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더는 망설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대략 1주일간.
소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결국은 지금까지와 변함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토모에씨 주최의 ‘마법소녀 체험코스’라는 녀석에 참가하고 있으니 데인저러스한 나날이긴 했지만.
그런 나날이었지만 위험한 일은 적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들 일반인(약간 길을 엇나간)에게 위험이 찾아오기 전에 전문가가 그걸 모두 배제해 버리기 때문이다. 토모에씨가 이 체험코스를 열고 있기에 당연한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걸로 착각해 버리는 녀석도 있다.
“역시, 마미씨는 멋있어요!”
사역마를 화려하게 쓰러뜨린 마미씨에게 미키가 칭찬의 말을 건낸다. 딱히 그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지나치게 낙관시 하고 있는게 문제다.
“차암! 연극 같은게 아냐. 위기감을 가져주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변신을 푼 토모에씨가 미키를 나무란다.
그래. 그렇다. 사역마라고 해도 우리들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상대다. 그런데도 미키는 마치 영화관에 온 것 같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예스~, 알고 있다니까요! 여차하면 이녀석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미키는 오른손에 든 금속 배트를 들어올렸다.
…… 아직 가지고 있는 건가. 슬슬 학교에 돌아가지 않으면 도난 신고서가 국가권력쪽으로 넘어가 버릴만한 상황 아닌가? 뭐어, 겨우 배트 한 자루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일단은.
“그리프 시드를 떨구진 않았네요.”
“뭐어, 지금은 사역마였으니까 그걸 기대하는 건 과욕이잖아.”
카나메가 자그맣게 흘린 말에 내가 대답해 준다. 아무래도 사역마가 그리프 시드를 떨구지 않는다는 건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 지금 상대는 마녀로부터 분열된 사역마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리프 시드는 가지고 있지 않아.
내 말에 큐베가 보충을 했다.
“요즘 죄다 꽝 아니야?”
미키는 뺨을 퉁퉁 부풀린다. 혹시나 마녀퇴치를 놀이같은 거랑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 캐릭터를 쓰러뜨렸을 때 드랍 아이템을 기대하는 기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는 현실이라고.
딱히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미키는 죽는게 두렵지 않은건가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까. 사역마라도 크면 마녀가 되어 버리는 걸.”
확실히 사역마는 마녀가 된다. 그리고 토모에씨는 그 마녀가 사람을 덮치는 걸 용납할 수 없겠지. 그렇기에 이렇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순찰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은 뭔가 소원은 찾아냈어?”
라고 지금 생각났다는 듯 토모에씨가 입을 연다.
“그게, 아직…… 마도카는?”
“아하하, 나도 아직이려나.”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며 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맞아! 마미씨는…….”
뭔가가 떠오른 듯 카나메가 입을 열었지만 끝까지 말하기 전에 입을 닫았다. 아마 토모에씨에게 어떤 걸 바랐는지 물을까 했던 거겠지. 하지만 내게 충고 받았던 걸 떠올려서 순식간에 입을 닫은 모양이다.
“왜 그래, 카나메씨?”
토모에씨가 말을 하려고 했던 카나메가 갑자기 입을 닫아버린데 의문을 던져왔다.
그럼, 카나메는 어떻게 할까…….
“앗, 그, 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 조차 모르게 되어, 카나메는 말을 제대로 뽑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괜찮아. 말하기 힘든 거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화내거나 하지 않을테니 말해주면 좋겠어.”
토모에씨는 오해하고 있는 건지 평소대로의 부드러운 분위기로 말했다. 나는 그게 토모에씨의 장점이자 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카나메는 토모에씨의 말을 듣고 뜻을 굳힌 듯 당황하고 있던 입을 열었다.
“말하기 힘든 거라면 괜찮은데요, 마미씨는 어떤 소원을 빌었나요?”
결국 카나메는 묻는구나. 내 입장에서도 신경 쓰이는 거긴 했지만, 도저히 만나서 물어볼만한 건 아니었다.
뭐어, 평소에는 이렇게 카나메가 일을 쳤을 경우 미키가 도와주지만, 그 미키마저 “어쩌지, 어쩌지…….” 하고 당황하고 있어 도와줄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니,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지.
