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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SS The blank of 3 years


Original |

(12)


어둡다.
그건 당연하겠지, 불은 켜지 않았으니까.
나는 최후의 양심에 따라 불은 켜지 않은 체 방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텟시 이외에 처음으로 모르는 남자아이의 방안에 들어가 본단 생각을 하자, 어쩐지 두근거리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보다도 앞서,
…무언가 낯익은 풍경.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이곳은 변화가 없었구나.
어둠에 익숙해져 방안을 슬쩍 둘러본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어째서야?
나 뭐라도 밟았나?
발밑을 바라보아도 주변에 잡지라던가, 이것저것이 굴러다니고 있긴 했지만 갑자기 눈물을 흘릴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머릿속에서 무언가의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한동안 방문 앞에 가만히 서서 눈물을 닦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기분이야?
반가운 기분?
어째서?
그리운 기분?
나 여기에 와 본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어딘가에서 본 기억은 없다.
강렬한 기시감이 나를 덮치고 있었지만, 단연코 이 방에 온 적은 없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속이 울렁거린다. 살짝 인상을 쓰고 쥐고 있던 메모를 얼른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멈추어있던 발을 다시 움직인다.
방은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발밑을 조심하며 금방 녀석의 책상 위에 쪽지를 올려둘 수 있었다. 
그리고,

“어?”

쪽지를 올려두고 그대로 돌아서려던 내 시선을,
책상 위에 놓여있던 무언가가 붙잡아 놓았다.


#


다시 보면 그 얼굴을 알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확언은 할 수 없다.
그 여자아이가 어떤 애인지는 몰라도 내 기억 속에 그런 여자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무언가 그 이전에.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났던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나는 어느새 집 앞까지 걸어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문고리를 잡고 있다가,
뒤늦게야 집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빠?”
오늘 늦는다고 말했던 아빠가 벌써 돌아오기라도 한 걸까?
글쎄. 아까 알았다고 보냈던 메시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슨 회의라도 들어간 모양이지.
외무성에서 근무하는 아빠에게 있어서 그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일은 익숙하다. 갑자기 들어오지 않아도 크게 걱정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불을 끄지 않고 나갔었나?
아니, 그런 일은 없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돌려보았다.
걸리는 것 없이 문이 열린다.
열려있다.
잠그지 않고 나갔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살짝 열어본 문 안으로 불이 켜진 거실과 함께, 현관에 처음 보는 구두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백보 양보해도 이건 아빠 구두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작은, 정확히 지목을 하자면.

“…설마.”

나는 슬쩍 시선을 올려 안쪽을 살폈다.
거실에 누가 있는 인기척은 없다.
내가 없던 사이 그 여자애가 종종 집에 온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무슨 생각인지 아빠는 그 여자애한테 집 열쇠 위치도 알려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귀결되는 것은 하나.
또 그 쓸 때 없이 걱정쟁이인 아빠가 그 여자애한테 소식이라도 전해주라고 부탁했다는 것.
…쓸 때 없는 짓을.
나는 살짝 혀를 차고는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물러섰다.
닫힌 문을 뒤로하고 조금 물러서자니 바람이 불어왔다.
8월의 밤, 바깥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기다리는 것 정도는 문제없는 날씨다.
몸을 돌려 난간 건너로 보이는 신주쿠 공원을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때울 만한 곳을 떠올려보았다. 츠카사의 집도, 신타의 집도 여기서는 전철로 꽤 가야만 하는 거리다.
공원을 거닐며 시간을 때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귀찮아.”

아니, 애초에 내가 왜 그 여자가 집에 있다고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하지?
집 주인은 나잖아?
그렇다. 내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집 주인은 나고 그냥 들어가면 그만이다. 애초에 그 여자가 여기에 온 이유도 보나마나 나한테 이야기를 전해주러 온 것일 뿐이니 그냥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주면 금방 돌아갈 것이다.
그래,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

어째서 나는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이 이렇게도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까?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해보니 이름도 모른다. 그저 성정도만 어렴풋이 기억이 날까 말까 할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 그 여자의 성도 모르나, 들은 것 같은 기분은 많이 드는데 어째선지 기억에는 없다. 마치 무언가가 그것을 기억하는 것을 막고 있는 그런 듯 한 기분이다.
오컬트도 아니고.
신타 녀석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오컬트는 이쪽에서 사양이다.
틀림없이 그저 관심이 없어서였을 뿐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나는 어째서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가​?​”​

아니, 이거 평범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에게 있어서 평범한 게 아닐까?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다른 남자애들도 그럴지도 모른다.
하긴 낯선 여자랑 갑자기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게 어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데 선 자주 있는 일일지 몰라도. 내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특히, 내 입장에선.
어릴 적,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어째선지 여자애들과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는 것을 쓸 때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주변에서 반에서 누가 예쁘네, TV에서 어느 아이돌이 예쁘네 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거의 항상 그 이야기그룹의 건너편에 있었다. 소학교 고학년 시절에는 오로지 농구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이 여자애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을 때, 나는 오로지 농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것이 다른 애들을 넘어서는 방법이다.
…….
그런 생각을 자꾸 하고만 있자니,
갑자기 다시금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갑자기 내 여친 없는 인생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지?
이유 같은 게 있을 성 싶나.
그저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이럴 뿐이다.
이러고 있다 보면 그 여자가 집에서 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굳이 귀찮게 집 안에서 마주할 필요도 없고, 그저 전해들을 이야기만 전해 듣고 바이바이 하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런데,

“…뭐하고 있는 거야?”

벌써 집에 온지도 10여분이 지났건만, 집 안의 그 여자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나올 기색이 없었다.
설마 멍청하게 직접 입으로 말을 전해주려고 기다리고 있나?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상대로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더 이상은 기다려줄 수 없다.
그래, 저지르자.
까짓 거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자연스럽다.
가지런하게 벗겨져있는 그 여자의 구두 옆으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선다.
자연스럽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걸어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안을 둘러보았으나.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딴 데서 기다리고 있나?
슬쩍 시선이 거실 한편에 위치한 화장실로 향했다.
…설마.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겨서 실례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숨을 죽이고 발자국 소리도 죽이고 조심조심해서 화장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심정으로 화장실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기다려 보았다.
역시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나는 문에서 물러나 슬쩍 시선을 돌려 화장실 문 옆에 위치한 전기 스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이걸 왜 깜빡했지.
화장실불은 꺼져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밑에서부터 끌어 오름이 느껴졌다.
나는 말없이 거기서 몇 발자국 물러섰다가, 주변을 둘러봐 누구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빌어먹을. 우리 집인데.”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언제나 굳게 닫혀있었을, 내 방문이
조금 열려있다.
…딱 사람 한명 지나갈 만큼 조금 열려있었다.
꿀꺽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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