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저기, 크리토군. 크리토군의 이름은 크리스토스님, 예수님같아.”
“예수님?”
“응. 예수님이야. 정말로 훌륭하고, 거기에 모두에게 상냥한, 하느님 같은 사람이야.”
“그렇구나. 그럼 나는 예수님이 될게!”
“그러면 나는――”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동안 공원의 벤치에 앉은 5살 정도 되는 소년 소녀가 이야기를 즐기고 있었다. 곁에서 보면 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이야기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데 두 사람의 사이는 좋은 것 같다.
소년――나는 어린애면서 흑발의 소녀에게 손짓발짓으로 장래 설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녀도 거기에 미소로 답하고 있다.
――이상해.
모든게 이상했다.
여기는 어디야? 이 소녀는 누구야? 그리고 나는 뭘 말하고 있어?
확실히 그곳에 있는 소년은 나였지만, 나는 이런 기억이 없을 터다.
아무리 내 머릿속을 뒤져봐도 지금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하핫, 그럼 ■■■는 내 아내구나!”
“응. 나 크리토군의 아내가 될래!”
이녀석들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내”라고? 아마도 어린 나름대로 장래를 맹세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만둬 나. 그건 나중에 흑역사로만 남는다고.
소리를 내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 했지만, 거기서 나는 간신히 자신이 눈앞의 두 사람에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 챈다. 왜냐면 난 나 자신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손이 허공을 갈랐기 때문이다.
이걸로 더더욱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야?
간신히 눈치 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눈치 채는게 늦었다.
눈앞에 어릴 때의 내가 있고, 그런데 펼쳐지는 건 내 기억에 없는 사건. 그리고 그걸 옆에서 보는 나.
―― 영문을 알 수 없다.
그런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안. 나 멀리 이사가지 않으면 안 돼.”
“에…….”
내 곤혹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장면이 바뀐다.
왠지 갑자기 이별을 고하는 어릴 적의 나. 그리고 흑발의 여자애는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곤혹에 휩싸여 있다.
“미안. 정말로 미안해…….”
“………….”
“………….”
어릴 적의 나는 비통한 표정으로 흑발의 소녀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여자애는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거기에 이끌리는 듯 어릴 적의 나도 말을 잃는다.
이윽고 여자애는 뜻을 굳힌 듯 입을 연다.
“……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눈에는 눈물을 띄우고 어릴 적의 내게 재회의 맹세를 구한다.
“응. 물론이야. 봐봐. ■■■는 내 아내잖아.”
어릴 적의 나는 여자애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아낸다.
――정말로 이건 뭐야?
했던 말 되풀이가 되지만 나는 정말로 이런 과거의 기억 같은 건 없다. 태어나서 주욱 미타키하라에서 자라왔고, 어릴 적에 이런 흑발 여자애가 친구로 있지도 않았을 터다.
“이거…… 크리토군에게 줄게.”
이미 터져버린 눈물을 흘리며 여자애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걸 벗어 어릴 적의 나에게 내민다.
그 물건을 보고 나는 더더욱 혼란한다.
――어째서, 대체 왜 그게 거기 있는거야!
의미를 알 수 없다.
영문을 알 수 없다.
“고마워. 소중히 할게.”
어릴 적의 나는 그걸 받아들고, 자신의 목에 건다.
“어울려. 크리토군.”
“고마워, ■■■.”
두 사람 다 참아내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눈물로 이별을 마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어내고 있다.
――어라?
왠지 내 눈에서도 눈물이 넘치고 있다.
흑발의 여자애 같은 건 모를 터인데. 이런 이별 기억같은 건 없을 터인데.
어째선지 모르는 사이 눈 앞의 두 사람에게 이끌리는 듯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
천천히 눈꺼풀을 연다.
그곳에는 평소와 변함없는 내 방의 천장이 있었다.
“그건…… 대체 뭐였지?”
여기가 침대 위라는 걸 확인하고 오른 손으로 얼굴을 뒤덮는다.
있을 리 없는 과거의 기억.