카나메의 말에 아까 전까지의 괜찮았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토모에씨는 아까 전에 스스로 한 말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기에 말하는 것 외의 길이 남아있지 않아, 잠시간의 침묵 뒤에 토모에씨는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나는…….”
“에?! 아, 아니, 말하기 힘들다면 그리……”
“으으응, 괜찬아. 자신이 말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지.”
연상으로써의 의무라고 할까, 의지라고 할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토모에씨는 완고한 면이 있는 모양이다.
“……수년전의 일이야. 가족끼리 드라이브를 갔을 때, 대규모 교통사고에 말려들었어. 거기서 큐베와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한 건 불행한 한 소녀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소녀――토모에씨와 나는 조금 닮았다 느꼈다. 스스로가 원인이 아니고, 단지 말려들기만 했다는 입장에서.
단지 나와 토모에씨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 불행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는지 아닌지의 차이다.
눈앞에 큐베(희망)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소녀라는 이유로 소원을 이룰 수 있었고, 다른 한 쪽은 소년이라는 이유로 바랄 권리조차 얻지 못했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는 소리야.”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그래도 괜찮잖아. 설령 그렇다 해도 바람은 이룰 수 있지 않은가.
토모에씨가 숨을 쉬기 위해 이야기를 잠시 끊자, 카나메와 미키에게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선택의 여지가 있는 너희들은 제대로 된 결정을 했으면 하는거야. 내가 불가능했던 거니까 더더욱. 물론 무카이군도.”
나도……? 바라는 것 조차 이룰 수 없는 내게 대체 뭐를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거야.
토모에씨의 말에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저, 저기, 마미씨!”
지금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던 미키가 입을 열었다.
“바라는 건 자신을 위한게 아니면 안 되는 거려나?”
“에?”
“설령, 만약의 이야기지만. 나같은 것 보다 훨씬 곤란해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빈다……거나…… 할 수 있는 거려나 해서…….”
그건 가능하다. 만약 가능하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과 이렇게 같이 다닐 의미조차 없어져 버려.
하지만 스스로의 바람을 이뤄준 상대는 일반적으로 진실을 알게 되면 후회하겠지. 자신의 탓으로 소녀 한 명의 인생을 망가뜨려 버렸다고…….
‘응, 가능해.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큐베가 미키의 질문에 대답한 뒤 깊은 의미를 담아 내 쪽에 눈길을 돌려왔다.
아아, 알고있어.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
“그래도 별로 칭찬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네.”
“무슨 소리예요?”
“미키양. 너는 그 사람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거야? 아니면 꿈을 이뤄준 은인이 되고 싶은 거야?”
엄하긴 하지만 미키를 걱정하고 있는 상냥한 이야기. 토모에씨가 다른사람을 이리 신경 쓰는 걸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토모에씨의 말에 미키는 얼굴을 찌푸린다.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루는 거라면, 더더욱 자신의 바람을 제대로 정해두지 않으면 안돼. 비슷해 보이는 거라도 전혀 다르니까.”
혹시나 내 소원을 이뤄줄 수 있다면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그래, 나를 구해줄 수 있다면.
“……딱딱한 말투여서 미안해. 하지만 그걸 착각한 채로 나아가면 분명 너는 후회하게 되리라 생각하니까.”
경험이 배우는 것 보다 낫다……고 하는 건, 겨우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토모에씨에게 실롄가. 그래도 토모에씨와 우리들의 인생은 밀도가 전혀 다르니까.
“………………응, 그렇구나. 나도 생각이 짧았어. 미안!”
잠깐의 침묵 사이에 뭔가 답을 이끌어 낸 건지, 미키는 딱 잘라 사죄의 말을 꺼냈다. 이 녀석의 성격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은 느낌만 든다.
“까다로운 일이야. 급하게 정할만한 일이 아니야.”
‘내 입장에서는 빠른 쪽이 좋은데.
“안돼! 여자애를 재촉하는 남자는 미움받는다고? 무카이군은 큐베처럼 여자애를 재촉하면 안돼.”
“알고 있어요.”
“아하하…….”
