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스토르를 향해
"이제서야 오다니 대장이 맞는가 싶군"
신경질이 나 보이는 샤콘의 말을 뒤로하고 마차를 타며 마이던이 물었다.
"마르티 양이 보이질 않네, 아직 나오지 않은 건가?"
"마스터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
피온이 대답을 끝 마치자 마르티가 나왔다.
"늦어서 미안, 얘기가 좀 길어져서"
"금방 올 거라더니, 가호가 바람이 맞나 싶군"
"뭐, 나한테 진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거 보니 늦긴 했나 보군"
둘의 신경진을 벌이며 말다툼을 하는 걸 포쉬와 스콜이 말리는 틈에 마이던은 길드를 보았고 마스터가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마이던은 마스터에게 있는 힘껏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스터 또한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제 출발합시다!"
마차가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차는 이윽고 왕도의 정문 앞에 다다랐고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잠시 검문하겠습니다."
정문에 도착하니 경비병이 막아섰고 마차에 타있던 마이던은 급하게 내려 두 경비병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3번대 기사단 친구들"
이 날 경비를 서던 기사들은 3번대에 들어오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들이었다.
"엇! 충성! 대장님! 오늘 나가시는 겁니까?"
"마차와 실린 물건들은 어디서?"
검을 들고 있던 한 경비병이 인사를 건내였고 창을 들고 있던 한 경비병이 마차와 물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같이 가야 할 모험가 친구의 길드에서 지원해 주셨어, 실려있는 건 음식과 물 그리고 담요 정도야"
창을 든 경비병이 껄렁거리며 물은 질문에 마이던은 검을 든 성실한 대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답해주었다.
하지만 건방져 보이는 대원은 뭐가 불만인지 쏘아붙이며 물었다.
"3번대 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이 모험가에게 도움을 받다니..."
"말 좀 예쁘게 하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좋은 사람들이니까"
대원의 말이 거슬린 마이던은 웃음기 하나 없이 그 대원에게 답했다.
"야, 그렇게 말하지 마, 모험가분들도 얼마나 힘내시는데.. 마이던 대장님! 이상 없으니 나가셔도 될듯합니다!"
"그래, 고마워, 나 없는 동안 다른 기사단장님들이 우리 부대를 신경 써주실 테니 잘 따르도록"
뒤에서 보급품을 확인하고 온 다른 경비병이 건방져 보이는 경비병을 나무라며 마이던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고 마이던도 그에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니 부하들이야? 너랑은 다르게 한 놈은 못돼먹었네 딴 놈은 딱 너다"
보급품 확인을 마친 마이던이 마차에 올라타자 마르티가 한 마디 꺼냈다.
"응, 우리 부대 신입들이야, 한 놈은 귀족 영재고, 한 녀석은 기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지"
마이던이 대답하자 마르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 마차의 천을 살짝 겉고 밖을 보던 스콜이 물었다.
"저희가 볼스토르로 향하는거 맞죠? 이야! 제2의 용사의 상을 볼 수 있겠네요!"
"그래, 스콜 일단 볼스토르로 내려가서 용사에 대한 정보 좀 얻을꺼야."
마이던이 스콜의 물음에 답하자, 스콜 옆에서 팔짱을 끼며 쉬고 있던 샤콘이 마이던의 말에 의문을 가지고 마이던에게 물었다.
"용사에 대한 정보? 그건 얻다 써먹으려고?"
"샤콘 대장님.. 그 황제님의 이야기 안 들으셨나요? 황제께서 정보를 좀 모으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그랬잖아요."
제2의 용사의 용사의 정보를 얻으라는 황제의 지시가 있었기에 볼스토르는 꼭 들려야 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이던은 이내 속으로 왜 굳이 용사의 정보를 얻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하지만 이내 포쉬의 한 마디로 황제의 명을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용사의 정보가 있다면 우리가 정체 모를 마력이 마왕일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기는 거겠네요. 그래서 마이던, 네가 볼스 토르로 향하려는 거지?"
"엥? 뭐야 목적지만 정해진 게 아니야? 나 몰래 언제 가면서 들를 나라 같은 것도 정한 거야?"
"가면서 들를 나라는 정해진 게 없었어요. 어떻게 거쳐서 가든 저희의 마음이죠, 아마 마이던이 잠들기 전에 정한게 아닐까요?"
"보기와는 다르게 참으로 계획적이구만 그래,"
"그럴 수밖에요. 목숨이 위험한 일이니 계획이 탄탄해야죠"
포쉬와 마르티의 대화를 듣던 마이던은 속으로 '
'저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는데..'