그게 가장 잘 들어맞는 내 안에서의 해답이었다.
“그렇다 쳐도…….”
침대에서 일어나 얼굴을 덮고 있던 오른손을 바로 옆의 탁자로 뻗는다.
“왜 이게……?”
내가 손에 든 건 십자가 목걸이. 딱히 로사리오라거나 그런 고상한 건 아니고, 조잡하게 만들어진 단순한 목걸이다.
어릴 적의 나는 이 목걸이를 흑발의 여자애에게 받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내 기억이 옳다면 이 십자가 목걸이는 어릴 때 부모님이 사 주신 물건일 터다.
그러니 그 여자애가 개입할 여지는 없어…… 그래. 튀어나올 만한 여지는 없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아까 전부터 경험한 과거의 기억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꿈을 제대로 부정하지 못하는 거지?
태어나서 계속 미타키하라에서 자라온 내가 이사 같은 반드시 기억에 남을 법한 이벤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턱이 없잖아.
“…… 영문을 모르겠어…….”
모처럼 일으킨 몸을 다시금 침대에 턱 걸친다.
이 정도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은 되풀이가 시작되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아니, 그 때와 지금은 조금 의미가 다를까.
그 때에는 어째서 되풀이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는 외부에 대한 불신감.
하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건 자신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
어째서…… 어째서 하고 계속 의신에 빠져드는 것도 자기방위를 위한 한 가지 수단이겠지.
하지만 나는 뭘 의심하면 좋은 건지도 모른 채로 단순히 머리를 텅 비우고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어머니가 등교해야 할 시간이라는 걸 가르쳐 줄 때 까지 나는 계속 머리를 텅 비운 채로 멍하니 있었다.
그 과거의 기억인지 꿈인지 잘 알 수 없는 걸 어째서 난 봐 버렸나 하는 거라든지, 시간이 되풀이되는 원인이 아케미 호무라일지도 모른다는 거라든지, 생각할 일은 잔뜩 있었는데 마치 뇌의 허용량을 넘어버린 게 아닌가 하고 느낄 정도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어머니께 재촉받으며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가는 길을 흔들흔들 걷는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는 큐베는 없었구나.”
시간이 되풀이되는 원인이 아케미 호무라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딱히 큐베는 없어도 상관없다. 아케미 호무라에게 직접 되풀이에 대해 캐물으면 그걸로 좋은 거니까.
하지만 없어도 상관없다고 해도 한 쪽을 고르라면 있는 쪽이 낫다. 아케미 호무라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큐베가 있는 쪽이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발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교문을 접어든다.
주위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이미 수업시작이 시작된 것 같다.
나는 서두를 마음도 들지 않아 터벅터벅 자신의 교실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드르륵 교실 뒤쪽의 미닫이문을 열어, 아침의 인사를 하며 교실에 들어선다.
반 친구가 모두 수업중에 난입한 내게 눈길을 향해왔지만, 잠시 뒤에는 1교시 수업을 맡고 있는 선생님 쪽으로 눈길을 되돌렸다.
선생님 쪽도 내게 있어서 특별히 지각에 대해 뭔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빨리 자리에 앉도록 재촉할 뿐이었다.
따분한 1교시 수업이 끝나자 친구가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크리토가 지각하다니 진귀한 일인데.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단순히 늦잠 잔거니까 신경 쓰지마. 너도 가끔 그렇잖아?”
“뭐어 그렇지. 그런데, 크리토. 잠깐 들어봐――.”
지각한 이유를 적당히 둘러대자 친구는 바로 납득해 주었지만, 그 친구가 꺼낸 뒷말에 나는 가슴 속에 뭔가가 켜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반에 무진장 귀여운 전학생이 온 것 같은데, 이따 보러 안 갈래?”
“……전학생?”
“응 응. 긴 흑발의 미소녀란 모양이야. 이건 어택할 수 밖에 없잖아!”
흑발…… 그러고 보면 아케미 호무라는 전학생이었다.
아케미 호무라를 강하게 의식하면 다시금 가슴 속이 뜨거워진다.
