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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단편집


도달하기 힘든 그곳

순수성


"너는 종교를 믿니?"
진수가 민영이와 같이 카페에 왔을 때였다. 민영이는 말끝을 흐렸다.
"뭐. 딱히 믿는 건 아니지만. 별 생각없어."
진수는 커피잔을 들었다.
"그치. 하지만 너가 보는 그 소설책있잖아. 거기에서는 사람들이 종교를 믿던데."
"그렇지."
"그렇다면 종교를 믿지 않는 너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이유가 뭐야?"
​"​그​건​.​.​.​.​.​.​"​
바닥에 고양이가 움직인다. 옆 테이블에는 남자와 여자가 섞인 학생들이 친한 사이인지 지들끼리 이야기를 하고있다. 늦은 오후이기는 하지만 하늘은 아직 밝다. 창 밖으로는 거리의 모습이 한눈에 보일지도 모른다. 민영이는 말을 이었다.
"내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려​는​건​가​?​"​
민영이가 진수를 보았다. 진수는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이 대화가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아니? 물론 약하게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그 소설의 여러가지 배경설정 중 하나일 뿐이긴 하지."
"그래서 말하려는게 무엇인데?"
"그렇다면 그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는 적어도 종교적인 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겠네?"
"뭐.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 없어."
"그렇다면야 뭐."
 진수는 지금의 대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주변에 종교는 항상 숨쉬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물론 지금의 상황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칸막이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보고 누가 종교적으로 생각하겠는가? 물론 고양이는 종교적으로 숭상받기도 했고 미움받기도 했다. 그건 아마도 고양이의 독립적인 성향 탓일 것이다. 반면 강아지는 인간에게 복종하는 쪽이고 그래서 그들은 종교적으로 별로 관심을 받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편의에 따라 종교를 끌어들이고 기피한다.
"물론 그건 소설일 뿐이야."
민영은 다시 말했다.
"왜인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더 가치있어 보이기도 하니까. 현실적으로 보면 모래성 위에 지은 편의적인 가치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믿을 시간에 따른 일을 하라고 하고 싶어. 물론 그러는 나는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고 있지만 그건 재미있기라도 하잖아? 종교에 있어서는 말이지. 나는 그 순수성에 대해서 동경하게 된다고. 그런데 웃긴건 종교를 믿고있지 않는 나도 어느정도의 순수성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종교를 통해 얻어지는 건 신성성이 아닐까 생각이 된단 말이야. 그리고... 또......"
 갑자기 카페에 강도가 들어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시종일관 고요한 카페다.
"이 카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이 카페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잖아? 그리고 이 무늬를 봐. 우리나라 문화권의 무늬라고 볼 수 없어. 이런 디자인은 일반적인 논리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 대단히 예민하고 세밀한 감각의 소유자가 이런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 마찬가지로 나는 이런 감정을 소설에서도 느끼고 싶은거야."
"그런 감정?"
"맞아. 보다 특별한 무언가에 대한 감정 말이지. 종교에 있어서는 그 숭고함이라는게 존재한다고. 요즘 삶을 살아가다보면 모든게 하찮아 보일때도 있단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꿔야 한단 말이지. 그게 우리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멋진 사람을 보면 동경하게 되니까. 요즘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그들의 외모에 사람들은 반하는 것 같더라고. 하지만 외모만을 보는 것은 역시 편의적인 사리판단에 미칠 뿐이지. 우리는 사람을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단 말이야.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가꾸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였는지 말이지. 그런 면에 있어서 멋진 사람들이 그득하게 존재하는 소설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좋은 영감을 불어넣어주는지 너는 알겠니?"
 진수는 민영에게 물음을 던졌다.
"너는 지금의 인생을 완벽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니?"
"아니야. 전혀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애를 쓰던데 인간은 사실 처음 배울 때는 아무것도 못하는 단계에서 시작하기 마련이지. 하지만 배우는게 서툰 나 같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100%는 커녕 20%의 성취도와 실력을 보유하게 될 뿐이라고. 그런데 우리는 타인에게 100%의 실력을 바란단말이지. 인간은 본질적으로 20%? 혹은 15%정도의 실력을 내는데에 최적화가 되어있다고 나는 생각해. 따라서 완벽주의를 버리고 나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생을 살고싶단 말이지."
 진수는 그녀의 말을 반박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반박을 하기에는 왜인지 그녀의 말이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카페의 이름에 star라는 말이 들어갔었나? 진수는 자기 자신이 소설속의 용사, 신도, 왕, 귀족, 주술사 같은 신분이 아닌 그정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래도 그는 이 삭막한 도시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어찌보면 볼품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밤 진수는 그의 꿈속에서라도 드 넓은 들판위를 거닐다가 잠이 들 수도 있었다.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진수는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대단히 개인주의적인 발상이다. 진수와 민영은 카페에서 나와서 각자 집으로 되돌아갔다. 야외에서 서 있을 때의 그 순간의 공기까지 미학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들은 자신만의 테마파크 속에서 보다 개인적이고 사연이 많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주변의 무늬나 장식까지 모두 설명이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내가 봐도 두서가 없어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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