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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레이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너의 온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직 코트같은 건 필요 없었는데, 겨울의 발소리가 빠르게 커져와서 서둘러 코트를 꺼낸 게 어제. 정말, 단숨에 추위가 밀어닥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 미용실에 다녀와서 더더욱 머리카락이 짦아졌기에 목덜미쪽이 더더욱 춥게 느껴진다. 손가락으로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레이는 긴 다리를 평소보다 빨리 움직이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레이는 목적지가 가까워짐에 따라 기분 탓인지 몸이 뜨거워지는 게 과연 몸을 빨리 움직이고 있어선지 아니면 단순히 기분의 문제인 건지를 잘 알 수 없었다. 단지 이 시기는 얼굴이 조금 붉어지더라도 추위 탓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건 조금 고마울지도 몰랐다.
 강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온다.
 코트 버튼은 제대로 잠가 뒀는데도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눌러 버린다. 짧아진 앞머리가 가로로 뻗치고, 겉에 드러나 있는 귀가 아린다.

 일요일 오전이라, 드센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꽤나 붐빈다. 사람이라는 건 마음이 급한 생물이라, 이미 크리스마스를 의식하고 있는 가게도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연말의 이 시기는 어느 가게나 한몫 벌 시기란 거다.
 레이 자신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파티용 요리나 선물 등, 여기저기에 돈을 쓰는 사람 중 하나긴 하지만.
 거리의 소란에 눈길을 향하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 해 보자 약속 시간 10분쯤 전이다. 여유는 있지만, 조금 발걸음을 재촉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는 걸 레이는 요즘이 되어 몸으로 실감했다. 사람에 따라선 쓸데없는 시간이라 느끼고 초조해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레이에게는 전혀 고통이 아니었다.
 오늘은 앞으로 어쩔까, 어디로 갈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상대는 어떤 차림으로 찾아올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게 즐거워서, 10분, 20분 정도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그런 시간이 없을 모양이었다. 지금 약속하고 있는 상대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약속 시간에 늦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약속 장소에 다가가자 예상대로 약속 상대가 이미 그쪽에 있었다.
 마음이 앞서는 듯한 느낌으로, 레이는 옆으로 다가가 손을 들었다.
“미안, 기다렸어?”
 그러자 상대도 레이의 모습을 보고, 약간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으며 입을 연다.
“아뇨, 저도 막 온 참이니까요.”
 천진난만한 미소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만난 뒤로 변한 적 없는 상냥한 미소에, 자연스레 레이의 입가도 풀어진다.

 처음으로 둘이서 외출한 건 여름.
 역시 오늘처럼 상대쪽이 먼저 약속 장소에 와 있었고, 레이와 비슷한 대화를 나눴었다.

 두 번째, 권해왔던 건 가을.
 이번엔 먼저 가서 기다리려고 기합을 넣어 집을 나서, 약속 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쯤 빨리 도착해 버렸다.
 근처 가게에 들어가서 시간을 때울 수도 있었겠지만, 혹시나 그 사이 상대가 오거나 하는 게 싫었으니까 레이는 약속 장소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시간은 거의 40분.
 그런데도 레이는 오래 걸린다고 느끼지도 않았고, 싫다는 느낌도 안 들었다. 그렇게 기다릴 수 있다는게 왠지 즐거웠다.

 그리고 오늘, 세 번째는 겨울.
 이런 페이스라면 한 시즌에 한 번, 1년에 네 번 밖에 데이트를 할 수 없는 걸까 싶은 이상한 생각을 하다, 허둥지둥 고개를 젓는다.
 설령 계절에 한 번 씩이라고 해도,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고 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오늘 만나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은 날부터 계속 레이는 안절부절못했던 거니까. 어제도, 오늘은 뭘 입고 갈지를 계속 고민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지금도 물론 기쁘긴 하지만, 두려움도 있다. 과연 레이와 함께 있으면서 즐겁게 느낄 수 있을지, 아니면 뭔가 실수를 해 버리면 어쩌지 등, 그런 생각들만 해 버리는 거다.
 그런데도 레이는 권유를 거절할 수 없다.
 그도 그럴게, 한 번 알아 버린 달콤한 맛은, 그리 쉽게 잊을 수 있을만한 게 아니니까.
“요즘 며칠간 굉장히 추워졌네요.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둘이 나란히 걷는 중에, 유키가 별 지장 없는 화제를 꺼냈다.
 약속 상대는 후쿠자와 유키. 홍장미 봉오리인 후쿠자와 유미의 연년생 동생. 하나데라 학원의 학생회장. 그리고, 레이에게는――어떤 관계일까.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도 알고 있는 건, 유키가 지금 레이의 옆에 있어 준다는 것――.