분노, 증오, 초조함. 이 기분을 잘 표현할 말을 찾기는 힘들지만, 부정적인 감정인 것은 틀림없다.
“……그, 그렇지. 그래도 나는 그만두기로 할게.”
어떻게든 냉정한 척 대답했다.
“뭐야. 무카이는 분위기 잘 못타네. 혹시 그 애와 내가 사귀거나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하핫, 그건 무리일테니 안심해 둘게.”
“뭐, 뭐라고?!”
친구와의 이런 대화도 2교시의 예비종과 함께 막을 내렸다.
그래…… 그랬어. 나는 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해방되고 싶어.
오늘 눈을 뜨고부터 계속 생각지 않았던 일을 강하게 의식한다. 아니, 원래 목적을 재인식했다고 하는 쪽이 올바를지도 모른다.
점심시간까지 기다려 아케미 호무라가 있을 카나메와 미키의 교실을 향한다.
그러자 정말로 타이밍도 좋게, 아케미 호무라와 카나메가 교실에서 나오는 시점이었다.
“아케미 호무라. 이야기 할게 있어.”
딱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기에 이름을 무른다.
하지만 아케미 호무라는 나같은 거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내 옆을 성큼성큼 지나간다.
“아, 아케미양. 불리고 있는데……?”
카나메가 그런 걸 말하자 아케미 호무라는 되돌아 보고 “빨리 갑시다.” 라는 말만 꺼냈다. 이렇게 되어 카나메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한다는 듯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카나메를 내버려 두고 아케미 호무라에게 이어서 말을 걸었다.
“아케미 호무라는 상당히 너무한 녀석이네. 단 둘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잖아. 뭐어, 바로 거절당했지만.”
“당신 혹시…….”
지금까지 안중에도 없었을 터인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는 아케미 호무라.
오, 반응 있나. 이건 틀림없을지도 모른다.
“서로
내가 이야기를 끝나고 나서 잠시간의 침묵 후, 아케미 호무라는 카나메에게 눈길을 돌렸다.
“……미안해 카나메양. 양호실 안내는 그에게 받기로 할게.”
“아, 으, 응. 그럼 이따 또 봐, 아케미양.”
카나메는 머뭇머뭇 거리면서도 제대로 아케미 호무라에게 인사를 돌려주고, 교실로 돌아간다.
아케미 호무라는 카나메가 돌아가는걸 확인한 뒤 시선을 돌려 나를 노려본다.
“일단은 옥상에 갈까.”
쌓인 이야기도 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하게 느긋이 이야기 하고 싶으니까.
“그렇구나. 둘이서 이야기 하기에는 그게 좋다고 생각해.”
아케미 호무라는 빙글 내게 등을 향해, 계단을 향해 걸어 나갔다. 나는 그 등에서 1미터쯤 거리를 두고 뒤를 따른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계단을 한단씩 천천히 밟아 나가며 위로 올라가, 아케미 호무라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연다.
지금이 한낮이기도 하여 약간씩 열려 나가는 문의 틈으로 햇빛이 비쳐 온다. 그 햇빛에 한 순간 눈부심을 느끼지만, 눈길을 아래로 향하는 걸로 그 빛에 바로 대응한다.
그리고 나도 옥상으로 나아간다.
“놀랐어. 당신이 그 장소에 있던 당신이었구나.”
나를 기다리듯 이쪽을 향하고 있던 아케미 호무라는 그런 걸 물어왔다.
“그러는 너도 그 곳에 있었던 네가 틀림 없지?”
“그래, 틀림 없어.”
“그런가…….”
간신히 나의 소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이걸로 그녀가 시간이 되풀이 되는 원인이며, 나를 해방해 줄 수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겠지.
“그러면 어째서 나를 되풀이에 말려들게 하는 거야……? 이유가 있다면 가르쳐 줘!”
울분을 모두 토해내듯이 말에 강하게 싣는다.
아까 전에 아케미 호무라와 마주본 시점부터 계속 말하고 싶었다. 옥상에 올 때 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마다 참아내고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 때 까지 말하는 걸 참을 수 있었다는 게 내 스스로도 놀랍다.