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디쯤 왔나 확인하기 위해 마차의 천을 겉어 온 길을 확인해 보니, 벌써 왕도의 정문은 보이지 않았고, 온 통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다.
그러다 마이던은 문득 마차의 말을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마르티, 그 이 마차의 말은 누가 조종하는 거야?"
"흠, 그러고 보니 말이 혼자 움직이던데 뭐야? 모험가 양반"
"오! 궁금해 궁금해! 알려줘요."
마이던의 물음에 이미 의문을 가지던 샤콘과 말을 듣다 보니 궁금해진 스콜이 잇따라 묻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르티는 말의 상태를 확인하곤 말해주었다.
"저건 마법이 걸려있네, 아마 우리 자기가 건 걸 거야, 상태로 봐선 명령 마법인 거 같은데, 아마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놓도록 걸어놓은 거겠지"
"그건 정신 지배 계열인가?"
"음.. 물건도 명령 내려서 옮기는 거로 봐선 아마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맞아요. 대장! 마차에도 그 누나가 실리라니깐 그냥 혼자 움직여서 실리더라고요."
"뭐, 그딴 게 중요한가? 볼스토르에서 얻을 정보나 생각해둬야지"
안내원씨의 능력을 일단락 시키고 볼스토르에서 얻을 정보를 정리하자는 말에 계획이 있던 마이던이 대강 정리를 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도착한다면 2대 용사의 정보가 있는 곳부터 찾아야 겠지."
"도서관을 찾으면 되겠네."
마이던이 의견을 내놓자 포쉬가 확실히 가야 할 곳을 정해주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뒤이어 마르티가 또 다른 방안을 제시했고 그 방안을 들은 마이던은 고민에 빠졌다.
볼스토르는 2대 용사가 탄생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바다가 있는 나라기에 여러 사람이 모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기에 정보 또한 보이는 곳이기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정보가 꽤나 모실 것이었다.
"그럼, 도착했을 때 나눠져서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 팀과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을 팀으로 나누면 되겠네."
볼스토르에 도착해서 할 일이 대강 정해지자 스콜이 마이던에게 물었다.
"근데, 마이던 대장, 왜 굳이 용사에 대한 정보인가요?"
"포쉬가 얘기했다 시피, 마왕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에서 마왕을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은 용사 아니겠어?"
스콜의 질문에 대답하니 샤콘이 옆에서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곳에서 용사의 후손을 찾을 생각은 아니겠지?"
샤콘이 마이던의 계획을 어느 정도 알아채자 마이던은 당황하며 답해주었다.
"아.. 아니, 그게 만약 용사의 후예가 아직 볼스토르에 살고 있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이던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만약 그 미지의 마력이 정말 마왕이라면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용사뿐이니 그 용사의 후예가 동료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면 마왕 토벌도 가능해질 것이기에 좀 더 안전한 여정을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분명 옛이야기에선 2대 용사는 아들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으니 대가 끊기지만 않았으면 용사의 후손도 있을 거야"
"근데.. 마이던 대장.. 그 후손분이 용사가 아니면 어떡하죠?"
"그래, 마이던, 용사라는게 피를 이은자가 되는 건지 아니면 용사가 쓰던 무기를 얻어서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동료들을 설득시키려던 마이던의 의견에 피온과 마르티가 반박하였다.
"그래서 나는 정보를 모은 다음에 용사의 후손을 찾을 거야, 찾은 정보중에 용사가 되는 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실행하면 되잖아! 가능한 범주에서 말이야! 없다면 그때 용사의 후손을 찾아도 되겠지, 그럼에도 용사의 후손이 없다면 원래 계획대로 행동하면 돼, 볼스토르로 가는 목적 자체는 정보 획득이니깐"
마이던이 본인의 의견에 좀 더 현실성을 더하자 더는 그에게 의문을 품는 자는 없었고 볼스토르로 향하는 마차 안은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한 가지 주제가 나오면 그것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기에 조용할 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흠.. 벌써 밤인가? 오늘은 이쯤에서 야영을 하지."
샤콘이 말을 끝내자 마차가 멈추었다.
"마침 마차도 정차했으니 여기서 쉬도록 하죠, 스콜. 피온 둘은 침구류를 좀 준비해 주렴 마차 안에 공간이 꽤 되니 그곳에 준비하면 될 거야, 포쉬는 식사 준비를 부탁해, 샤콘 대장과 마르티는 저와 함께 불을 피울 장작을 주우러 가죠"
마이던이 지시를 내리자 스콜과 피온은 침낭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포쉬는 식재료를 꺼냈다.
다만 샤콘은 뭐가 불만인지 투덜거리며 마이던과 마르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마 귀찮은 일을 할 것이 하는 것을 느낀 거 같았다.
