 도망 안 가.”
“그럼 안 돼. 빨리 둘러보고, 불꽃놀이 볼 곳도 잡아야 되니까.”
“예이예이. 아, 혼자 먼저 가지 마. 놓쳐 버리잖아.”
기운차게 축제 한가운데로 달려 들어가려는 요시노의 모습을, 나는 질리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극히 평범하게 축제를 즐길 예정이 망가진 건 그로부터 10분 쯤 뒤의 일이었다.
“어라―, 유미 양이다.”
타코야키를 둘이서 갉아먹고 있을 중에 요시노가 소리졌다. 요시노가 바라보는 쪽에 눈길을 향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바로는 안 보였다. 결국 내가 찾기보다 전에 유미 쨩 쪽이 우리 모습을 보고 찾아왔다.
“레이 님, 요시노 양, 평안하세요.”
역시, 이 인사가 되어 버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와 요시노도 자연스레 인사를 돌려주고 있었다.
유미 쨩도 요시노랑 마찬가지로 사랑스런 유카타를 입고 있다. 평소랑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은 모습이지만, 그 머리모양이 정말 잘 맞았다.
“유미 쨩, 혼자니? 혹시 사치코랑 함께라거나?”
“아뇨, 언니는…….”
쓴웃음 지으며 유미 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사치코는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애는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어려워 하니 오지 않으리라곤 생각하고 있었지만, 유미 쨩이 부르면 혹시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있었던 거다. 아니면 애초에 부르지 않았던 걸까.
“그래도, 혼자는 아니에요. 에에.”
하곤, 유미 쨩이 말하려던 참에.
“어이, 유미. 혼자서 멋대로 가지 마. 미아 된다고.”
인파를 가로질러 모습을 드러낸 건, 동년배인 남자애. 손에는 오코노미야키가 들어간 팩을 들고 있다.
“뭐야, 애도 아니니까 괜찮다구.”
입을 빼죽이는 유미 쨩.
그 남자애는 유미 쨩의 남동생인 후쿠자와 유키 군이었다. 얼마 전에 우리들과도 학교 축제상의를 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어, 어라?”
거기서 간신히 나와 요시노가 있는 걸 알아본 모양이었다. 잠시 굳어 있었던 건 아마 요시노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머리모양도 바뀌었고, 유카타 차림이니 학교에서 만났을 때랑은 이미지가 완전히 다를 거다.
그래서 먼저 우리 쪽에서 말을 걸었다.
“안녕, 유키 군.”
“아, 안녕하세요, 하세쿠라 씨, 시마즈 양.”
“둘이서 왔어? 정말 사이 좋은 남매네―.”
“저는 유미를 돌보는 역할인데요.”
“뭐야, 그거―.”
“진짜잖아. 부모님도 내가 같이 안가면 안 보내주겠다고 말했고.”
“흥, 유키는 같이 갈 상대도 없었던 주제에.”
“아니, 나랑 온 시점에서 유미도 마찬가지니까.”
“뭐어, 모처럼 축제니 그 정도만 해 둬. 괜찮으면 둘 다 우리랑 같이 돌지 않을래?”
따끈따끈한 남매싸움을 중간에 막곤 제안했다.
“괜찮나요?”
“물론이야. 이런 건 사람이 많을수록 즐겁잖아?”
이렇게 되어서, 넷이서 같이 돌게 되었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딱딱했지만, 잠시 지난 뒤에는
“―――어라, 유미랑 시마즈 양은?”
유키 군의 말을 듣고 돌아봤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 둘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 유카타 차림의 둘과 다르게 편안한 청바지 차림으로 걷고 있던 유키 군. 추가로,
‘유미 양의 유카타, 귀엽네.’
‘요시노 양 것도 그래. 혹시나 레이 님이 만들었다거나?’
‘땡, 이건 레이 쨩한테 물려받은 거야.’
‘헤에―, 그런 것도 좋겠다.’