아케미 호무라는 내가 하는 말에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듯 머리를 갸웃거린다.
“그건 무슨 소리야? 내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이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는 것 뿐인데.”
“모른……다고…………?”
여기서 나는 인내의 한계에 달해,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자제심을 해방해 아케미 호무라에게 다가가 가슴팍을 잡는다.
아케미 호무라가 저항 없이 가슴팍을 잡혀 준 탓에 조금 맥이 빠졌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정신을 차려보면 오늘이고, 내 시간은 오늘로부터 약 1개월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 주위의 모든 시간은 정체하고 있는데 나만이 계속 나아가고 있어…… 미칠 것 같잖아. 아니, 미쳐가고 있었어.”
가슴팍을 잡히고 있는데도 무표정한 아케미 호무라의 자줏빛 눈동자에는 내 비장감 감도는 표정이 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 네가 이 되풀이되는 시간의 원인이겠지? …… 그러면 나를 해방해 줘.”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꺼낼 때 마다 아케미 호무라의 가슴팍을 잡는 손의 힘이 점차 빠져 나가, 결국은 그녀의 앞에서 땅에 손을 짚어 버린다. 옥상의 타일이 내 눈 앗에 가득 퍼져 있었다.
간신히 찾아냈다. …… 간신히 찾아냈을 터인데, 내 몸은 아케미 호무라에게 복수를 하지도 못하고 눈 앞에서 무력히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를 말려들게 한 장본인. 그런데도 어째선지 그녀에게 내 감정을 한풀이 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 미안해.”
나 자신을 모르겠어…… 하고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아케미 호무라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목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든다.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 시간을 되감고 있었던 건 나야.”
“그러면, 그러면 어째서 사과하는거야……. 빨리 내 시간을 진행시키든지, 나를 되풀이에서 빼놓아 주든지 해 줘……. 저기, 정말로 네가 이 되풀이를 일으키고 있는 거라면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간원하듯 말을 토해낸다.
자존심 따위 버려 버려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 시간이 나아갈지 멈출지 둘 중 하나의 결과 뿐이다. 어느 쪽인지를 내게 준다고 한다면, 설령 나를 지금의 상황에 말려들게 한 아케미 호무라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부탁할게…… 제발. 네가 내 소원을 이뤄주지 않는다면, 나는 동년대의 소녀에게 내 대신 큐베에게 소원을 빌어주게 하는 것 정도 말고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 그런 건 내가 싫어. 나 때문에 다른 여자애에게 괴로움을 억누른다니…… 정말은 싫어.”
한 번은 망설이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이 되풀이로부터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기어나가 주겠다고 자신에게 굳게 맹세했을 터인데.
결국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각오가 되어 있던 건 아닌 거다.
겉으로만 나를 꾸며내 스스로가 마치 비극의 히로인같은 게 된 것처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말로 그 도금이 벗겨져 버렸다.
“네 사정은 알았어.”
“그렇다면――.”
“하지만, 미안해. 나는 네가 어째서 내 시간 역행에 말려 든 건지를 몰라.”
정말로 면목 없다는 듯한 표정. 언제나 무표정했던 아케미 호무라가 처음으로 보여준 표정이었다.
아케미 호무라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빚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시선은 필요 없어. 단지 나를 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해방해 주기만 한다면…….
“무슨 소리야……? 혹시나 내 정체된 시간을 너는 어떻게도 할 수 없다는 소리야? 네가 내 시간을 멈춘 주제에…….”
“……미안해.”
내게 오직 사죄의 말만을 부딪치는 아케미 호무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나는 일어나서 아케미 호무라의 어깨를 난폭하게 붙잡는다. 그녀는 눈을 피해 나와 눈을 맞춰주려 하지 않는다.
단순히 힘을 비교하면 내 쪽이 약하여 간단히 떨쳐낼 수 있을텐데, 그녀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정말 진짜로 내 시간을 나아가게 하는 것도 멈춰주는 것도 할 수 없는거야……?”
