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적고 싶었던 소설을 올립니다. 부정기가 될 듯해서.. 그게 걱정이네요
20XX 년
고도 350km 어딘가
우주 공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실제 그걸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촘촘히 하늘에 박혀 있는 빛나는 별들과 은하수 그리고 아름답게 보이는 푸른 지구의 모습들을 직접 보고 나면 세상을 나누는 국경선이나 국적, 인종, 재산 같은 문제들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작은 것이 된다는 많은 우주인들의 인터뷰들을 봐도 말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이 모두에게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생명과 직결될 문제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낳은 최초의 우주인이자, 세계적 최연소의 여성 우주인의 타이틀을 지닌 김다혜에게 지금 우주는 고통의 장소였다.
“모두 확인 했어… 문제없어..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냥 자동 조종으로 들어 가는 거야 문제없어..”
[autopilot…...]
정면의 OLED 디스플레이의 화면의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지만 화면에서 OK 라는 문자가 아직 떠 오르고 있지 않았다.
“아, 씨발.. 정말로 이거 바뀌는 거 맞아?”
방금 전만 해도 다혜는 목숨을 걸고 EVA(선외 활동)를 해서 방열 타일이 재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했고, 밖에 있는 우주선의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고생을 했는데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바로 우주선이 대기권 진입을 위한 제어 비행 프로그램이 완전치 않다는 점이었다.
타고 있는 우주선이 원래 긴급 연료 배출 테스트를 위한 시험을 위한 것이라 우주 공간을 날아가야 할 것을 상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나로 우주기지의 말에 따르면 이 문제는 전파 수신이 되기 때문에 수정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면 된다고 했고.. 다혜는 그 작업이 끝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제발..제발..제발”
다운된 것 같은 화면을 보면서 답답한 점은 우주선 전체의 침묵이었다.
한국형(?) 우주선 연(輦)의 고도 진입이나 대기권의 돌입이 모두 전자동으로 되는 최첨단의 정밀 컴퓨터 기기였지만,-무려 개발 예산이 4조원이 넘는다! 한국에서 말이다!- 이걸 다르게 생각하면 사람이 우주선 조종에 개입할 수 없다는 문제였다.
다혜가 탄 우주선 자체가 예정에 없던 발사와 지구 궤도 진입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구로 돌아가는 진입 방식이 이전과 달라서 비행 소프트웨어의 여러 수정이 필요했고 물론 지상 기지에서 이 부분도 전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우주선의 통신 대역을 잡아먹는 일이었고, 해당 작업을 하는 동안 같은 통신 대역을 사용하는 관제소와 무선 음성 통신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사고로 일어난 일이라도 처음 발사부터 여러 작업을 거쳐서 관제소와 이런 저런 통신을 하는 것 자체가 불안을 좀 가시게 만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 관제소의 목소리가 없어진 침묵의 우주 공간은 그 고독하고 두려운 혼자만의 공간임이라는 것을 다혜에게 상기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의 비행 소프트웨어 및 수정을 끊고 비상 통신을 날릴 수 있지만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혼자 심심해서 이야기나 하자고 비상 통신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긴 침묵을 지나 화면에 문자가 떴다.
[autopilot……………………………………………………………...failed]
[하하하 한번 더 비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해야겠어. 데이터 전송하다가 조금 에러가 났네.]
관제소의 박지우 주임 (우주선 관제 담당) 별거 아니라는 둥 이야길 했다.
“야, 이 씨발 놈들아!!!!!!!!”
라고 다혜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조용 조용 말을 했다.
“저.. 어떻게 된건가요?”