 오늘 데이트의 목적지는 영화관.
 첫 데이트도 두 번째 데이트도 영화를 보러 갔으니 슬슬 다른 곳으로 하면 어떠냐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쩔수가 없다.
 둘은 아직 고등학생이라, 갈 수 있는 곳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 레이도 유키도 소란스런 곳 보단 조용하고 침착히 있을 수 있는 곳을 좋아하고, 영화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추가로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엔 이야기를 안 해도 괜찮고, 다 본 다음에는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건 딱히 이야기하는 게 싫다는 소리는 아니다. 둘 다 이성에게 익숙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은지를 아직 잘 모르는 거다. 그런 서로의 속마음이 소리 내지 않아도 왠지 이해되기에, 순순히 영화관으로 향하게 된다.
 오늘 영화는 소형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마이너 축에 드는 작품이다. 소년소녀가 자아내는 아련하고 풋풋한 군상극.
 소녀 취미를 자각하고 있는 레이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혹시 자신이 저곳에 있다면, 그들의 동료에 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겹치며 몰입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분명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생각이라도, 유키는 진지하면서도 굉장히 태연히 받아들이며 들어 준다. 레이는 그게 정말로 기뻤다. 미스터 릴리안이라는 우상을 바라는게 아니라, 레이 자신을 봐 주는 유키의 눈이 근지러우면서도 기뻐서.
“재밌었지.”
“네.”
 평범한 대화에 마음이 들뜬다.
 영화관을 나서서, 조금 늦은 점심.
 아무래도 이 시기에 도시락을 밖에서 먹는 것도 힘들기에,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쉰다.
 영화 이야기,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TV 이야기, 별 의미 없는 잡담이 이렇게 즐거운 건 어째설까. 친구나 산백합회의 동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할 때 느끼는 것관 다른 기분이 솟아 오르는 건, 어째설까.
 순식간에 흘러가는 시간.
 따뜻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게에서 한 걸음 밖으로 걸음을 디디자, 잊고 있던 한기가 몸을 감싼다.
 이 뒤에 어디에 갈지를 걸으며 이야기한다.
 윈도우 쇼핑을 하거나, 오락실이나 볼링장에서 노는 것도 나쁘진 않다. 춥긴 하지만 겨울에 거리를 걷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듯한 기분이 든다.
 둘 다 좀 우유부단하다고 할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하다 보니 그리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상냥한 건 좋지만, 가끔은 억지로 끌고가 줘도 좋을 텐데 하는 제멋대로인 생각도 든다. 아니면 연상인 레이가 리드하는 게 좋은 거려나.
“저기, 유키 군.”
“네……에취.”
 사랑스런 재채기를 하며, 코를 비비는 유키. 그 몸짓을 보고 자연스레 얼굴에서 미소가 나온다.
“봐, 목덜미가 추운 거잖아? 머플러 빌려 줄게.”
“에, 그런 거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춥잖아. 지금, 막 재채기도 했고.”
 유키의 앞으로 돌아, 노란색 바탕의 머플러를 감아 목을 제대로 방호해 준다. 조금 길어진 유키의 머리카락도 손가락으로 정돈해, 이걸로 됐다고 레이가 끄덕였을 땐 유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잠깐, 부끄러워요.”
“괜찬잖아, 어울려.”
 레몬색 머플러는 남자에겐 너무 사랑스런 걸까. 부끄러워 하고 있는 유키를 보고 있으면, 미안하다고 느끼면서도 웃음이 흘러나와 버릴 것만 같다.
“저기, 실례합니다, 잠시 괜찮으실까요?”
 그 때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 본다.
 그러자 눈 앞에는, 남녀 2인조가 서서 레이와 유키를 보며 납득한 듯한 미소를 띄웠다.
 2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로 보이는 둘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싶어, 저도 모르게 유키의 몸을 감싸듯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레이의 그런 기색도 신경쓰지 않고, 남자 쪽이 입을 열었다.
“아니, 갑자기 놀래켜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희들――.”
 남자가 입에 담은 건, 레이도 들은 적 있는 잡지의 이름이었다. 젊은층 취향의 패션 잡지고, 요즘 부수를 늘리고 있다고 어딘가 쓰여있던 기분이 들었다.
 잡지의 편집자라고 자칭한 남자를 대신해, 조금 화려한 느낌의 여성 쪽이 뒤이어 설명을 시작했다.
“잡지의 특집으로, ‘거리에서 발견한 미남미녀 커플’이라는 걸 하고 있어서, 그 둘의 패션 체크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두 분이 눈에 들어와서―.”
“커, 커플이라니.”
 유키와 얼굴을 마주보곤, 짠 것처럼 동시에 얼굴이 빨개진다.
 둘의 그런 모습은 무시하고, 여성 편집자는 가는 눈을 더더욱 가늘게 뜨곤 말공격을 겹쳐 쌓는다.
“두 사람처럼 그림에 그린 듯한 커플은, 쉽게 안 보여서―, 꼭 사진 찍게 해 줬으면 싶은데, 아, 물론 조금이나마 사례는 할 거예요, 에에, 이거, 저희 비매품 휴대폰 스트랩인데, 꽤 인기예요, 사랑스럽죠?”
“에에, 저기, 좀 사진 같은 건…….”
