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한동안 나 외의 사람들(토모에씨와 미키)이 카나메가 가진 노트로 한바탕 웃은 뒤, 토모에씨의 선도로 우리들은 어제 사역마들과 전투를 벌였던 쇼핑몰의 개장중인 플로어로 다리를 옮겼다.
토모에씨가 자신의 소울젬을 우리들이 보기 쉽도록 손으로 든다.
“――봐, 이 소울젬. 빛나는게 보여?”
토모에씨가 말하는 대로 소울젬은 아스라이 빛나고 있다. 그 광원은 어제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노란색이다.
“예.”
토모에씨가 던진 질문에 대해 카나메가 대표로 대답을 돌려준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뒤 토모에씨는 카나메와 미키에게 소울젬을 보여준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빛은 어제 마녀가 남긴 마력의 흔적. 즉, 마녀의 마력에 반응하는 거야. 마녀를 찾을 때는 이 반응을 의지하는게 기본이야. 이렇게 소울젬이 포착한 마녀의 기색을 따라 가는 거야.”
이미 나는 어제 비슷한 설명을 들었기에 그다지 별 생각 없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할 겸 듣고 있었지만, 미키가 자신이 생각한 걸 그대로 입 밖으로 꺼낸다.
“와…… 의외로 수수하네요…….”
이 녀석은 현실에 뭘 바라고 있는 걸까. 현실은 현실이고, 판타지의 세계와는 달라. 뭐든지 훌륭하고 눈부신 것들일 리가 없잖아. 아무리 마법소녀라거나 마녀라거나 하는 만화영화 세계의 단어가 튀어나온다 해도 여기는 현실이다.
내가 놓여있는 상황 역시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인식하는 것조차 불가능 한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고.
토모에씨는 쓴웃음을 띄우며 “갈까.” 하고 마녀를 찾아 우리들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
마을에는 기울어가는 태양의 주황색 빛이 비치고 있다. 우리들이 마녀를 찾기 시작한 뒤 대강 2시간. 미타키하라마을을 목적지도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들을 비웃는 것처럼 토모에씨가 손에 들고 있는 소울젬은 전혀 반응이 없다.
“전혀 색이 변하지 않네요.”
아무 변함도 없는 이 상황에, 아까까지 치솟아 있던 텐션이 억지로 처박혀 버린 미키가 푸념을 한다. 간단히 마녀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리 빨리 찾을 수 있을 리도 없는데.
“놓친 뒤에 하룻밤이나 지났으니, 흔적도 옅어져 있는거야.”
토모에씨는 투덜거리고 있는 미키를 “어쩔 수 없다”며 달래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듯 나와 카나메는 조금 뒤에 나란히 걷고 있다. 덧붙여 큐베는 앞쪽 그룹에 있다.
그렇다 쳐도 카나메와 나란히 걷는 건 조금 거북하다. 그렇다고 할까, 사춘기의 소년은 이성과 나란히 걷는 것 자체가 불편하니까.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까…… 그런 이유로 말이 끊겨 버린다. 혹시나 미키같이 저쪽에서 말을 걸어주는 타입이라면 말이 끊겨버리는 일이 없을 테니 정말 도움이 될텐데. 하지만 카나메는 그런 타입이 아니니까 현재진행형으로 곤란해하고 있다.
“저, 저기…… 무카이군.”
그런 식으로 거북한 분위기를 마음속으로 한탄하고 있자, 생각지도 못하게 카나메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왜?”
“……고마워. 나 무카이군 덕분에 호무라에게 사과할 수 있었어.”
“아아, 그런가. 그건 잘 됐네.”
점심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카나메는 아케미 호무라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했다. 그건 마법소녀에게 있어서 질문받고 싶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화냈다…… 아니, 충고를 했다.
그걸로 카나메가 자신이 한 일을 사과할 수 있었다면 잘 됐다.
“그래도 호무라에게서는 그리 좋은 대답을 듣지 못했어. 나 미움받고 있는 걸까?”
“어떠려나,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몰라. 하지만 혹시나 카나메가 뭐든지 다 싫어진다면 내게 말해줘. 그러면 네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쳐 줄게.”
