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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마지카?

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マジか?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2화


 ​기​다​리​기​를​ 10분. 마치 춤 춰줄 상대가 없는 무도회의 숙녀처럼 교문에 기대 있던 내 앞에 교문 위에서 우쭐대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큐베를 이정표로 삼아 나와 그리 나이가 차이 나 보이지 않는 여자가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금발의 아름다운 머리는 양쪽으로 흘려 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머리끈으로 묶여 있고, 머리끝은 파마를 한 듯 빙글빙글 감겨 있다. 남을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울 듯한 인상을 주는 침착한 분위기도 피어올랐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교문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그녀를 맞이한다.

“당신이 저에게 만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맞나요?”

“네, 맞아요. 당신들에 대해 약간 신경쓰여 만날 수 있도록 큐베에게 부탁해 보았어요.”

 ​대​인​관​계​의​ 기본은 미소. 그리고 꾸밈없는 진실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진실을 말할지 어떨지는 별개로 치고.

‘여어, 마미.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쌓아올리고 싶으니까, 가능한 한 그가 하고 싶다는 일에 협력해 줬으면 해.’

“안심해줘, 큐베. 나도 난데없이 그를 매몰차게 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면 서서 이야기하기도 불편하니 가 볼까요, 으음…….”

“무카이예요. 무카이 크리토. 일단은 2학년이예요. 부디 편한대로 불러 주세요.”

 ​아​무​래​도​ 큐베는 토모에씨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보다 어느 정도까지 나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 주었는지가 신경 쓰이지만, 그걸 지금 묻기 위해 텔레파시를 써 봐야 토모에씨에게도 들려 실례가 될 테니 그만두었다.

“그래, 그럼 나는 당신을 무카이군이라고 부르도록 할게. 아, 미안해. 자기소개가 빠졌었네. 내 이름은 토모에 마미. 무카이군보다 1년 선배긴 하지만, 그리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

 잘 부탁한다며 토모에씨가 오른손을 내밀었으므로 이쪽도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그 때 교문을 지나는 주변 학생들이 우리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걸 눈치채, 약간 부끄러웠다.

 ​토​모​에​씨​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아 혼자 얼굴을 붉혀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역시나 토모에씨같은 미소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익숙한 모양이다.

“가 볼까, 무카이군.”

“예, 빨리 가 봐요. 토모에씨.”

 ​토​모​에​씨​의​ 부드러운 손이 떨어짐을 아쉽게 느끼며 나는 손을 놓았다.

 다음날 아침, 미소녀와 손을 잡고 있었다는 소문이 흐르지 않을까 하는데 불안을 느끼며, 우리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들​을​ 이끄는 듯 눈앞을 걷는 큐베를 보통 사람이 볼 수 있었다면 정말 괴상한 광경으로 보였겠지.

 ​토​모​에​씨​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샌가 큐베가 사라져 있었다. 토모에씨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저 녀석은 원래 이런 식으로 신출귀몰한 녀석일지도 모른다고 멋대로 결론 내린다.

“헤에~, 그럼 무카이군은 수도 없이 같은 시간을 되풀이하고 있단 소리구나.”

 정말로 큐베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토모에씨에게 전혀 말하지 않은 모양이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서 만날지를 결정하리라 생각하지만, 이건 토모에씨의 큐베에 대한 신뢰가 두텁던지 토모에씨가 원래 친절하던지 둘 중 하나겠지.

 그렇지 않으면 설령 큐베가 중개를 해 주었다고 해도 마법소녀에게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것만 전한 것 정도로는 응해주지 않을 터다. 그 증거로 다른 한 사람의 마법소녀는 만나주지 않을 모양이고.

“그건 그렇고, 소울젬에 그런 용법이 있었군요. 큐베에게선 마법소녀의 마력원이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해서 놀랐어요.”

 ​토​모​에​씨​가​ 가지고 있는 소울젬에 눈길을 향한다.

 ​소​울​젬​은​ 계란처럼 둥그스름한 모습을 하고 있고, 토모에씨는 소울젬의 위쪽에 끈을 연결해서 목에 거는 걸로 가지고 다니기 쉽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색은 그녀의 이미지와 딱 맞는 노란색이다.

