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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눈송이


외전. 휴식 - (1.5) (19금)


 "하아, 하아, 너무하십니다."

"뭐가요?"

아롈이 그렇게 말한 것은 두 번쯤 절정에 올랐다가 내려와 헐떡일 무렵이었다. 채 점막이 섞여들기도 전에 애무만으로 아롈은 몸이 부서지듯 떨며 흐느꼈다. 세시안은 한창 신부의 골반께 근처에 입을 맞추다가 고개를 들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부터 내려오는 선을 따라 꽃잎처럼 붉은 자국이 남았다. 잡티 없이 부드럽고 연약한 피부는 조금만 빨아들여도 쉽게 붉어졌다.

"아니, 무슨 분부이십니까? 여대공 전하?"

"항상 ​일​방​적​이​시​잖​습​니​까​!​ 으응."

안에 들어가 있던 손가락을 조심스레 빼자 허리가 들썩였다. 질척한 소리가 났다. 손가락 끝으로 동그랗게 부풀어오른 음핵 끝을 둥글리자마자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나왔다. 차가운 목소리에 놀랐지만 진지하게 화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잠시 멈추었던 애무가 그대로 이어졌다.

"뭐가 그렇게 일방적일까요?"

"으응, 그건, 아, 잠시만, 으으응."

원래도 쾌감을 응축해놓은 듯 예민한 부분은 예뻐해줄수록 계속 예민하게 쾌감을 토해냈다. 손이 잡을 곳을 찾아 허공을 헤집다가 얼굴을 가렸다. 사랑스러워라. 금세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응?"

그는 은은하게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통증을 외면하듯이 양 가슴 중앙의 편평한 부분에 입을 맞추었다. 초조해서 입이 바싹 말랐다. 아랫도리가 이미 흥건했다. 손가락이든 성기든 넣으면 환영하듯 죄어들 텐데. 대신 그는 욕심을 참듯이 아담한 가슴을 물었다.

"아!"

열매처럼 예쁜 유실을 빨아들이며 혀로 굴리자 목소리가 높게 튀었다. 손끝이 조금 더 빠르게 문지르고 동그란 부분을 굴렸다. 송곳니로 살짝 가슴을 깨무는 순간 부서지듯 몸이 떨렸다.

"읏. 으으응."

그는 잠시 애무를 멈추었다. 목부터 가슴팍까지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아롈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가냘픈 다리가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또 다시 욕심 때문에 허리가 꿈틀거리는 기분이었다. 지금 붙잡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둥거리며 예쁘게 울 텐데. 사실 지금은 어딜 만지든 민감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 참기 힘들어라. 그는 꾹 참으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래서요?"

"으응."

눈이 풀렸다. 아, 예뻐라. 세시안은 그가 잔뜩 반해 있는 소녀를 끌어안곤 이마며 코에 입술을 댔다. 예뻐서 죽어버릴 것 같다. 그러나 아롈은 생각이 달랐던 듯 숨을 좀 고르자마자 눈을 치떴다.

"바로 이런 것 말입니다, 항상 저만 ​괴​롭​히​시​잖​습​니​까​!​"​

쾌락에 젖어 새빨간 얼굴이 그를 노려보았다. 연둣빛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제가 아렐르를 괴롭혔나요?"

"아니라고는 못하실 겁니다."

다소 토라진 듯 샐쭉한 눈빛에 목소리였다. 이른바 사랑싸움이라는 종류의 투정이었다. 화를 내는 건 무섭지만 이런 투정이라면야.

"저는 정반대라고 생각했는데요?"

세시안은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을 속성으로 겪는 중이었다. 머리를 비우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도통 잘 되지 않았다. 손을 잡든 허리를 끌어안든 어디 한 군데가 붙어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따로 있으면 내내 무얼 할까 궁금했다. 아프면 조마조마하고 웃으면 기뻐서 두근거렸다. 이게 괴롭히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가 스스로의 말을 납득하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아롈은 기가 차다는 듯 숨을 토했다.

"항상 하고 싶은 대로만 하시면서."

"정말요?"

그는 몸을 밀착시키듯 끌어안았다. 연둣빛 눈이 동그래졌다. 귓가에 대고 부들부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뭘 얼마나 참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그보다, 저, 저기, 조금만 떨어져서, 으으, 얘기를."

"왜요?"

