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인연
Prologue. 요리 예찬
1장. 요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2장. 반쪽짜리 마법사와 허세부리는 여관주인
3장. 어브노말계 서버
4장. 내 주방보조와 서버알바가 완전 수라장
5장. 요리와 나의 어사일럼
Epilogue. 셰프와 향신료
작가 후기
1장. 요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3)
한두 사람이 아니다. 철컥, 하고 철과 철 같은 것이 부딪히는 소리,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열댓 명 정도의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들어왔다.
코끝을 아릿하게 자극하는 피와 땀이 뒤섞인 냄새, 요란하게 흔들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무기들, 그리고 피 같은 액체로 범벅된 가죽 갑옷을 입은 사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여관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소리쳤다.
“주인장! 여기 주문 좀 받지!”
그의 말에 미쉘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굉장히 불안해하며 미쉘씨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그 저기, 오늘은 음식이 다 떨어져서…….”
“뭐?”
순간 남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눈빛은 날카로워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태도에 미쉘씨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미쉘씨가 안 됐긴 하지만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은 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같고 거기다가 인원도 많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 남자 팔의 두께가 내 허리 두께와 비슷하다. 음, 조금 더 두껍군.
즉,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다. 팝콘이나 씹으면 좋겠군. 그런데 팝콘이 없네. 로빈도 없고. 아쉬운 대로 나무라도 씹을까?
“으, 음식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드실 스튜가 없습니다.”
“그건 당신 문제지!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 돈은 충분하니까 당장 먹을 걸 가지고 와!”
쾅, 하고 남자가 테이블을 내려쳤고 그와 동시에 쩌저적, 나무로 이루어진 식탁이 부서졌다. 막무가내군. 미간을 찌푸렸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더러운 것이 잔뜩 묻은 신발을 털지 않고 식당에 들어온 것만 해도 민폐인데 식탁까지 훼손하다니.
광분하는 남자와 그 앞에 서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미쉘씨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지금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위기에 처한 미쉘씨. 요리는 떨어졌고 용병들은 음식을 원한다. 이걸 내가 나서서 해결한다면 혹시 요리사로 취직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게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요리사가 되는 조건으로 일을 해결한다면…….
“잠시, 미쉘씨. 혹시 요리할 수 있는 재료는 있나요?”
“넌 뭐야.”
험악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고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한 뒤에 미쉘씨를 보았다. 미쉘씨는 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다니 고개를 저었다.
“닭도 사람 수에 비해 굽기엔 부족하고 스튜를 만들 재료들은 나름 있네만……. 스튜 재료도 몇 가지는 충분하지 않다네.”
닭을 ‘굽기’엔 부족하고, 스튜를 만들 ‘재료’가 몇 가지 부족하다. 흐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닭으로 스튜를 만들면 되겠지만, 미쉘 씨의 말을 생각해보면 여기는 그런 요리가 없는 모양이다.
“닭은 몇 마리? 혹시 주방을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의 말에 미쉘씨는 이 남자들 앞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듯 고개를 재빨리 끄덕였다. 미쉘씨를 따라 들어간 주방은 더러웠다. 뭐 홀의 상태를 보고 예상해서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꽤 심각하다. 여기서 일을 하게 된다면 먼저 청소부터 해야겠군. 한쪽에 있는 냄비엔 아까 내가 먹었던 것 같은 음식물 쓰레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른 쪽에는 재료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감자가 든 포대는 바닥에 깔렸고 감자 포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당근이나 양파 따위가 썩어가고 있다. 그나마 닭은 나무로 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외에도 몇 가지 채소가 있고, 가죽에 쌓아 놓고 있는 향신료도 보였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나름 재료들이 갖춰져 있는데 이런 재료로 그런 음식물 쓰레기를 창조해 내다니. 이것도 나름 재능이라면 재능이 아닐까? 그것보다 뭔가 이상한데? 식재료를 요리하는 자체가 ‘식재료를 모욕하는 일’이고 요리라는 행위는 ‘부끄러운 짓’이라는 생각을 하는 곳이 이런 향신료들을 구비하고 있다니?