"아무리 저녁이라도 너무 어두운데? 숲 속이라 그런가.."
"아마 그럴 거야, 이 정도 숲이면 맹수가 있어도 이상할 거 없지"
"맹수? 그런 게 있으면 그냥 없애 버리면 되잖아"
어두운 숲속, 고요한 그곳에 3명의 말소리만 들렸고 주변의 있을 위험에 대비해 마이던은 샤콘과 마르티에게 맹수를 쫓아내달라 부탁할 요령이었다.
"맞아요. 샤콘 대장, 그래서 당신과 마르티를 데려온 거예요. 따로 떨어져서 불을 피울만한 장작을 찾으며 주위에 있는 맹수를 쫓아내 주세요."
"호오~ 그래서 저 양반이랑 나한테 부탁한 거구만, 그럼 난 저쪽을 맡을 테니 나머진 알아서 정해."
마르티가 나무 사이 어렴풋이 보이는 동굴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고, 마이던이 알겠다고 하니 나뭇가지 위로 사뿐히 뛰어올라 나무와 나무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샤콘 씨는 어딜?"
"난 마차 주위를 맞지 나머진 네가 맡아라"
'휙'
바람소리를 샤콘이 달리자 순식간에 어두운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좋아, 그럼 좀 돌아다녀 볼까?"
샤콘과 마르티가 각자 맡은 구역으로 이동하자 마이던도 숲속을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며 나뭇가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두운데도 이제 슬슬 눈이 적응하기 시작했네, 좀 보이는걸"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 것인지 처음 숲속을 돌아다닐 때보다 더 넓은 반경까지 시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이던 등 뒤에 이건 풀숲이 바스락 거리기 시작했다.
마이던은 혹시 모를 맹수의 기습에 대응하기 위해 검의 손잡이를 잡고 부스럭 거린 풀숲을 겉어내자 그곳엔 사슴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마이던은 이내 안심하며 경계를 풀었다.
"이 주변이 너의 집이니? 아님 먹이를 찾는 건가?"
'아우우우우'
사슴에게 말을 걸고 난 후 샤콘이 향한 마차 부근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늑대가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샤콘 씨 도대체 뭘 하고 계신 거지? 이 주변엔 맹수는 없는 거 같으니 일단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마이던은 주운 나뭇가지를 가지고 마차로 돌아오니 포쉬가 마법을 이용해 빛을 비추고 있었다.
"마이던!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마이던이 돌아오자 포쉬는 그를 반겼고 나뭇가지를 건네 받아 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마르티랑 샤콘 씨는 아직 주변을 둘러보고 있나 보네"
마이던이 샤콘과 마르티를 찾으며 자리에 앉자, 마르티가 나무 위에서 사뿐히 내려와 주워온 장작을 건넸다.
"뭐야, 상어 양반은 아직이야?"
"아직 주변을 확인 중이신 거 같아, 주변에 뭐 위험한 건 없었지?"
"곰이 사는 동굴이 있길래 곰한테 우린 나쁜 사람이 아니니깐 공격하지 말라고 부탁했지, 그래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그렇구나, 그럼 이제 샤콘 씨만 오면 되기는 걸"
"미안한데 여기 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샤콘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나무 뒤에서 걸어 나온 샤콘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피범벅이었다.
"샤콘 대장, 왜 피범벅이 되신 거예요?"
마이던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샤콘은
"그야, 늑대가 있어서 처리했다, 우는소리 들었을 텐데"
라고 답했다.
이에 마이던은
"제가 말한 건 쫓아내달라는 의미였는걸요."
라고 되물었고 샤콘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늑대 녀석들 굶주려 보였으니 가만히 나두면 아마 우리는 늑대 밥이 되었을거다."
라고 답했고 마르티는 그런 샤콘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그래, 그러시겠지,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니 씻고 오시기나 하시지, 우린 밥이나 준비할 테니"
라고 말했고 마르티가 폭포가 흐르는 강의 위치를 알려주자 샤콘은 강으로 향했다.
샤콘이 피를 닦아내고 돌아오니 먹음직한 식사가 준비돼있었고, 식사 준비를 마친 포쉬가 각자가 먹을 식사를 나눠주곤 고생한 말에게 당근과 물을 건넸지만 왜인지 먹지 않았다.
"어.. 이 말 왜 아무것도 안 먹지?"
"아마 배고픈 게 아니겠지"
"아냐, 그렇기엔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어"
"그냥 놔두지 사제 양반, 배고프고 목마르면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포쉬가 말의 먹이를 챙겨주곤 그들은 식사를 하며 떠들다.