이유를 모르는 바도 아니면서 목소리는 사뭇 태연했다. 오히려 허벅지로 다리를 감듯 붙이자 아롈은 빨갛게 물들어서 파닥거렸다. 밀어내려고 했지만 놓아줄 리 만무했다. 한참을 망설이며 버둥거리던 소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닿, 닿, 닿았단 말입니다."

"닿는 걸로만 끝낼 생각은 없는데요?"

"전하!"

그는 간신히 아롈을 놓아주고 무너지듯 엎드려 웃었다. 그 옆에서 아롈이 눈을 치뜨고 노려보았다.

"알았어요. 그럼 오늘은 마음대로."

흘러내린 금빛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옆으로 누워 얼굴을 마주하는데, 오후의 나른한 햇살 아래 그저 반짝이는 기분이었다. 긴 금빛 속눈썹 끄트머리에 맺힌 영롱한 빛처럼. 행복의 색은 이 정도 될까. 그는 문득 가늠해보다가 다시 웃었다.

그저 여기서 끌어안고 안으면 안도하며 안길 테지만, 그럼 또 재미가 없다. 그는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선언했다.

"아렐르가 마음대로 하면 되겠다."

 

따뜻한 햇살이 기분 좋았다. 그 맑은 햇살 아래 새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로, 아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평생 겪을 일 없었던 위기였다. 진심으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어루만져주는 손길도, 여기저기에 닿는 입맞춤도 좋았다. 일이 끝나면 품에 안겨서 노곤노곤 드는 잠도 달았다. 그저 끌어안겨서 정신없이 휩쓸려 흐느끼다보니 눈에 들어온 여상한 얼굴이 얄미웠을 뿐이었다. 그저 투덜거리고 싶었을 뿐이고, 그것은 말하자면 어리광의 일환이었다. 다소 투닥거리다보면 웃다가 하던 일을 마저 하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올 줄이야.

"응?"

못하겠다고 빼버릴까. 그러나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경험상 여기에서 빼버리면 밤이 올 때까지 실컷 괴롭히겠지. 눈물이 글썽글썽해질 떄까지 가지고 노는 것이 남편의 취미 중 하나였다. 애원하는 게 뭐 그리 재미있다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연둣빛 눈이 알 수 없는 결의 비슷한 것을 띠었다. 아롈은 머뭇머뭇 몸을 움직여 타고 올라갔다. 개암색 눈에 흥미가 돌았다. 욱, 오기가 치밀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포기하고 뺄 줄 알았나보다.

"꺅."

적당히 허리께를 타고 앉으려다가 식겁했다. 단단하고 뜨끈뜨끈하고 외설적인 무엇인가를 깔고 앉을 뻔했다. 매일 몸 속에 들어오는 곳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었지만 부끄러웠다. 식겁해서 엉덩이를 들자 남편은 입까지 가리고 킥킥거렸다. 아롈은 그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잠시 노려보다가 다시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혀가 섞여들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비슷했다. 위치만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 다음은 목이다. 기억을 더듬어 입술로 목을 훑었다. 나른한 신음이 흘렀다. 풀어놓은 머리칼이 휘장처럼 흘러내렸다. 목과 쇄골 주변을 왔다갔다하면서 쓸어내리다가, 손으로 따뜻하게 달아오른 살갗을 만져보았다. 남자의 몸은 여자의 것보다 훨씬 각지고 단단했다. 네모진 어깨와 팔뚝을 쓸어내리다가,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이 살짝 유두를 쥐었다. 허리가 약간 들썩였다. 힘을 주었다가 놓았더니 세시안이 킥킥거렸다.

"간지러워요."

입술로 덮어 빨아들이자 웃음이 잦아들었다. 미미하지만 쾌감 어린 숨이었다. 혀로 끄트머리를 굴리자 손이 올라와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롈은 입술을 떼고 턱을 갸웃 기울였다. 재미있었다. 더듬다가 어느 부분을 스치면 근육이 움찔거렸고, 그 부분을 다시 더듬어 어루만져주면 숨이 거칠어졌다. 어루만지다보니 스스로의 반응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아롈이 어질어질해서 신음을 흘리는 데에 비해 그의 반응은 훨씬 조용했으므로.