그래. 혹시나 카나메가 뭔가에 헤메이게 된다면 내가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자. 나의 구제라 하는 길을…….
“엣? 무슨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혹시나 싶어서 한 소리야.”
내 말에 카나메는 의문을 품었지만, 아직은 가르쳐 줄 수 없다.
“토모에씨, 반응 있었어요?”
그러니 나는 토모에씨에게 말을 거는 걸로 강제적으로 화제를 바꾼다.
“아직 반응은 없어.”
“그런가요. 그러면 어제 말한 것처럼 자살현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쪽이 효율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네. 그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내 조언에 곧바로 동의하는 토모에씨.
그러자 미키가
“저기, 마미씨. 자살현장이라는 건 무슨 소린가요?”
“마녀의 저주는 사람을 자살로 내미는 경우도 있어.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자살현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도 마녀를 찾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야.”
“그런…….”
“그 외에도 마녀의 저주의 영향으로 교통사고나 상해사건도 일어나니까, 큰 도로나 싸움이 나기 쉬운 환락가에선 우선적으로 저런 것들을 체크해야 해. 그리고 병원도.”
“병원인가요…….”
“응. 병원에 마녀가 들러붙으면 안 그래도 약해져 있는 사람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니까, 제법 곤란한 상황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 주의가 필요해.”
“병원…….”
병원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신경 쓰는 것 같은 미키. 병원에 아는 사람이라도 입원해 있는 걸까 나도 아는 사람이 입원해 있긴 하지만 그리 신경 쓰이진 않는다. 그 지인을 걱정할 바에야 지금의 나를 걱정하고 싶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타이밍 좋게도 소울젬이 노란색 빛을 발했다.
토모에씨는 거기에 즉각 반응했다.
“제법 강한 마력의 파동이야. 가까울지도.”
““에?!””
같은 학년의 여자애 두 사람은 갑자기 바뀐 전개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할 수 없기에 내가 상황을 이끌어 가기로 했다.
“어느쪽인가요?”
“이쪽이야!”
소울젬이 반응하는 쪽으로 토모에씨는 달린다.
“봐, 너희도 따라와.”
나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어 그녀들이 달리기 시작한 걸 확인한 뒤 나도 토모에씨의 뒤를 쫓았다.
토모에씨가 가는 대로 우리들 중학교 2학년 트리오는 그 뒤를 따라간다.
불쾌하다는 듯한 눈길을 향하는 통행인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큰길을 달려, 도중의 골목길로 들어가자 우리들의 눈앞에는 사람의 기색이 전혀 없는 폐건물이 나타났다.
“여긴가요?”
대표로써 내가 토모에씨에게 확인을 취한다.
토모에씨는 자신의 소울젬을 확인하면서
“응, 여기가 틀림없어. 분명 이 폐건물 안에 마녀가 있을 테니까 다들 마음을 단단히 먹어줘.”
“알고 있어요.”
……최소한 나만은, 이겠지만.
나는 카나메나 미키가 생각하고 있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모른다. 분명 그건 성별이 다르기에 생기는 일이겠지만, 미래영겁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려나.
“……앗?!”
우리들 모두가 마녀가 잠복해 있는 폐건물의 모습을 확인하는 중, 미키가 뭔가를 발견한 듯 소리를 냈다.
“마미씨, 옥상에 누가……!”
미키의 말을 듣고 건물 옥상으로 눈길을 향한다.
빈말로도 사람이 있을법하다 말하기 힘든 폐건물의 옥상에, 땅 위에서 올려다 보면 수트를 입은 OL같은 여성이 옥상에 있을 터인 울타리를 넘어서 지금이라도 뛰어내리려는 상태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다지 예상이 맞았으면 하진 않았지만 여자가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옥상 끝까지 걸어와서 온 몸에서 힘을 뺀 듯이 앞으로 쓰러져,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겨 땅으로 거꾸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읏!!”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카나메.
이제 틀렸다고 생각한 순간 토모에씨가 마법소녀로 변신해서 노란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리본으로 여자를 받아들였다. 훌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인명 구조다.
“마미씨!”
