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마스터
"톰슨, 그만하고 이리로 오너라"
그러자 톰슨은 어두운 그늘에서 나온 크고 육중한 겉모습만 보면 4번대 기사단장인 바르라 파르를 닮은 것 같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콧수염이 없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풍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닮아있었다.
그자가 마이던에게 다가섰다.
"자네가 마이던군이군, 둘째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 기사면서 모험가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하다더군? 심지어 마르티를 이겼다면서"
아마 그가 말하는 둘째는 안내원씨인 것 같았다.
마이던은 분위기에 압도되었지만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마르티 양과의 대련에서 제가 이겼습니다. 하지만 모험가분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그저 평소처럼 대한 겁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던 마스터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뭐 그건 됐다. 아마 너희가 온건 마르티를 데려가기 위함이겠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마르티는 우리 길드에 몇 없는 황등급 모험가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곳에 내가 뭘 믿고 보내지? 황제의 보상? 우린 그 녀석에게 보상을 받은 적이 없어! 전쟁에 이용되었을 때도! 오히려 우리 가족을 감옥으로 몰아넣었던 그런 녀석이야!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녀석의 밑으로 보낼 것 같나!"
이미 길드 마스터의 신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나있었고 마이던 또한 화를 내면 중요한 전력을 잃는 상황이었다.
둘의 얘기를 듣던 마르티가 당황하며 말했다.
"마스터, 난 이 녀석과의 싸움에서 이미.."
그녀의 말이 끝나지 않았지만 고개를 떨구고 생각 중이던 마이던이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마르티 양은 가이아의 황등급 모험가이시죠, 만약 저희 쪽의 실수로 그녀가 죽게 된다면 원정을 끝마치고 황제께 말씀을 드려 보상 및 이번 일과 저번 일들의 사죄를 요청하겠습니다. 만일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무슨 일을 벌여서라도, 제 몸을 버려서라도 이루겠습니다."
마이던의 은은한 갈색빛으로 빛나는 눈엔 한치 거짓 하나 없었고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가이아의 아버지, 마스터 조지는 그런 마이던의 눈빛을 보고 거짓이 없음을, 이 남자라면 정말 이루리란 것을 느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렸다.
마르티는 이 둘 사이에 껴 눈치만 보고 있었고 마이던과 마스터는 서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정말 믿을만한 기사님이로군... 다음 나라로 타고 갈 수 있도록 마차를 준비하도록 하겠네, 나의 딸을 잘 부탁하네 마이던 기사님이여, 잠깐 딸아이와 대화를 하겠네, 내려가서 좀 쉬고 있게나"
마이던은 문을 나서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중한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마이던은 앞으로의 가야 곳 및 여러 잡생각을 했다.
'다음가야 할 곳이 아마 항구의 도시인 볼스토르겟구나'
'샤콘이 과연 마르티 양을 동료로 생각할까..'
'오늘은 어떡하지 하룻밤 묵어야 하나?'
'만약 목적지가 아버지가 사시는 집이라면 어떡하지'
'만약.. 아버..'
"마이던!"
그의 잡생각을 날려버리는 포쉬의 한 마디.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눈앞엔 걱정스러운 표정의 포쉬와 스콜, 여전히 관심 없어 보이는 샤콘, 모험가들과 어울려있는 피온이 보였다.
마이던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어디 다친 거야? 안색이 안 좋은데.."
마이던을 걱정해 주는 포쉬의 한 마디에 마이던의 잡생각은 모두 날아갔다.
"아.. 미안, 괜찮아.. 마스터를 만나기 전에 긴장을 너무 했더니.. 이제야 긴장이 풀린 것 같아, 하하 걱정 끼쳐 미안하네 그래도 착한 분이시더라 괜히 긴장했어"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마이던의 뒤통수를 때렸다.
"어흑"
"어이, 길 좀 막지 마시지?"
마이던을 때린 건 마르티였다.
마스터와의 대화가 끝난 모양이다.
"왜 때린"
"마스터가 그러시는데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고 가란다. 아직 낮이지만 신나게 즐겨보자고!"
마이던이 뭐라 말하기 전에 마르티가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그 뒤를 따른 것은 마스터였다.
마스터는 자신의 믿음직한 동료이자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자식들에게 외쳤다.
"오늘은 기념적인 날이다! 우리 용맹스러운 기사단장님과 우리 길드의 황급 모험가가 손을 잡은 날이니 마시고! 즐겨라! 성공적인 원정을 위하여!" "성공적인 원정을 위하여!"
정말 행복해지는 축제 분위기, 어찌 이보다 즐거우랴 모두 마시고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 분위기를 즐기던 마이던을 마스터가 따로 불러내어 대화를 나눈다.
"마이던 공, 음식은 어떤가? 입맛에 잘 맞는가?"
"예, 매우 맛있는 음식이네요. 분위기도 매우 즐겁고 좋습니다."
"난 내 딸아이가 자넬 만나 다행이라 생각하네"
"예? 아뇨! 저야말로 마르티 양을 만나 다행이죠!"
