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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둠 연구소(구. 사회적 어둠)


최초 업데이트 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오전 12시 05분



발단 (2)


다행히 민수도, 민아도 이제는 생각이 비워졌기에, 계속해서 미련이 남는 작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수의 경우엔 한적한 편의점이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도 가끔 오는 손님이나 점장님 말만 잘 들으면 별 문제가 없었지만, 민아의 경우에는 학생이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계속되는 질문도 그렇고,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받는 돈이 얼마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대충해도 상관 없었겠지만, 그 중학생의 부모님의 표정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고 애초에 민아는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할 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도 약간의 미련을 뒤로 한 채 학생의 질문을 받고 수업을 진행했다.
민수는 애초부터 편한 알바를 고른 것이라서 다른 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여전히 생각이나 미련 같은 것은 존재하고, 지금 민수가 있는 이 편의점은 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약간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였다. 다니는 사람의 수도, 이 곳에 들르는 손님도 거의 변화가 없었고 그래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똑똑한 민수인 만큼 단골 손님들의 얼굴을 다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점장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들이 늘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을 말하지 않아도 갖다주거나, 보너스로 얹어주곤 했다. 민수는 점장의 모습에, 요즘 편의점 점주들이 가난해서 제대로 최저 시급도 지급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떠올라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자신의 월급 통장에 최저 시급이 꼬박꼬박 들어왔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는 24시간 편의점도 아니라서 야간 수당이 나올 수 없는 영업시간을 갖고 있었다. 편의점으로는 치명적인 점이지만, 근처에 마트도, 집도 많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민수는 추측했다. 진짜로 그런 이유라면 여전히 월급을 주기 어려웠겠지만 민수는 그런 것까지 떠올리기엔 다른 생각들이 이 생각을 방해해서 차마 할 수 없었다.
“어이, 민수 군. 인터넷에서 보니까, 자네 소문이 자자하던데 무슨 일인가?”
보통 점장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 해고 통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상 있는 일임에도 민수는 살짝 긴장했다. 그러나 진짜로 대답을 기다리는 듯 아무리 기다려도 되묻지도, 반응을 하지도 않아서 초초해졌다.
“저기, 무슨 일 말인가요?”
“그야, 너 과외로 유명하다던데, 단기 과외말야. 오히려 편의점 알바는 짧게만 해서 다들 무슨 이유가 있냐며 뜬 소문 잡던데. 진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사실은 과외도 짧게만 하고, 직장도, 편의점도 일부러 인간관계를 깊게 가지지 않기 위해서, 혹은 타인이 자신의 성격에 질려서 그런 것이라고, 민수는 말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번 편의점의 점장은 단골 손님에게 하듯 민수 자신에게도 따뜻하게 대하곤 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갑과 을이 아니라 동등한 계약 관계인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고 브로맨스같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도 아닌 듯했고, 예상과는 달리 가끔 살림에 보팀 되라고 월급에 보너스를 얹어주기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민수는 이번만큼은 인간관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도 깊게는 유지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게 이미 무너져내린지 오래라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점장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금방 그만두는 것도 주저하게 되고, 그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수는 점장에게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주고 받기 위해서라고 거짓말하였다. 나름 그럴듯한 거짓말이라서 점장도 잘 믿어주었다. 그러고보면 이 거짓말은 옛날 회사 면접 때에도 약간 먹힌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점수를 짜게 주었다고 귀뜸해 주었지만, 단 한 명의 심사위원은 그 발언으로 점수를 잘 주어 겨우 입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점장이 잘 믿어준 덕분에 이번 고비는 넘겼으나, 바로 다음 고비가 넘어왔다. 민수는 점장의 본론은 방금 전이 아니라 지금이란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제안이 하나 있는데 이게 어제 왔어. 초등학교 강사 초빙인 모양인데 공부도 잘 하는 네가 나가보는 것은 어떠냐? 방과후 학교라 급료는 적겠지만 과외를 했다는 걸 보면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수는 방과후 학교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애초에 과외랑 방과후 학교는 다른 것이어서, 민수도 한 번 비교해 봤지만 적어도 자신은 소수 인원을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스타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친절한 점장의 말을 무시만 할 수는 없어서, 무심코 그 자리에서 간단히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신청서를 넣어버렸다.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라고 적혀는 있지만 보기 드문 사립인 관계로 중학교 및 고등학교로 강사를 옮겨 초빙할 수 있음이란 문구가 존재했다. 그 문구가 심하게 거슬렸지만 민수가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고, 이미 하겠다고 사실상 말한 이상 그냥 안 한다고 하면 무책임해 보였다. 이미 여러번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보여준 바 있었으니 민수 입장에선 더이상 이렇게 자신이 부족한 사람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니요. 생각 없어요. 별로 좋은 기억 없어서요.”