“아아, 이거 말이구나. 이렇게 마녀가 남긴 마력의 잔향을 찾고 있는 거야. 반응이 있으면 빛나니까 매일 이렇게 마을을 걸어 다니고 있어.”

 애초에 토모에씨는 오늘도 마녀의 수색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라, 내가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 수색에 동행하는 듯한 형태로 만나주고 있다.

 그걸 들었을 때는 조금 미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토모에씨는 “반드시 마녀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괜찮아.” 라고 미소로 대답해 주었기에 그 뒤로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특히 교통사고나 상해사건…… 자살같은 게 일어난 곳에 마녀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나는 그런 곳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있어. ……참, 무카이군이 묻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 아니었지?”

“앗, 아뇨, 그렇지 않아요. 영원히 되풀이되는 저의 시간도 토모에씨같은 마법소녀나 마녀같은 존재도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존재라는데 변함은 없으니까요. 적어도 자신이 이 주박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지식으로써 알고 싶어요.”

“먼저 사과해 두겠지만, 미안해. 나는 무카이군이 말하고 있는 시간을 되풀이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어. 나 자신의 시간도 부족하고, 무카이군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적어.”

“그렇지 않아요. 토모에씨가 마법소녀나 마녀에 대한 걸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도움이 돼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정신이 망가질 정도로 되풀이해온 시간 속에서 이번처럼 큐베나 토모에씨에게 만날 수 있었던 적은 없어서, 토모에씨의 이야기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떠​오​르​는​ 건 지금까지 되풀이해온 시간.

 그 속에선 마법이라는 말은 판타지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곁에는 마녀와 싸우는 마법소녀가 있다. 거기에 대가가 필요하다고는 해도 어떤 소원이라도 이뤄줄 수 있다고 말한 고양이와 토끼를 섞어놓은 것 같은 생물도 나타났다.

 설령 이번에 시간의 연쇄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해도 다음번부터 마녀라 하는 기적을 이정표로 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그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영원한 연극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몇 번이나 되풀이되는 그 무대에서 중간에 내려오는 건 불가능하고, 출연자들은 꼴사납게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한 걸음씩 착실히 무대 위에서 내려가는 계단을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다.

 ​토​모​에​씨​와​ 이야기를 해 보아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건 큐베가 말한 대로 내가 이 영원의 연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 큐베에게 소원을 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그건 마법소녀에 대한 것들이나 마녀에 대한 것들을 물어 본 내가 내린 결론으로, 아무래도 다른 방법으로는 실현성이 부족하다고 할까 애초에 짚이는 해결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죽어 봐도 살아 봐도 양쪽 다 실패.

 그런 별 수 없는 현실은 이해하고 있기에, 비상식적인 존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큐베나 토모에씨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여 간신히 한 줄기 희망을 찾아냈다.

 그건 자기희생을 대가로 기적을 얻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그 계약은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나는 맺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내게 남겨진 길은 순진한 소녀에게 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 소녀를 싸움이라 하는 가시밭길로 밀어 넣는 잔혹한 소원을…….

 큐베는 그걸 긍정했다. ‘자신의 소망을 우선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내게 새로운 마법소녀를 낳는 스카우트맨이 되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건 어느 의미 옳은 말이었다.

 어떤 사람이건 제일 우선시 하는 건 자신일 터다. 경찰관이건 소방관이건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 직무를 완수하는 거겠지.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라 해도 최종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일이 되는 거다.

 ​그​렇​기​에​ 큐베라 해도, 너희 인류를 위해서라거나 하는 소리를 하며 마법소녀를 낳아 마녀와 싸우게 하는 걸로 최종적으론 자신이 이득을 얻고 있겠지. 그게 뭔지는 모르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그 큐베에게 있어서의 이득이 무엇인지를 내가 알 필요도 없다. 애초에 내 바람은 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해방되고 싶은 거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의 사정 따위 알 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소녀에게 나를 위해 소원을 빌어달라고 하는 데 저항감을 안고 있는 걸까.