“괜찮아. 정신을 잃고 있는 것 뿐인 모양이니까.”
토모에씨가 카나메와 미키를 안심시키려는 듯 상냥한 음색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그걸 들은 두 사람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 두 사람을 푸근한 눈으로 바라본 뒤, 토모에씨는 내게도 눈길을 향해 빙긋 미소 지었다. 나도 모르는 새 걱정스러운 표정을 얼굴에 띄우고 있었다는 걸 그 때서야 처음으로 눈치챘다.
토모에씨는 의식이 없는 여성의 머리를 쓸어 올려, 목덜미를 확인한다.
“마녀의 입맞춤…… 역시나.”
나는 토모에씨의 말을 듣고 그쪽으로 눈길을 향한다. 뭔진 모르겠지만 둥근 반점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맞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마녀는 건물 안에 있으니, 추격하자!”
““예!””
내 입장에선 ‘마녀의 입맞춤’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여자 두 사람이 건물 안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기분으로 가득해 있었기에 분위기를 부수지 않기 위해 포기하기로 한다.
뭐, 마녀를 쓰러뜨리고 나서도 늦지 않을 거고.
폐건물에 돌입한다. 건물 안에는 폐건물답게 가는 곳마다 돌덩어리가 있어 벽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하는 것이 대체 왜 해체되지 않은 건지 궁금해질 수준이다.
폐건물의 안을 거침없이 나아간다. 물론 선두는 토모에씨. 그리고 그 뒤를 카나메와 미키가. 마지막을 내가 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토모에씨가 제일 앞인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유일하게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최후미인건 내가 남자기 때문이다.
토모에씨가 미키가 학교에서 빌려온 금속 배트를 만진다. 그러자 금속 배트가 노란 빛을 내며 몽둥이로 클래스 체인지를 마쳤다.
“우와아!”
갑자기 일어난 일이기에 미키는 놀란다. 그걸 본 토모에씨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며 입을 연다.
“이걸로 됐어. 약간 정도긴 하지만 몸을 지킬 수 있을거야.”
“오오!”
내가 살핀 느낌으론 토모에씨는 금속 배트에 마력을 담은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는 걸로 단순한 금속 배트로 때리는 것 보다 물리공격력이 오르거나 뭐 그런 식으로 된 걸까.
아무 무기도 들고 오지 않은 자신에게 가벼운 짜증을 느끼며 평상심에 유의한다.
“사역마 무리를 돌파하면 마녀가 있는 곳에 도착할거야. 그럼 가자!”
그 목소리와 함께 우리들은 마녀의 결계 안으로 침입한다.
결계의 안은 어제 본 수염이 난 둥그런 녀석이 진화한 것 처럼 날개가 나고 눈이 넷 있는 진흙같은 사역마가 우글거리고 있다.
토모에씨는 그녀석들을 머스캣 총으로 차례차례 쓰러뜨려 간다. 때때로 우리들쪽까지 온 사역마는 미키가 원래 금속 배트였던 몽둥이로 때려서 격퇴하고 있다.
남자인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좀 가슴에 걸리기에, 중간부터 그 즈음에 굴러다니는 좀비게임에 등장할 법한 적당한 파이프를 손에 들고 미키와 마찬가지 일을 하기 시작했긴 한데. 요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따라오기만 하고 있는 건 카나메 만이라는 소리다. 특별히 의미는 없다.
“무섭지 않아?”
토모에씨가 사역마에게 발포하며 물음을 던져왔다.
나 외의 두 사람은 “괜찮아요.” 라거나 “전혀!” 등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모양으로 대답한다. 역시나 토모에씨의 존재가 크겠지.
한편 나는
“제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나요?”
내가 유일하게 두려워 하는 건 영원히 시간이 되풀이되는 것. 어찌 보자면 죽는다 하는 개념은 내게 있어 구제받을 수 있는 한가지 수원이다.
혹시나 죽는 것 만으로 시간의 되풀이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나는 스스로 이 생명을 내밀겠지.
“멍청한 질문이었네. 미안해.”
“아뇨,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웃어 돌려준다. 겨우 그런 건 지금의 내게 있어 어쨌건 좋은 일이다. 약간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는 정도라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빠져나갈 수단을 생각하는 쪽이 낫다.