“향신료들이 꽤 많네요.”
“그거야 영주님이 식사를 하기 위해 오시면 향신료를 듬뿍 쳐서 구워드려야 하니 당연하지.”
나의 의아함이 넘치는 말에미쉘씨는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잠깐? 향신료를 듬뿍 쳐서 굽는다고?
“듬뿍……, 이요?”
“그렇네. 향신료는 많은 종류를 많이 뿌릴수록 귀족의 체면을 세워주니 당연한 거 아닌가?”
별 이상한 걸 다 물어본다는 듯 미쉘씨는 장황한 헛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 뒤로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영주님처럼 서민들을 생각해주는~” 따위의 소리를 하는 미쉘씨를 무시하고 다른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흠, 좋아. 약간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아슬아슬하지만 합격점은 줄 수 있는 정도다.
“미쉘씨.”
“뭔가?”
아까부터 영주에 대해서 자랑을 하는 미쉘씨를 부른 뒤 미쉘씨의 눈을 보았다. 이야기를 나눌 땐 시선을 마주치고. 이 정도는 기본이다.
“제가 저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테니 절 여기 요리사로 고용해주세요.”
요리가 멸시당한다면 내가 바꿔나가면 된다. 인간의 혀란 생각보다 솔직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감탄하고 그것을 찾게 된다. 요리가 멸시당한다면 그런 멸시조차 뛰어넘는 요리를 해서 사람들을 바꿔나가면 된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요리사는…….”
“그러면 저 사람들을 미쉘씨가 처리할 수 있으신가요?”
쓸데없는 말은 차단. 미쉘 씨의 말을 끊는다.
“저라면 가능하죠. 여기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해서 저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아무 문제없이 내보낼 수 있어요.”
달콤한 미끼를 던진다.
“아, 아니. 하지만 그건…….”
“정 마음에 안 들면 청소도 하고 서빙도 하는 만능 종업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약간의 거짓을 섞은 미끼. 미쉘씨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주인장, 지금 뭐하나! 요리를 가져오라고!”
때마침 잔혹한 현실이 침범했다. 곧이어 미쉘씨는 턱을 쓰다듬고, 눈동자를 굴리고, 머리를 벅벅 긁고, 한숨을 내쉰 뒤,
“좋네.”
미끼를 물었다.
◇◇
시끄럽게 떠드는 남자들은 미쉘씨에게 맡기고 가방에서 평소 내가 쓰던 장비들을 꺼냈다. 스승님에게 받은 칼과 행주를 꺼내 들고, 앞치마를 메고 나서 재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빵을 굽기 위한 밀가루, 버터, 올리브유, 감자, 당근, 생강, 양파, 각종 향신료와 닭 4마리. 마지막으로 한쪽에 가득 찬 맥주와 레드와인이라.
적은 재료로 많은 사람이 먹으려면 역시 스튜 종류가 좋겠지. 머릿속으로 레시피를 결정한 뒤, 필요한 재료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주방을 뒤져 커다란 솥 2개와 넓적한 팬을 찾았다. 으음, 제대로 만들지를 않은 것인지 아니면 오래 써서 울퉁불퉁한 건지, 꽤나 쓰기 불편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잠깐. 물이랑 불은 어떻게 하지? 주변을 둘러봐도 물과 불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술을 나르고 있는 미쉘씨를 불렀다.
“불과 물은 어떻게 쓰죠?”
“음? 거기 정령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운디네와 샐러맨더를 사용하면 된다네.”
미쉘씨는 시범을 보여주는 것처럼 주방 벽면에 하늘색 물방울 형태를 손으로 눌렀다.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물. 아, 저게 정령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일상생활에 정령이 필수라고 했었지….