 자신을 위해 소녀 한 사람의 인생을 부숴버리는 것에 대해 그 정도까지 혐오감을 느끼는 걸까? 그게 아니면 소녀에게 도움 받는 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걸 두려워 하는 건가?

 대답은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맴돌이치고 있을 터인데도 그 대답을 찾지 못하여 안개가 뭉개뭉개 낀 길을 방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괜찮아?”

 옆을 걷고 있는 토모에씨가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 듯 살펴봤다. 우리들은 지금 토모에씨의 소울젬이 마녀의 기색에 반응했기에, 그 반응을 따라 마녀를 찾고 있다. 장소는 학교에서 돌아가던 길의 화려한 쇼핑몰이었다.

 나는 약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토모에씨와 눈길을 마주친다.

“예에. 괜찮아요. 약간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괜찮지만…… 그래도 마녀에게 만났을 때는 마음을 제대로 다잡아야 해. 마녀는 정말로 위험한 존재야.”

“하하핫, 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죽어도 다시 이 시간을 되풀이하게 될 뿐이고, 거기에다 마녀가 저를 죽이는 걸로 이 연쇄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그것도 값싼 대가니까요.”

 ​자​연​스​럽​게​ 마른 웃음소리가 목에서 빠져나온다.

 분명 이 때 내 표정은 참담했겠지.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비통한 표정을 짓는 토모에씨의 표정이 그 사실을 내게 전했다.

“그렇게 비관적으로 살면 안돼.”

“어째선가요? 당사자도 아닌 토모에씨는 제 고뇌도 절망도 알 턱이 없잖아요.”

“확실히 그건 그래. 나는 무카이군이 경험해 온 일은 몰라. 그래도 나 역시 고뇌도 절망도 있어.”

 그건 그렇겠지. 사람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크건 작건 그 몸에 고뇌와 절망을 안고 있다. 고뇌와 절망이 있기에 그 위에 행복이나 희망이 있다.

 혹시나 고뇌도 절망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것들이 없으면 거기에 대응되는 행복이나 희망같은 것들이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인식되어버린다.

 내 경우에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행복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렇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건 이 지옥과도 같은 되풀이되는 시간이 있고서야 처음으로 행복이 뭔지를 알 수 있었다. 뭐어, 지금의 나로썬 이 되풀이되는 시간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일상이건 비일상이건, 죽음이라 하는 종착점이건 상관 없겠지만.

 ​그​렇​기​에​ 나는 억지로 미소를 돌려준다.

“그렇지요. 그렇기에 사람은 자신들만의 소망을 가지는 거니까요.”

 내가 토모에씨의 고뇌를 아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녀의 고뇌를 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 고뇌는 그녀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니까.

 내가 보기에 토모에씨는 나와 비슷하게 그 고뇌를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약간의 일그러짐으로도 간단히 와해되어 버릴 것 같은 마음의 주박.

 ​마​법​소​녀​라​는​ 건 모두들 나나 토모에씨처럼 필사적으로 자신을 어거지로 유지하는 사람들 뿐인걸까?

 하긴 그것도 그러려나. 큐베에게 어떤 소원이라도 이뤄주는 기적을 바란 거니까, 마음의 어딘가가 어그러져 있어도 이상할 건 없어 보이고.

 내가 마지막으로 말을 꺼낸 뒤 잠시간, 마치 쇼핑몰의 소란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우리들 사이에 침묵이 찾아 왔다.

 ​토​모​에​씨​는​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연 뒤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입을 닫았다. 한편 나는 특별히 토모에씨에게 묻고 싶은 것도 없어졌기에 입을 계속 다물고 있다.

 해는 이미 기울어, 쇼핑몰에는 조금씩 주황색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앗.”

“왜 그래요?”

“가까이에 마녀가 있는 모양이야…… 그래도 이 마력반응을 생각해 보면, 사역마일까?”

 ​토​모​에​씨​가​ 든 소울젬이 옅은 빛을 내쬔다.