아아, 그렇지. 어쨌거나 나는 눈 앞의 일부터 해 나갈 수 밖에 없어.
＊＊＊＊＊
지루한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가기로 한다.
오늘은 ‘마법소녀 체험 투어’라 하는 남자인 내가 왜 참가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건 쉬는 모양이라 약간 조사하고 싶은게 있어 쇼핑몰 안에 있는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째서 도서관에 가지 않는 거냐고 하면,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도 조용한 공간을 내가 견딜 수 있을 것 갈지 않기 때문이다. 뭐어, 조사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아니니 대강대강이란 느낌이다.
“마법…… 마법…… 마법…….”
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기 조절 설비가 되어 있는 대형 서점에서 검지로 신간 코너의 책장에 깨끗이 나열되어 있는 책들을 쓸고 지나가며 알고 싶은 정보가 있을 법한 책을 찾는다.
“옷, ‘현대과학에 의한 마법 고찰’인가…….”
그렇다. 내가 조사하고 싶었던 건 ‘마법’에 대한 거다.
이런 잘못된 답이 돌아올 법한 방법으로 조사하는 것 보다 토모에씨나 큐베에게 물어보는 쪽이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테지만, 설령 잘못된 답이라 해도 아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능성이 적어도 선택지는 많은 편이 좋다.
이대로 계산대에 직행한 뒤 서점을 나선다.
“……오늘도 아무것도 변한 건 없나.”
어떤 사소한 거라도 좋다. 어떤 자그마한 거라도 좋다.
일상의 뒤편에 있는 비일상이라도 내 눈앞에 나타나 준다면 나는 거기에 뛰어들겠지.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가능성을 찾아서.
바랐던 물건을 샀기에 그걸 읽기 위해 귀가하기로 한다.
공원같은 데서 몰입해 읽는 것도 괜찮겠지만, 최근에는 빨리 날이 저물기에 집에 돌아가서 읽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지도 못하게 된 모양이다.
“무카이군, 부탁이니까 와줘!”
“우왁, 자, 잠깐?!”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력 질주하던 카나메가 내 팔을 잡고 그대로 끌고 가려 했기 때문이다. 서두르고 있는 모양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하려던 걸 포기하고 나는 카나메에게 팔을 잡힌 채로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 테니까 지금은 서둘러!”
그보다, 토모에씨까지 있다. 이건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겠지. 바라고 있던 비일상의 시작이었지만, 약간만 더 원만한 방법으로 초대해 줬으면 싶다.
앗, 모처럼 샀던 책 떨어뜨렸다…….
카나메에게 이끌려 달리기를 대략 10분.
나와 토모에씨는 심하게 지치지 않았지만, 카나메는 중간부터 달리는 속도가 떨어져서 마지막에는 내가 역으로 카나메를 이끄는 형태가 되었다.
숨을 헐떡이면서 카나메는
“하아, 하아…… 마미씨…… 여기예요!”
“응!”
토모에씨는 소울젬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공간이 흐물흐물 뒤틀린다.
과연, 카나메가 서두르고 있었던 건 그런 일인가. 이 앞에 마녀가 있다고…….
“큐베, 상황은?”
‘괜찮아, 바로 부화할 것 같은 기색은 없어.
토모에씨가 공간이 왜곡된 곳에서 말을 걸자, 언제나 무감정한 큐베의 목소리…… 라기보다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 마녀의 결계 안에 있는 모양이다.
큐베와 이야기를 시작한 토모에씨를 곁눈질로 살피며 카나메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물어본다.
“저기, 사야카와 함께 그리프 시드를 발견해서…… 그랬더니 사야카가 여기에 남는다고 말해서, 마미씨를 데려와야 하게 되어서…… 그래도 그건 이미 끝났는데, 그 도중에 무카이군을 발견해서 그렇게 끌고 오게 됐는데, 미안해.”
응, 일단 카나메가 말하는 건 이해했다. 어쨌거나 마녀의 결계 안에 미키가 있다는 소리구나.
“침착해.”
완전히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 같은 카나메의 양 어깨에 손을 올린다.
“카나메는 잘 했어. 여기까지 토모에씨를 데려 온 거지? 그걸로 된 거잖아.”