‘맞아, 내년에 교환해서 입어 보지 않을래?’
‘에, 괜찮아? 우와, 재밌을 것 같아.’
하고, 둘은 수다로 꽃을 피우며 걷고 있었으니 흩어져 버린 건 어찌보면 필연일지도 몰랐다.
“에에, 어떡할까요?”
“서툴리 찾아봐야 이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찹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둘이 있으면 괜찮겠지. 거기에 요시노하곤 불꽃을 볼 곳을 처음에 정해 뒀으니까, 거기서 합류할 수 있을 거야.”
안타깝게도 우리는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이 없었다.
“그럼, 갈까요?”
유키 군과 나란히 걷는다.
“그래도, 유감이었지?”
“에, 뭐가 말인가요.”
“그치만, 나 같은 거랑 같이 있어봐야. 어차피 이렇게 될 거면 요시노랑 둘인 쪽이 좋았을 거잖아.”
분명, 남자애라면 요시노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 도장을 다니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요시노의 팬은 많다.
하지만 유키 군은,
“그, 그렇지 않아요.”
“그래?”
상냥한 애라고 느꼈다. 어떻게 생각해도 남자애 같은 외견의 나보다 가련하고 사랑스러운 요시노 쪽이 여자애로서 매력적일 거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도 그럴게, ‘미스터 릴리안’이라고 불리며, 릴리안의 교복을 입고 있을 때마저 남자로 보인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까.
오늘도 유카타 차림의 요시노랑 다르게 탱크톱 위에 반소매 셔츠를 두르고, 아래는 청바지에 스니커다.
뭐어, 둘이서 걷고 있으면 커플이라고 생각될 때가 많으니까 요시노에게 쓸데없는 남자가 들러붙지 않아서 괜찮다곤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 어디로 돌아볼까?”
웃으면서 앞서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꼭…….”
유키 군이 총을 겨눈다.
겨눈 곳에 있는 건 사랑스러운 곰 봉제인형. 저걸 따면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유미 쨩이나, 아니면 다른 여자애에게라도 줄 생각인 걸까. 사실은 내심으로 조금 가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약간 몸을 앞으로 내밀며, 진지한 눈동자로 표적을 바라본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이 담겨, 방아쇠를 당긴다..
―――퐁.
조금 재밌는 소리와 함께 내쏘인 코르크 탄환은 곰인형에서 크게 빗나간 쪽으로 날아가, 뒤쪽에 걸려있던 천에 맞아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다.
“자, 유감―.”
“젠장―. 생각대로 전혀 안 날아가잖아.”
노점 아저씨는 웃고, 유키 군은 분통을 터뜨렸다.
뭐어, 이런 축제의 노점에선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그럼, 다음은 내 차례네.”
아저씨에게 돈을 내곤 총을 겨눈다. 코르크 탄환을 담고 표적을 겨눈다.
왠지 주위 갤러리들 중 젊은 여자들이 새된 환성을 지르지만,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한다.
노리는 건 마찬가지로 곰인형.
“――――――!”
표적을 굳혔지만, 역시 유키 군과 마찬가지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마음을 고치고 두 발째, 이번엔 처음에 쏘인 탄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조준. 곰인형의 귀를 스쳐 지나갔지만, 떨어지진 않았다. 세 발째도 마찬가지.
탄환은 전부 네 발, 마지막 하나에 모든 걸 건다.
검도 시합에 임할 때처럼 신경을 가다듬고, 표적과 상대한다.
‘…………귀, 귀여워.’
저도 모르게 곰의 둥근 눈동자를 보고 그리 느껴 버렸다.
서둘러 머리를 흔든다. 저 사랑스러움에 속아선 안된다. 그도 그럴게, 표적인 거니까.
“――――――흣!”
마음을 가다듬고 쏜다.
총구에서 내쏘인 탄은, 일그러진 궤적을 그리면서도 내가 마음에 그린 대로 날아, 곰의 관자놀이 즈음에 맞았다.