간신히 찾아낸, 아무도 다치지 않고 내 소원을 이뤄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 존재. 그래도 무정히 돌아온 말은 아까까지 되풀이 되고 있던 말과 마찬가지였다.
그걸 듣고 나는 잠시간 동작을 멈추고 생각에 몰두했다.
“…… 미안했어.”
간신히 뭔가를 결심한 나는 아케미 호무라의 어깨에서 손을 떼놓고, 흔들흔들 교내를 나아가는 문을 향한다.
“기다려.”
“왜?”
나를 부르는 아케미 호무라의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본다.
“나는 어째서 당신이 말려든건지를 몰라. 그렇기에 당신의 시간을 진행하게 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불가능해.”
“그건 나도 이해했어. 그러니 나는 더 이상 네게 의지하지 않아.”
“무카이 크리토. 그래서 당신은 지금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야?”
빚을 느끼고 있는 건지 스스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내게 물음을 던져왔다.
“정해져 있잖아. 내 시간을 정체시킨 장본인일 아케미 호무라가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기적을 바랄 권리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에게 나를 대신해서 소원을 빌게 해야지. 뭐, 소질이 있는 것 같은 소녀에게는 두 명쯤 짐작이 있고.”
그래. 장본인님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전에 가능하다고 말했던 큐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그것밖에 내가 해방될 길은 남아있지 않다.
이제는 악귀가 되더라도 거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혹시나 그 두사람이라고 하는 건――.”
“아아, 미키 사야카와―― 카나메 마도카다.”
나는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진 다른 소녀를 모른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두 사람 중 한 쪽이 내 바람을 이뤄주도록 할 수 밖에 없다.
더는 여기에 용무는 없다. 멈춘 발걸음을 다시 떼어, 교내를 향한다.
“안녕. 더 이상 너랑은 얽힐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 모처럼 긴 교제가 될 지도 모르는――”
작별 인사를 남기려 하고 있자, 마른 소리와 함께 갑자기 왼쪽 가슴 즈음에 격통이 달렸다.
눈길을 향해 보자 그 고통의 중심에서 점점 붉은 액체가 새하얀 교복에 퍼져가는게 보였다.
“에?”
“미안해. 내 소원이 이뤄질 때 까지 네 괴로움도 내가 짊어질게.”
――팍.
다시금 들려온 그 마른 소리와 함께 내 의식은 끊어졌다.
*****
“으음…….”
아침. 창문에서 불어 들어오는 상냥한 바람에 의식이 점점 각성해 간다. 침대에 몸을 올린 채로 잠이 덜 깬 눈을 문질러 의식의 각성을 부채질한다.
그러고 보니 멍한 머리로 아케미 호무라에게 살해당했었구나 하는 걸 떠올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진 않았다.
어찌 된 걸까. 이상한 느낌이다. 아케미 호무라가 되풀이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를 영원의 주박에서 풀어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그녀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걸지도 모른다.
각성한 의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다.
“이런 곳까지 찾아와서, 무슨 용건이야?”
내 눈길 앞에는 아케미 호무라가 있었다.
딱 내가 침대에서 윗몸을 일으킨 뒤 내 눈 앞에 파란색을 바탕으로 한 마법소녀 코스튬을 몸에 두른 그녀가 조용히 멈춰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밀어 올려, 그게 아침의 은은한 햇빛과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내 관심은 이미 아케미 호무라에게 가 있지 않기에, 특별히 놀랄 것도 생각할 것도 없었다. 억지로 말하자면 어째서 내 방 같은데 있는 건가 생각한 정도다.
“……미안해.”
그 말만을 하고 아케미 호무라는 어느 샌가 그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들이댄다.
그 느긋한 행동에 나는 전신에서 땀이 삐질삐질 배어 나오는 걸 느꼈다.
“어이…… 그만둬, 뭘 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그로부터 잠시 뒤, 내 방에서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
눈을 뜨고 바로 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침대에서 뛰어 내린다.
――철컥.
침대에서 뛰어 내린 상태로 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후두부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분명 권총이겠지.
