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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둠 연구소(구. 사회적 어둠)


방과 후 (1)


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때민수는 이번 남은 학기 동안 방과후 학교 강사가 되었다. 분명 지난번에 방과후 학교 강사를 할 때는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만큼 힘들었는데, 이번엔 더더욱 높은 경쟁률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민수는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점장님께서 부탁하신 거니 그런 절차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다. 그때엔 이 공고를 아는 사람도 몇 없어서인지 조회 수도 높지 않았고, 신청 양식을 받은 사람은 그보다 더 적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였다. 3명을 뽑는 것과 1명을 뽑는 것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여도 컸다. 지난번 선발 때의 3분의 2만큼 모였으니 지난번보다 적어도 2배 더 많은 사람이 한 명을 뽑는 데 모인 거였다. 이전까지는 그렇게까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도 민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체감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지 못하고 백수인 상황이 감점 요인이 되어 남들보다 못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높은 성적과 많은 자격증에 놀라워했지만, 정작 어떠한 직장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한 달마다 직장을 옮기는 일이 일어난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민수도 이것을 솔직하게 말하면 절대로 붙을 수 없음을 알기에, 단순히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을 다녀봄으로써 자마다 따라붙는 말은 다름 아닌 한 달 안으로 그런 걸 알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민수 정도의 빠르고 높은 학업 성취를 생각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면접관들은 일반인이기에 결코 이해할 수도 없는 이유였다. 민수는 그래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면접관들을 탓했다. 아무리 변명이라지만, 자기 딴에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질문이 날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민수는 무사히 넘기고 합격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전 이력이라곤 예전에 방과후 학교 강사를 했던 경력과 각종 자격증을 따 놓은 것 외엔 어떤 것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이 들어오기도 어려웠다. 민수의 나이는 아직 젊었고, 단지 민수의 의지에 따라 대학교에 가지 않았을 뿐이었으니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불쌍해서 그런 채용이 결정되었을 수도 있다.