‘――아아, 곰씨 죄송해요.’
마음 속으로 사과하면서도, 생각대로 날아간게 조금 기쁘다.
코르크에 맙은 곰인형은 휘청 흔들리곤, 균형이 무너져 천천히 쓰러졌다. 체형이 둥근게 좋았던 건지, 쓰러진 곰은 구르듯이 선반에서 떨어졌다.
“아자!”
저도 모르게 자그맣게 승리 포즈.
“자, 축하해.”
“아아, 또 졌다…….”
털커덕 어깨를 떨구는 유키 군.
“뭐야, 형씨 한심하구만. 여친 쪽이 따 버리다니.”
“으으으.”
노점의 아저씨와 유키 군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낙담하고 있는 유키 군을 위로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곰인형을 아저씨에게서 받아들곤, 조금 고민한 뒤 유키 군에게 전넸다.
“혹시, 어때? 누구 주고 싶은 애라든가, 있었던 거 아냐?”
“으으, 제가 해야 했을 일이었는데…….”
“응? 아냐? 열심히 노리고 있었으니까 분명히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뇨…….”
기운 없는 유키 군.
으음―, 역시 유키 군이 실패했는데 내가 성공해 버린 탓일까. 아니면 아까부터 물고기 건지기, 요요 낚시, 고리 던지기 등을 연이어 도전하고 있는데 전부 내가 이겨 버려설까.
미안하다곤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약삭빠르게 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로서의 입장이…….”
“유키 군, 승부는 그때의 운이야. 자, 모처럼 축제에 온 거니까. 아, 이거 하자, 그립네.”
그건 ‘제비뽑기 가게’였다.
제비를 뽑아 상품을 받는 것뿐인데, 어째서 어렸을 무렵에는 그렇게나 가슴이 설렜던 걸까.
분명 뭐가 나올지 모르고, 혹시나 굉장히 좋은 게 당첨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던 거겠지.
“나는, 이걸로.”
“그럼 저는……이거.”
둘이 고른 뒤 돈을 지불한다.
내가 당첨된 건 대학 노트. 싼 거지만 수험공부에 쓰기에는 딱 좋았다.
“유키 군은?”
“저는…….”
“어라, 꽤 괜찮은 게 걸렸잖아.”
유키 군의 손바닥에는 종이가 들려 있었다.
“영화 티켓…….”
“이런 축제의 제비뽑기 가게에, 굉장히 세련된 게 들어 있었네. 잘 됐잖아.”
“이길 수 있었던 건 운 뿐인가…….”
“응? 왜 그래?”
왠지 가라앉은 표정이다.
“유키 구……”
하고 부르려던 순간, 내 소리는 다른 소리에 지워졌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일제히 고개를 밤하늘로 향했다.
불꽃놀이가 시작된 거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불꽃놀이를 보려 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거대한 사람의 흐름에 삼켜질 것만 같은 상황에 빠졌다.
“아, 앗.”
“와앗?!”
떠밀려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상황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 몸을 힘차게 붙들렸다.
“아…….”
깨닫고 보니 유키 군의 손이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니, 그, 흩어져 버리면 안 되니까.”
“아, 으, 응.”
확실히 손이라도 잡지 않으면 언제 떨어져 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보니 조금 놀랐다.
인파 속에 손을 잡고 있는 우리들은 필연적으로 서로 가까이 붙는 꼴이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더더욱 몸이 달라붙는다.
“아아아, 죄, 죄송해요.”
“응, 괘,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이 이리 많으면.”
유키 군의 팔이 가슴에 닿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걸 보면, 유키 군도 깨달은 모양이다. 나도 굉장히 창피하지만 떨어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잡고 있는 손바닥에 땀이 배인다.
그래도 유키 군의 손은 나를 놓으려 하지 않고, 반대로 좀 더 세게 잡아왔다.