 거절하려 했지만, 여성의 밀어붙이기가 꽤나 강해서,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앙케이트도 조금 부탁드리고 싶은데, 아, 간단한 거예요. 이름이랑 나이랑 교제 기간 같은, 아 그리고 좋아하는 패션이라거나. 본명이 나오는 게 싫다면 성을 빼도 괜찮고, 그것도 가타카나로 쓰거나 할 수도 있고―, 아, 덧붙여서 이름은 뭔가요? 싣느냐 아니냐랑은 별개로 가르쳐 주지 않으실래요?”
“아, 레, 레이예요.”
“유킵니다.”
 기세에 밀려, 무심코 둘 다 이름을 가르쳐줘 버렸다.
 말 안하는게 나았으리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 여성은 둘의 이름을 메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든 펜을 레이와 유키에게 번갈아 향한다.
“응, 레이 군에, 유키 쨩이구나, 이야―겉모습대로 멋지고 사랑스런 이름이네―.”
 여성은 사심없이 말을 꺼냈었지만,
 그 말에 레이와 유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레이 군은 정말로 멋있네, 아이돌 수준이랄까, 어지간한 아이돌보다 멋져. 언니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아, 혹시나 예능사무소같은 데 들어가 있어?”
 놀라서 아무 대답도 못하는 레이를 무시하곤, 이번엔 유키에게 창 끝을 돌린다.
“유키 쨩도 자랑스럽지, 이런 멋진 남친이 있으면. 아, 물론 유키 쨩도 귀여워―, 정말 큐트해! 레이 군도 여친 참 자랑스럽지?”
 유키 또한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레이와 유키는 동시에 얼굴을 마주보고, 그리고 동시에 이해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잡지 편집자 둘은, 레이를 남자로, 유키를 여자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둘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같은 학교?”
“……저기, 정말, 실례할게요.”
“아아, 잠깐 기다려, 부탁이야 제발 사진 싣는 것만이라도 안돼? 둘 같은 미소년, 미소녀는 정말 꽤 찾기 힘들어―.”
 손을 맞대며 여성은 부탁해왔지만,
 레이도 유키도 물론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너츠 가게에 들어가, 서로가 고른 도너츠와 음료를 테이블에 두고 자리에 앉은 뒤 어느쪽이 먼저인지 모를 큰 한숨을 내쉬었다.
 가라앉은 공기는 물론 방금 잡지 편집자들에게 성별을 착각당해 커플로 보였던 것.
 확실히 레이 쪽이 키가 크고, 머리카락도 레이 쪽이 짧다. 레이는 미스터 릴리안이라고 불릴 정도의 외모고, 오늘 차림도 팬츠 스타일. 그러니까 레이 쪽은 아직 이해가 된다고 할까, 지금까지도 그런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유키 쪽은.
 아무리 코트로 체형이 감춰지고 머플러로 목이나 턱이 감춰져서 전체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곤 해도, 여자로 착각당하다니.
 뭐어, 레이 자신도 귀엽다고 느꼈을 정도였고, 레이의 옆에 나란히 서 있으면 ‘커플’이라는 선입관이 들어가 여자로 보여도 이상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저, 그렇게나 여자같나요?”
 웃을 수 밖에 없다는 느낌으로 힘없이 미소를 보이는 유키.
 레이는 허둥지둥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한다.
“아니야, 봐, 옆에 내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믿은 게 아니려나.”
“그래도 그건, 제가 하세쿠라 씨 보다도 남자답지 않다는 거지요?”
“아―.”
 신경 써 주려고 했지만, 실패한 모양이었다.
 레이도 어떡하면 좋을지 곤란해, 일단 도너츠를 입에 넣는다.
 한동안 말 없이 도너츠를 먹는 중, 간신히 유키 쪽이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좀 푸념 해 버려서. 저 같은 것 보다, 하세쿠라 씨를 잘못 보는 쪽이 실례지요.”
“에, 어째서?”
 레이는 릴리안 교복을 입고 있을 때마저 미소년으로 착각받거나 하는 거다. 요시노랑 함께 외출하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남녀 커플로 보이니, 이상할 건 없다. 레이도 반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키는 테이블 위에 약간 몸을 싣고, 힘을 담아 말했다.
“어째서냐니, 하세쿠라 씨 같은 귀여운 여성을 남자로 잘못보다니, 실례잖아요.”
“귀, 귀여워? 내가? 설마.”
 웃어 날려버리려 했지만.
“당연히 귀엽죠. 그러니까 저, 하세쿠라 씨를”
 말하던 기세로 거기까지 말한 뒤, 유키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나, 나를……뭐, 뭐야?”
 갑자기 가슴 고동이 빨라진다.
 유키는 과연 레이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한 걸까. 레이가 어떻다는 걸까. 그 뒷말을 기대하고, 지긋이 유키를 바라보는 레이.
 하지만 유키는 약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수줍어하는 듯이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든다.
 유키가 무슨 소리를 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지만, 그걸 듣는 게 무서운 기분이 레이의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어, 어쨌든, 하세쿠라 씨는 정말 사랑스럽고 멋진 여성이란 소리예요!”
 빠르게 그 말만을 하는 유키.
 얼버무린 건가 싶지만, 이야기 내용을 잘 음미해 보면 지금 한 이야기도 꽤 부끄러운 내용이다.
 그리고, 그걸 얼굴을 마주본채로 들은 레이도 역시 부끄럽다.
“거짓마알. 그치만 나, 이렇게 크고, 이렇게 남자같은데.”
 레이 역시 수줍음을 감추듯, 음료레 입을 붙이고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얼굴을 드는게 왠지 부끄럽다.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슬쩍 눈만을 올려, 뭔가 말하려 하고 있는 유키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유키는 말했다.