[비행용 데이터가 크다보니깐.. 업데이트 하다가 패킷이 깨진게 있나 보네. 그냥 인공위성 관제 제어를 바꾼거라 이 정도의 대규모 데이터를 보낸 적이 없었거든 별 문제 아니니깐 걱정마! 하하하]
저 천진난만하게 웃는 인간의 면상을 밟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고. 다혜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에 어디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가? 라는 18세의 인생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혜가 자신의 인생과 나로 우주센터의 사람들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별도로 고도 350km 높이에 있는 이 우주선에 어떤 데이터를 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Wi-fi 통신을 생각해봐도 벽이나 거리에 따라서 신호 수신 품질이 들쭉 날쭉 해지고 여러 문제가 터지는데.. 무려 350km 높이의 지구를 아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물체에게 디지털 데이터를 문제 없이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난이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런 장거리 무선 통신 제어 부분은 미답의 영역이었다. 저주파 무선 통신 기술이 여기에 들어가는데, 장거리 무선 통신 관련 기술이나 이론이야 각종 논문들에서 얼마든지 나오는 부분이었지만, 그 저주파 대역의 전파로 디지털 정보를 어떤 식으로 패킷화해서 보내고 그걸 다시 어떤 식으로 CRC(cyclic redundancy check) 로 데이터 에러 검출을 하고 원상 복구 시킬지는 운용 경험의 문제였다.
그리고 한국은 이런 경험이 너무 일천 했다.
과거처럼 우주 개발이 돈만 쓰고 이익이 없던 시절이었으면, NASA나 로스코스모스(러시아의 우주개발본부) 같은 곳에서 달탐사를 하거나 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는 방향이 맞냐 틀리냐 정도는 검수해 줄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부분 조차 막혀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혜 입장에서야… 우주선 프로그램 바꿔 준다고 하다가 안되니 화가 나서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다시 이 쪽에서 시작할테니… 좀 기다려봐라고!]
“알겠어요.”
[autopilot…...]
무선이 침묵하자.. 다시 OLED 화면이 멈추었다. 영하 수십도가 내려가도 깨지지 않고 실제 동작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라고 대기업 연구원이 말하던 게 기억났다.
침묵의 우주가 다시 돌아왔다.
우주선의 창을 통해서 우주 그리고 지구를 보았다. UHD TV나 대형 상영 장비로 우주를 많이 본 다혜지만.. 정말로 그런 영상물로 보는 우주와 지금 자신이 이렇게 보는 우주는 느껴지는 감각이 달랐다.
“그래도 다시는 못 오겠지…”
사고 때문에 여기 우주에 왔고.. 죽을 뻔했고.. 사실 그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니 우주는 아름다웠다. 아니 정말로 아름답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별빛을 산란 시키는 미세 먼지와 스모그도 없었고, 작은 빛 들을 막는 도시의 광해도 없었다. 그리고 350km 위에서 보는 지구는 그냥 푸르렀다. 누군가는 지구의 오염이나 환경 파괴를 이야기 할지 몰랐지만 다혜가 이 위에서 보기에는 그런 파괴는 보이지 않고, 푸른색과 녹색과 황토색의 여러 색들이 섞인… 그저 아름다운 별이었다.
“올 수 있을까…”
민간 우주 여행이라고 해봤자 100km 고도가 고작이었고.. 실제 높은 고도를 가는 것은 전문 우주 비행사의 영역이었다. 사고 때문에 세계 최연소 우주 비행사 타이틀을 땄다고 우주센터의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도 들었다지만, 결국 다혜는 우주 비행사라 할 수 없었다. 그냥 항공 우주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공군 참모총장 빽으로 우주 센터 경험을 하는 여고생일 뿐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공군 사관학교를 간다고 해도 비행 특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지금 우주 정거장을 만들고 우주 비행사 양성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 것도 지속될지 의문이며, 또 지속 되더라고 스페셜리스트 중에 스페셜리스트인 우주비행사라는 직군에 다혜가 끼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후..”
다시 오고 싶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정말로 다시 오고 싶다.
다혜가 그런 상념에 젖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바뀌었다.
[autopilot……………………………………………………………...update]
라는 표식과 함께 여러 스위치들이 점멸을 하기 시작했다. 비행 소프트웨어가 수정되면서 우주선의 각종 기기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다혜 언니 들려요?]
다혜의 헤드셋에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우주선의 설계자인 안경희였다.
“대전 설계실에 있다고 하더니?”
[헤헤, 언니가 위기인데 와야죠.]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니가 만든 우주선 이 와중에 고장 하나도 안 났더라.”
[전 천재니까요!]