“하아…….”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방과 후 교사도 1년은 계약이 보장되겠지만, 그렇다고 다음 1년이 보장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었다. 당장 주변 얘기를 들어보기만 해도 방과 후 교사가 1년 뒤 바뀌어서 같은 강좌인데 내용은 계속 같고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강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서 아이랑 맞지 않아 작년과는 전혀 평이 다르다던가, 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만큼 불안정한 것이 방과 후 학교 교사인데, 민수는 이게 괜찮은 건지 확신이 없었다. 학원 강사를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았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걸로는 당연히 돈을 벌기도 빠듯한 편이다. 그러나 모처럼 합격까지 했는데 개인 사정이라며 거절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누군가는 배부른 고민이라고도 말할 터이다. 하지만 어쨌든 민수에게는 이제 안정된 직장이 필요했다. 그것을 언제까지나 부정하고 오랫동안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민한 것이다. 그러니까, 민수가 잘나서 이런 고민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민수는 자신이 가진 우수한 조건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도, 그걸 활용할 생각조차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날렸고 그 결과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속에 고등학교 성적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몇 년간 노력해온 다른 고졸 취업 준비생들과 같은 위치까지 밀려나고 만 것이다. 말 그대로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할 것은 없었다. 마이스터고를 나온 것도 아닌데 인제 와서 기술로 취업시켜줄 기업도 없다. 그렇다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것도 아니니 준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리라. 여러모로 민수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한편, 민아는 겨우 신청한 방과 후 강좌에 대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사실 민아는 혼자 공부해도 충분하였으나, 방과 후 강좌를 듣지 않으면 생활기록부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듣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정부에선 사교육비 절감이나, 일자리 창출 등으로 홍보하긴 하지만 민아가 느끼기엔 단순히 생기부에 써줄 것을 늘려주는 역할이었다. 대부분이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시작되는데,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학교에 붙잡혀 수업을 듣다 보면 방과 후 학교 강좌까지 꾸준히 들을 정도의 체력이 남아있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들을 수는 있기에 가능한 한 열심히는 듣고 있지만, 이미 집에서 예습 다 해온 내용을 두 번, 세 번 보고 있는 것은 역시 지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본인도 직접 과외 알바를 하는 입장이니, 그것 때문이라도 복습을 몇 번이고 철저히 해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끝없는 예습과 복습의 반복이었다. 서로 다른 내용일 때도 있고, 같은 내용일 때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공부였기에 민아 입장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내용일지라도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동아리도 뭔가 색다른 활동을 요구하는 동아리가 아니고, 스포츠 클럽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문제집을 풀거나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니 민아의 하루 중 쉬는 시간이란 단 몇 분이 채 안 될 것만 같았다. 이것이 지난날 민아의 일탈이 그닥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하는 일은 확실히 빡빡했지만, 별달리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미 시간 대부분을 공부에 투자하고 있는 현재로선 하루를 빼먹는다고 과외를 못 한다거나, 학교 수업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민아가 무리하게 앞선 내용을 공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또 이전 내용도 이미 완벽에 가깝게 기억에 남아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슬슬 지쳐가는 와중에도 성실히 할 것을 다 마무리한 민아는, 다시 과외를 나가기 위한 복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다음 달 첫째 주부터 방과 후 학교가 시작될 텐데, 그전까지 많은 내용을 복습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힘에 부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적으로는 비효율적일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기억하기 위해서는 한 번 까먹더라도 나중에 다시 보았을 때 빠르게 외울 수 있는 편이 좋아 이번에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새로운 일은 없으니 지금 하는 준비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으리라. 민아는 조금 지치기는 하지만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민수와 민아가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이, 민수가 일하는 편의점 점장의 고민은 쌓여만 갔다. 그동안 민수를 신경 쓰느라 본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 어느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손을 놓아주어야 할까. 솔직히 이 편의점의 위치는 썩 좋지 못한 곳에 있어서, 일부 손님만으로 먹고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알바생을 들이니, 당연히 점장인 이 사람의 고민은 늘 수밖에 없었다. 가맹비에 각종 수수료와 임대료까지 떼이고 나면, 또 거기서 세금이 떨어져 나가고, 거기에 남는 것은 정말 쥐꼬리만 한 금액이었고, 거기에서 민수의 월급을 준다는 것은 정말 빠듯한 것이었다. 최저 시급은커녕 그것의 반도 주질 못하니 몇 개월째 가족에게 꾸거나 빚을 내서 주는 형편이었다. 민수라는 알바생이 일을 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고용하고 있기에는 부담이 너무 빠듯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놓아줄 수 있도록 아는 지인을 통해서 방과후 학교 강사 자리를 지원해 보라고 귀띔해준 것인데, 민수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만둘 생각보다는 투잡을 뛸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시간대가 분명 맞지 않을 텐데, 아마 시간대 변경을 요청하겠지. 편의점 점장은 민수를 볼 때마다 꼭 자기 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쉽게 다음 달부터 나오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빚을 갚으라며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꾸준히 이자는 갚고 있지만, 이 상권이 그렇게 활발한 상권도 아니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아니라 이자를 제외한 원금을 갚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한 번 빌린 후에는 후회가 밀려와 가족에게서 끌어 쓰고 있지만, 이렇게 계속했다가는 카드 돌려막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궁지에 가깝게 몰렸다는 느낌이었다.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가게 문을 닫기 전에 민수부터 불러 다음 달부터 문을 닫는다고 어서 얘기해야 했다. 이제 곧 있으면 편의점 가맹 계약도 만료된다. 이참에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는 것도 고려는 해 보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인테리어 비용을 전부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라 현재의 빠듯한 상황에서 판도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하던가, 최소한 지금 있는 대출이라도 갚아야 한다. 그래서 민수를 해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대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노력한 만큼 누군가로부터 최대한 덜 도움을 받고, 또 그만큼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일종의 오기였지만, 그래도 계속 빚만 지다가 민수에게도 체면을 구기고, 주변인들에게 폐만 끼치는 상황만은 면하고 싶었다. 어차피 편의점 브랜드가 바뀐다고 매출이 크게 오를만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모험했다가 괜히 매출만 떨어지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면도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빚을 진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참담한 현실만을 목격한 점장은 그 뒤로도 한참을 고민하며 머리를 싸맸으나, 여전히 결론은 변하지 않았고 도리어 확고해져서 결국 다음에 민수가 아르바이트하러 왔을 때 말해주기로 했다. 전화로 전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그렇게 전달했다간 민수에게 실망을 안길 것만 같아 하는 수 없이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그런데도 점장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이 일정이 미정이었다. 적어도 그런 마음이었다. 모든 편의점 점장이 알바생들에게 그런 마음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만은 그런 종류의 미련이 있었다.
소설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5월 2일날 전해드리고 싶었으나 예기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생각보다 오래걸린 탓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만은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여 겨우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연재 일정은 미정이나, 다음에 올릴 때에도 수요일에 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되도록이면 다음 주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략 5월 7일부터 계속 몸이 아파서 큰일입니다. 수학여행을 온 상황인데 계속 맛있는 걸 마음껏 못 먹고 몸을 사리게 되네요. 여러분도 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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