“엣…… 으, 응. 갑자기 데려와버려서 미안해.”
“신경 안 쓰니까 안심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야.”
“에……? 그래도 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마.”
납득하지 않는 듯한 카나메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는다.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카나메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카나메는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그건 다른 사람이 꾸짖어야 할 만한 일도 아니고, 게다가 나를 데려와 준거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거기까지 말을 마치자 토모에씨가 “슬슬 가자”고 말을 걸어왔다. 물론 따라가는 입장인 우리들은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었기에 나는 카나네의 등을 통 하고 가볍게 두드린 뒤 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카나메도 바보는 아니기에 토모에씨의 뒤를 따라 마녀의 결계 안에 들어갔다. 그걸 내나도 따른다.
여전히 마녀의 결계는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이번은 병원 안 같은 공간이다.
아아, 그러고 보면 여기는 병원이었나. 마녀의 결계에 들어가기 전에 본 광경을 떠올린다.
잠시. 쿄스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니 상황이 지나치게 나쁘다.
혹시나 쿄스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괜찮잖아, 어차피 다시 되풀이 될테고.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말이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나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는 포기해 버린 거나 마찬가지잖아.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억지로 털어버린다.
“――기다려.”
토모에씨를 선두로 결계 안을 나아가던 우리들의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어디까지나 냉정한 모습으로 토모에씨가 대답한다. 돌아본 쪽에는 한 사람의 소녀가 있었다.
아케미 호무라. 현재의 내 입장에선 마법소녀라 하는 사실밖에 모르는 한 사람의 소녀다.
그녀는 토모에씨가 꿰뚫듯 쳐다보는 눈길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듯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냥감은 내가 사냥할게. 물론 결계 안에 있는 두 사람의 안전은 보증할 거야.”
“그러니까 물러나라는 소리야?”
어째선지는 잘 모르겠지만, 토모에씨의 아케미 호무라에 대한 대응이 지나치게 억센것처럼 느껴진다. 평소의 상냥하고 온화한 토모에씨에게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케미 호무라에 대한 적의를 발하고 있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말을 하면서 토모에씨는 허리를 굽혀 양손을 땅으로 향한다.
그러자 아케미 호무라의 발 아래서 토모에씨의 구속마법인 노랗게 빛나는 마력의 리본이 나타나, 아케미 호무라를 구속한다.
리본에 의해 기습적으로 구속당한 아케미 호무라는 괴로운 듯한 표정을 띄운다.
“뭐……?! 바, 바보. 이런 걸 하고 있을 상황이…….”
“상처 입힐 생각은 없지만, 심하게 날뛰면 보증은 못하니까.”
죽일 각오도 불사하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냉철하게 토모에씨는 말을 꺼낸다.
“가자, 카나메양, 무카이군.”
“……예.”
아케미 호무라에게서 등을 돌려 결계 안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해 버린 토모에씨의 뒤를 카나메가 쫓는다. 나도 거기에 따라 걷기 시작한다.
“기다려! 이번 마녀는……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달라!!”
등 뒤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우리들을 제지하는 아케미 호무라의 목소리.
그렇다, 지금이라면…….
“토모에씨. 죄송하지만 저는 잠시 되돌아갈게요.”
결정했다면 바로 실행한다.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대체 언제 아케미 호무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구속되어 있는 그녀를 상대로라면 억지로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알았어. 그래도, 조심해. 아무리 구속되어 있다고 해도 상대는 마법소녀니까.”
“예. 그렇기에 더더욱 돌아가는 거예요.”
“후후, 그렇네. 무카이군에게는 무카이군의 소원이 있으니까.”
토모에씨는 말로 꺼내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알아주고 있다. 딱히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긴 하지만, 카나메처럼 곤혹하는 표정을 띄우는 건 멈춰줬으면 싶다.
“토모에씨의 곁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카나메.”
“그래도 무카이군은…….”
“나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마. 지금은 내 의사로 나 스스로를 위해 저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돼. 설령 쓸모없는 일이 되어도 무의미하진 않아. 쓸모없는 것들을 계속 쌓아 올리면 제대로된 토대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럼.” 하고 토모에씨에게 고한 뒤 나는 그녀들이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럼, 아케미 호무라는 뭐를 알고 있는 걸까 운 좋게,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알고 있었으면 싶다.
