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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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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
별이 떨어진 날.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잊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믿을 수 없어. 진짜로 혜성이 떨어질 줄이야.”

이토모리 붕괴의 현장을 바라보던 텟시와 사야찡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안도감과 함께 웬지 모를 상실감을 가진 체 바라보고 있었다.
뭐였을까, 무엇을 잊어버리고 말았던 걸까?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음을 던져보았지만 뚜렷한 답안은 나오지 않는다.

“미츠하.”

그때 등 뒤에서 할머니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인자한 미소를 지은 할머니가 내게 다가와 날 끌어안아 주었다.

“잘 했구나.”

이건, 무슨……?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러한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뒤로 여동생 요츠하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할머니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후 아버지가 날 붙잡고 이야기했다.

“미츠하. 잘 들어라. 네가 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는 거다. 테시가와라군과 나토리군도 마찬가지다. 너희들은 이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누가 물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라.”

아버지는 텟시와 사야찡에게도 그렇게 신신당부를 한 다음 둘을 부모의 곁으로 돌려보냈다. 멀리서 사야찡과 사야카의 언니가 끌어안고 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츠하.”

아버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기색.
평소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왠지 모를 안도감이 그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잘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훗 하고 웃었다.

“이게 운명이란 건가.”

나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아무 말 없이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는 몰려든 마을회관의 관계자들과 소방관들과 함께 사태수습을 위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달려올 정부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구호를 요청한다.
덧붙여 거기에 대해서 혜성이 떨어지기 이전에 있었던 몇 가지 미스터리 및 텟시와 사야찡이 벌인 일들에 대해서는 없었던 일로 묻으려는 것 같았다. 그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은 의문을 표하려던 것 같았지만.

“어린 아이들은 가끔, 무언가 알 수 없는 생각에 돌발적인 행동을 하곤 하지. 안 그런가, 자네들?”

아버지의 옆에 서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에게 상냥히 말을 건네는 할머니, 이토모리의 지주이기도 한 미야미즈 신사의 신주의 말씀에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신님의 기적이다! 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어린 고등학생들의 행동은 어느새 없던 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언니.”
“응?”

요츠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요츠하가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어?”

갑작스러운 사과에 나는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언니 이상하다고 해서. 최근에 자기 가슴을 만진다거나, 아… 물론 그 오해는 사야카 언니가 풀어줬지만. 어쨌든 언니 다른 사람 같다고 생각해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아무튼 미안해.”
“요츠하.”
“할머니한테 대강 이야기는 들었어.”
“어?”
“그, 일단 우리 집은 신사니까 말이야.”

할머니에게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요츠하는 그 이상은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나에게 달라붙어 얼굴을 묻더니 꼭 끌어안기 시작했다.
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요츠하를 상냥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혜성이 떨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재난이 벌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마을 주민들은 대다수가 피해범위 밖인 학교까지 대피해 있었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는 수준에 가까웠다. 이것은 알 수 없는 변전소 폭발사고에 따른, 주민대피훈련을 지시한 촌장, 아버지의 결단의 결과였다. 가을축제에 지역에서는 나름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제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한 아버지의 그러한 결단에는 예로부터 신기를 지녔다고 전해지는 미야미즈 신사의 신주인 할머니의 말씀과 함께 지역주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을 구했다.
그뿐이다.
나는… 나는 무엇을 했지?
그것을 떠올린 순간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다.
그제야 내 몸을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찰과상이라거나 교복이 살짝 찢어져 속살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에엑.
뭐야, 뭐야 이거?!
당황한 채로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나는,
이윽고 그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오른손바닥에 쓰여있는 그것.
「좋아해.」
…에? 뭐야, 이거. 누군가의 장난?
설마 스스로 이런 멍청한 낙서를 남겼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설마 텟시…?
아니, 그는 사야찡을 좋아한다. 그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장난기가 가득한 녀석이긴 하지만, 이런 장난을 칠만한 녀석은 아니다.
그렇다면…….
좀처럼 이런 장난을 칠만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리려고 하면 떠올리려고 할수록.

“무언가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잊은 기분이야.”

시선을 돌려 여전히 파괴의 모습이 남은 마을을 바라본다.

“무엇을, 무엇을 잊은 거지?”

시선을 조금 돌려보니 여전히 궤적을 남기고 있는 티아마트 혜성의 저편으로 달이 보이고, 그 아래로 신주가 모셔져있는 산이 보였다.
저 부근은 전혀 피해가 없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

왈칵하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움과 함께, 아쉬움. 상실감… 여러 가지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도대체 뭐야?
나, 무엇을 잊은 거야?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잊고 싶지 않았던 것.
도대체 무엇을?
도대체 누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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