"아닐세, 오히려 자네 같은 사람을 만난 게 다행이지, 기사들한테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게 모험가 일세, 이제 막 꿈을 키워갈 아이들도 모험가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다들 기사가 되려 하지.. 기사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 아이들이 우릴 대하는 태도로 변하지, 자네도 다르지 않을 거야 어렸을 적 어른들이 모험가에 대해 좋은 소린 안 했겠지, 하지만 자넨 우릴 인정해 주었어, 거만해 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라 덕분에 우리 길드원들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네 정말 고맙네"
이것이 모험가들의 현실, 기사 단장인 마이던은 상상조차 못할 일 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이던은 그 마음을, 그 느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충동적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제가 한창 기사 훈련을 받을 때 갑작스레 갑갑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어디로나 떠나고 싶었죠,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거의 갇혀 살다시피 아침에 일어나 훈련을 받고 밥을 먹고 훈련을 받고.. 항상 같은 행동... 이 행동에 싫증을 느낄 때가 있었죠, 훈련이나 받으며 잘나가는 기사가 되길 바라는 그런 삶을 살다. 우연한 계기로 한 모험가 이야길 들었어요. 한 모험가가 용을 죽였다는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길요. 그때 모험가에 푹 빠져 훈련이 끝나고 잠에 들 때 혼자 모험가가 되어 멋진 모험을 하는 걸 상상하곤 했죠, 모험가는 저에게 있어 우상입니다. 분명 저 말고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뭐 몇 안되겠지만.."
마이던이 한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마스터에게 큰 힘이 되는 말이었고 그동안 본인과 길드원들이 기사들에게 당한 일에 대한 사죄이기도 했다.
"이 여정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모험가도 꽤나 좋은 길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우리도 공을 많이 세워야 겠구만 아이들에게 모험가가 이리도 멋지다는 걸 보여줘야지"
마스터와 대화를 마치고 분위에 몸을 아낀 마이던과 길드원들 동료들은 열심히 놀다 보니 밤이 된 걸 눈치채고 잠을 청하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마이던도 자신이 잠을 청할 방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넓은 아늗한 방, 마이던의 마음에 쏙 드는 그런 방이었다.
그는 간단하게 씻고 나와 침대에 누운 마이던은 옛날에 있던 추억에 빠졌다.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너무 너나도 재밌고 계속 듣고 싶었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들.. 그때부터였을까? 마이던은 한번 세상의 모든 것을 만나보고 싶었다.
가만히 누워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과거 대전쟁 이야기도 잊을 수가 없었다.
'분명 그 이야기에도 마왕이 나왔었지'
아득하고 먼 옛날이야기라며 책도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는 항상 문자 하나 안 틀리고 기억 하나만으로 들려주셨다.
어렸을 적 마이던은 항상 이 긴 이야기를 어찌 기억하고 들려주시나 궁금해했었다.
그의 마음속엔 당치도 않은 의심이 피어나게 되었다.
'어쩌면 설마 아버지가..' 하지만 당치도 않은 의심을 거두었다.
이내 여러 추억을 회상하다.
잠이 들어버렸다.
어둡고 칠흑 같은 어둠이 그의 눈앞에 보였다.
그 장소 중앙엔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역시나 그 의자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마이던이 다가가니 그 존재가 뒤돌아 무언가를 속삭이곤 사라졌다.
이내 마이던도 눈을 떴고 아침이 밝은 것을 눈치챘다.
밖에선 마차에 무언가를 싣고 있었다.
마이던은 천천히 시계를 보았고 그 후 큰일 났을 음 깨달았다.
시계는 벌써 이들이 왕도를 떠날 시간이었다.
마이던이 늦잠을 자버린 것이었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문을 누군가가 강하게 두들겼다.
"대장! 아직도 자는 거야? 우리 들어갈게!!!!"
"자.... 잠깐.. 뭐 하는 거야! 옷을 갈아입고 계시면 어쩌려고 그래.."
'이 목소리는 피온. 스콜. 형제 목소리다'
"금방 나갈!"
문이 열렸고 피온과 스콜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야 대장!! 대장답지 않게 늦잠인걸!!"
"무슨 말버릇이야 스콜... 안녕히 주무셨어요 대장?"
역시 막무가내인 스콜과 그런 스콜을 다그치며 예의 있게 행동하는 피온
'아마 하도 일어나지 않기에 찾아온 것이겠지'
"하하... 그러게 나답지 않게 늦잠을.... 이거 미안하네. 바로 준비하고 내려가도록 할께"
마이던은 이 말을 하며 스콜과 피온의 머릴 쓰다듬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바삐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내가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해 모두의 안전을 중요시하자'
"대장! 빨리 나와요. 이러다 우리만 두고 가겠어요!"
각오를 다지던 마이던에게 피온이 다그치듯 말했다.
"그래그래 피온, 다 끝났어 내 검 좀 챙겨주겠니? 고마워 피온"
"아주 자기 마음대로시군요. 대장! 알겠어요! 검 가지고 먼저 내려갈게요."
"고마워 바로 내려갈게"
모든 준비가 끝난 마이던은 갑옷을 챙겨 입고 나가려던 찰나에 책상에 올려놓았던 목걸이를 급하게 챙기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드를 나서니 많은 이들이 배웅을 해주었다.
"파이팅!"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다시 돌아오면 거하게 마시고 즐기자고!"
"예! 어제처럼 거하게 즐깁시다!"
저 대문 넘어는 여러 고통은 물론 역경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있으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괜찮을까..
(끼이익)
'눈부시다.'
문을 여니 눈부신 태양이 마이던을 맞이해주었다.
눈부신 태양 빛 뒤엔 큰 마차와 함께 그 마차에 타 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앞으로를 함께할 동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