다 먹은 식기들을 대충 정리하곤 한 명, 두 명 마르티가 찾은 호수로 가 씻고 잠을 청할 준비를 했다.
"대장, 보초는 필요 없나요? 보초를 서는 게 좋을듯싶은데"
"보초야 당연히 서야지 걱정 마, 일단 보초는 내가 서고 있을 테니 자도록 해"
"그럼 너 다음 보초는 누가 설 줄 알고?"
먼저 보초를 서겠다는 마이던에게 샤콘이 묻자 마이던은 그에게 웃어 보였고 샤콘은 짜증을 내며
"설마, 날 세울 샘이냐?"
라고 마이던에게 물었고 마이던이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곤 마르티를 보며
"샤콘 씨 다음엔 마르티, 네가 좀 서 줄 수 있어?"
라고 물었고 마르티는 당연하다는 듯
"당연히 서야지"라며 알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의문이 생긴 스콜이
"대장! 그럼 저랑 피온 형은 마르티 누나 다음에 보초를 서면 되나요?"
라고 묻는 스콜에게 피온이
"스콜! 보초는 혼자 서는 게 맞는 거야 마르티 누나 다음에 내가 서고 나 다음으로 스콜, 네가 서면 되는 거야!"
라며 스콜에게 말하자 포쉬가 조용히 손을 들며
"저기.. 나는?"
이라고 하자 마이던이 시끄러워진 상황을 정리하고자
"마르티 다음으론 내가 다시 설 거야. 스콜, 피온 너흰 잠이나 자 둬 위급한 순간에 졸지 말고 포쉬 너도 회복 마법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니 푹 자둬"
라고 하자 스콜과 피온 포쉬가 마이던을 걱정했지만 마이던은 3명의 등을 마차 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샤콘은 어느 순간부터인지 마차 안에서 자고 있었고 마르티도 3명의 뒤를 따라 마차 안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모두 마차 안으로 들어가니 마이던 혼자 남게 되었고 마이던은 차 하나를 끓이곤 모닥불 앞에 앉아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멍하니 쳐다보며 차를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잡생각은 늘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마이던은 샤콘도 마르티도 깨울 생각 따윈 없었다.
계속 본인이 보초를 설 요량이었다.
혼자 보초를 서려는 건 왜였을까, 그저 잠이 오지 않아서? 아니면 동료들을 더 재우기 위해? 아마 둘 다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에 꾼 악몽 탓이었을 것이다.
그 꺼림직한 악몽, 불안한 기운이 덮치는 듯한 기분 나쁜 꿈, 마치 이 여정의 끝이 절망 그 자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꿈, 아마 마이던은 그 꿈을 꾸는 것이 싫었던 것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모닥불이나 보며 차를 마시는 것이 더 편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 넋을 놓은지 한두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언제 나온 지 모를 마르티가 마이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이, 기사님, 나도 차나 한잔 주시지"
"마르티 왜 안 자고 나온 거야?"
"하, 몰랐을까 봐? 누가 봐도 저기서 편하게 자는 상어 양반을 깨울 생각이 없었던 거 같은데? 그냥 계속 혼자 보초 설 생각이었지? 혼자 그렇게 궁상떨 바엔 같이 대화나 하는 거 어때?"
마이던의 마음을 꿰뚫어본 마르티에게 차를 꺼내주며 마이던은 고맙다며 말했다.
"괜찮겠어? 난 의외로 수다쟁이야"
"미안한데 나도 만만치 않아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대화 주제는 많겠군"
혼자 궁상을 떨던 마이던은 마르티와 날이 새도록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날이 밝았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 후 좀 더 시간이 지났을까 피온, 스콜 형제가 일어났고 뒤이어 포쉬와 샤콘이 일어났다.
일어나며 마르티와 마이던에게 건넨 말은
"둘이 계속 보초 선거야? 깨웠으면 같이 보초 섰을 텐데.."였다.
물론 샤콘은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간단하게 씻고 간단하게 빵과 수프를 먹곤 다시 마차에 올라 볼스토르로 향했다.
마차 안에선 모두 조금씩 졸고 있었고 마이던도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런 마이던의 눈앞엔 바다가 있었고 인간 형상의 검은 물체가 있는 걸 확인한 마이던이 그 앞으로 다가가자 그 검은 물체 위로 큰 상어가 튀어 올라 검은 물체의 상반신을 물어뜯곤 모래사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
그 상어 앞으로 다가간 마이던을 물기 위해 몸부림친 순간 마이던은 잠에서 깼고 스콜이
"와! 도착했어요!"
라고 외쳤고 마차의 천을 치우고 밖을 확인하니 볼스토르가 눈에 들어왔다.