으슥으슥 하면서 콧대를 세우는 안경희의 모습을 생각하니 혜미는 웃음이 났다.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대전에서 항공기를 급파해서 여기 나로 관제 센터까지 안경희 박사를 모셔온 이유는 다혜의 심리의 안정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EVA나 우주선에 대한 조정 등을 한다고 고생이 많았고, 이 부분을 재대로 살피지 않으면 실제 지상 진입의 프로세스 중에서 파일럿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일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혜가 그런 부분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프로그램 변경되면 이제 대기권 진입은 금방 인거야?”
[동 중국해하고 오끼나와 바다 사이에 들어갈 궤도 진입 맞추고 하는데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혹시나 모를 감압 상황 고려해서 안전 점검을 또 해야하고요.]
“또… 아니 우주선 밖에 나가서 그 고생을 했는데…”
[사람의 안전이 최 우선이니까요.]
“사람이 먼저였으면 탈출 로켓을 썼겠지.”
[뭐 그렇긴 하지만요]
다혜의 불만 어린 말에 현미경도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 처음에 로켓 엔진의 이상 분사 문제가 벌어졌을 때 자폭 시키고 탈출 시퀀스를 행 했다면 지금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물론 그래서 벌어지는 수 년간의 일정 지연을 누구도 원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이었지만.
[그럼 이제 안전 점검 해볼께요. 일단 좌석에 앉아서 자세 고정 밸트를 해요.]
“벌써 아직 시간 걸린다면서?”
[대기권 진입 하는 거 우리나라에서는 한 적이 없으니까요.]
“소유즈로 한건?”
[우리가 한 게 아니잖아요.]
“네..네.. 알겠습니다.”
다혜는 조종석 의자에 좀 더 몸을 밀착 시키고 의자 옆과 위의 안전 밸트 들을 두른 다음에 몸 몸 가운데의 고정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모터가 해당 안전 밸트를 꾹 몸에 맞춰서 자동으로 조여 주웠다.
“으윽 아파…”
[참아요. 참아.. 잘못해서 튕겨나가면 그게 더 문제니까요. 이쪽에서 안전밸트 확인 했고요. 다음..은..]
현미경은 천천히 대기권 진입을 위한 준비 과정의 체크리스트들을 다혜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위성 연료 잔량 체크, 감속 낙하산과 바다 위의 뜨고 있길 위한 부력 튜브와 헬륨의 이상 여부나 궤도 위치가 정확한지 점검 등등…
체크 리스트상의 확인란을 현미경 박사가 물어보면 다혜가 우주선의 상태 표시에서 확인하고 다시 해당 값들이 맞는지 상태가 정확한지 나로 우주 기지의 관제센터에서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지루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라 다혜가 그걸 일일히 재확인 할 이유는 없었지만, 나로 우주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의 소견으로 무언가 일을 시키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생각하지 않게 되어서 정신건강에 좋다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루한 각종 안전 점검이 끝났을 때는 벌써 두 시간이 지났을 정도였다.
[박지후 주임이다. 이제 대기권 진입 시작하니깐 각오하라고!]
“아..네!”
우주선에서 궤도 진입을 위해서 연료 분사를 시작했다.
종 형태의 우주선 연이 천천히 지구를 방향으로 형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사람이 움직일 수 있던가? 라는 생각을 다혜가 잠시 했지만, 매뉴얼 동작은 몇몇 긴급 상황이 아니면 할 이유가 없었고 -웃긴 것은 지금 상황이 그 긴급이지만- 애초에 파일럿도 아닌 그녀가 해본 것이라고는 시뮬레이터에서 몇 번 조작을 해본 것이 다였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우주선이 대기권에 조금씩 들어가면서 플라즈마가 우주선의 외벽에 튀고 타오르는 장면이 다혜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무서워서 그녀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동시에 비는 실수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기권을 돌입하면서 공기층의 마찰으로 우주선이 뜨거워졌다. 물론 다혜가 있는 우주선의 안이야 세라믹 방열 타일과 충진제에다가 다혜 역시 입고 있는 우주복의 안전 장치까지 다수의 안전장치들이 가득 있었지만 그럼에도 열기가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태워버릴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 정말로 어디서 이게 시작한 것야!”
대기권으로 들어가는 우주선의 안에서 다혜는 외치고 생각을 해봤다. 지금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서 인지 말이다.