“여어.”
나는 눈 앞에 구속마법으로 붙잡혀 있는 아케미 호무라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케미 호무라 쪽도 내 존재는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라 담담히 입을 연다.
“뭔가 용무라도? 용무가 없다면 내 몸을 구속하고 있는 토모에 마미의 이 리본을 어떻게든 해 줬으면 싶어.”
“음, 무리야. 기껏해야 말려 들어간 단순한 일반인인 내가 마법을 어찌저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도 알면서 말하지 마.”
“응, 그렇네. 그래서 너는 내게 어떤 용무가 있어서 여기까지 돌아온걸까? 설마 구속되어 있는 나를 보고 즐기려고 왔다고라도 할 셈이야?”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는 없을 터인데도 아케미 호무라의 두 눈은 매번 봐 온 냉정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내가 뭔가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적어도 나는 남자고, 아케미 호무라는 여자다. 제대로 몸도 가눌 수 없는 여자가 눈 앞에 있으면 평범한 남자라면 뭔가 좀 야한 짓 같은 걸 할 가능성이 높을텐데. 나는 안 하겠지만.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벽에 몸을 기댄다.
“그런 걸 하기 위해 내가 돌아온 건 아냐. 나는 마법소녀인 아케미 호무라와 하고싶은 이야기가 조금 있어.”
“그래. 그래도 나는 네게 할 이야기 같은 건 없어.”
“하하하, 뭐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앞으로
“그건 어떤 의밀까?”
“아아, 신경 쓰지 마. 개인적인 이야기야.”
잘 생각해 보면 지금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 상태에서, 나와 그녀는 적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되풀이된 시간에는 언젠가 적대하지 않는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서두를 필요같은 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체념에 가까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마법과 만난 이번회만으로 내가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당신하곤
“응? 그건 무슨 의미야?”
“무카이 크리토. 당신에게는 관계 없는 이야기야.”
호오…… 아케미 호무라는 제법 말씨가 나쁜 모양이다. 이건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네.
“뭐어, 괜찮아. 이번에는 여기서 물러날게. 다음번에는 둘만이서 이야기 하고 싶어.”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놓으며 나는 아케미 호무라에게서 등을 돌린다.
“당신과 둘이서라니, 봐줬으면 하는데.”
등 뒤에서 악담이 날아왔다.
나는 상반신만을 돌아보며
“그렇겠지. 확실히 지금같은 상황이 아니고선 둘만 만나는 건 내 몸이 위험하고.”
약간 특별한 존재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나는 일반인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의 존재. 하지만 저쪽은 마법소녀라 하는 비상식적인 존재.
지금은 토모에씨의 구속마법 덕분에 몸의 안전은 보장받아, 게다가 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게 없었으면 내 이야기 같은 건 들어 주지도 않았겠지.
“그럼, 다음에 봐.”
이번에야 말로 나는 아케미 호무라에게서 등을 돌리고 돌아왔던 길을 다시금 거꾸로 달려간다.
……아케미 호무라.
나는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게 확실한데, 어딘가에서 만난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신비한 마법소녀.
일단 그녀에 대한 일은 뒤로 미루기도 했다.
앞을 나아간 토모에씨와 카나메에게 따라간다.
“어떻게 된 건가요?”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명확히 토모에씨의 모습이 이상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그 상태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봐야 설득력 같은 게 있을리 없다.
“나는 괜찮으니까. 무카이군은 저 애와 이야기하고서 뭔가 수확이라도 있었어?”
“예에, 뭐어.”
지금은 아무래도 이야기 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았어요. 대체 얼마나 지나야 아케미 호무라와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언젠가 실현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까 전에 물러난 거다.
이 뒤에 두세가지 문답이 있었지만, 그건 긴급함을 알리는 큐베의 목소리로 중단되게 되었다.
‘마미, 큰일이야! 그리프 시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곧 부화해…… 서둘러“응, 알았어. 그러면 더 이상 얌전히 다닐 필요도 없겠네!!”
