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신이시여, 너무도 하시지.
01.
하얀 눈이 소복히 온 세상에 깔린 오늘, 나는 눈앞도 잘 안보이는 어두운 새벽에 모자를 뒤집어 쓰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뽀드득, 뽀드득 거리는 소리가 더렵혀지지 않은 순수한 것이 더렵혀지는 느낌이라서 그 소리를 즐기며 가던중 어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계집년처럼 새하얀 피부, 그와 반대되게 까만 머리.
내가 그의 앞모습을 봐버리면 내 추악한 과거들은 그의 모습에 갓 쌓인 눈처럼 새하얗게 되버릴거같지만,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낼까 말까 망설이던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신이시여, 처음으로 반할것같은 사내자식이 오늘 새벽, 내 타겟이라니 너무도 하시지. 씨발.
최대한 그가 빠른 시간내에 저세상에 갈수있도록 급소부분을 빠르게 찔렀다.
푹, 푸욱- 하고 새빨간 선혈이 내 겉옷과 눈에 흩날렸다,금속 쇠붙이가 연한살을 파고드는 기괴한 소음이 내 귓전을 때린다.
그리고 그의 단말마 같은 신음들이 내 귓속을 파헤치듯 들리고,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를 찌를수록 느껴지는 피의 따스함과, 가엾은 몸뚱아리의 차가워짐이 마치 정반대의 느낌이라서 괜시리 웃음이 난다.
나의 오늘의 살인 목표, 윗대가리 선배가 시켜서 한 그런 가엾은 죽어가는 한 소년.
미안하지는 않지만 내가 여태껏 죽였던 목표들처럼 싱겁디 싱거운 애도를 표한다.
그후 더러워진 옷을 가져온 가방 지퍼를 열어 겉옷을 갈아입곤 유유히 집을 가려 발걸음을 땐다. 왠지모르게 찝찝한 기분이다.
마치 그 기분이 직감이였다는듯 죽어가는 소년의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쿨럭...하민아...하아.....하민아..]
거친 숨 뒤에 어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갈라지고 쉰 목소리.
아마도 여자친구를 부르는 목소리인가, 미안하지만 그걸듣고 너의 그녀가 너를 찾을수는 없단다.
안타깝기도 하지. 이런 운명이니.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는 그는 서서히 눈이감긴다.
토해진 피가 한없이 뜨거운 붉은색의 아름다운 장미로 변했다가 썩어 문드러진 추악한 검붉은색 장미로 되어간다.
그런모습을 보며 사람이란게 저런 추악하고 아름다운 것이였구나 생각을 하며 그가 마지막으로 불렀던 사람의 이름을 곱씹으며 길을 걸어갔다.
내가 전화를 걸어서 담당선배한테 목표를 죽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을땐 이미 그 가엾은 소년은 숨을 끊은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