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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랑 (소설 2차세계대전)





히틀러의 지나간 과거 회상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그리고 마침내 그 대단원...

  ​‘​감​개​무​량​하​구​나​.​.​.​ 오늘 내가 이렇게 서서 대독일의 총통으로서 성공적으로 끝난 올림픽의 대단원을 볼 수 있다니...’

  아돌프 히틀러... 그 날 밤 겨우 폐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지나간 자신의 반생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그것은 실제론 불과 몇 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뇌리에서 떠올린 영상의 이미지 재생으로서는 수십 년이 넘는 영겁의 시간 동안이었다. 실제의 시간과 기억의 시간의 흐름은 그야말로 차원이 전혀 다른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아돌프는 기억이란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간 자신의 반생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으니까.
  올해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유태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란... 바로 이러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통하는 실감나는 진리가 아니었을까?

  ‘그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독일 뮌헨으로 향했었지...’




  아돌프는 어렸을 적, 오스트리아의 브레스나우에서 태어나고 자랐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장차 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이치란 게 다 그렇겠지만... 변변한 재산도 없이 화가란 재능만 있다고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자기 생계를 뒷받침해줄 재산이 없이, 노력만으로 자아성찰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건 망상에 다름 아니었다.
  크게 성공한 몇몇 화가를 제외하곤,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돈 버는 화가가 없는 건 동서고금이 똑같았다. 하긴 그 성공한 화가들조차, 자기 생전에 그럴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세기의 화가라고 불리는 고호나 밀레, 렘브란뜨나 피카소 같은 사람들도 생전엔 평생 가난하게만 살다 비참하게 생을 마친 역사가 있잖은가? 화가로서 생전에 부귀영화를 쥔 사람이라면? 기껏해야 교황의 총애를 받은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의 화가들 몇몇 정도뿐이다.

  더욱이,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미대에 재수하려고 하던 그 해... 그만 홀어머니마저 세상을 뜨신 것이다.

  그래서, 변변한 재산도 없던 아돌프는 결국 붓을 꺾고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바람만 먹고 살면서 화가의 길을 걸을 수는 없기에...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란 실질적으론 유령법률상에만 보장된 유명무실한 엉터리 권리로서, 실제로 이걸 정말로 누리고 있는 건 극소수의 돈 많은 특권계급들밖에 없다.

   그는 오스트리아를 떠나 독일 뮌헨으로 왔다.
   그리고 거기서 그림을 그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이름도 없는 화가의 그림이 그렇게 비싸게 팔릴 리도 없어서 아돌프는 큰 곤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어느 날인가는 결정적인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었다.

  세르비아의 한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하자, 그렇잖아도 세르비아를 병합해 자국 영토로 흡수하려던 오스트리아는 이걸 핑계로 당장 세르비아를 침노했고 그 후 세르비아의 큰 형님 격인 러시아가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 오스트리아의 철의 동맹국인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 러시아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마저 독일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벌어진 대전쟁이었다.

  그러자, 아돌프는 전쟁이 벌어지던 바로 그날... 우연히 자기 그림을 사주면서 [희망없는 인생을 사느니, 한번 전쟁터에 나가 인생역전의 기회를 노려보지 않겠나?]라는 이름도 모르는 한 부유한 노인의 충고를 듣고서 결국 전장에 나가게 되었다.
  두어 달 동안 독일군 신병훈련소에 열심히 훈련을 받고, 서부 프랑스 전선으로 나가게 된 것은 1914년 늦가을이었다.

  “나는 전령병이 보직! 포화나 기관총탄을 뜷고서 중대에서 연대로 상황을 알리러 가는 것이 임무랍니다. 하아, 하아...”

  아돌프는 맨날 발바닥에 불나게 전쟁터 한복판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전령 일을 맡게 되었다.
  당시엔 아직 무선통신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시기였던지라, 상황의 보고는 전령병이직접 편지를 들고서 사령부로 달려가서 전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런 임무는 당연히 위험하기 마련이어서(특히 참호 아래서 저격병이 노려보고 있는 1차 대전에선 더욱 위험) 어느 날 아돌프는 총에 맞아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가 얼마간 포상휴가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휴가의 대가로 그때 작전에서 싸우다 전사한 하인츠 베켄바우어라는 동료의 전사통지서와 유골을 그의 부모와 애인에게 전하라는 명령을 받은 아돌프...
  그러나, 그때 뮌헨에 내려가 죽은 하인츠의 약혼녀와 만나, 정말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었었다.
  아돌프는 하인츠 대신,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라고 맹세하고 그날 전선으로 돌아가기 전 날 밤에 그 약혼녀 캐디와 함께 잠자리까지 가진 후 전선으로 돌아갔었다.

  ‘하인츠의 약혼녀이자, 그 놈이 전사하자 나의 애인이 되었던 캐디! 아아, 그 착한 여인이 내 품에서 숨을 거둘 때, 난 유태인을 내 생명 붙어있는 그 날까지 증오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었지. 지금 그녀와 양부모님을 죽게 만든 카잘스키 일가 놈들... 그것들은 대체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아돌프는 그 때를 회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때, 그 끔찍한 일들을 다시 떠올리자 설움이 몰려와서...
  자신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베켄바우어 일가는 몰락해 있었고 그 노부부는 유태인들의 사기에 말려들어 전 재산을 빼앗기고 돌아가셨다.
  캐디는 자신과 재회한 그 날 저녁... 그 유태인 사기꾼 범죄자 카잘스키 일가의 계략에 말려들어 빌헬름이라는 그 집안 개망나니 아들놈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하고 그 충격으로 죽고 말았다. 그때, 자신의 품속에서 숨을 거둔 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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