“적어도, 플래시 옐로 스무디 같은 귀여운 걸 마시고 있는 하세쿠라 씨는, 정말 사랑스러운 느낌인데요.”

 한 순간 뒤,

 이야기를 한 쪽도 들은 쪽도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저녁이 되면, 지금 계절은 하늘이 어둡다.
 작별 시간이 다가오는 걸 아쉬워하며, 레이와 유키는 나란히 걷는다.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먹는 게 보통이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권유받을 만큼 사이가 진전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게 변명이라는 걸 레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요즘은 중학생도 밖에서 외식쯤은 하고, 레이도 친구와 외식을 한 적은 있다.
 권해 오면 따라 가 버리겠지. 그러니까 권해 오기 전에 무리라고 거절하고 있다. 그런 자신은 비겁한 건지 마음 속으로 물어보지만 답은 없다.
 유키는 상냥하고 솔직하다. 그런데 레이는 뭘 그리 무서워하고 있는 걸까. 레이 스스로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저기,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수험을 앞둔 소중한 시기에, 이렇게 함께해 주셔서.”
“으으응, 아니야. 나도 즐거웠고, 가끔은 숨도 돌려야지.”
 확실히 수험 공부는 있지만, 지금 말은 본심.
 하지만 왠지 유키의 표정이 무겁다.
 조금 불안해져, 레이는 왜 그런건지 물어봤다.
“아뇨, 저기……앞으로는 별로 권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레이의 수험공부를 신경쓴 거겠지. 앞으로 수험을 향해 라스트 스퍼트를 해야하는 거니, 쓸데없는데 시간을 쓰게 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레이를 또 권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기도 하다.
 레이는 고민한 뒤, 천천히 대답했다.
“그렇네……유키 군은 이제 나 같은 건 권하고 싶지 않은 거야?”
 비겁하게, 거꾸로 질문.
“그런 거 아니에요! 하지만, 하세쿠라 씨가 공부하는 걸 방해할 순”
“응. 그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면 나도 ​거​절​할​테​니​까​…​…​권​해​ 주지 않는 건, 조금, ​그​…​…​쓸​쓸​하​려​나​.​”​
 겁쟁이인 자신은, 분명 스스로 권하거나 할 수 없겠지.
 그리고 비겁한 자신은, 권유받은 걸 거절하거나 하는 것도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아, 알았어요. 그럼, 저기, 가급적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테니, 권해도 괜찮을까요?”
 분명 유키라면 레이를 배려해, 수험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모로 고민하고 말을 걸어 주겠지.
 그래서 레이는 유키의 그 대답을 듣고, 눈매를 좁히며 끄덕였다.