“여기야.”
결계의 안을 계속 나아가, 문 앞에서 토모에씨가 발을 멈춘다.
아무래도 이 앞에 마녀가 있는 모양이다. 마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역마가 저런 느낌이니까 마녀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토모에씨가 힘차게 문을 열어 재낀다.
마녀가 있으리라 추측되는 방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나비가 시야 가득 하늘을 메우고 있다.
우리들에 대한 설명을 겸해 토모에씨가 말을 꺼낸다.
“…… 나왔어. 저게 ‘마녀’야.”
나비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이 방 중앙에 이상할 정도의 존재감을 내뿜는 존재가 있었다.
실루엣을 본 느낌으론 몸은 기린같은 사족동물이고, 등 뒤에는 나비의 날개. 그리고 진흙을 쓰고 있는 듯한 기괴한 머리. 게다가 그런 머리에 장미꽃이 여럿 피어 있어, 그 이질적인 모습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우와, 징그러…….”
“저런 거랑 싸우는 건가요……?”
살펴본 느낌으로 여자 둘은 마녀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반응일지도 모른다. 남자인 내 눈에도 저 마녀는 기분나쁘게 비치고 있다. 여자의 눈길로 본 저 괴물이 어떤 느낌으로 비쳐지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마녀를 볼 때 까지 나는 마녀가 아무리 상식을 넘어선 존재라 해도 그 모습은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으리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마녀는 어제 본 사역마나, 방금 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쓰러뜨린 사역마들을 진화 시킨 것 같은 전혀 인간형으론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기분 나쁘다. 그게 솔직한 감상이었다.
“괜찮아, 질 것 같아?”
우리들의 걱정에 응하는 듯 태연한 얼굴로 그 손에 머스캣 총을 소환하는 토모에씨.
나는 딱히 걱정 따윈 하고 있지 않았지만, 토모에씨에게 말을 걸었다.
“위험해 지면 도망쳐 주세요.”
“후후, 알고 있어. 무카이군에게는 두 사람을 부탁할게.”
“예, 저도 물론 알고 있어요.”
내가 카나메와 미키를 지키는 건 당연하다.
지금 현 상태에서 내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 법한 존재는 이 둘 뿐이다. 그녀들이 혹시나 죽어 버린다면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물러서.”
토모에씨가 마녀가 기다리는 싸움 무대로 가볍게 뛰어오른다. 그 때 먼저 한 발 총을 쏘자 거대한 의자같은 물건에 막힌다.
거기서 토모에씨는 가볍게 인사한다. 마치 사교댄스에서 상대를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마녀는 거대한 의자를 토모에씨를 노려 던진다. 토모에씨는 그 거대한 의자를 새로이 소환한 머스캣 총으로 쏴 떨군다.
전쟁이다…….
전투가 지금 막 시작된 참인데도 그렇게 생각해 버릴 정도로, 그건 상궤를 넘고 있었다. 설령 일본의 자위대나 미국의 군대가 여기에 나타난다고 해도 저기에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토모에씨는 차례차례 땅에 머스캣 총이 박힐 정도로 소환을 해서, 그걸 뽑아서 마녀를 노려 발포한 뒤 집어 던진다. 그걸 계속 되풀이해 실행하고 있다. 압도적인 물량이다.
하지만 마녀는 그 체구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법한 몸놀림으로 잽싸서, 토모에씨가 쏘는 총탄이 꽤나 맞지 않는다.
“앗…….”
곁에서 토모에씨와 마녀의 전투를 관전하던…… 아니, 그녀들 속에서는 지켜보고 있다는 쪽이 올바를까. 카나메씨가 비명을 지른다.
그 원인은 토모에씨가 마녀의 사역마에게 구속당했기 때문이다. 사역마는 마녀와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던 토모에씨의 등 뒤로 슬쩍 다가가 몸을 덩굴로 바꿔서, 토모에씨의 몸에 휘감겨 하반신의 움직임을 구속한다.