 ​덧​붙​여​서​ 사역마라고 하는 건 원래는 마녀의 몸에서 분리된 존재로, 인간을 포식하는 걸로 분리 전의 마녀와 같은 마녀로 성장하는 성가신 존재라는 모양이다.

 요는, 마녀의 새끼라고 할 법한 존재겠지. 어디까지나 내 추론이지만, 이렇게 마녀는 늘어 가기에 그 대항전력으로써 큐베가 마법소녀를 낳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알겠어? 이것만은 주의 해 주길 바라는데, 사역마라고 해도 아무 힘도 없는 무카이군에게 있어선 위험한 존재야. 그러니 뛰쳐나가는 등의 위험한 일은 하지 않기를 부탁할게.”

“알고 있어요.”

 ​다​음​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도 이런 초반에 죽을 순 없다. 마녀라는 녀석을 보기 전에 죽어서 참을 수 있을 까 보냐.

 ​약​간​이​라​도​ 경험을. 약간이라도 정보를.

 내 머릿속의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지식을 얻어야 한다.

 그 정도의 기개로 나아가지 않고선 내 바람이 이뤄지는 일은 없겠지.

“그럼, 가도록 할까.”

 ​아​까​까​지​의​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야무진 표정을 지은 토모에씨가 소울젬이 가리키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을 쫓듯 나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야.”

 ​달​리​기​를​ 10분 정도일까. 토모에씨가 발을 멈춘 건 쇼핑몰의 안에 있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개장중인 플로어였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는 기색같은 건 전혀 없어, 아까까지 있었던 소란스런 곳과는 완전히 달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나도 알 수 있다.

 묘한 위압감이라고 해도 좋으려나. 눈앞에 펼쳐져 있는 플로어에 한 걸음이라도 발을 디디면, 지금까지의 현실에서 내가 발을 디뎌야만 할 비현실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리란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이게 마녀의 결계인가.

 나는 죽어도 어차피 되풀이 되리라 생각하며 얕잡아 보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지나치게 이질적인 분위기에는 뒷걸음질 치게 된다. 아무래도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것 보다 다른 사람에게 죽는 쪽이 좀 더 커다란 공포를 낳는 모양이다.

“괜찮아?”

 ​이​마​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인지, 토모에씨가 아까 전에 나를 걱정하고 있었을 때와는 좀 다른 톤으로 걱정하는 듯한 말을 꺼내 왔다.

“괜찮아요. 약간 결의가 부족했던 모양이에요.”

 아하하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 이 위압감이 마녀인건가.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는다.

“갈까요, 토모에씨.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알겠어. 대신에 위험한 상황이 되면 내 뒤로 숨어줘.”

 ​아​무​래​도​ 좋을 프라이드지만, 남자로써 여자 뒤에 숨는 건 피하고 싶다. 하지만, 마녀를 상대할 대항수단도 지식도 토모에씨쪽이 나은 상태니 여기는 솔직히 따르도록 하자.

“예. 알고 있어요.”

 지금은 아직 죽어도 괜찮을 상황이 아니다.

 그걸 알고 있으니 토모에씨의 말에는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갈까.”

 ​토​모​에​씨​가​ 플로어에 발을 들여 놓았기에, 나도 뒤를 따른다.

“이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마치 옛날 유럽에서 그린 그림 속에 헤매어 버렸다고 표현하면 될까. 이미지로 치면 피카소의 그림이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이질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좀 더 이렇게…… 아아, 그런가. 동화책이다. 어린애들을 위한 동화책 같은 공간이다.

 갖가지 색이 엉망진창으로 주변에 퍼져있어, 이 공간의 이질성을 자아낸다.

“마녀의 결계라는 건 생각보다도 대단한 공간이네요.”

“우후후, 무카이군은 어떤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멍하니 있었기 때문인지 토모에씨는 자그맣게 웃으며 그런 물음을 꺼낸다.

“좀 더 음울하고 어두운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동화책 속에 헤매인 듯한 터무니없는 곳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 공간이기에 더더욱 역으로 공포감을 느껴 버린다.