프롤로그 - 침묵의 우주
20XX 년
고도 350km 어딘가
우주 공간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실제 그걸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촘촘히 하늘에 박혀 있는 빛나는 별들과 은하수 그리고 아름답게 보이는 푸른 지구의 모습들을 직접 보고 나면 세상을 나누는 국경선이나 국적, 인종, 재산 같은 문제들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작은 것이 된다는 많은 우주인들의 인터뷰들을 봐도 말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이 모두에게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생명과 직결될 문제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낳은 최초의 우주인이자, 세계적 최연소의 여성 우주인의 타이틀을 지닌 김다혜에게 지금 우주는 고통의 장소였다.
“모두 확인 했어… 문제없어..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냥 자동 조종으로 들어 가는 거야 문제없어..”
[autopilot…...]
정면의 OLED 디스플레이의 화면의 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지만 화면에서 OK 라는 문자가 아직 떠 오르고 있지 않았다.
“아, 씨발.. 정말로 이거 바뀌는 거 맞아?”
방금 전만 해도 다혜는 목숨을 걸고 EVA(선외 활동)를 해서 방열 타일이 재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했고, 밖에 있는 우주선의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는 고생을 했는데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바로 우주선이 대기권 진입을 위한 제어 비행 프로그램이 완전치 않다는 점이었다.
타고 있는 우주선이 원래 긴급 연료 배출 테스트를 위한 시험을 위한 것이라 우주 공간을 날아가야 할 것을 상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나로 우주기지의 말에 따르면 이 문제는 전파 수신이 되기 때문에 수정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면 된다고 했고.. 다혜는 그 작업이 끝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제발..제발..제발”
다운된 것 같은 화면을 보면서 답답한 점은 우주선 전체의 침묵이었다.
한국형(?) 우주선 연(輦)의 고도 진입이나 대기권의 돌입이 모두 전자동으로 되는 최첨단의 정밀 컴퓨터 기기였지만,-무려 개발 예산이 4조원이 넘는다! 한국에서 말이다!- 이걸 다르게 생각하면 사람이 우주선 조종에 개입할 수 없다는 문제였다.
다혜가 탄 우주선 자체가 예정에 없던 발사와 지구 궤도 진입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구로 돌아가는 진입 방식이 이전과 달라서 비행 소프트웨어의 여러 수정이 필요했고 물론 지상 기지에서 이 부분도 전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우주선의 통신 대역을 잡아먹는 일이었고, 해당 작업을 하는 동안 같은 통신 대역을 사용하는 관제소와 무선 음성 통신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사고로 일어난 일이라도 처음 발사부터 여러 작업을 거쳐서 관제소와 이런 저런 통신을 하는 것 자체가 불안을 좀 가시게 만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 관제소의 목소리가 없어진 침묵의 우주 공간은 그 고독하고 두려운 혼자만의 공간임이라는 것을 다혜에게 상기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의 비행 소프트웨어 및 수정을 끊고 비상 통신을 날릴 수 있지만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혼자 심심해서 이야기나 하자고 비상 통신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긴 침묵을 지나 화면에 문자가 떴다.
[autopilot……………………………………………………………...failed]
[하하하 한번 더 비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해야겠어. 데이터 전송하다가 조금 에러가 났네.]
관제소의 박지우 주임 (우주선 관제 담당) 별거 아니라는 둥 이야길 했다.
“야, 이 씨발 놈들아!!!!!!!!”
라고 다혜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조용 조용 말을 했다.
“저.. 어떻게 된건가요?”