보통이라면 있을 턱 없는 상황이지만, 그 외에는 생각할 것이 없었다.
“저기, 어째서 이런 걸 하는 거야. 너는 나를 도울 수 없다고 말했잖아. 그러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둬.”
등 뒤에 있을 아케미 호무라에게 말을 건다.
아마 약간이라도 움직이면 그 손에 든 권총으로 내 머리를 뚫어 버리겠지. 그러니까 이야기를 꺼내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 시도한다.
“말했잖아. 네 괴로움도―― 내가 짊어지겠다고.”
“나는 이런 걸 바라고 있었던게 아냐.”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네 괴로움을 최소한으로 억누르려 하고 있어.”
――미안해.
*****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면 거기에는 아케미 호무라가 있었다. 창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긴 흑발을 펄럭 휘날린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입을 연다.
“……또 나를 죽일 거야?”
“응, 그 말 대로야. 그게 당신을 말려들게 해 버린 나에 대한 벌이니까.”
저항은 의미 없는 모양이다. 애초에 약간 특이하다고 해도 단순한 인간일 내가 마법소녀인 아케미 호무라에 대해 저항같은 걸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 해서 도망치려 한 대도, 이전과 같은 결말이 되겠지.
그렇다면 내가 취할 행동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그런가. 그럼 죽여. 내 괴로움도 짊어져 주는 거지? 두 사람 분의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빠르게 네 소원인지 뭔지를 이뤄서 날 해방해 줘.”
정말로 아케미 호무라가 내 괴로움까지 짊어지는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말려들게 한 인간을 죽이는 괴로움은 짊어지게 하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이 정도 밖에 찾지 못했다.
――철컥.
여중생의 자그마한 손에 들린 권총이 나를 조준해 간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 정도밖에 속죄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까…….”
대체 언제가 되면 이 연쇄가 끝나 주는 걸까.
*****
“이번은 어땠어?”
“……실패였어.”
“그런가…… 그건 유감이네.”
눈부신 아침 햇살이 내 방에 들어올 때 나와 아케미 호무라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뭐, 특별히 드문 일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케미 호무라에게 살해당한다. 그 수없이 되풀이되어 원패턴화한 흐름 중 한 장면이다.
그녀에게 살해당하기 시작했을 즈음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 되풀이 함에 따라 어느쪽에서부턴지 말을 주고받게 되어 있었다.
내 제멋대로인 상상이지만, 아마 고독을 견딜 수 없었던 거겠지. 우리들의 시간은 지나치게 나아갔다.
되풀이 되면 되풀이 될수록 주위의 시간과 조금씩 어긋나 간다. 그건 내 경험담이지만, 약간 미래의 일을 어설프게 알고 있는 탓에 쓸데없는 일을 말해 버리면 주위에서 소외당한다.
고독이라는 건 정말로 외로운 거다. 그걸 알고 있기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에게 이끌린다. 실제로 나는 아케미 호무라와 보내는 이 짧은 시간이 좋아져 버렸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해도, 언젠가 모두 리셋되어 버리는 사람들과 있는 것 보다 함께 시간이 흐르는 존재와 있는 쪽이 훨씬 더 안정된다. 이런 건 되풀이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내게 살해당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너는 웃을 수 있는거야?”
자연스레 표정으로 드러났던 모양이다.
“어째서냐니. 그건 아케미 호무라, 너와 이렇게 같은 시간에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주변의 다른 모두는 정체되어 있는데, 너와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잖아.”
“그래도 그건 내가――.”
“알고 있어. 원인은 확실히 너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는 그런 건 어찌됐건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저항도 쓸모 없고, 도망도 무리. 그러면 적어도 괴로움을……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현상에 만족해 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걸 말하는 거야. 네 괴로움도 내가 짊어지겠다고 했는데, 이걸론 내가 바보같잖아.”
“그렇구나…… 그러면 그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을 빌려주지 않을래?”
“어쩔 셈이야?”
“아아, 의심하지 마. 스스로 나를 죽일 뿐이니까. 그러면 너는 나만큼의 괴로움은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잖아?”