 그 뒤로도 토모에씨 소울젬의 반응을 의지하며 결계 안을 나아간다. 사슬이 챙그랑 소리를 냈다고 생각하면 기와의 산이 눈앞에 나타난다거나 하는 정말로 뭔지를 알 수 없는 공간이다.

“…… 왔네.”

 ​토​모​에​씨​가​ 자그맣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여기서 “뭐가?” 같은 물음을 던질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다. 당연히 이 결계 안에 잠복해 있는 사역마가 나타난 거다.

 털실 뭉치같은 둥그런 물체가 본체인 걸까. 거기에 코와 입이 있고 더듬이와 수염이 난대다,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기관의 앞은 나비같은 모습이다.

 그런 녀석이 다섯 마리 쯤 눈앞에 육박해 왔다.

 이미 판타지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정도까지 판타지틱한 세계를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내가 놓여있는 되풀이되는 시간은 어느 쪽인지 말하자면 SF같은 현상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빨리 정리하고 앞으로 갈까!”

 그렇게 말하고선 토모에씨는 소울젬을 양손으로 가슴팍에 쥐고 눈을 감는다.

 그러자 다음 순간에는 아까까지 입고 있던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교복에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방송될 법한 만화영화에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은 진짜 마법소녀라고 주장하는 듯한 코스튬으로 바뀌어 있었다.

 ​토​모​에​씨​의​ 금색 머리카락에 맞춘 듯 옷깃이나 가슴의 리본은 노란 색이고, 풍성한 상의를 코르셋으로 눌러 녹색 스커트로 전체의 분위기를 가다듬고 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걸 ‘변신’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토모에씨는 느닷없이 꺼내든 머스캣 총을 사역마에게 향해 발포한다. 격철의 소리가 묘하게 생생하다. 설마 진짜인 걸까?

 ​마​법​소​녀​라​고​ 말 하길래 주문을 읊어서 지팡이의 앞에서 불이나 번개같은 걸 쏘아내리라 생각했더니, 힘차게 물리공격이냐. 이건 태클을 걸지 않고 참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머스캣 총은 단발식이기에, 한 번 쏘면 총탄을 넣지 않으면 안 되지만, 토모에씨는 쏘자마자 그 머스캣을 버리고선 다음 순간에는 새로운 머스캣을 그 손에 들고 있었다.

 ​던​져​버​린​ 머스캣 총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를 내지 않는 건 던지자 마자 머스캣총이 허공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끝났어. 앞으로 가자.”

 내가 토모에씨의 공격수단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 모든 사역마를 퇴치한 토모에씨가 나를 현실로 집어 당긴다.

“놀랐어요. 토모에씨는 마법같은 건 안 쓰면서 싸우네요.”

 나는 아직껏 토모에씨가 손에 들고 있는 머스캣총을 한 번 본 뒤 말했다.

“우후후, 아니야. 내가 쓰고 있는 건 소환마법. 그걸로 이 머스캣 총을 불러내서 싸우고 있어.”

“아아, 그래서 던져버린 머스캣총이 사라진 건가요.”

“그런 거야. 그럼 계속 가자.”

 머스캣 총을 가슴으로 억누르듯 들고 웃는 토모에씨.

 ​아​까​까​지​의​ 전투를 보고 역시 정말로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구나 하고 생각하자, 내게는 그 미소가 무리해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뒤에도 여러번 사역마의 습격을 받았다. 하지만 토모에씨가 마법으로 소환한 머스캣총의 사선상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그는 줄어들어 갔다.

 나는 특별히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사역마가 나타날 때에 토모에씨의 5미터쯤 뒤로 물러나서 전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정도였다. 토모에씨에게 있어 마녀나 사역마를 쓰러뜨리는 건 사명이고 이번에는 그걸 방해하는 형태로 내가 들어온 거니, 최대한 방해가 될 법한 행동은 피해야 한다 판단했다.

“조심해. 이 앞에 기척이 잔뜩 있으니까.”

