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이트 0 3화 현실
내심 복잡하지만 계속 행군하다보니 쇠와 쇠가 부딫치는 소리와 비명, 함성등이 멀리에서 들려온다.
“...쇠 그리고 이 소리... 싸우고 있는건가”
게임에선 기사단 도착때는 이미 태반이 약탈당해있었던 듯한 상황이니 예상했던 바이다.
하지만 내 중얼거림에 크리스가 놀란 눈으로 날 본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응? 아아... 싸우고 있는듯한 소리가 들려온다고... 안들려?”
“예 제게는... 그보다 싸우고 있는듯한 소리라니요! 그런건 눈치챘으면 빨리 얘기해주세요!”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듀크 단장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렇게 뚜렷히 들리는데 안들리나? 아니 레벨은 초기화됐지만 내 능력은 그대로라는건가?
듀크 단장과 크리스가 얘기하고는 듀크 단장이 서둘러 가자는 명령을 내린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을텐데...
“시온 멍하니 뭐하시나요! 얼른 뛰세요!”
크리스의 다급한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나는 나와 주변의 분위기가 다르단 것이 느껴졌다.
“아... 으, 응”
주변에 맞춰 따라 뛰며 머릿 속에 한가지 생각이 든다.
이건 혹시 현실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게임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조작이 가능한걸로 봐서는 역시 그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길어진 길, 로그아웃의 불가능, 주변의 리얼한 긴박감
나는 정말 게임에 있는걸까 하는 생각
머릿 속이 복잡해져간다...
하지만 곧 내 시간은 멈춰버렸다.
측면에서 강력한 폭발을 당한듯이 찌그러지고 탄 자국이 나서 쓰러져있는 마차, 화살들이 박혀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진 말, 굴러다니는 누군가의 팔, 흩뿌려진 피와 비릿한 피내음
듀크 단장의 돌격이라고 외치는 소리, 내 앞으로 나아가는 철의 물결들
처음에는 고압감을 느꼈던 상황이였다.
나중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던 모습들이였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많이 봐왔지만 별개의 것이였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초조해져서 스테이터스창을 호출해 스테이터스창을 보자 내심 안심이 되었다.
아아 나는
「마스터! 정신차리시고 앞!」
갑작스런 호통에 놀라 앞을 보자 산발머리에 눈이 충혈된 남자가 도끼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었다.
“우왓?!”
그에 놀라 옆으로 몸을 피하자 내가 있던 자리에 도끼가 내리찍힌다.
하지만 남자는 멈추지않고 금방 도끼를 고쳐쥐고 그대로 옆으로 휘둘러왔다.
바로 검을 뽑아 검의 옆면으로 도끼날을 막자 묵직한 충격이 내 몸에 전해져왔다.
“큭!”
“멍하니 있더니 몸놀림 하난 잽싸구나”
이대로 당할수는 없다는 생각에 머릿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한다.
자세를 낮춰서 물 흐르듯이 남자의 옆을 지나쳐가며 허리를 베고 지나가 빠르게 다시 돌아오며 단번에 목을 베는 이미지를...
머릿 속에 단어의 울림과 함께 내 몸은 곧 내가 이미지했던 그대로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추며 남자의 가슴 안쪽으로 파고들자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남자가 금방 제지하려하지만 내 발은 남자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남자의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검이 남자의 허리를 베었다.
그리고 바로 검을 틀어 올리며 몸을 돌려 남자의 목을 베며 원래 있던 방향으로 발을 내딛어 이동했다.
등 뒤로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검에는 어느새 피가 묻어있었다.
피비린내가 코를 자극한다.
뒤를 돌아봐선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돌아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분명 돌아보면 곧 폴리곤이 사라지는 것이 보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 그걸로 된거 아닌가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마스터 멋졌어요!」
내 앞에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작은 요정의 모습과 허리와 목이 잘려져 널부러진 남자의 시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