 돌아가는 길은 어두워, 유키가 바래다 준다.
 이윽고 집 근처까지 왔을 즈음, 작별한다. 너무 집 가까이까지 갔다간 집 안에서 요시노에게 보이거나 할 위험이 있었으니까.
“그럼, 오늘은 고마워. 잘 자.”
“예, 좋은 꿈 꾸세요.”
 가볍게 손을 흔들고 헤어지려고 한 순간, 몸을 돌리려던 레이를 유키가 불러 세웠다. 뒤를 돌아 다시금 유키와 마주본다.
“왜 그래?”
“저, 좀 더 ​남​자​다​워​질​테​니​까​요​.​”​
“에?”
“제가 좀 더 남자다웠다면, 오늘같은 상황은 안 되었을 거고. 그, 시간은 아직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남자답게”
 가로등에 진지한 눈동자가 빛난다.
 그런 유키의 표정을 보고, 레이의 뺨이 풀어진다.
 한 걸음 다가가 살며시 유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남자치고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차가운 감촉이 기분 좋다.
“……바보구나, 유키 군. 유키 군은 충분히 남자다워.”
“에, 그래도.”
 무슨 말인가를 꺼내려던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유키 군도 내게 말해 줬잖아? 남자다움이라는 건 분명 외모같은 게 아니야.”
 손가락을 뗀다.
 온기가 떨어져간다.
“그럼 다음에 봐.”
 쓸쓸하지만, 쓸쓸하지 않다.
 왜냐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또 권해 주겠다고 유키가 말해 줬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분명, 좀 더 즐거운 마음이 들 테니까.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뒤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하세쿠라 씨, 기다려 줘요.”
“왜, 왜 그러니, 유키 군? 잊은 거라도?”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유키는, 흰 숨을 내쉬며 빙긋 웃는다.
“잊은 건, 하세쿠라 씨 쪽이에요.”
“에?”
 당황하는 레이의 앞에서 유키는 감고 있던 노란 머플러를 벗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낮과는 반대로, 유키가 레이에게 머플러를 감는다.
 신장차가 반대기에, 까치발을 들며 머플러를 매주는 유키의 얼굴이 아래서부터 가까이 다가온다. 호흡이 느껴진다.
“계속 빌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다음에 봐요.”
 꾸벅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달려가는 뒷모습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레이는.
“정말…….”
 급작스런 일에 놀라면서도.
“유키 군도 참, 매는 방법 엉망진창.”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목에 어설프게 감겨있는 머플러에 손을 댄다.
 그런 소리를 하면서도 고쳐 매려 하지는 않고, 머플러에 코를 묻는다.
“후후, 따뜻해.”
 그건 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노란 머플러에는, 두 명 분의 온기가 있는 거니까.


~ 추신 ~
 레이 쨩을 좋아합니다. 얼간이 같은 부분도 좋지만, 얼간이가 아닌 쪽이 역시 좋아요. 아가씨로 있는 아가씨 틱한 레이 쨩을 좋아합니다.
 아―, 역시 이 둘은 어울리지 않나요? 의외로 베스트 커플일지도.

역자의 말:
 평안하세요, 淸風입니다.
 4개월에 한 번씩 데이트라니…… 견우와 직녀보다는 자주 만나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ㅜㅜ.
 유키가 여자로 오인받은 건 사실 이상할게 없는게, 예전에 유키로 오해받아 유미가 납치당한 사건이 있었죠. 둘 다 얼굴은 쏙 닮았으니 몸만 가리면···. 그런 느낌으로 상상했더니 추억이 떠올라서 묘하게 좋았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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