그렇게 말하고선 토모에씨는 지금까지 입고 있던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교복에서 마법소녀의 코스튬으로 변신한다.
“두 사람 다, 가자!”
“아, 예!”
“예에.”
이렇게 우리들은 뛰기 시작했다.
도중에 나타난 사역마는 토모에씨가 머스캣 총으로 쓰러뜨리거나, 때때로는 총신으로 뜨리거나 해서 그 몸을 박살내 갔다.
“기다렸지!”
“제때 맞췄어……!”
미키가 있던 곳에 어떻게든 도착한다.
시야 한쪽에 거대한 케이크나 쿠키나 푸딩 같은 게 들어차 있는 걸 보면, 어찌 보자면 꿈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공간에서는 이질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토모에씨가 이질감의 중심에 눈을 향한다.
아무래도 그리프 시드는 부화해 버린 모양이다. 사랑스러운 인형같은 마녀가 우리들을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토모에씨는 비정하게도 그런 마녀에게 총탄을 쏜다. 쏘고서 새로운 머스캣 총을 소환해, 차례차례 총탄을 사랑스런 마녀를 향해 맞춰나간다.
토모에씨는 거기서 멈추라는 듯 아케미 호무라에게도 썼던 노란색 마력 리본으로 마녀를 구속해, 머스캣 총을 마녀에게 향한다.
“이걸로 끝이야.”
그곳에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었다.
토모에씨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평소의 토모에씨에 비해 강인함을 느낀다. 어째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했다.
팡! 하고 마른 총성이 울려 퍼진다.
똑바로 공기를 가르며 나아가는 총탄은 구속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마녀의 몸통에 틀어박히는 듯 명중했다.
“에……?”
이 자리에 있는 자는 모두들 토모에씨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카나메도 미키도, 그리고 당사자인 토모에씨 자신도.
그래서 토모에씨는 반응하지 못했다. 사랑스러운 인형 같은 마녀의 입에서 얼굴이 달린 검고 긴 뱀 같은 녀석이 기어 나오는 것에.
하지만 나만은 그녀석에게 대해 반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도 믿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자신조차도 믿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토모에씨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믿지 못한 내가 있어서, 그녀석이 내 몸을 움직였다.
“오득.”
괜찮나요 토모에씨, ……확실히 그렇게 말하려 했던 내 입에서 피가 튀어나갔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토모에씨의 표정. 뭐어, 그것도 그런가. 지금 내 오른팔부터 오른쪽 상반신에 걸쳐 그 마녀에게 먹혀 버린 거니까. 순식간에 토모에씨를 왼손으로 밀쳐서 구한 대가라는 녀석이다. 아무런 후회도 하고 있지 않다.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마녀에게 죽게 되면 이 연쇄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약간 기대하고 있다.
토모에씨는 정말 잠시 동안 망연자실해 있었지만, 그녀의 마법소녀로써의 역할 때문이라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 오른쪽 상반신을 아드득아드득 씹어먹고 있는 마녀를 향해 머스캣 총의 격철을 올렸다.
거기까지 확인한 뒤 내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무카이군?!”
서서히 멀어지는 의식의 가운데서, 내 시야 가득히 필사적인 모습의 토모에씨의 얼굴이 보였다.
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토모에씨가 치유마법이라도 써 준거겠지. 하지만 토모에씨의 표정을 보는 한, 내가 살아날 수 있을린 없으리라 생각했다.
뭐어 나는 딱히 살아남는 것에 대해 흥미가 없기에 어찌되건 좋은 일이지만.
미키가 굉장히 당황하며 놀라하고 있다. 카나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에서 큰 눈물방울을 흘리며, 내게 뭔가를 전하려는 듯 외치고 있다.
이제는 그녀들의 말이 단편적으로밖에 들려오지 않는다.
“저기, 큐■! ■■■를 ■■는 건 불■■해?!”
카나메가 큐베를 다그치듯 필사적으로 말을 건냈다. 뭘 말하고 있는 건지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떻게든 알 수 있었다.
어이 어이, 그런 거 안 해도 좋아, 카나메. 마녀에게 죽은 걸로 이 영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되풀이되는 시간의 주박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번에 나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힘내지 않아도 좋아. 제발 죽게 해줘.