즉, 여기선 저 물의 정령이라는 것이 수도 역할을 해주는 거다. 그리고 미쉘씨는 한 편에 있는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색 쇳덩이를 열고 옆에 놓여있는 장작을 들어 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타오르는 불. 화력 한 번 화끈하군.
“아무래도 자네는 정령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온 것 같군. 하긴, 정령도 가족이라고 여기는 나라가 있다 하니……. 어쨌든, 저 운디네를 누르면 물이 나오고 이 철 안에는 샐러맨더가 있으니 여기 장작을 넣으면 된다네.”
“화력 조절은 안 되나요?”
“조절? 샐러맨더가 더 필요한가? 화력이 더 필요하면 샐러맨더를 추가하면 되는데.”
“……괜찮아요.”
한숨을 내뱉었다. 약불이라는 개념은 없나? 이러니 양파는 물컹거리고 제대로 된 조리가 안 될 만도 하다. 미묘하게 나던 탄 맛도 이 불 때문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버너가 상단에 부착된 그릴을 주방에서 샐러맨더라고 불렀다. 기가 막힌 우연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뻗어 불의 화력을 가늠했다.
화력이 너무 강하다. 혹시 줄어들까, 잠시 기다렸지만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화력이 세면 곤란한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재료부터 깨끗하게 씻기로 했다. 물방울 모양의 정령을 손으로 눌러 냄비에 물을 가득 담고 그것으로 양파, 감자, 당근과 생강을 씻는다. 깨끗하게 씻은 재료들의 껍질을 벗긴 뒤 전부 다 찹으로 썬다. 재료들을 씻은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받아 닭을 한 번 씻은 뒤에, 행주로 칼을 깨끗하게 닦고 해체를 시작.
뼈마디에 맞춰 닭을 토막 내고, 뼈를 바른다. 그리고 물로 뼛가루를 씻어내며 기름기가 많은 껍질은 떼어내 버린다. 손에 완전히 익어버린 그 행동을 끝마친 뒤에 미리 불 위에 올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바른 뼈들을 넣는다. 좋아, 이걸로 육수를 우리고 그다음은 루를 만들자.
루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약불에 같은 양의 버터와 밀가루를 볶으면 끝. 스튜나 소스를 만들 때, 농도를 잡는 용도로 미리 많이 만들어두면 편하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약불이 없다는 건데……. 버터 자체가 굉장히 타기 쉬우므로 불이 조금만 세도 타버리는 것은 순간이다.
어떻게 하지. 지금 하는 요리에는 루가 필순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넓적한 팬을 올려놓았다. 약불이 안되나 불의 주변 열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처음이니 한번 해보는 수밖에.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화력 조절이라는 개념이 없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인류의 시작은 불과 함께 시작했건만.”
투덜거리면서 잠시 팬이 달궈지기를 기다리다가 손으로 열기를 확인한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버터를 잘라서 팬에 올린 뒤에 잠시 녹기를 기다리다가 버터와 같은 양의 밀가루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루는 덜 볶아지면 밀가루 냄새가 나고 끈기가 생긴다. 그런 게 생기지 않도록 계속 저어서 루가 매끈해지도록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
완벽하게 완성된 루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팬을 옆으로 옮긴 뒤에 새로운 냄비를 꺼내 올리브유를 두른다. 올리브유가 알맞게 달궈졌으면 해체한 닭살을 넣고 구워서 풍미를 올려주었다. 닭이 어느 정도 구워졌을 때 혹시 모를 닭의 누린내를 잡기 위해 미리 손질한 생강을 투하.
이제 소금을 넣어야 하는데, 어떤 게 소금이지? 향신료가 있는 선반을 보았다. 흰색의 가루가 들어 있는 나무통이 하나. 황색의 가루가 들어 있는 나무통이 하나라. 뚜껑을 열고 맛을 보니 하나는 소금, 하나는 설탕이다. 염도나 당도도 비슷하군.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가죽 주머니에서 통후추를 몇 알 꺼내 칼 면으로 으깨듯이 부수고 냄비에 넣었다. 그나마 여기 향신료가 지구에 있는 향신료랑 비슷한 건 다행이다. 만약에 달랐으면 진짜 큰일이었을 텐데.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미리 찹을 해놨던 양파, 감자, 당근을 냄비에 전부 넣고 볶는다.