토모에씨는 견디기 힘든 듯 표정을 찡그리지만 그건 알 바 아니라는 것처럼 덩굴은 그대로 토모에씨의 몸을 하늘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토모에씨는 마녀를 향한 발포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 탄환이 마녀에게 맞는 일 없이, 토모에씨는 벽으로 쳐박혀 버린다.
“아아, 아아…….”
“마미씨이이이이이이이!!”
카나메가 소리친다. 미키도 믿기 힘들다는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어째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떠올라 버린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내가 토모에씨에게 위험해지면 도망쳐달라고 말했지 않은가. 그리고 토모에씨는 거기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기에 저 상태는 아직 위험한 상태는 아닐 터야.
토모에씨는 덩굴에 의해 완전히 거꾸로 묶인 상태지만 얼굴을 이쪽으로 향하게 되자 평소대로 우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 토모에씨다.
“괜찮아……. 미래의 후배에게 별로 흉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은데!”
토모에씨가 쏜 마녀에게 맞은 적 없었던 총탄들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려고 한 여성을 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력으로 만든 노랳게 빛나는 리본이 차례차례 튀어나와 답례라는 것처럼 마녀를 구속한다.
그 틈에 토모에씨는 자신의 가슴팍에 있는 리본을 벗기고 그 리본으로 덩굴을 잘라버려 자유의 몸이 된다.
“아까웠어.”
어떤 원린지 이해할 수 없지만, 토모에씨는 중력에 몸을 맡기며 덩굴을 잘라낸 리본을 그 몸의 세 배나 되는 거대한 대포로 변환지 소환인지를 해서 마녀를 조준한다.
“티로―― 피날레!!!”
귀를 뚫는 폭음. 그 대포로 쏜 포격은 움직임을 구속당한 마녀에 직격해, 그 몸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봐 온 토모에씨의 물량중시 전투 스타일과는 일선을 긋는 고위력의 일격이었다.
토모에씨는 사라져가는 마녀에게 눈길을 향하며 우아하게 바닥으로 착지한다. 그리고 잠시 뒤에 쨍겅 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겼어?”
“대단해…….”
마녀가 소멸하자 결계가 무너져 풍경이 원래의 폐건물로 흔들리듯 변해갔다.
“이게 그리프 시드. 마녀의 알이야.”
토모에씨는 아까 전까지 소리를 내며 떨어진 물건을 주워서 우리들에게 보여줬다.
“아, 알?!”
미키가 놀란다. 나도 마녀가 알에서 태어나는 존재라는 걸 알고 놀랐다. 미키처럼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으면 때때로 마녀가 몇 개쯤 가지고 있을 때가 있어.”
‘괜찮아. 그 상태면 안전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귀중한 물건이야.
지금까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애매했던 큐베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카나메와 미키를 위해 보충설명을 한다.
“마법소녀는 싸우거나 하면 마력을 소모해. 내 소울젬, 어제보다 조금 흐려져 있지?”
그 말을 듣고 보면 어제 봤을 때 보다 빛이 희미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제와 오늘 있었던 전투로 탁해졌다는 건가.
“그러고 보면…….”
“그래도 그리프 시드를 쓰면…… 봐.”
토모에씨가 그리프 시드를 자신의 소울젬에 가까이 댄다. 그러자 소울젬에서 검은 안개같은게 빠져나와 그리프 시드에 흡수된다.
“아, 깨끗해 졌다.”
“응. 이걸로 소비한 마력도 원래대로. 예전에 이야기 한 마녀퇴치의 보상이라는 게 이거야.”
거기까지 말한 뒤 토모에씨는 그 그리프시드를 하늘에 던진다. 그 앞에는 누군가가 있던 모양이라 능숙하게 붙잡았다.
““아?!””
“앞으로 한 번 정도 쓸 수 있을거야. 너에게 줄게. 아케미 호무라씨?”
그 긴 흑발을 휘날리며 딸가닥딸가닥 걷는 소리를 내며 나타낸 건 아케미 호무라였다.
“저녀석…….”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과 이런 걸 나누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네 전리품이야. 너 혼자 쓰면 돼.”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케미 호무라는 그리프 시드를 토모에씨에게 던져 돌려줬다.