 ​토​모​에​씨​는​ 커다란 양쪽문 앞에서 나를 제지했다. 물론 나는 말한 대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다 해도 여기까지 올 때 까지 ‘공사중’이나 ‘출입 금지’등이 쓰인 간판이나 팻말 등이 눈에 띄었다.

 이 공간이 나타나기 전의 흔적이라고 봐도 괜찮은 걸까? 그게 어쩐지 현실과 결계 안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게.”

 ​토​모​에​씨​가​ 무거워 보이는 양쪽 문을 누른다. 여기는 내가 나설 차례라고 생각했기에 나도 돕는다.

 끼기긱 하는 소리가 울리며 문이 천천히 열린다. 눈으로 본 대로 문은 제법 무거워, 이만큼 움직이는데도 내 숨이 헐떡인다. 그런데도 토모에씨는 전혀 숨을 헐떡거리지 않는 걸 보면 마법소녀는 육체적인 보정이라도 받은 걸지도 모른다.

 그건 나중에 큐베에게라도 물어보기로 하자.

“저건――?! 무카이군, 나는 앞으로 갈게!”

“예?”

 숨을 정리하기 위해 무릎에 손을 얹고 있어서 토모에씨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 하지만 토모에씨는 내 애매한 대답은 상관없다는 듯 달리기 시작한다.

“앗, 잠깐”

 손을 뻗어서 제지해 보려고 해 봐도 토모에씨는 달리기 시작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간신히 호흡을 정리해 커다랗게 숨을 내뱉는다.

“거 참, 저렇게나 서두르다니 무슨 일일까.”

 이미 멀찍이 가 버린 토모에씨의 뒷모습을 찾……자, 바로 눈에 띄었다.

 ​그​렇​다​쳐​도​ 토모에씨와 함께 있는 이인조는 누구지?

 교복을 보면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미타키하라 중학교의 학생임은 틀림없지만, 분홍색의 짧은 머리를 붉은 리본으로 양 갈래로 묶은 심약해 보이는 여자애와 짧은 푸른 머리의 성격이 당차 보이는 여자애. 넋을 잃은 건지 두 사람 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멀리서 본 모습이니 약간 자신은 없다. 내가 그렇게 시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도 토모에씨의 뒤를 따라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그​러​고​서​ 잘 보니 분홍색 머리의 애가 엉망진창이 된 큐베를 안아들고 있다.

“괜찮아, 큐베?”

 큐베 자체의 생명에는 별로 흥미가 없지만 이녀석이 죽었다간 이번 시간에서 찾아낸 방법을 탐구하기에 불편해 진다.

‘응…… 어떻, 게든. 마미에게, 도움, 받았어.’

 ​중​간​중​간​ 끊길 듯한 상태로도 의리있게 대답을 해 주는 큐베. 괴로우면 대답을 꼭 해 줄 필요는 없는데.

“무카이군. 내가 사역마들을 어떻게든 할 테니 그 애들을 부탁해.”

“예, 알았어요.”

 ​토​모​에​씨​에​게​ 부탁받았기에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애 두 사람을 데리고 후방으로 물러가기로 했다.

 ​안​전​권​까​지​ 물러가서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금 아까 전까지 이 애들을 덮치려 하고 있던 사역마의 집단…… 아니, 군단을 바라본다.

“그렇다 쳐도 대단한 수네.”

 별로 헤아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슬쩍 보기에도 총 수는 100이라 해도 될 것 같다. 그 수염이 난 털실 뭉치같은 녀석이 드글드글하기에 웃음마저 북받쳐 오른다.

“…… 왜 웃는거야.”

“엉?”

 나는 비스듬히 오른쪽 위로 고개를 올린다. 거기에는 내가 피난시킨 큐베를 안고 있는 분홍 여자애와 파란 여자애가 보인다. 덧붙여서 내게 말을 걸어온 건 파란 여자애다.

“그러니까 왜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지 난 묻고 있는거야!”

“잠깐, 사야카…….”

 궁지에 몰린듯한 표정으로 화내 온 파란 머리를 분홍 머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분홍 머리…… 왠지 어조가 나쁘네.