점장님은 이미 해봤다면 더 잘하겠다며 좋지 못한 기억을 이번 경험으로 덮어씌우라고 끈질기게 권유했지만, 민수는 끝끝내 거절했다. 그러나 점장님꼐서 이 선생님 초빙 관련으로 부탁을 받았는지 거절 이후 계속 안색이 안 좋으셨던지라, 민수 입장에서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민수는 그렇게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여러번의 고사 끝에 제의를 수락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현재 점장님께서 아시는 건 방과후 학교 개설을 위해 강사를 초빙한다는 것과 학교 웹사이트에 신청서 양식이 있다는 내용만 알고 계셨다. 이정도면 평소 이쪽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한 정보임을 깨닫고 민수는 자신이 속았음을 알았다. 점장님이 자신을 모를 리 없었다. 분명 부탁을 받았어도 민수 자신을 어떻게 바꿔달라는 부탁이리라. 아마 의뢰하신 분은 부모님일 것이다. 섣부른 판단이었지만, 민수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점장님도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점장님은 사실 편의점이 부업이었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심리 상담사를 하며 여러가지 고민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도 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시는 사람인 듯 했다. 일부 학교 선생님들과는 달리 학교 폭력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도 유명해서 지역 뉴스에 보도되는 일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인터뷰에서, 편의점 알바생의 부모님이 보낸 내용을 토대로 알바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 밑에서 여러가지를 조사하곤 한다는 내용도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민수가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정작 점장님꼐서는 민수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번 일은 민수를 보고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을 토대로 하는 제안이라고 말했지만, 부모님께 직장 전화번호인 편의점 대표 번호도 알려드렸으니 전혀 영향이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집에 프린터기 없는데, 대신 신청서 좀 인쇄해주세요. 여기 보니까 학교 행정실로 이 서류 제출해야 하던데.”
속으로 투덜대며 부모님 탓, 점장님 탓을 하는 동안에도 민수의 손은 멈추지 않아서, 그새 휴대폰으로 서류에 필요한 내용은 다 작성한 상태였다. 하필이면 예전에 자신이 방과후 학교 강사를 희망했었던 학교였던데다가, 양식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서 몇 가지 항목만 손 보고 그대로 인쇄하면 끝이었다.
점장님꼐서는 그정도는 자신이 추천한 거니 해줄 수 있다며 USB에 담아가셨다. 점장님 말씀으로는 안 되면 학교 인쇄기로도 인쇄할 거라며 안심시키셨지만, 민수는 그런 부분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안심이고 뭐고 아무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엔 떨어지기리를 바라는 마음이 좀 있었다. 방과후 학교 강사도 도중에 그만 뒀기 때문에 학생들을 볼 낯이 없는 탓이기도 했다. 자신이 힘들다고 그만 둬 놓고서, 뻔뻔하게 다른 사람 부탁이라며 지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진짜 진심이 어디에 있는 지 민수도 몰랐다. 다만 그 서류를 볼 분들께서 혀를 차실 거란 예측만을 할 수 있었다.
 
민아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낡은 집이지만 오늘은 단전도, 난방이 끊기는 일도 없었다. 책상 다리는 부러지기는 커녕 너무 튼튼해서 내리쳐도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에 새로 산 책상이란 모양이었다. 과외받는 애가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이미 여러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워낙에 가난해 이런 평범한 플라스틱 책상도 구입하기 힘드니, 그렇게 자랑하는 것도 한 편으론 이해가 갔다. 자신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다 지겹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자랑을 하기에 지겹지만 들어주고, 바로 수업을 진행했던 거다.
숙제도 꼬박꼬박 잘 해와서, 나무랄 때 없었다. 심지어 숙제 뿐만 아니라 미리 예습까지 한 적도 있었고, 이렇게 풀어온 것마다 대부분 답이 맞아 그 재능이 안타까웠다. 민아는 나중에 그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임을 알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경황을 살피기도 바빠서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아무튼 민아는 이번 수업도 무사히 끝났다. 다만 다른 날과 다른 것이 있다면 오늘은 학생의 부모님께서 두분 다 안 계셨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민아를 반갑게 맞아주셨기에, 오늘만 없다는 것이 이상해서 학생에게 물었다.