“그래, 그게 네 대답이구나.”
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토모에씨에게는 뭔가가 전해진 모양이다.
그대로 아케미 호무라는 빙글 돌아 우리들에게 등을 향한 채로 물러났다.
“크으~, 역시 찜찜한 녀석!”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야.”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토모에씨의 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마법소녀 사이에는 우리들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전문용어라도 있다는 걸까.
“무카이군, 수고했어.”
“에?”
최근 뭔가를 생각하는 중에 남이 말을 거는 일이 잦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덕분에 언제나 묘 대답을 해 버린다.
“저기, 어떤 일인가요?”
“봐, 두 사람을 부탁했었잖아.”
아아, 그거 말인가.
“마미씨. 무카이 녀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미키가 내가 게으름 피웠다고 토모에씨에게 보고한다.
“후훗, 너희들은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무카이군은 계속 주변을 신경쓰고 있었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
“그랬어, 무카이?”
약간 수상해 하는 듯한 눈길로 미키가 나를 바라봤지만, 토모에씨가 말했던 걸로 약간은 믿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확실히 나는 마미씨의 전투 중에 주변의 사역마들이 덮쳐오지 않는지를 계속 신경쓰고 있었지만, 그건 토모에씨가 부탁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나 개인적인 이유였다.
그렇기에 조금 양심이 아프다.
“뭐어……, 응.”
“고마워, 무카이군.”
카나메가 꺼낸 감사의 말이 내 몸에 푹 박힌다.
그 뒤에 우리들은 마녀의 저주 탓에 투신자살을 해 버릴 뻔한 OL양을 달래게 되었다. 고 할까, 눈을 뜬 그녀는 반쯤 발광하는 상태로 자신이 어째서 투신자살 같은 걸 해 버리려고 한 건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되 버린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토모에씨가 상냥히 껴안고 “괜찮아, 괜찮아” 하고 말을 걸고 있다.
토모에씨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달래고 있는걸 보면,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분명 처음에는 한때의 우리들처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른 채로 허둥지둥 대고 있었겠지.
어떻게든 OL양을 기운차리게 만들어 집으로 보내자 시간은 이미 완전 밤이 되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20분쯤만 지나면 완전히 태양이 저물겠지.
이미 나는 다른 사람들과 헤어져 어느 목적지를 향해 홀로 저녁해가 비치는 마을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왜 네가 따라오는 거야?”
‘그다지 상관없잖아. 내가 너에게 따라가는 거에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는 걸지 역으로 묻고 싶은데.“……뭐어, 딱히 그런건 없지만. 단지 이제부터 내가 가는 곳에 네가 따라 왔다간 조금도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그건 내가 스스로 판단할 일이야. 네가 무익하다고 생각해도 내 입장에선 유익한 일은 별의 수만큼 많을 테니까.“그런 건가…….”
여전히 큐베가 말하고 있는 건 표현이 장황해 이해하기 힘들다. 어딘가 살살 구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기분은 별로 좋지 않지만, 그 입(실제로는 텔레파시지만)으로 꺼내는 말은 언제나 거짓은 없을 터다.
큐베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이상 특별히 내가 뭔가를 할 수도 없으니 어찌저찌하다 따라오는 걸 허가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내가 큐베를 데리고 걷기를 30분. 목적지인 하얀 건물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워 졌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입원해 있는 거야“응, 뭐어. 왠지 오늘, 오랜만에 만나고 싶어 져서.”
대체 얼마만에 만나는게 될까 영원인 것처럼 느껴지는 무수한 되풀이의 속에 내 체내시계가 부서져 버렸기에 얼마만인지 조금 파악하기 힘들다.
병원 안에 들어가서 아직 면회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접수처에 확인한다.
면회시간은 오후 8시까지라고 한다. 지금은 아직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정도니 여유가 있다.
일단 확인할 겸 지인이 입원하고 있는 병실을 접수처에 물어, 자신의 기억과 마찬가지라는 걸 확인한 뒤 그 병실로 향한다.
“여어, 심심해서 와 줬어.”