자살에는 익숙해져 있다. 식칼로 자기 목을 찌르고 있던 경험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에 넘겨 달라고 아케미 호무라에게 손바닥을 내민다. 이제 그녀에게만 괴로움을 억누르는 건 그만두자.
“왜 그래? 빨리 넘겨 줘. 슬슬 학교가 시작될 시간이야. 전학생이 첫 날부터 지각하면 이래저래 곤란해 지는 것 아냐?”
때는 슬슬 8시가 되려 하고 있다. 곧 어머니가 날 부르러 올 시간이니 빨리 해 줬으면 한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네 괴로움도 짊어지겠다고 각오 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권총을 들고 있는 아케미 호무라의 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린 상태로 내게 조준을 맞춘다.
“어째서냐니.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야. 나는 너와 보내는 이 짧은 시간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어. 그러니 적어도 내 괴로움 정도는 스스로 짊어지고 싶어.”
그 정도 밖에 뭔가를 계속 짊어져온 그녀에게 해 줄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웃기지 마!”
내 생각과는 정 반대로 아케미 호무라는 그걸 부정했다.
“그런 건 완전 멋대로야!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래. 그건 내 멋대로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빨리 넘겨줘. 곧 어머니가 올 모양이야.”
“안돼, 안돼……. 그래도 될 리가 없잖아!”
그렇게 외치고 아케미 호무라는 방아쇠를 당긴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그 탄환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으으…….”
내 몸과 함께 잠옷으로 쓰고 있던 하얀 티셔츠의 복부에 구멍 하나가 뚫렸다. 그 작은 구멍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내 피가 하얀 티셔츠에 배어들어 간다.
오른손으로 맞은 곳을 눌러도 흘러 넘치는 피는 멈추지 않는다.
바로 죽지는 않는다. 왜냐면 실제로 나는 지금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몇 분 뒤 출혈과다로 죽겠지.
아아, 스스로 나를 죽일 생각이었는데.
내가 이 되풀이에서 해방되기 위해, 아케미 호무라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녀에게 나 같은 걸 위해 손을 더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져, 권총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룻바닥 위에 떨어진다.
“아, 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케미 호무라의 절규가 조용했던 내 방에 울려 퍼진다. 아픔을 참으며 권총에 향하고 있던 눈길을 그녀에게 돌리자, 아케미 호무라는 머리를 안은 채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그녀를 참고 볼 수는 없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 마다 피가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더해 나갔다.
내 이마에는 땀이 배여, 아케미 호무라와 다른 의미로 내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피가 부족한 모양인지 몸이 무거워 그녀가 있는 곳 까지 도착하는 것 만으로 헐떡거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나와 아케미 호무라의 눈길이 교차한다.
그녀는 미확인 비행 물체나 미확인 생명체 같은 거라도 봐 버린 것처럼 눈을 크게 뜬다. 그 눈에서 그녀의 가녀림이 느껴진다. 눈꼬리에 약간의 물기가 보였기에,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거라 생각하자 내 마음속은 왠지 채워져 간다.
그때까지 총을 맞은 곳을 누르고 있던 오른 손을 떼어내 나는 양 손으로 매달리듯 아케미 호무라의 몸을 껴안았다.
“엣…….”
“미안. ……또 짊어지게 해 버렸네.”
여기까지 움직이는데 힘을 다 써 버린 탓에 이미 스스로 자신을 죽일만한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내 원래 목표는 여기까지 도착한 뒤 아케미 호무라가 마루에 떨어뜨린 권총을 주워 자신의 머리를 쏘아 버리는 거였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말을 꺼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녀를 안은 걸로 그녀의 파란색 바탕 세일러복 같은 마법소녀 코스튬에 내 피가 배어들어갔다. 거기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일에 남은 힘을 쓸 수는 없다.
“다음부터…… 스스로 죽을 테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이미 내 몸에는 거의 힘이 남아있지 않아, 팔에 힘이 빠져 중력에 따르는 듯 아케미 호무라의 몸에서 바닥으로 몸이 무너져 갔다.