가슴 아랫부분에 자국을 남기듯 빨아들여 울혈을 새기고, 허리께나 등 부분을 만져보다가 유난히 등이나 날개뼈 근처가 예민하다는 것도 알아냈고, 가슴을 깨물면 아프다고 싫어한다는 것까지 알아내었을 때쯤 아롈은 슬슬 다음 과정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엉거주춤 옆으로 내려앉았다.

"왜요? 벌써 포기인가요?"

당장이라도 눕히고 싶다는 듯 벼르는 목소리였다. 잔잔한 쾌감은 이미 잊었다는 듯 산뜻하기도 했다.

"아, 아닙니다."

"그러면?"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맞추었다. 팔에 휘감겨 아랫입술을 빨았다. 그리고 손이 아랫도리로 내려가 '그것'을 잡았다.

"아."

생각보다 굉장한 반응이었다. 아롈은 손에 남은 신기한 감촉에 놀랄 겨를도 없이 움찔했다. 세시안은 입술을 떼고 급한 숨을 내뿜었다.

"잠깐만, 아렐르, 그거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 윽."

몸을 그렇게 섞었지만 성기를 손으로 만져본 적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길고 두꺼웠다. 양손을 내려서 아래 위로 잡았는데도 끝이 한참이나 위로 올라왔다. 말랑한지도 단단한지도 모를 감촉이 신기해서 손을 조금 움직였다. 위의 가죽은 말랑하게 움직이는데 속은 단단한 그대로 비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가늘게 떠보자 눈앞에서 항상 그 여유작작하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여유라곤 없었다. 큼지막한 손이 아롈의 등을 끌어안았다.

"잠깐, 아, 그렇게 움직이지 말고요."

언제는 말을 들어주었다던가. 손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말로 할래요? 으."

나름대로 억눌러 참는 듯했지만 달아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숨이 거칠어졌고 몸도 뜨거웠다. 무엇보다 손에 잡혀있는 길쭉한 살덩이에서 다급한 맥박이 느껴졌다.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니 정말로 재미있었다. 아롈의 손길 하나에 큰 남자가 바르르 떨고 있었다. 무슨 기분일까. 쾌감에 뇌가 녹아버리는 기분? 허리부터 머리까지 차올라서 톡 건드리면 뻥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 아니면 질척하게 젖어든 하반신이 시큰거릴까. 그것도 아니면 속이 꽉 차서 아래가 비벼질 때마다 숨이 막힐까.

"하아. 참기 힘들어요. 제발."

거짓말은 아닌지 이젠 숫제 아롈을 끌어안다못해 쇄골에 이마를 비비고 있었다. 아롈은 몰래 이마를 찡그렸다. 잠깐 흔들었을 뿐인데 팔이 아팠다. 단단한 끄트머리가 쿡쿡 배를 찔러왔다. 그리고,

"윽."

낮은 신음이 흐르고, 배에 미지근한 백탁액이 끼얹어졌다. 비릿한 냄새가 나고, 손에 쥔 것이 두근거리듯이 꿈틀거리며 조금씩 짧아졌다. 아롈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그것을 놓았다. 손을 씻고 싶은데 여의치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세상이 휙 뒤집어졌다. 아롈은 역광을 받은 연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마부터 목까지 땀이 잔뜩 맺혀있었다. 하지만 아롈을 겁먹게 한 것은 그 눈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긴 글렀다는 예감이 들었다. 잠이나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기이할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미​있​으​셨​나​요​?​"​

아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손으로 가릴까요?"

큼지막한 양 손목을 차례차례 떼어 머리 위로 올려 모아쥐었다. 아롈은 부질없는 반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목에 힘을 주어보았다. 놓여날 턱이 없었다. 결국 희고 가냘픈 몸이며 분홍빛 유두가 달아오른 남자 앞에 만찬처럼 드러났다.

"응?"

뺨에 입맞추는 게 언제부터 이렇게 끈적했더란 말인가.

"이제 제 맘대로 해도 돼요?"

"항상 그러셨잖습니까."

"그럴 리가. 전 항상 참고 있었는데요?"

괜히 지기 싫어서 볼멘 소리를 해보았더니 무시무시한 답변이 돌아왔다.

"예?"

"이 머릿속에 아렐르가 기겁할 만한 생각이 꽤 많다는 이야기, 농담 아닌데요."

손목을 잡은 왼손이 아닌 오른손이 유실을 잡고 가볍게 비볐다. 짧은 쾌감이 올라왔다.

