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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 요리를 위한 레시피1 -입문편-


투고 | V노블



과거의 인연 
Prologue. 요리 예찬 

1장. 요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2장. 반쪽짜리 마법사와 허세부리는 여관주인 
3장. 어브노말계 서버 
4장. 내 주방보조와 서버알바가 완전 수라장 
5장. 요리와 나의 어사일럼 
Epilogue. 셰프와 향신료 
작가 후기 



프롤로그


사바랭은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고.




 

과거의 인연

창밖에서 들리던 빗소리가 멈췄다. 그것을 깨닫고 재료를 손보던 것을 멈추고 주방에서 나왔다. 조금 설레는 기분이다. 이 지역에서 비가 내리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니까. 주방에서 나와 홀을 지나쳐 가게의 문을 열었다. 동시에 비의 냄새가 느껴졌다.
약간 쌀쌀하다. 비가 온 탓인가? 잠시 들어갈까 고민을 하다가 조금 더 있기로 했다. 비를 맞는 것은 싫어하지만 보는 것과 내린 뒤의 길거리는 좋아한다. 비가 잘 오지 않는 이곳에서 비 온 뒤의 광경을 보기란 쉽지 않으니까.
팔짱을 끼고 멍하니 길거리를 보았다. 비가 온 탓인지 길거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커피라도 한 잔 타올까? 어차피 손질도 거의 다 했다. 남은 것은 간단한 마무리뿐. 스승님이 올 시간도 멀었으니까 아주 잠시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결정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내 옷을 붙잡았다. 누구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는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아니, 소녀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어렸다. 10살 정도 됐을까? 미간을 찌푸렸다. 소녀는 굉장히 지저분했다.
얼마나 씻지 않았는지 머리카락은 회색이었고 입고 있는 드레스도 원래 색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신기한 건 이렇게 더러운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리고 물에 젖지 않았다는 것 정도.
뭐라고 말을 걸까, 하는 그때,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하늘색의 눈동자와 시선이 교차했다.

“안녕.”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Prologue. 요리 예찬

귀를 자극하는 재료 익는 소리, 코를 자극하는 황홀한 냄새, 눈을 자극하는 화려한 손놀림, 그리고 입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 청각,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바로 요리다.
한 때 요리는 하찮게 여겨졌으며 요리사라는 직업은 멸시를 받았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텔레비전을 틀면 최고의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친다. 라디오를 틀면 요즘 화제의 셰프들이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에는 요리 연구가가 요리에 대한 팁을 알려준다. 거기다 만화마저 요리 배틀이 주가 되는 만화나 요리에 대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만화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쿡방, 먹방이 인기가 되었다. 그와 함께 요리사라는 직업은 과거의 멸시를 받던 직업이 아닌 남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직업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지.”

나, 하시연은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올려 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중앙 현관에 있는 상장을 바라보았다.

[아시아 청소년 요리 대회 – 대한민국 개인전 대상 하시연]

상장에는 화려한 금색의 글자로 그렇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 사람은 우수하며 따위의 쓸데없는 문장이 적혀있고 맨 끝에는 세계적인 요리사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상장에서 고개를 조금 내리면 내 이름이 박힌 화려한 트로피가 장식되어 있었다.
빛나는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나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화려하게 터지는 불빛들,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기자들. 그것을 떠올리다가 학교에서 나왔다.
아직 부족하다. 조금 더 갈고 닦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셰프가 되기 위해선, 내 목표인 스승님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단 집으로 가자. 집으로 돌아가 어제 생각해놓은 레시피를 만들어보자.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최대한 집으로 가는 발을 서둘렀다.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정문에서 나와 언덕길을 내려간 뒤, 커피 볶는 냄새가 나는 카페를 끼고 돌아가─,

“잠시, 기다려.”

발을 멈췄다. 내가 멈춘 것이 아니다. 누군가 강제로 발을 멈추게 한 것처럼 자동적으로 멈춰졌다.

“어, 음.”

발을 멈추고 시선을 내린 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약간 떨어진 곳에는 한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낡지만 단정한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양팔은 뒷짐을 진 소녀.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한 소녀라고 생각했겠지만 옷 위, 그러니까 얼굴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피부는 희다. 당장이라도 핏줄이 보일 것처럼. 눈동자 색은 하늘색이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눈동자 색이 특이한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가장 이상한 것은 머리카락 색이었다.
백발.
소녀의 머리카락 색은 순수한 백색이었다. 염색으론 나올 수 없는 순수한 백색의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른 소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저런 색의 머리카락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건가? 그것보다 방금 나한테 인사를 한 건 저 애인가?

“맞아. 내가 당신을 불렀어.”

짠짠, 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소녀의 뒤에서 새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소녀의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작게 원을 그리다가 점점 크게. 그리고 곧 내 앞에서 그것이 멈췄다.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뭐지? 내 눈앞에 있는 그것은 새도, 벌레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면 작은 인간. 그래, 인간에 가까운 모습이다.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인간. 하얀색 머리카락, 주황색 눈동자. 더 웃긴 것은 눈동자가 별모양이라는 것이다. 렌즈라도 꼈나?
뭐야 이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그것이 웃었다. 이게 무슨? 인간? 새? 벌레? 팅커벨? 요정? 
머릿속에 여러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보다 나 방금 말을 했던가?

“아니. 방금 당신은 말을 하지 않았어.”

소녀가 부정의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요정이 근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자꾸 앞에서 거슬리게 하는 날파리가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방금 소녀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난 말을 하지 않은 채 속으로 생각했고 저 아이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그에 대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뭐야 이 녀석은.

“조금 달라.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들을 수 있는 거야. 그것보다 당신이 하시연 맞지?”

요정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성큼, 소녀가 다가왔다. 뒷걸음질 치려고 했지만 소녀가 내 팔을 붙잡았다. 차갑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체온.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괴현상에 두려워졌다.
이 아이는 인간이 아닌 건가?

“맞아. 나는 인간이 아니야.”
“말도 안 돼…….”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그 전에 요정이 작은 손을 뻗어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 소녀가 말하였다.

“난 그때 이후로 계속 오늘을 기다렸어.”

요정이 애절한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소녀의 눈동자가 희게 빛났다. 등골이 시렸다. 소녀가 잡은 손목이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뭐야, 대체 뭐냐고.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은 누구야.

“소개도 하지 않았구나. 내 이름은 오필. 하시연, 당신을 데리러 오기 위해 유레이니아에서 왔어.”

요정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이 뒤집혔다.
정정.

세계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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