노크도 하지 않고 사양 없이 문을 열어젖혀 병실로 들어간다. 이 병실의 입원환자님은 몸을 움찔 떨었지만, 내 존재를 지각하자 긴장이 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냐, 크리토냐. 갑자기 와서 깜짝 놀랐잖아.”
“아니, 오랜만에 쿄스케를 만나고 싶어져서. 혹시나 방해였어? 그러면 지금 바로 돌아갈게.”
“마침 나도 한가한 참이야. 그것보다 이틀만인데 ‘오랜만’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하핫, 하고 쿄스케는 웃었다.
이녀석은 카미조 쿄스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걸 보면 알겠지만, 이른바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사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법한 가련한 소년이다.
장래가 유망시 되었던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세 달쯤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버려 치료도 허무하게 몸에 마비가 남아 버렸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의 생명인 손가락이 회복 가망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버려 나와는 다른 절망을 맛보고 있다.
쿄스케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알고 지내 제법 사이가 좋았지만, 그 사고 직후의 그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그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데 안심하고 있다.
“어라? 그랬었나?”
아하하, 하고 나도 쿄스케를 따라 웃는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친구와 담소하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
토모에씨도, 카나메도, 미키도…… 물론 큐베도 아직 나는 믿을 수 없다. 그 탓에 계속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다.
“저기, 쿄스케.”
“왜?”
쿄스케와 말을 하는 중 문득 마음에 걸렸다.
系統は違うとはいえ、言葉上では同じ“絶望” 계통은 다르다고 해도 단어로는 같은 ‘절망’을 아는 친구에게 나는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혹시, 야. 혹시나 기적이나 마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거야?”
갑자기 얼토당토 않은 질문을 하게 되었지만, 쿄소케는 10초쯤 생각한 뒤에 대답해 주었다.
“물론 이 손가락을 고칠거야. 설령 어떤 대가를 지불한대도 좋아. 나는 바이올린을 좋아해. 내 영혼과 바꿔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수락해 버리지 않으려나…….”
마비가 남은 손을 들어올려 그걸 보며 말하는 쿄스케.
“그런가……, 역시나 너도 그런 대답에 이르는구나.”
쿄스케의 말을 듣고 마음의 어딘가에 있었던 죄책감이 사라져 간다. 지금까지 나를 얽어메 구속하고 있던 그건 최후의 방파제였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나는 부정하기로 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자신의 모든 걸 걸 작정이 아니면 안돼.
그렇다. 응, 맞아. 당연히 그래.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다니 크리토답지 않은데. 뭔가 일 있어?”
“좀 고민하고 있던게 있어서. 쿄스케 덕분에 시원해 졌어.”
“그런가, 그러면 잘 됐네. 혹시나 내 마음의 상처를 후비러 온게 아닌가 생각했어.”
“……미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알고 있어. 크리토는 언제나 나를 걱정해 줬으니까. 단순하게 신경을 써 주는 것만이 아니라 굳이 내 상태를 설명해 주거나 해서 한때는 나를 괴롭히는 걸로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상냥함에서 온 거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그런 대단한 게 아냐. 단지 몇 안되는 친구기에 걱정한 것 뿐이야.
“……앗, 슬슬 면회시간이 끝날 모양이야.”
쿄스케의 말을 듣고 확인해 보자 확실히 조금만 지나면 오후 8시가 되려는 참이다.
“그런 모양이네. 또 올게.”
“응, 기다릴게.”
쿄스케의 병실을 나선다. 종종거리며 큐베가 내 뒤를 따라 병실에서 빠져나온다.
‘뭔가 네게 유익한 거라도 있었어
병원 안이기에 텔레파시로 말을 건다.
‘뭐어, 나름대로는. 내 쪽은 그렇다 치고, 너도 수확이 있었던 거 아냐
오옷, 들킨건가. 병실에선 얌전하게 내가 앉아 있는 병문안용 의자 아래에 있었던 주제에 빈틈없이 듣고 있었구나.
‘아아, 더 이상 나는 망설이지 않아.
악마라 욕을 먹든 말든, 어떻게 해서든 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기어나가 주겠어.
그래. 설령 순진무구한 소녀들을 속이는 일이 되더라도…….
내게는 내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