[비행용 데이터가 크다보니깐.. 업데이트 하다가 패킷이 깨진게 있나 보네. 그냥 인공위성 관제 제어를 바꾼거라 이 정도의 대규모 데이터를 보낸 적이 없었거든 별 문제 아니니깐 걱정마! 하하하]
저 천진난만하게 웃는 인간의 면상을 밟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고. 다혜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에 어디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가? 라는 18세의 인생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혜가 자신의 인생과 나로 우주센터의 사람들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별도로 고도 350km 높이에 있는 이 우주선에 어떤 데이터를 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Wi-fi 통신을 생각해봐도 벽이나 거리에 따라서 신호 수신 품질이 들쭉 날쭉 해지고 여러 문제가 터지는데.. 무려 350km 높이의 지구를 아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물체에게 디지털 데이터를 문제 없이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난이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런 장거리 무선 통신 제어 부분은 미답의 영역이었다. 저주파 무선 통신 기술이 여기에 들어가는데, 장거리 무선 통신 관련 기술이나 이론이야 각종 논문들에서 얼마든지 나오는 부분이었지만, 그 저주파 대역의 전파로 디지털 정보를 어떤 식으로 패킷화해서 보내고 그걸 다시 어떤 식으로 CRC(cyclic redundancy check) 로 데이터 에러 검출을 하고 원상 복구 시킬지는 운용 경험의 문제였다.
그리고 한국은 이런 경험이 너무 일천 했다.
과거처럼 우주 개발이 돈만 쓰고 이익이 없던 시절이었으면, NASA나 로스코스모스(러시아의 우주개발본부) 같은 곳에서 달탐사를 하거나 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는 방향이 맞냐 틀리냐 정도는 검수해 줄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부분 조차 막혀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혜 입장에서야… 우주선 프로그램 바꿔 준다고 하다가 안되니 화가 나서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다시 이 쪽에서 시작할테니… 좀 기다려봐라고!]
“알겠어요.”
[autopilot…...]
무선이 침묵하자.. 다시 OLED 화면이 멈추었다. 영하 수십도가 내려가도 깨지지 않고 실제 동작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라고 대기업 연구원이 말하던 게 기억났다.
침묵의 우주가 다시 돌아왔다.
우주선의 창을 통해서 우주 그리고 지구를 보았다. UHD TV나 대형 상영 장비로 우주를 많이 본 다혜지만.. 정말로 그런 영상물로 보는 우주와 지금 자신이 이렇게 보는 우주는 느껴지는 감각이 달랐다.
“그래도 다시는 못 오겠지…”
사고 때문에 여기 우주에 왔고.. 죽을 뻔했고.. 사실 그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니 우주는 아름다웠다. 아니 정말로 아름답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별빛을 산란 시키는 미세 먼지와 스모그도 없었고, 작은 빛 들을 막는 도시의 광해도 없었다. 그리고 350km 위에서 보는 지구는 그냥 푸르렀다. 누군가는 지구의 오염이나 환경 파괴를 이야기 할지 몰랐지만 다혜가 이 위에서 보기에는 그런 파괴는 보이지 않고, 푸른색과 녹색과 황토색의 여러 색들이 섞인… 그저 아름다운 별이었다.
“올 수 있을까…”
민간 우주 여행이라고 해봤자 100km 고도가 고작이었고.. 실제 높은 고도를 가는 것은 전문 우주 비행사의 영역이었다. 사고 때문에 세계 최연소 우주 비행사 타이틀을 땄다고 우주센터의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도 들었다지만, 결국 다혜는 우주 비행사라 할 수 없었다. 그냥 항공 우주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공군 참모총장 빽으로 우주 센터 경험을 하는 여고생일 뿐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공군 사관학교를 간다고 해도 비행 특기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지금 우주 정거장을 만들고 우주 비행사 양성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 것도 지속될지 의문이며, 또 지속 되더라고 스페셜리스트 중에 스페셜리스트인 우주비행사라는 직군에 다혜가 끼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후..”
다시 오고 싶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정말로 다시 오고 싶다.
다혜가 그런 상념에 젖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바뀌었다.
[autopilot……………………………………………………………...update]
라는 표식과 함께 여러 스위치들이 점멸을 하기 시작했다. 비행 소프트웨어가 수정되면서 우주선의 각종 기기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다혜 언니 들려요?]
다혜의 헤드셋에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우주선의 설계자인 안경희였다.
“대전 설계실에 있다고 하더니?”
[헤헤, 언니가 위기인데 와야죠.]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니가 만든 우주선 이 와중에 고장 하나도 안 났더라.”
[전 천재니까요!]