“나는 무카이 크리토. 보이는 대로 너희들과 같은 중학교의 2학년이야. 그래서, 너희들의 이름은?”

 일단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이름을 묻기로 한다. 아무래도 이 애들은 큐베가 보이는 모양이고, 게다가 이런 상황에 말려들었다. 마법소녀가 되기 위한 자질이라고 하는 걸 갖추고 있는 거겠지.

 내 소망을 위해서라도 아는 사이가 되어 두는 게 유리하다.

 아직도 빽빽 짖어대는 파란 머리를 억누르려는 듯 분홍 머리가 내 바람대로 자기소개를 해 주었다.

“내, 내 이름은 카나메 마도카. 그리고 이 애는 미키 사야카. 두 사람 다 무카이군과 마찬가지로 2학년이야.”

“흐음. 뭐어, 잘 부탁해. 그런데 미키 사야카.”

“뭐야?”

“불만스런 표정을 짓눈 중에 미안한데, 저걸 봐봐.”

 나는 앞쪽에 손가락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차례차례 양손에 머스캣총을 소환하여 사역마를 향해 발포하는 토모에씨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올 때 까지 토모에씨의 활약을 봐 왔기에 특별히 걱정할 건 없다.

“요는 적재적소라는 거야. 나는 이렇게 너희들을 피난시키고, 토모에씨는 저녀석들과 싸우는. …… 그러고 보면, 토모에씨에게서 자기소개는 받았어?”

 미키 사야카는 멍하니 토모에씨가 싸우는 모습에 매료되어 있어, 내 물음에 대답한 건 카나메 마도카 쪽이었다.

“아직인데…….”

“저 사람은 토모에 마미. 우리들보다 1년 선배고 3학년이야. 그런데, 뭔가 질문할 것 있어?”

 ​토​모​에​씨​는​ 지나치게 많은 수 때문에 귀찮아 진 건지, 한 순간에 어마어마한 수의 머스캣 총을 소환했다. 사역마와 마찬가지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총들이 규칙적으로 허공에 전개된다. 아무래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저 둥그런 녀석은 뭐야?! 게다가 이 이해할 수 없는 공간도 그렇고, 전학생에 대해서도 듣고싶고, 저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듣고싶어.”

“으음~, 생각한 것 보다 질문이 많이 왔네. 저 둥그런 녀석은 사역마야. 그리고 이 공간은 마녀의 결계 속, 전학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토모에씨는 마법소녀야. 뭐어, 나도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대략적인 정보를 말해 둔다. 어차피 이 뒤에 토모에씨도 이 두 사람에게 비슷한 것들을 설명하겠지.

 ​토​모​에​씨​쪽​은​ 어떻냐면, 머스캣총의 전개를 마친 듯 손에 든 머스캣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자 전개된 모든 머스캣총의 격철이 차례차례 소리를 내며 총탄을 쏘아간다.

 모든 총격이 거의 동시에 나갔기에 어마어마한 굉음이 되어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내 고막에까지 대미지를 준다.

 발사된 총탄은 사역마의 군단에 빨려들 듯 날아가 그것들을 모두 분쇄해 간다.

“우오, 대단해.”

 설마 토모에씨가 이런 것 까지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꽥​꽥​거​리​는​ 미키 사야카도 큐베를 안은 카나메 마도카도 멍함을 넘어 아연해하고 있었다.

“뭐어, 일단 이걸로 너희들은 기적을 바랄 수 있는 권리를 얻었어.”

 내 말을 듣고 양쪽 다 말을 꺼냈다.

“기적……?”

“그래. 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바라는 기적이야.”

 ​부​럽​다​.​ 나는 소원을 바라는 것조차 할 수 없고 이런 약해보이는 소녀들밖에 바라는 게 불가능하다니.

 그럼, 내 소망을 대신 빌어줄 수 있는 소녀들도 발견했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이 애들의 미래를 희생시켜 나는 자신의 미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걸까……?

최근 이래저래 바빠서 올리는게 늦었네요. 아마 이제부터는 한 주에 한 화 페이스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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