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 날, 나를 둘러싼 세계는 종언을 맞이했다.
비유라거나 하는 쓸데없는 표현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방도시인 미타키하라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난 슈퍼 셀――피난소에 오기 전에 확인한 뉴스에서 본 것뿐이기 때문에 나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하게 격렬한 폭풍 같은 거라고 기상 캐스터가 설명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이 체육관에 피난해 온 사람들이 몸을 서로 기대며 이 어마어마한 재해가 물러가기를 몸을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는데도 그건 희망적인 관측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었다.
거야, 이 피난소에 올 때 까지 나는 격렬한 비나 돌풍, 그에 따른 어마어마한 벼락같은 걸 이 몸으로 체험했다.
거기다 이 체육관에서 밖을 살펴보면 도로는 침수되어 있는데다가 돌풍이나 벼락으로 박살나 있는 건물 같은것도 보인다.
아아, 여기서 내 인생은 막을 내리는 건가…….
언제까지 이 체육관이 버텨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나는 비관하고 있었다.
그저 나는 지금까지 평범히 살아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나 사람들이 죽어나갈 법한 재해에 말려든 걸까.
신이 존재하고 있다면 분명 그 녀석은 변덕삼아 사람을 구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겠지.
미움이 솟아올라 참을 수 없었다.
대체 내가 뭘 한거야? 어째서 내가 여기서 죽어야만 하는데?
신한테 욕을 퍼부으려고 하다 적당한 말을 떠올리지 못한 채로 그런 의문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목에 찬 십자가 목걸이를 꽉 쥐었다.
눈치 채 보니 한 달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니…… 방금 전 까지 봤던 그 비참한 광경은 악몽이었어. 그래, 분명 그럴 거야.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 시점에서, 나는 내 마음속 어딘가가 그 생각을 부정하고 있는 걸 부정했다.
그게 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어떻게 할 도리 없는 악몽에서 달아나는 수단이었다.
――었다. 그래, 과거형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최악의 끝을 달리는 미타키하라 마을의 참상은 되풀이 되었다.
나 스스로가 악몽이라고 단정한 뒤 그걸 굳게 믿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같은 날에 이 미타키하라의 땅에 슈퍼 셀은 맹위를 떨쳤다.
나는 설마 자신이 미래예지라도 해 버렸던 게 아닌가 생각하며,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신을 책망했다.
꿈과 마찬가지로 피난소인 체육관 한 구석에서 나는 무릎을 감싸 안으며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어째서 나는 내 꿈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지?
―― 남들이 내 머리가 맛이 간게 아닌지 염려하리라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말하는데 의미가 있었지 않을까?
―― 자신 혼자 친구들의 고리에서 튕겨져 나가 고독해 지리라 생각했다.
다른 한 사람의 자신이 정말로 싫어졌다.
내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 하고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의 자신이 그 모든 걸 부정해 간다.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수없이.
뒤에서 내 귓가에 다른 한 사람의 자신이 속삭여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큼지막한 빗소리가 체육관에 울려퍼지는 중에, 내가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삐삐삐, 삐삐삐, 삐삐삐 하고 아침을 고하는 자명종의 요란한 소리가 방 가득 울린다.
따끈따끈한 이불 속에서 마지못해 손을 뻗어서 매일 아침의 울리는 알람을 껐다.
―― 어?!
잠이 덜 깬 눈을 비빌 틈도 없이 잠기운이 날아가, 급히 휴대폰을 들어 날자를 확인한다.
하하핫……. 저절로 메마른 웃음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다.
표시된 날짜는 그 재해로부터 딱 한 달 전.
더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도 모르고, 어째서 이런 사태가 된 건지도 모른다.
나는 자신이 세 번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뺀 나머지 이야기들을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솔직히 이야기했다. 한 달 뒤에 올 슈퍼 셀로 이 미타키하라 마을이 무지막지한 상황이 된 다는 걸.
그리고 나는 고독해졌다.
친구들에게는 헛소리를 하는 녀석이라며 버림받고, 부모님은 정신병동이 있는 병원에 나를 끌고갔다.
기이하게도 두 번째 시간에 다른 한 사람의 자신이 말한 그대로의 상황이 되었다.
고독해진 그 날로부터 나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고, 자신마저도 믿지 못한다.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슈퍼 셀이 미타키하라 마을을 덮쳤다.
하하핫, 꼴좋다. 내가 말한 대로 됐잖아?
모두 내 말을 믿고 미타키하라 마을 밖으로 피난했으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어.
아하하하하핫………….
4번째.
여기까지 오고 나니 아무런 감상도 없다.
아아, 또 오늘인가……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세 번째와 마찬가지로 고독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았으니, 슈퍼 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 더는 싫어.
눈을 뜨고 나서 2주간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알고 있어. 어차피 이 뒤도 계속 되풀이 되겠지?
나는 이 한 달에 영원히 묶여 버린 거다.
싫어 싫어 싫어.
내 체감으로 3개월과 2주일. 약간 다른 부분은 보이지만, 거의 비슷한 나날의 되풀이.
마음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자신만이 이 나아가지 않는 시간에 영원히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예 죽어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 연쇄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날 나는 목 깊숙이 식칼을 꽂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되풀이되는 시간이 끝날 일은 없었다.
확실히 자살했을 터인데도 정신을 차려보면 그 첫 날의 아침.
정신이 나갈 것 같아 침대에서 뛰어내려 부엌에 있던 식칼로 자신의 목을 힘껏 벤다. 그 행동을 눈을 뜰 때 마다 반복했다.
몇 번 죽었는지도 이제 모르겠다.
초반에는 횟수를 세고 있었지만, 10번을 넘었을 즈음에 헤아리는 걸 멈췄다.
눈을 뜨면 그 발로 휘청휘청 부엌까지 가서 식칼로 자신을 죽인다.
그런 단순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나날 중 오늘이라 하는 날에 이변이 일어났다.
‘여어.’
이미 몇 번 째가 된 건지도 모르겠는 날의 아침. 눈을 뜬 내 눈앞에 괴상한 생물이 있었다.
고양이랑 토끼를 섞어놓은 것 같은 네발 동물. 몸은 하얗고 털로도 촉수로도 보이는 묘한 게 귀에서 뻗어 나와 있다. 등에는 둥그런 구멍같은 빨간 선이 보인다.
“너는…… 대체 뭐야?”
지금까지 경험한 오늘이라 하는 날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 녀석은 이불 위에서 동글동글한 눈으로 막 일어난 나를 바라본다.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뭐야, 너는? 내 경험상 너와 같은 존재는 처음으로 보는데.’
“뭐……?”
이 만남이 내 운명을 바꾸게 된다.
헛돌고 있던 톱니바퀴가 간신히 맞물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