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가온 재앙
'생존경쟁.'
어느 날, 우연히 책에서 본 이후 이 단어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생물이 생존을 위해 자연환경이나 동종 또는 이종 동물과 벌이는 경쟁.'
이것이 생존경쟁이다.
*****
감고 있는 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느끼고는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 머리맡이 하필이면 창문 쪽이여서, 여름에는 햇빛이 매우 눈부시다.
창문에 커튼이 달려있지만 깜빡하고 어제 저녁에 커튼을 치는 것을 잊어버린 채 잠이 든 바람에 덕분에 오늘은 매우 불쾌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어쩔 수 없이 찜찜한 마음으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학교에 갈 준비를 한 다음, 집이 학교와 멀어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또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아이들도 없다.
나는 반 얘들에게 관심이 없고, 반 얘들 또한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 기준에서 반 얘들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나를 대한다.
하나는 일종의 보여주기식으로 나에게 선의를 배푸는 것.
또 하나는 나를 만만하게 보고선 교묘하게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오늘도 이동수업 때문에 교실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 어떤 얘들이 뒤 쪽에서 달려와 내 어깨를 일부러 치고 갔다.
그러고는 내가 바라보자 그 얘들은 나에게 험한 말을 하며 주먹을 위로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였다.
물론 금방 재미없다며 가버렸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으로 사람을 다스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똑같네.'
잠시 안 좋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난 이 반에서 어느 쪽도 들어가지 못했고 반 얘들한테도 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집 안은 아무도 없이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다는 말을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버릇처럼 내뱉는 말 일 뿐이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만 반복되니 마음 속이 마치 텅 빈 것 마냥 공허하였다.
"그냥 이대로 죽어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낫지 않을까..?"
매번 똑같은 생각을 하며 TV를 틀었을 때였다.
갑자기 긴급속보라며 모든 화면이 뉴스 화면으로 틀어졌다.
"또 무슨 일 났나?"
나는 별 생각 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별 생각 없이 볼 만한 평범한 속보가 아니었다.
"여러분 긴급속보입니다. 현재 우주에서 원인 모를 운석 하나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러다 꺾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현재 운석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로 오고 있으며, 분석에 의하면 10분 뒤 쯤에 충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순간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 운석은 현재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충돌하는 순간 지구 대륙에 큰 영향을 주는 것과 동시에 지구의 반이 폐허로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이후에 벌어질 사태를 듣고 나서는 현실감이 없었다.
"잠깐, 뭐야, 정말 이대로 죽는거야? 이렇게 갑자기?"
나는 현실감 없는 이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무언가에 미친듯이 크게 웃기도 하였다.
하지만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울던 나는 고개를 다시 들곤 말하였다.
"그래,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아직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나의 끝이었다.
그 순간 뉴스에서 운석 충돌에 대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밖에선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혼잡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계속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이내 카운트다운이 10초 가량 남았을 때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웃으며 살아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눈을 질끈 감으며 마지막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눈가엔 어느 새 눈물이 나와 뺨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3
2
1
'콰쾅!!'
빛이 몰려 들어 왔다.
'이현준.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을 내 이름.'
*****
'지지직'
TV의 전원이 꺼져버렸다.
엄청난 괴음과 함께 그 날,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