"아."

그리고 배를 무언가가 쿡쿡 찔렀다. 설마. 아롈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기겁해서 고개를 다시 들었다.

"이러면 아프겠지, 저러면 싫어하겠지, 그러면 도망가겠지, 이래저래 꾹꾹 누르고 참고 있었는데요?"

아롈은 항상 남편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뱃속에서 울리는 저릿한 목소리, 낮고 매끄럽고 우아한. 그 목소리가 외설적인 색채를 띠었다.

"시험해볼래요?"

 

고개를 끄덕였던가? 아니, 예 비슷한 말의 토막을 입 밖에 내었던가.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아롈은 시트를 쥔 채 얼굴을 침대에 묻었다. 큼직한 것이 몸을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뱃속이 찌르르 울렸다.

"아, 잠깐만."

"아까도 봐주지 않았잖아요."

"그건 먼저 하셨던 일을 생각을 하셔야, 아읏."

승낙의 표시 비슷한 것이 나오자마자 몸이 뒤집혔다. 머리 위에 있던 손이 놓인 것에 안심하여 몸을 받치기도 전에 엉덩이가 들렸다. 그리고 상상도 못한 자세에서 성기가 들어왔다. 아프지는 않았다. 한참동안의 애무로 습해진 속살은 성기를 무리없이 머금었다. 그저 버거울 뿐이었다. 너무 크고, 너무 깊었다.

"아응."

그간 정사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얌전히 누워서, 가끔 자극적일 때에는 마주 앉아서, 그런 자세와는 들어오는 깊이가 달랐다. 쿡쿡 몸을 찌를 때마다 머릿속까지 같이 뭉개지는 것 같았다.

"흑."

코끝이 찡했다. 반사적으로 다리 사이가 조여들었다.

"아."

조일 때마다 두 가지 신음이 섞여들었다. 단단했다. 계속 다른 종류의 쾌감이 치밀었다. 조금씩 익숙해질만하면 다른 곳이 찔렸고 그럴 때마다 눈앞이 새카맣게 터져올랐다.

"응, 제발, 제발."

그만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더 올라가고 싶기도 했다. 달아오른 뺨과 갈구하는 얼굴을 감추고 신음했다. 한 번 터지듯 달아올랐다. 아담한 가슴이 출렁였다. 그 끝에 쾌감이 이슬처럼 모여 맺혀 시큰해졌다. 한 번 올라가 정신없이 느꼈는데도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땀이 맺혔다. 흐느끼다가, 애원하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바르르 떨면서 엉엉 흐느꼈다. 뺨이 온통 젖어들었다. 그러나 아랫도리는 질척질척 시끄럽고도 야한 소리를 내며 침을 뚝뚝 흘렸다. 버거운 것은 오직 머리 뿐, 속살은 아니라는 것처럼 게걸스레 성기를 오물거렸다.

죄어들 때마다 낮고도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렀다. 아랫배에 들어온 손이 꽃잎 두 장을 헤치고 살점을 비빈 순간 기어이 허리가 무너졌다.

"아앗."

세 번째로 맞이한 절정은 하늘에 구멍이 뚫려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 사라지는 듯한 새까만 감각이었다. 해방감, 그리고 피로감. 부끄러움이나 수치심 같은 인간적이고 고상한 감정들은 이미 곱게 가루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고 본능과 쾌감을 갈구하는 열기만이 남아 몸을 데웠다. 아롈은 덜덜 떨면서 눈을 감았다. 사정을 한 성기가 빠져나오는 감촉조차 선뜻했다. 역시 땀에 젖어 헐떡이는 몸이 옆에 누워 몸을 끌어안았다.

"이제 믿어줄 건가요?"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아롈은 몸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쳐 잠들었다. 죽을 것 같았다.

말씀드린 적 있었나요? 저는 보통 글이 너무 안 써질 때에나 기분이 안 좋을 때 기분 전환용으로 씬을 씁니다. 씬은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떠오르는 대로 쓸 수 있어서... 그래서 캐붕이나 어울리지 않는 표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이 섹스 컨텐츠를 하나하나 해금해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야하게 쓰고 싶었는데 별로 안 야하네요.

본편은 써지는대로 바로 올리겠습니다. 잘 안 써지네요ㅠㅠ 느긋하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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