체를 이용해 육수를 우리고 있던 냄비에서 기름과 닭 뼈 그리고 찌꺼기를 걸러 낸 뒤에 닭살과 채소를 볶고 있는 냄비에 넣었다.
후우, 이걸로 얼추 요리는 완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조금만 더 끓이다가 루를 넣어서 점도를 잡고 풍미와 깊이를 주는 일뿐. 화력이 센 불 덕에 흘린 땀을 훔친다. 그리고 물로 손을 닦았다. 이제 음식을 담을 그릇만 있으면 되는데.
음식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느냐도 중요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선반이나 테이블을 뒤져서 접시를 찾아보지만 쓸 만한 그릇이 없다.
그릇을 보면 이곳은 나무그릇을 주로 쓰는 것 같은데 너무 투박하다. 그 외에는 그릇이 없고. 결국 2개의 솥을 꺼내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도록 달군다.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스튜에다가 미리 만들어놨던 루를 넣은 뒤 주걱으로 잘 젓는다. 이제 조금만 더 끓이면 완성이다. 나무로 만든 국자와 수저 그리고 접시들을 꺼내며 미쉘씨를 불렀다.
“이거 셋팅 좀 해주세요.”
“알겠네. 근데 이건 무슨 냄새인가?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인데…….”
꿀꺽, 하고 미쉘씨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요리라는 것을 모르는 이곳의 사람들이 생전 처음 맡아보는 강렬한 음식의 냄새.
“미쉘씨 몫은 남겨드릴 테니 나중에 드셔 보세요.”
물론 내 몫도. 모든 재료가 익었을 때, 국자로 국물을 푼 뒤에 수저로 그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아까 먹었던 멀건 것과는 격이 다른 뽀얀 국물. 누린내 없이 깔끔한 닭의 맛. 스튜의 맛을 고급스럽게 받쳐주는 생강의 향과 맛.
좋아. 완벽해. 내가 했지만 이렇게 끓인 정도로 나올 맛의 깊이가 아니다. 토마토가 있으면 맛의 밸런스가 조금 더 완벽하겠지만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미리 달궈놓은 솥에 스튜들을 담고 다시 한 번 미쉘씨를 불렀다.
“……이게, 뭔가.”
미쉘씨는 내가 낸 스튜를 보자 미심쩍은 목소리를 냈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튜에서 풍기는 향에 매료된 것 같기도 한 그런 목소리다.
“뭐긴 뭐에요. 스튜지.”
“아니 이런 스튜는 처음 본다만……, 스튜란 건 감자와 양파 그리고 당근을 물에 넣고 한 번에 끓인 것을 말하는 거 아닌가?”
어쩐지 맛이 더럽게 없더라니.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건 보통 스튜라고 하지 않는다. 야채육수라고 하지.
“이게 진짜 스튜니까 가져가세요.”
미쉘씨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솥을 들고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열댓 명의 남자들 사이에 놓인 두 개의 솥. 문을 열고 주방에서 나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앉았다.
남자들은 솥에 가득한 스튜를 보며 미쉘씨와 마찬가지로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대충 ‘이게 뭐야’ 같은 표정. 선뜻 먹지 않고 망설이는 모습에 한숨을 쉬고 주방에서 나왔다. 답답들 하시네.
“뭐 이상한 거라도 있습니까?”
“이상한 게 있냐고? 대체 이게 뭐냐! 이딴 걸 사람이 먹으라…….”
“말이 많네.”
“뭐?”
아이쿠, 속으로 말한다는 걸 실수했네. 순간 분위기가 변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시선을 보이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