“안돼!!”
하지만 내 몸은 바닥에 충돌하기 전에 아케미 호무라가 나를 껴안았다.
남은 마지막 힘으로 그녀의 얼굴을 필사적으로 살핀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거기에는 질척질척하게 무너진 우는 얼굴밖에 보이지 않아 안타까워 참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그녀가 이런 표정을 짓도록 해 버린 걸까.
확실히 처음에는 아케미 호무라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나는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력한 자신이 어쩌지 못할 정도로 싫어졌다.
*****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이라는 날의 아침 햇살을 맛보는 것도 몇 번째일까.
분명 어슴푸레한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헛수고가 된다. 그 정도로 수없이…… 수없이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
‘여어.’
나 외에는 아무도 없어야 할 터인 방인데 알고 있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 직접 전해져 왔다. 그게 있을 터인 책상 위로 눈길을 향한다.
“무슨 일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큐베.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해서 미안하지만, 너는 대체 뭐야?’
“후훗…… 아하하하핫.”
두 번 째야. 오늘 눈을 뜨고서 처음으로 만난 존재가 큐베인 건.
아마 그 횟수는 가장 적고, 그 다음으로 적은 건 나를 일으킨 게 어머니일 때겠지. 그리고 가장 많았던 건…….
‘갑자기 웃다니 어떻게 된거야? 지나치게 급작스러워서 따라가질 못하겠어.’
“아아, 미안해. 그 때의 내가 지나치게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서.”
내 대답에 큐베는 고개를 기울인다.
나는 딱히 이해받을 생각으로 꺼낸 말이 아니기에, 어찌됐건 상관 없다.
‘뭐어, 됐어. 그래서 대체 뭐야, 너는? 내 경험상 너같이 남자인데도 막대한 마력을 그 몸에 품고 있는 존재는 처음이야.’
“……왤까?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단지……?’
“단지…… 아니, 역시 아무것도 아냐.”
말하려 하다가 이 녀석에게 말해도 쓸모없다 생각해 입을 다문다.
내가 큐베에게 직접 소원을 바랄 순 없다. 혹시나 바란다 하면 카나메나 미키를 대신해서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건 내가 바라는게 아니다.
거기에 나는 모든 것의 원인인 그녀와 함께 있는게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 버렸다.
“이제 너와 이야기 할 건 없어. 슬슬 학교에 가야 하니까 어딘가로 가줘.”
‘유감이야. 너와는 좋은 관계를 쌓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만 남기고 큐베는 내 방에서 자취를 감췄다.
나는 그걸 확인한 뒤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하얀 교복을 두르고 아침을 먹기 위해 부엌을 향했다.
후다닥 아침 식사를 마치고 빠르게 학교로 가기로 한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실내화로 갈아 신고, 뒷문으로 통하는 정면 현관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여기에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전학오는 전학생이니, 그렇다면 여기를 통해 학교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어째선지 이번에는 나를 죽이러 오지 않았다.
그게 내 머리를 떠올랐지만 머리를 난폭히 흔들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내쫓은다.
간간히 등교해 오는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며 그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녀는 찾아왔다.
내 존재를 확인하여 그녀의 움직임이 굳어졌다. 오랜만에 본 그녀의 교복 모습에 뭔가 그리움을 느낀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어째서냐니. 그건 내가 묻고 싶어. 어째서 오늘 내 방에 오지 않았어?”
“그건…….”
그녀는 정말로 말을 꺼내기 힘들다는 듯 눈길을 돌렸다.
“뭐어, 됐어. 그런 것 보다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에게?”
아침에 눈을 뜨고 학교에 와서, 여기서 그녀를 계속 기다리는 동안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낸다.
“내가 네 소원을 이루는 걸 돕게 해 줘.”
이게 내가 이끌어 낸 그 무엇보다 나은 선택이다.
그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내가 이 되풀이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선택. 거기에 더 이상 그녀가 나를 죽인다 하는 고통을 주지 않고 끝난다.
그녀―― 아케미 호무라의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