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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r-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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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Twin Peaks


대로를 순회하던 공안청의 소형 다각 전차가 날아오는 화염구를 피해 회피기동을 시도했다. 다각 전차의 다리부에 달린 타이어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다각 전차의 손 부분에서 체인건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쏘아진 위상관통탄이 차원종의 피부에 연달아 박혔다.

차원종의 체내 위상력이 상실되며 몸이 사그라들었다.
 
허공에서 다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C급 상위 차원종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차원종에 깔린 다각 전차들의 몸체가 연달아 터져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차원종을 향해, 푸른색을 띤 빛의 덩어리가 날아들었고, 빛의 덩어리에 맞은 차원종의 몸이 마구 부풀어 오르더니, 터지면서 파편을 강남대로 여기저기로 흩뿌렸다.

"...어휴, 드글드글 많기도 해라." 

집행을 끝낸 도미네이터의 변형된 총신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에두아르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행된 차원종의 몸뚱아리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

구역 보건소 인근의 차원종을 제압하고 돌아온 에두아르드를 맞은 곽 노인이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수장고로 가서 피해자의 유류품을 봐야겠지? 자네는 고작 늙은 부검의의 소견을 듣고 싶어서 온 게 아니잖은가?"

- 저 할아버지는 그냥 겁이 없는 거야, 강심장인 거야?

곽 노인의 능글맞은 제안을 들은 에두아르드는 얼굴에 황당하다는 빛을 띄우며 그렇게 생각하였다. 확실히 곽 노인은 관록이 넘치는 노인이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에두아르드는 일단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곽 노인의 능글맞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

그렇게 도착한 수장고 내부의 광경은 에두아르드의 예상대로, 열약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조명은 거의 수명이 다 되어 깜빡대기 일쑤였고, 온도 조절장치는 고장이 난 것인지 서늘한 느낌 대신, 늦봄의 훈훈한 기운이 수장고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의외라고 생각되는 것은 수장고에 비치된 보관함과 장비들은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신품들이라는 것이었다.

에두아르드의 그런 생각을 눈치챈건지, 곽 노인은 크게 한숨을 내뱉고 입을 열었다.

"뭐... 차원전쟁 발발 전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뒷수습과 차원종 대비만으로도 예산이 모자라는데, 어떻게 고장나거나 노후화된 장비들을 쉽사리 바꿀 수 있겠나?"

그렇게 말하는 곽 노인의 어조는 체념과 좌절이 섞여있었다.

-

에두아르드에게는 천만다행히도 유류품들의 상태는 썩 양호한 편이었다.
물론 유류품들이 수장고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상태가 양호했으리라. 다만, 피해자의 찢어진 옷 조각들은 확실히 눈에 거슬렸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부검 자체를 하지 못했겠지.

에두아르드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찢어진 피해자의 옷 조각 외에, 현장에 있던 유류품들은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소태도(小太刀)와 위상력 제어 장비들, 소형 인컴, 태블릿PC, 오래된 피쳐폰 뿐이었다.

특히 경이로울 정도로 연식이 오래된 피쳐폰이 에두아르드의 눈을 휘둥그래지게 했다. 아직까지 이런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니. 에두아르드의 소감은 그랬다.

솔직히 이런 낙후된 구역 보건소에서 감식이니 뭐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안청 본청 인력이 파견나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겠지.

결국 에두아르드는 별다른 소득 없이 수장고를 나왔다. 뭐, 차원전쟁 이후 전후 복구에도 힘이 부치는 것이 현재 국제 정세이니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에두아르드는 그런 현실에 거부감이 들었다.

-

바로 그때, 기어에서 전화 알림음이 출력되었다. 재빠르게 기어의 콘솔을 조작해 발신인을 확인했다. 조원규 형사이다. 문득 공항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은 것이 에두아르드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고 에두아르드는 생각했다.

-

"....그러니까 그 뭐냐, 조사 중에 방해한 것은 미안한데 말입니다. 본청으로 다시 돌아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피해자의 유류품과 관련되어서 좀 골치 아픈 사정이 생긴 탓에..."

기어에서 들려오는 조 형사의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를 바가 없는 늘어지는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와는 반대되는 내용인 참으로 불쾌한 통보에 에두아르드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아직 유류품을 본청으로 이송하지도 않은 상황인데 무슨 골치 아픈 사정입니까?"

"아,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유류품 중 하나가 신 자이스(Neue Zeiss) 쪽에서 기술실증 목적으로 대여해 준 장비인데, 지금 그 쪽 회사 측에서 유류품의 소재를 집요하게 묻고 있단 말이지요. 짜증날 정도로."

그리고 이어서 뿌득- 하고 이갈리는 소리가 전화기 저 너머에서 들렸다.

-

한참을 달려 공안청에 도착했을 때는, 갑작스레 비구름이 몰려온 탓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예, 갑작스럽게 몰려온 비구름 탓에 많은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비는 오늘...」


공안청의 엔트런스 홀에 설치된 입체 홀로그램 텔레스크린에서 기상캐스터의 밝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종합 창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종합 창구에서 검은 붕대로 얼굴을 감싼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창구의 안내원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장면이 그의 눈에 띄었다.

에두아르드는 그 사람을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종합창구를 지나쳐갔다.
그런 에두아르드를 묘한 시선으로 처다보는 검은 붕대의 남자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아 진짜 힘들군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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