극히 자연스레, 꾸욱, 하고 나도 맞잡고 있었다.
“사람, 굉장하네요.”
“응…….”
닿은 가슴에서 심장 고동이 전해지진 않을까.
사람의 흐름에 밀려 천천히 움직이는 사이, 어느샌가 불꽃놀이 회장 근처까지 도착했다.
차례차례 내쏘여 밤하늘을 꽃피우는 빛의 꽃.
한 줄기 빛이 하늘로 올라가, 이윽고 사라졌다 싶은 순간 선명한 큰 꽃봉오리가 핀다. 그 배경에는 하늘의 별들이.
“굉장히, 예뻐.”
가까이 붙어 손을 잡고, 온갖 불꽃을 계속 올려본다.
소리와 빛의 경연.
나는 오직, 왼손의 감촉만을 느끼면서 계속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수십분이 지나가, 불꽃놀이는 끝났다. 불꽃놀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흩어진다. 그 덕에, 간신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나와 유키 군은 잡은 손을 뗄 계기를 찾지 못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뭘 하지도 않는 상태로 계속 서 있었다.
“에에……어, 어떡하죠? 지금부터.”
“에, 아, 그렇네.”
말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 스스로도 처음 겪는 일에 동요하고 있었으니까.
곤란해하고 있던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 건, 낯익은 목소리였다.
“―――아, 레이 쨩, 드디어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요시노가 큰 소리로 손을 흔들며 부르기 시작했다.
“―――――에?!”
나와 유키 군은 허둥지둥 잡고 있던 손을 뗀다.
계속 서로의 손을 잡고 있던 손바닥은 완전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 손을 슬며시 몸 뒤로 돌려 숨기곤, 잡지 않고 있던 반대 손을 들어 요시노의 목소리에 답했다. 유카타 차림의 요시노와 유미 쨩이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때.
“저기, 하세쿠라 씨.”
유키 군이 작은 소리로 말한 것과 거의 동시에, 뒤로 돌리고 있던 내 손바닥에 뭔가를 갑자기 떠맡겼다.
뭘까, 하고 생각하고 바라보자, 거기엔 조금 꾸깃꾸깃한 종잇조각이 한 장.
“―――에? 이건, 영화 티켓…….”
말을 하면서 옆에 있던 유키에게 눈길을 돌리자,
유키 군은 눈길을 약간 피하면서도 이쪽을 슬쩍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기, 제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세요.”
“에, 명예회복……이라니.”
딱히 유키 군의 명예에 문제가 될만한 일이 있었나. 나는 당황한다.
“그러니까, 다음에”
손에 잡고 있는 다른 티켓 한 장을 가볍게 내게 보여줬다.
“여, 영화……라니, 어라, 에?”
“다시, 연락 할 테니까, 새, 생각해 둬 주세요……!”
당황하는 나를 남기곤, 달아나듯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가 버렸다.
“에, 에―――――에엣?!”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손바닥에 놓인 티켓과, 두 사람과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유키 군의 등을 번갈아 바라보곤,
그리고 이윽고 상황을 이해해,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레이 쨩, 왜 그래―?”
“에, 아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당황하면서 손에 든 티켓을 청바지 주머니에 찔러넣는다.
“왜 그래, 레이 쨩? 얼굴이 새빨개.”
“그, 그래? 아, 하하, 조금 분위기를 타고 알콜을…….”
“에―, 그럼 안 되잖아. 백부께 걸렸다간 혼날 거야. 이래서야, 조금 밤 바람 맞으면서 취기 식힌 다음에 가야겠네.”
요시노는 기막힌 듯 고개를 저었다.
“응, 정말로…….”
정말로, 식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쾌활한 여름의 밤바람은 기분 좋았지만, 내 몸은 뜨거웠고, 마음이 들뜨고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랩소디 인 옐로
<제 1악장>
~ fine ~
<제 1악장>
~ f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