으슥으슥 하면서 콧대를 세우는 안경희의 모습을 생각하니 혜미는 웃음이 났다. 불안했던 마음이 풀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대전에서 항공기를 급파해서 여기 나로 관제 센터까지 안경희 박사를 모셔온 이유는 다혜의 심리의 안정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EVA나 우주선에 대한 조정 등을 한다고 고생이 많았고, 이 부분을 재대로 살피지 않으면 실제 지상 진입의 프로세스 중에서 파일럿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일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혜가 그런 부분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프로그램 변경되면 이제 대기권 진입은 금방 인거야?”
[동 중국해하고 오끼나와 바다 사이에 들어갈 궤도 진입 맞추고 하는데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혹시나 모를 감압 상황 고려해서 안전 점검을 또 해야하고요.]
“또… 아니 우주선 밖에 나가서 그 고생을 했는데…”
[사람의 안전이 최 우선이니까요.]
“사람이 먼저였으면 탈출 로켓을 썼겠지.”
[뭐 그렇긴 하지만요]
다혜의 불만 어린 말에 현미경도 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 처음에 로켓 엔진의 이상 분사 문제가 벌어졌을 때 자폭 시키고 탈출 시퀀스를 행 했다면 지금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물론 그래서 벌어지는 수 년간의 일정 지연을 누구도 원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이었지만.
[그럼 이제 안전 점검 해볼께요. 일단 좌석에 앉아서 자세 고정 밸트를 해요.]
“벌써 아직 시간 걸린다면서?”
[대기권 진입 하는 거 우리나라에서는 한 적이 없으니까요.]
“소유즈로 한건?”
[우리가 한 게 아니잖아요.]
“네..네.. 알겠습니다.”
다혜는 조종석 의자에 좀 더 몸을 밀착 시키고 의자 옆과 위의 안전 밸트 들을 두른 다음에 몸 몸 가운데의 고정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모터가 해당 안전 밸트를 꾹 몸에 맞춰서 자동으로 조여 주웠다.
“으윽 아파…”
[참아요. 참아.. 잘못해서 튕겨나가면 그게 더 문제니까요. 이쪽에서 안전밸트 확인 했고요. 다음..은..]
현미경은 천천히 대기권 진입을 위한 준비 과정의 체크리스트들을 다혜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위성 연료 잔량 체크, 감속 낙하산과 바다 위의 뜨고 있길 위한 부력 튜브와 헬륨의 이상 여부나 궤도 위치가 정확한지 점검 등등…
체크 리스트상의 확인란을 현미경 박사가 물어보면 다혜가 우주선의 상태 표시에서 확인하고 다시 해당 값들이 맞는지 상태가 정확한지 나로 우주 기지의 관제센터에서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지루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전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라 다혜가 그걸 일일히 재확인 할 이유는 없었지만, 나로 우주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의 소견으로 무언가 일을 시키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생각하지 않게 되어서 정신건강에 좋다라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루한 각종 안전 점검이 끝났을 때는 벌써 두 시간이 지났을 정도였다.
[박지후 주임이다. 이제 대기권 진입 시작하니깐 각오하라고!]
“아..네!”
우주선에서 궤도 진입을 위해서 연료 분사를 시작했다.
종 형태의 우주선 연이 천천히 지구를 방향으로 형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사람이 움직일 수 있던가? 라는 생각을 다혜가 잠시 했지만, 매뉴얼 동작은 몇몇 긴급 상황이 아니면 할 이유가 없었고 -웃긴 것은 지금 상황이 그 긴급이지만- 애초에 파일럿도 아닌 그녀가 해본 것이라고는 시뮬레이터에서 몇 번 조작을 해본 것이 다였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우주선이 대기권에 조금씩 들어가면서 플라즈마가 우주선의 외벽에 튀고 타오르는 장면이 다혜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무서워서 그녀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동시에 비는 실수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기권을 돌입하면서 공기층의 마찰으로 우주선이 뜨거워졌다. 물론 다혜가 있는 우주선의 안이야 세라믹 방열 타일과 충진제에다가 다혜 역시 입고 있는 우주복의 안전 장치까지 다수의 안전장치들이 가득 있었지만 그럼에도 열기가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태워버릴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 정말로 어디서 이게 시작한 것야!”
대기권으로 들어가는 우주선의 안에서 다혜는 외치고 생각을 해봤다. 지금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서 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