‘물론 가능해. 뭐, 간단한 일이야. 네게는 그 소원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지나치게 깨끗한 큐베의 목소리. 머리에 직접 말을 걸고 있기에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있어서 그건 고통에 지나지 않았다.
기다려, 큐베. 너는 뭐를…….
“■■로……?”
‘당연해. 그러니까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그만둬…… 그만둬줘 카나메. 너는 내게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조차 봐주지 않겠다고 하는거야 게다가 나를 위해 소원을 빌어 준다 하는 거라면, 나를 살려주는 게 아니라 존재를 말소시켜줘. 그러면 나는 편해질 수 있어.
목이 찢겨버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낼 생각이었는데, 내 입은 뻐끔뻐끔하고 육지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밖에 움직여 주지 않는다.
“안돼――――――――――――――――!!”
갑자기 들려온 내 말을 대변하는 듯한 외침. 그 소리는 냉정한 그녀에게선 엿볼 수 없었던 진정한 마음이라는 게 내게 전해져 왔다.
분명 그건 나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게 같기 때문이겠지.
――아케미 호무라.
나와 그녀는 카나메 마도카에게 큐베와 이런 형태로 계약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같았기에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카나메 마도카는 큐베와 계약했다.
즉, 토모에씨의 치유마법으로도 낫게 할 수 없었던 내 몸의 손상이 완전히 나았다고 하는 소리다.
몸을 일으키자 카나메가 내게 안겨왔다.
“무카이군……. 다행이야…… 정말로 살아나서, 다행이야……!”
내게 안겨든 카나메의 모습은 아까 전까지 입고 있던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교복이 아니라, 분홍색과 하얀색을 기조로 한 하늘하늘한 마법소녀 코스튬.
눈물을 흘리며 안도하는 그녀는 놓아두고, 주변을 확인한다.
토모에씨는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미키는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아케미 호무라는――무표정이었다.
모든 걸 체념한 듯한 얼굴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 아까 전 그만큼 큰 소리로 외친 소녀와 동일인물이리라곤 생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구한거야?”
“에?”
“어째서 나를 구했어?!”
카나메를 내 몸에서 떼어내고 나는 말을 내뱉었다. 참을 수 없는 마음만이 앞선다.
“그치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카이군이 죽어버려서……”
“그래, 무카이. 마도카의 덕분에 무카이는 살아난거야.”
“너는 입다물어 미키!”
미키를 찌릿 노려보며 입다물게 한다.
“뭐, 뭐야…….”
움츠러드는 미키를 무시하고 다시금 나는 카나메를 힐문한다.
“어째서야?! 대체 왜야? 나는 여기서 죽어도 괜찮았어. 어째서 나를 어중간하게 구한거야?!”
나 자신의 소원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니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으론 이해하고 있어도, 감정은 납득해 주지 않았다.
카나메의 눈가를 흐르는 눈물은 안도의 눈물에서 다른 눈물로 바뀌어 갔다. 카나메는 곁눈질로 토모에씨의 모습을 살피지만, 토모에씨는 하늘을 올려다 본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딸깍.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와, 나는 눈을 카나메에서 떼고 그 소리를 낸 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아케미 호무라……?”
내 착각이 아니라면 아케미 호무라를 중심으로 공간이 잘려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마녀의 결계가 붕괴되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조금 상태가 이상하다.
‘그런가. 호무라, 네가 시간을 되감고 있었던 거구나. 이걸로 하나의 의문에 답이 나왔어.“에……?”
지금, 큐베가 뭐라고 말했지 아케미 호무라가 시간을 되감고 있었다고
혹시나 그게 사실이라면…….
“아케미 호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내 시야에는 토모에씨나 미키는 당연하다 쳐도, 방금 전까지 내가 불합리한 분노를 부딪치고 있던 카나메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의 원흉을 향해 달려든다.
네가, 네가, 네가 내 시간을 멈췄던 거냐
추궁할 생각이었다. 아니, 후려갈길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머리에 피가 올라 자신이 뭘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게 실현되는 일은 없었다.
――내 의식이 암흑으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