“오늘은 왜 너희 부모님께서 안 계시니?”
그러나 학생도 모르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 뒤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알 수 있었는데, 자신이 일어날 때 즈음에는 이미 부모님께서 회사에 가셨다는 것 같았다. 야근은 잦아도 일요일 근무가 잦지는 않지만, 아주 드물게 두분 다 일요일 근무이신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과외를 해 주기 시작한지 이제 1달 밖에 안 되서 민아는 운 좋게 목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늘 우리 고모는 일요일 근무이신데, 얘네 부모도 그러실 수 있다는 걸 내가 왜 몰랐지?’
여전히 자기 일에만 집중해서 많은 부분을 놓치는 민아였다. 어쩌면 고등학교 2학년 생밖에 안되는 민아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지도 모르겠지만, 민아는 지난 번 일을 겪고도 눈치가 썩 좋지 못했다. 학생이 지은 어두운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어 내가 실례되는 발언을 했다며 어떻게든 수습하고자 했지만, 학생의 마음을 달랠 방법은 없었다. 이것이 어쩌면 오늘 하루종일 평탄했던 민아에게 다가온 시련일지도 모른다고, 민아는 자신에게 속으로 둘러댔다.
“누나, 이번 일은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어차피 다른 애들도 저희 집에 놀러오면 가끔 묻는 얘기인 걸요.”
민아는 학생이 자신을 배려하고 있음을 알았다. 애초에 학생은 예전에 자신이 친구가 없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민아 스스로도 생각이 폭주했던 어제를 생각하면 넘어가는 쪽으로 생각해야만 또 폭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고맙다는 말만 하고 뭐라 말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이번 과외도 별 탈은 없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민아는 과외가 무사히 잘 끝났다고 학생의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처음 보내는 것이라 학생의 부모님도 당황스러우신지 한참 뒤에야 알겠다는 짧은 답신이 날아왔다. 고모처럼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민아는 고모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에 빨리 돌아갔고,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고모에게 들키지 않고 과외 알바를 갔다올 수 있었다. 고모가 매번 갈 필요는 없지 않냐며 민아의 체력을 걱정했지만, 민아는 고모의 걱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친구가 많이 모자라서 가르쳐줄 것이 많아 그렇다고만 다시 둘러댔다. 그 말에 동생도 납득해 주어서 다시 들어가 공부할 때도 의심의 눈초리는 없었다.
한편, 민수는 민아가 자기 직전 즈음 편의점 알바에서 겨우 돌아왔다. 애초에 휴일은 일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이고, 그래서 휴일 근무 수당은 없지만 어쨌든 8시간 꽉 채워서 일하느라 생기는 일이였다. 오늘도 한적한 편의점이라 진상손님은 없었지만, 중간에 시스템이 먹통이 되어 손님도 당황하는 작은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금방 복구되어 밀린 손님 없이 끝이 났지만, 오늘 방과후 학교 강사 신청도 그렇고 민수에겐 찝찝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집에 막 들어오고 나서도 괜히 집에 누가 들어왔나 걱정하고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다. 비밀번호를 해킹하지 않고서야 이 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민수의 어머니 뿐이었지만, 어머니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여태껏 없었기에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은 평범한 퇴근 시간대라 대충 둘러대어 문제될 것도 없었다. 즉, 당황할 부분이 없는데도 이렇게 어설픈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러나 민수의 조심성과는 달리 아무런 일도 없어서 민수도 가까스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내일 있을 초빙 관련 1차 합격자 공지가 민수 마음을 심숭생숭하게 만들까 걱정될 뿐이다.
다시, 민아는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부가 안 되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아주 잘 되어서 하다보니 어느덧 새벽 2시였다. 내일 아침에 피곤할 것이 뻔했지만 아직 시험 대비 기간은 아니라서 커다란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커피가 아주 잘 듣는 편이라 굳이 고 카페인 음료를 먹지 않아도 잠을 깨는 게 비교적 간단했다. 필요하면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자면 됐다. 오후 수업 때 배고프겠지만 학원도 안 다니니 저녁을 빨리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너무 늦게까지 공부한 것 때문에 하나 놓친 것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나눠준 방과후 학교 신청서였다. 다행히 화요일까지 제출이라 민아에게 당장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얘 까먹고 있는 점은 문제였다.
다들 추운 날씨에 독감 조심하세요.
이번에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블루투스 키보드가 왔으니 이제 집필 속도가 조금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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